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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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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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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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DUMMY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




동방 대륙은 휴전 협정으로 인해 전쟁이 멈춘 상태지만, 서방 대륙은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방대륙의 기갑기의 전쟁 배제다. 서방 대륙의 국가들은 고대의 병기를 자국의 이익에 적극 활용하였고, 기존 보유하였던 기갑기의 성능과 마이너 버전의 복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합쳐 각국을 정복해 나갔다. 서방 대륙의 기갑기의 전쟁 도입과 양산화 정책은 극히 최근이 벌어진 일이다.


- 기운계에 관한 토막 상식.




인사부장 집무실.

턱수염이 약간 난, 날카롭고 위엄 있는 인상의 남자가 도영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붉은 커튼 때문인지 저녁의 석양은 매우 낮게 집무실을 파고들어서 도영의 발목을 덮고 있었고, 어둠 속에 서 있는 도영은 자신의 앞에 석양빛으로 붉게 보이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점점 해는 지고 있었다. 동시에 그 손도 점점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손이 반쯤 어둠에 잠겼을 때 도영이 조용히 말했다. 크로이체르, 배쉬, 엘렌의 시선이 그 손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자네의 능력이 아까워서 그러네. 흑검사 조사대는 장래가 불투명하지. 하지만 내 밑으로 들어오면 자네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보장하지.”

“…….”

점점 그 손은 그림자에 덮여 어두워졌다. 이제 밝은 모습이 1/3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 말은 즉, 제가 원하는 보직이 아니라 인사부장 님이 원하는 보직으로 이동하라는 뜻입니까?”

“이거 두뇌 회전이 조금 아쉽군. 비슷하다네.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부서에 간다 해도 나와 협력할 수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네.”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히 끼어들지 말라.”

엘렌이 후드를 벗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지만 곧장 막혀버렸다. 그때의 인사부장의 눈빛은 여느 무사들과 다르지 않은 칼날과도 같았다.

“그럼 우선 제가 배속되고 싶은 곳을 말하겠습니다.”

“내가 내민 손이 아직 무안해지기 전일세. 말하게.”

‘무사 학교 시절부터 꿈 꾼 흑검사 조사대. 하지만 그곳에는 크로이체르도 속하게 된다. 녀석은 입김으로 날 그곳에서 배척할 거야. 설사 받아준다 해도 난 녀석의 호구 노릇을 해야 돼.’

도영이 인사부장의 손을 쳐다보았다. 이제 어둠은 점점 그 손을 뒤덮어, 손가락 하나 정도밖에 여유가 남지 않은 상태였다.

‘흑검사는 제스터 헥스, 마성궁의 치안 담당을 죽일 정도의 능력자다. 그래,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했어. 더 이상 흔들리지 말자. 일단은 놈을 잡을 힘부터……!’

“백영단입니다.”

“…… 뭐?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그 손이 어둠에 완전히 덮이면서 인사부장이 손을 내렸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도영의 입으로 향했다. 엘렌 역시 고개를 들고 후드를 벗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저는 백영단에 속하고 싶습니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일몰에 집무실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연보랏빛이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제정신인가?”

“해당 부서에서 분명 거부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백영단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지위입니다.”

“불가하다. 백영단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그렇다면 정식으로 신청하겠습니다. 토대인 합마 선공의 호위 무사로 보직 변경 희망합니다.”

이제 거의 어두워져 서로의 얼굴도 식별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을 때, 등 굽은 남자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불을 밝혔다. 흔들리는 불빛으로 드러난 두 사람의 얼굴은 등불과 달리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좋다. 그렇게 신청하지.”

인사부장은 하찮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 그의 앞에 있는 문서에 무언가를 대충 적어놓고는 시선을 엘렌으로 돌렸다.

“그쪽은?”

“마성궁 소속으로서, 신청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겠지. 좋아, 다 끝났으니 다들 나가보게. 결과는 내일 오후 2시까지 신속하게 개별 통보해주지.”

그에게 이 정도의 일은 오래 끌 필요도 없는 것일까? 생각 이상으로 빠른 처리에 네 사람이 약간은 놀란 눈치를 보였고, 등이 굽은 남자가 그들을 이끌어 인사부장실에서 빠져나왔다.

황궁에서 완전히 나올 때에는 하늘이 이미 거뭇거뭇하여 저 멀리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많이 나아진 모양이네요.”

“이제 걷는 건 문제 없어. 그보다 도영, 백영단이라니 무슨 소리지?”

황궁 앞에 나란히 선 네 사람 중 배쉬와 도영이 서로를 쳐다보며 말했다. 엘렌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도영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고, 크로이체르는 자신도 그 점이 궁금한지 딴청을 피우며 두 사람의 말에 집중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어요. 흑검사의 실력이 그 정도라면…… 지금의 저로서는 이길 방법이 없으니까요. 일단은 녀석과 대항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나 때문이겠지.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데…… 나름대로 차선책을 찾은 거였나? 어쨌든 난 다음을 생각해야 돼. 저 놈 덕분에 계획이 많이 틀어졌으니까.’

“평가전은 끝났으니 이 몸은 이제 가보겠어. 새로운 보직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아야지.”

크로이체르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을 툭 걷어차며 돌아섰다. 평가전은 끝났다. 그리고 결과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에서, 모두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저 녀석…… 마지막엔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는구나. 하긴, 다음 생각을 하고 있겠지. 제발 앞으로 마주치지 말자.’

도영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크로이체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와중에 배쉬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럼 나도 가야겠군.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인사는 해두자고.”

“안녕히 가세요.”

“또 보자. 어디선가.”

“네.”

꽈악. 배쉬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도영이 악수를 하며 자신보다 키가 큰 배쉬를 올려 보았다. 예선에서 잠깐 칼을 맞댄 사이일 뿐이었지만 여러모로 이번 평가전에서 인연이 깊어진 느낌이었다.

“자 그럼 나도…….”

어쩐지 긴 하루였다. 대전장의 의무실에서 깨어나 황궁에 두 번이나 들락거리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하루하루 잡 심부름만 하던 천동시와는 무언가 느낌이 달랐지만, 반대로 정신없이 진행되어 제대로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아…….”

그렇게 기지개를 켜며 숙소로 돌아가려다가, 한껏 일그러진 그의 얼굴로 바로 옆에 계속 있었던 엘렌을 발견했다. 기지개 켜는 그 상태로 굳어서 한동안 그녀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안 가나요……?”

“토대인 공의 옆에서 수련할 생각입니까?”

“네.”

숙소로 향하려던 발걸음은 엘렌이 다시 세웠다. 하지만 엘렌이 먼저 도영의 옆으로 걸어나갔고, 도영이 그녀를 따라 걸으며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밤거리를 같이 걷는 모습이 되었다. 여기저기 켜진 형형색색의 등불이 길거리를 환하게 비추며 일국의 수도로서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토대인 공은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럼 돌아가서 발타자르 공에 대해 철저히 알아볼 생각이에요.”

“흑검사 조사대를 노린지 오래되지 않았었습니까?”

“오래됐죠.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나름대로의 사정이 생겨서요.”

사실 도영도 흑검사 조사대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크로이체르라는 존재가 걸리적거려서일 뿐, 그리고 흑검사의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도 대강 알게 된 이상 자신이 무작정 흑검사 조사대에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잡을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네요. 지금은 수련에 더 집중해야겠어요.”

“…… 기운이 거의 다 회복되신 것 같습니다.”

“아뇨. 그냥 겉으로 보기에 그럴 뿐이에요.”

엘렌은 딱히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 눈치였지만 도영이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쳐보였다. 그러다가 그가 검지를 치켜세우고 시선은 먼 허공과 엘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저기…….”

“……?”

“저녁 같이 먹을래요?”

엘렌이 발걸음을 멈추고 도영을 쳐다보았다. 물론 후드에 가려서 도영의 눈에는 엘렌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딱 방향이 도영을 향하고 있었다.

“밥값은?”

“각출…….”

“그럼 앞장서세요.”

도영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황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먼저 말을 꺼낸 만큼 이끄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가 그가 문득 떠올렸다.

‘방금 말끝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

“아가씨. 질문이 있는데 잠깐 괜찮을까?”

“네?”

“어, 아저씨는 저번에 그……?”

무언가 훈훈하게 진행되려는 때에 갑자기 누더기를 걸치고 창이 큰 모자를 쓴 남자가 스스슥 다가와 엘렌에게 말을 걸었다.

“어어, 오랜만이야, 2위. 오늘은 1위 아가씨에게 질문이 있어서.”

“……?”

“보직 변경 신청은 했어?”

“왜 그런 것을 물으십니까?”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마성궁 출신의 강력한 우승자가 보직 변경권을 썼는지가 궁금해서! 하하, 한 마디면 되잖아. OX문제라고.”

도영과 동균이 저번에 만났던 거지가 엘렌의 앞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했다. 엘렌은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은 있었지만 어차피 그 사실을 가르쳐준다고 하여 다른 정보가 발생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여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오오, 고마워 고마워!”

“거지 아저씨, 갑자기 여긴 어떻게……?”

“비렁뱅이라니까? 어쨌든 나중에 어디선가 마주칠 일이 있으면 보자고. 아가씨 대답 고마워!”

“아니 그거나 그거나…… 벌써 갔네.”

분명 걷는 것인데도 주변의 모습들을 느리게 만들어버린 듯이 빠르게 움직여 사라졌다. 도영과 엘렌이 그가 사라진 뒷골목 쪽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엘렌이 그 골목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도영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은 뭔가요?”

“어…… 거지…… 비렁뱅이요. 저도 잘 몰라요.”




황궁 내 인사부장실.

“로베르토. 어떻게 생각하나?”

어두워진 집무실에서 브라이언 데이비스가 자신의 책상 위에 걸터앉아 팔짱을 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달이 하늘에 완연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보직변경에 대한 공문을 모두 발송한 상태. 인사부장으로서의 일은 재빠르게 수행하고 있었다.

“발타자르 쪽에서 에스던 도영에게 공의 이름 등을 가르쳐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습니다.”

“흠. 토대인 쪽으로 붙여두는 건 어떨까? 어차피 중립을 선언한 녀석이니 그쪽엔 붙어있어도 되지 않겠나?”

“토대인 공은 반대할 겁니다. 현시점에서 에스던 도영 급의 무사는 절대 천동시 같은 곳으로는 보낼 수 없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거절하면 두 사람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브라이언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책상 위에 있던 등불을 꺼버렸다. 확실히 어두워진 집무실에서 창밖의 달을 보다가 책상을 툭 걷어차며 씨익 웃었다.

“저녁으로 회나 먹으러 가지.”

“준비시키겠습니다.”


토대인 합마의 집 앞.

“어, 굳이 전달해주러 올 필욘 없었는데. 퇴근할 때도 지났는데 귀찮게 했군.”

헐거운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토대인 합마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고현충이 여전히 강직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서 토대인 앞으로 온 공문을 내밀었다.

“그런데 뭐지?”

“도영이 마음을 바꾼 모양입니다.”

“음?”

토대인이 브라이언 데이비스로부터 온 공문을 읽다가 약간은 어이가 없는지 턱이 내려가며 입이 벌어졌다.

“당돌하군.”

“동감입니다.”

“도영도 아마 알고 있겠지. 내가 받아주지 않으면 형님에게로 갈 거다. 그게 옳아.”

“동감입니다.”

“그럼 거부 처분하고, 난 내일부터 며칠 외출 좀 하겠네.”

“제가 하려 했습니다만, 그렇게 처리해두겠습니다.”



작가의말

비렁뱅이 : 나 누구게?

도영 : 조연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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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3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2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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