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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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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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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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 - 제52화. 그의 칼

DUMMY

- 제52화. 그의 칼 -




흑검사는 최근 동방 대륙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비록 그가 무척이나 연관성 없는 대상을 지정하여 살인을 하고 다닌다고는 해도 한 대륙에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머무르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흑검사가 ‘황제’라는 지위의 사람을 직접 보란 듯이 죽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없던 일이다. 의미가 무엇일까? 그는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과시인가?


-크로이체르 폰 바스카. 마성궁과 한 제국 보유 자료를 종합하여 판단한 자료에서.




엘렌이 1층 점포에 들어와 자신의 신분증 같은 것을 내밀자 종업원이 곧장 2명이 앉을 탁자로 안내해주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조명이 비치고 있었고, 꽤나 넓은 공간에 약 20여 명이 이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탑 꼭대기에서 있었던 일들은 지상에는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 병맥주만 팔아요?”

“생맥주가 좋아요?”

“아뇨, 이런 데엔 와본 적이 없어서요.”

“흠, 그럼 이거 한 번 마셔 봐요. 연화국 쪽에서 들어온 거.”

한쪽 벽에는 엄청난 양의 얼음과 함께 각 지역에서 제조된 수많은 종류의 병맥주가 진열되어 있었고, 엘렌이 그 중 한 병을 집어 도영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자신이 마실 것도 한 병 꺼내고 잔을 챙겨서 탁자에 앉았다.

“후드 안 벗어요?”

“안 벗어요.”

“답답한 것 같은데.”

도영이 병마개를 손으로 비틀어 여는 것을 보고는 엘렌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병을 도영에게 내밀었다. 도영이 몇 초 그 병을 보다가 손으로 비틀어 따주었다.

“힘이 넘치네요.”

“지금만 그래요.”

사실 도영이 시야 한 구석에 병따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자신이 병을 모두 따버린 후였다.

이내 말이 끊어져 약간 어색한 상황이 되자, 도영이 병의 맥주를 잔에 가득 채우고 거품부터 쭈욱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 마시고 싶었나보네요.”

“크흐! 좀 이상해서요.”

“토대인 공 말이죠? 저도 처음 봤어요. 절대 흔들리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요.”

“뭔지 모르겠어요.”

“네?”

“뭔가…… 뭔지 모르겠는데 무언가, 안 좋은 느낌이 들어요.”

술과 근심, 공감해주는 상대. 의외로 술자리가 길어지기에는 충분한 요소였다.


늦게까지 술을 기울이고, 도영으로서는 상당히 오랜만에 늦잠이라는 것을 자고 있었다. 일부러 엘렌과 함께 다니며 여관의 커튼이 두꺼운 곳으로 숙소를 정했었고, 그 덕에 날이 밝았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일어나요.”

“……?”

“벌써 10시에요. 어서.”

“어…… 벌써요?”

“금방 회복할 거라더니, 토대인 공이 쉬라 했다고 정말 늘어지는군요?”

물론 술 때문에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아니었다. 술이 그릇의 기운을 탁하게 만드는 최고의 ‘독’이었지만 애초 도영은 취하도록 마신다 해도 엄청난 양의 기운이 그것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그가 늦잠을 자는 것은 단지 그가 쉬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뿐, 다른 외부적 요인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엘렌 씨? 어…… 방에 어떻게 들어왔어요?”

“기억 안 나요?”

“뭐가요?”

잠시 멍하게 정적이 흐르다가 엘렌이 먼저 말했다.

“여기 제 명의로 빌린 건데요.”

“아 맞다, 그랬지…….”

무방비 상태의 부스스한 도영의 얼굴을 엘렌이 똑바로 쳐다보면서 손바닥으로 침대를 팡팡 쳤다.

“일어나요. 하룻밤 잘 쉬었죠?”

“아…… 그렇구나.”

도영이 커튼이 쳐진 창을 바라보니, 커튼의 주변으로 밝은 빛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분명 낮. 엘렌은 도영의 기운이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커튼을 단번에 걷어내지 않고 있었다.

“토대인 공이 찾으세요. 비슈누 님께 가죠.”

후드를 쓰지 않은 엘렌이 나름 기분을 내며 웃어보였다. 도영으로서는 생각 이상으로 편하게 대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핫…… 네. 바로 준비하고 나갈게요. 밖에서 기다리세요.”

“얼른 나와요.”

엘렌이 나간 뒤에도 도영은 헤죽헤죽 웃으며 평가전에서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벌써 약 3개월 넘게 지난 일이었다. 한 여름에 있었던 일이 가을을 거쳐 겨울에 이르러 떠오른 것이었다.

‘토대인 공 말대로…… 허물없으면 정말 편한 사람인 것 같아.’

외모를 말끔하게 정돈하고 여관 앞에 나가니, 후드를 뒤집어쓴 엘렌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곧장 마탑 50층으로 향했다.

‘좀 더 가까워진 것 맞지?’

시험 직후에는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던 커다란 문이 이제 평소대로 움직이며 열렸다. 어제처럼 토대인과 비슈누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 왔구나. 하룻밤은 즐거웠니?”

“비슈누 님. 어감이 좀…….”

“피히히! 어른들의 익살이란다!”

엘렌의 당황에 비슈누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지만 토대인은 어른‘들’ 범주에 왜 자신도 포함이 되냐는 듯이 아이 형상의 까마득한 어른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우리가 대화할 자리는 아니니 잠시 옆으로 비켜서자꾸나.”

“알겠습니다.”

엘렌은 비슈누를 따라 잠시 옆으로 물러섰고, 토대인이 평소와 다름없는 건장한 모습으로 도영 앞에 섰다. 도영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토대인은 도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 통과했다. 앞으로도 한 단계씩 스스로 발전하는 거다. 사실 여태까지 혼자 있었던 기간도 길어서 실력이 그대로는 아닐까 걱정도 했었지만, 여태 이만큼 키웠다면 굉장히 노력을 한 것이라 생각되었고, 안심했다.”

“토대인 공, 질문이…….”

하지만 토대인은 손을 들어 보여서 도영이 말하는 것을 멈추도록 했고, 도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듣기만 했다.

“지금부터는 수행의 중점을 거부반응을 줄이는 데에 두도록 해라. 그것 역시 스스로 해야한다.”

‘거부 반응을 줄인다는 거……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건 내가 지도해줄 수 없는 부분이지. 그리고 넌 이제 내 가르침의 범위는 넘어섰다.”

주변은 밝았다. 겨울에 들어선 날의 오전. 낮은 햇빛이 탑의 안까지 들어와 딱 두 사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 그림자가 길게 바닥에 나타나, 도영은 그 모습이 완전히 나타났고, 토대인 합마는 그림자의 끝자락 머리 부분이 탑의 어둠에 걸치고 있었다.

“그 증표로 이걸 주마.”

“…… 네?”

토대인이 자신의 칼을 칼집채로 도영에게 천천히 내밀었다. 도영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다가 얼떨결에 양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걸 왜……?”

“나는 이제 마성궁을 떠난다. 너는 내일 출발하도록 하고, 도중에 슈리에게 가서 그 칼을 네가 쓰기 알맞게 고쳐달라고 하거라.”

정오가 다가오며 해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두 사람의 그림자도 탑의 어둠에 잠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도영은 더욱 어둡고 껄끄러운 낯빛으로 그 칼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그때 토대인이 두 손을 도영의 양 어깨에 올려 푸근하게 잡았다.

“혹시나 길을 모르겠거든, 우선 발타자르 형님께 물어보거라. 이후 비슈누 님께 묻거라.”

“……?”

“그리고 혹시나 몸을 의탁할 곳이 필요하게 되면, 이곳으로 와라.”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게 쳐다보는 도영과, 그런 도영을 흔들림 없이 똑바로 내려다보는 토대인. 마치 부모가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비슈누가 지켜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그렇게 눈을 마주친 두 사람. 토대인이 먼저 두 손을 거두었다.

“내가 할 말은 끝났다. 그럼 바로 돌아가도록 하마.”

“토, 토대인 공! 혹시?”

“혹시, 뭐?”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신 건 아니세요?”

도영과 엘렌의 눈이 모두 토대인을 향했다. 하지만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토대인은 아주 재밌는 희극을 본 것처럼 호탕하게 웃어댔다.

“하하하하하! 이제 막 스스로 나가게 된 녀석이 처음부터 타인을 걱정하면 어떡하나! 오늘까지 푹 쉬고, 내일 슈리에게로 출발하거라. 나는 먼저 황도로 가서 기다리겠다.”

비슈누가 손을 쓴 것인지, 토대인이 뒷모습을 보이며 한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어보이자 시험의 공간을 막고 있는 거대한 문이 스스로 열리며 토대인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닫히는 문. 짧은 정적. 정오가 되어 높게 솟은 햇빛은 더 이상 마탑의 안을 깊게 비추지 못했다.

“저, 비슈누 님.”

“응? 왜 그러니? 도영.”

“토대인 공의 몸에 무언가 문제가 있나요?”

“피히히히! 그게 궁금해서 계속 표정이 뚱했구나? 걱정이 됐겠지?”

“…… 네.”

해맑게 웃는 꼬마. 엘렌이 도영과 비슈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자신의 머리를 쓸었다.

“너는 좋은 스승을 고맙게 여기고 네 수련에 집중하면 된단다.”

“제가 묻는 건 제 일이 아닌데요.”

도영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고 있었다.

“토대인 공도, 비슈누 님도 몸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으시잖아요.”

“도영 씨, 말투를 조금 공손히…….”

엘렌이 도영을 막으려 했지만 비슈누가 손을 들어서 멈추고 하고는 싱글싱글 웃었다. 그리고 마치 깃털처럼 공중으로 휙 날아올라 도영의 어깨에 올라 걸터앉았다.

“합마는 지금 내가 전력으로 공격해도 이길 수 없단다. 그만큼 강하고 완성된 사람이야. 걱정하지 말거라. 그의 강함은 네가 가장 잘 알지 않겠니?”

“그, 그야…….”

“그럼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아무 때나 출발하도록 하거라. 마성궁 문지기들에게는 미리 말해뒀어.”

도영의 어깨 위에 앉아있던 그녀가 자연스럽게 날아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50층의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도영과 엘렌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엘렌이 비슈누의 방 쪽을 계속 쳐다보다가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도영의 앞으로 와서 몸을 숙여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엇, 엘렌 씨, 왜요?”

“여기 오래 있을 수는 없어요.”

“안 되는 건가요?”

“도영 씨를 데리고 온 토대인 공도 이제 돌아가셨고, 도영 씨가 여기 머무르려면 저를 동행자로 등록해야만 해요. 하지만 저도 비슈누 님을 만나지 않고 있으니까, 여기 50층엔 오래 있으면 규칙을 깨는 게 되겠죠?”

그것이 탑의 원칙. 애초 엘렌이 50층을 출입하는 것도 도전 이외의 출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최근 한 제국과의 교류에서 사신 역할을 하며 부쩍 비슈누와 볼 기회가 많았던 것이었다.

“아, 그래서 비슈누 님이랑 서먹서먹한 거네요?”

“자주 뵌 분이라고는 할 수 없죠.”

1층으로 내려온 그들. ‘승강기’라고 부르는 그것에서 나왔을 때 도영의 눈에 어쩐지 낯이 익은 사람이 나타났다.

“응?”

“엇, 너는?”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도영과 과거의 기억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상대. 그리고 잠깐 흐르는 정적. 엘렌은 이미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영의 입술만 쳐다보았다.

단단하고 호전적인 외모와, 불에 그을어 갈색으로 변해버린 머리카락. 도영이 평가전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작가의말

도영 : 이름이......?

 

------------------

평가전 파트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을 나중에 더 많이 활용할 겁니다. 아무래도 곧 활용할 기회가 많아지겠죠? 그런데 29일이 입대라서 문제군요.

 

지금 자세히 보니까, 한글 워드에서는 가운뎃점을 활용한 말줄임표를 제대로 썼는데, 여기서는 그냥 온점 6개로 찍혀버리네요. 보기가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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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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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4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8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9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5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6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70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7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8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3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9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3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5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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