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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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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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 제37화. 힘의 축

DUMMY

- 제37화. 힘의 축 -




신체의 기운이 그릇에서 넘칠 경우 이를 빨리 써버리지 않으면 그릇이 도리어 금이 가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무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운 자체의 순도를 높이는 방법과 그릇을 확장하는 방법을 병행한다. 기운의 순도는 기운을 사용할 때의 효율과 위력을, 그릇은 기운을 담는 최대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쌓아올린 기운이 일정 이상이 되면, 신체의 회복력에 기운을 집중 사용할 경우 심장이 꿰뚫려도 죽지 않는다. 물론 기운의 소모가 엄청난 것은 어쩔 수 없다.


- 기운계에 관한 토막 상식.




달빛은 은은한 기운을 가지고 그 일대를 감싸고 있었다. 주변의 일렁이는 풀들은 달빛을 반사하여 파도가 치는 것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난 길, 그 주변 지반이 내려앉은 상태에서, 그곳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적이 흘렀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카리야의 목덜미에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우연이라고? 우연히 여기 왔다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호사비 역시 시선이 그 남자에게로 고정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 남자는 칼집으로 카리야의 다리를 툭툭 쳤고, 카리야는 얼떨결에 도영의 머리를 밟고 있던 그 다리를 뒤로 치워주었다. 그 남자가 바닥에 엎어져 있던 도영의 다리에서 호사비의 칼들을 거리낌 없이 뽑아내어 주인을 향해 가볍게 던져주었다.

“일어설 수 있겠느냐?”

“토대인 공. 어, 어떻게……?”

“우연이라니까? 허허, 상당히 심하군.”

그 남자, 토대인 합마는 그의 뒤에 있는 카리야와 호사비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도영의 어깨를 잡고 들어서 앉혔다. 그리고 토대인 자신도 몸을 낮추어, 흙이 지저분하게 묻은 도영의 얼굴을 몸에 걸치고 있던 후드로 닦아내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호사비 사장. 정말 모르겠나?”

“……?”

“의심의 시작은 처음 만나서 악수했을 때부터라네. 그리고 두 번째로 악수하고는 확신이 들었지. 요리사의 손이 아니라 무사의 손이었어.”

주저앉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도영을 내려다보며, 토대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무겁게 말했다. 하지만 그 무거움은 무사의 것은 아니었다. 동네 웃어른이 훈계하는 것처럼, 무거우면서 차갑지는 않은 것이었다.

“그 정도도 가늠 못해서야 어디 교장 일 해먹겠나? 하하하!”

토대인이 자신의 칼집을 잡고 흔들어보였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의 바람이 멈추고 풀잎이 스치는 소리마저 사라졌다.

“그럼…… 자, 용기를 내보게.”

더 이상 무겁기만 한 훈계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착 가라앉은 들판에 피투성이의 제자가 주저앉아있었고, 제자를 죽이기 위해 온 두 무사는 스승의 뒤에서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난 등을 보이고 있어.”

호사비도 카리야도 목덜미에 이미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카리야는 이미 대전장에서 토대인 합마가 ‘자신의 수제자’라고 도영을 소개한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토대인 합마라는 괴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며, 자신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끝없이 생각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가? 왜 그런 것인가?”

도영의 다리에 생긴 상처가 완전히 다 아물었고, 그가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몸에 타격이 꽤나 큰지 제대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았다.

“꽤나 한다는 무사들이 적국의 일개 병사만도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배짱이 부족하군.”

‘모르고 덤비는 놈들에 대고 비교하지 말라고……!’

‘뻔히 알면서 그 칼을 뽑게 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토대인은 아직 칼집에서 칼을 뽑지 않고 있었다. 칼을 쓰는 사람으로서, 무사로서 서로가 칼을 뽑았을 때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싱겁구만. 난 자네들을 죽일 마음이 없네. 자네들 상대는 도영이 아니던가?”

“무슨 뜻입니까?”

카리야가 앞으로 매우 천천히 한 발짝 내딛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영을 노린 사람들은 도영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네. 다만 지금 계속 당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측은하여 나왔네. 아, 우연히 보게 된 거니 오해하지 말고.”

그때 도영이 자신의 칼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숨을 고르며 최대한 빨리 회복하고 있었다.

“걸을 수는 있는 것 같구나.”

“네…….”

“더 정진하거라.”

단 한 번, 들판에 바람이 불어 네 사람의 머리카락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 스친 바람이 사라지자, 토대인이 천천히 돌아섰다.

“이만큼 시간을 주었는데도 알아서 가지 않는군.”

토대인이 자신의 칼집을 그냥 옆에 떨어뜨리며 목을 좌우로 움직여 보였다. 카리야가 토대인이 떨어뜨린 칼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쩌자는 것인지……?”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은가. 그러니까…….”

호사비가 자신들을 향해 돌아선 토대인을 보며 천천히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칼을 집어 들었다.

“반만 죽여주지.”

“!! 호사비!”

“어!”

“도영. 교육상 좋지 않으니 물러나 있거라.”

토대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카리야와 호사비가 이판사판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토대인은 두 사람이 달려드는 것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호사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이쪽부터 하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카리야 아기토 쪽으로 몸을 휙 돌렸다.

“!!”

분명 칼을 앞세워 달려드는 적을 맨손으로 제압, 격파하는 방법은 도영도 알고 있었다. 단지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일 뿐이었다.

그리고 토대인은 방금 전까지 도영을 상대했던 카리야의 공격을 단순하게 왼손으로 잡아냈다. 정확하게는 손을 뻗어 카리야의 손목을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매우 쉬워보였다.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였고, 동작이 간결하여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호신술처럼 보였다.

“자네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라네.”

쌍검을 쓰는 카리야가 다른 손의 칼을 내질렀고, 호사비가 토대인의 오른쪽으로 접근했다. 토대인은 잡고 있는 카리야의 손목을 휙 당겨서 카리야를 통째로 휘둘러 호사비의 접근을 차단했다.

“내 제자나 자네들이나…….”

꾸욱! 토대인의 오른발에서 흙이 짓눌리는 소리가 들렸고, 공중에 휘둘리고 있는 카리야의 복부에 토대인의 발끝에서부터 전달된 힘이 실린 주먹이 꽂혔다.

“도토리 키 재기야.”

“우욱, 쿠헉!”

“자네들이 하수라는 건 아니니 오해 말게. 내 제자가 상심할 것 같으니.”

카리야의 몸에 가려서 돌진 궤도를 돌려 바꾼 호사비가 토대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카리야가 자신의 배를 양팔로 감싸고 구토를 하고 있었다.

“칼이 멋지군. 장미 문양 같은 거라도 그려 넣는 건 어떤가?”

호사비가 접근, 역수로 잡은 톱니 칼날을 빠르게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순했다. 토대인은 호사비의 공격 궤도를 피해 발을 움직여 그의 옆으로 갔고, 호사비의 복부에 왼손으로 똑같이 주먹을 쳐 넣었다.

“으으윽!”

“맷집도 무사의 중요한 요소이니 기억하게들.”

꽈아앙! 복부 타격에 앞으로 고꾸라진 호사비의 등을 향해 격파를 하는 것처럼 주먹을 내려꽂았다. 주변으로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듯 흙먼지가 몇 미터나 위로 솟아올랐고,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호사비는 움푹 꺼진 바닥에 박혀버렸다.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그리고 외부적 평가로 들었을 뿐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 감은 오지 않았다.’

“두 방으로 반이나 죽으면 어찌하나. 맷집은 도영이 월등하구만.”

의식이 멀어져 있었던 카리야가 소화액의 시큼한 냄새를 느끼기 시작했을 때, 이미 토대인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체감했다. 이건 말도 안 돼……. 이것이…….’

“원망은 자네들 주인에게. 알겠지?”

꽈아앙!

‘대륙의 힘의 축이구나…….’

카리야가 자신의 토사물을 피할 재간도 없이 모든 것이 통째로 바닥과 함께 꺼져버렸다.

뒤로 물러나 보고 있던 도영은 무덤덤하게 그것을 보고 있었다. 몸에 났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어 있었고, 바닥에 박힌 두 사람은 기절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영. 상처는 어떠냐?”

“견딜만해요.”

“그래도 타격이 쌓였을 테니 빨리 돌아가 회복에 전념해야겠구나.”

하지만 그 난리통을 겪는 동안 마차에 묶여있던 말은 사라져버렸고, 토대인 역시 이곳에 걸어서 온 듯 주변에 아무런 수단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네요. 말이라도 구해야 할 텐데…….”

“하하하! 굳이 말을 구할 필요가 있느냐? 빨리 천동시로 돌아가야지.”

“……?”

“업히거라.”

“괜찮을까요?”

“떨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당연히, 현존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빠른 것은 토대인 합마의 다리였다.




이틀 뒤, 황궁 내 인사부장실.

“실패? 두 사람이 덤벼도 죽일 수 없었다는 말이냐?”

“아닙니다. 둘이서 충분히 제압은 해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야?”

카리야 아기토가 두 손을 모으고 똑바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등이 굽어보이는 로베르토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토대인 합마가 왔습니다.”

“…… 그럼 어쩔 수가 없군.”

브라이언은 더 이상 임무 실패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체감하진 못했지만 그의 능력에 관하여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백영단을 이기지 못한 카리야라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카리야는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브라이언이 검게만 보였지만 말을 이었다. 그것은 도영에 관한 것이었다.

“상통하는 자연물이 있습니다.”

“흐음?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맞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좀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에스던 도영은 심장이 터져도 몇 번이고 멀쩡히 회복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상식 밖이군.”

“제 판단으로는…….”

“로베르토. 말하라.”

카리야를 가만히 보고만 있던 로베르토가 등을 한 번 꿀렁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후드 아래로 드러난 입을 조용히 움직였다. 카리야는 여전히 그 모습이 기분 나쁜 듯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러한 괴이한 회복력은 가능성만 따지면, 자연물과 상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카리야가 그와 처음 대결했을 때와, 평가전 결승에서의 그 모습, 그리고 이번 대결을 비교하면 상통하는 자연물이 상황에 따라 영향력을 달리한다고 판단됩니다. 이제는 카리야의 기억력에 달렸습니다.”

“내 기억력? 무슨 말이지?”

“당신은 분명 쾌속연검(快速聯劍)이 기술의 형태 띠는지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유추하건대 그는 밤에만 능력을 대폭 끌어낼 수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기억해내십시오. 최초 대결과, 이번 대결에서 주변 환경이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차이…… 차이?”



작가의말

토대인 : 호신술의 순서는 1, 적이 공격한다. 2, 제압한다.

도영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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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협찬 : XX장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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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4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3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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