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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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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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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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2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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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DUMMY

- 제54화. 무너지는 것 -




제가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습니다.


- 토대인 합마.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방에서 모두에게.




“어, 올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데에만 한 세월 걸려서 지겨워 아주 돌아가시겠더군.”

이번에도 도영의 칼을 받아든 이후에야 도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슈리 하워드가 받아든 칼을 이리저리 날카롭게 보면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여전하시네요.”

“강산이 변하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 몸의 실력은 녹슬지 않지. 그런데 이 칼 이거 겉으론 괜찮아도 속이 끙끙 앓고 있어서 당장 손을 좀 봐야겠는데 내 생각엔 합마 형이랑 칼을 겨루었나보네?”

“아, 네. 토대인 공께서 대련을…….”

어쩐지 말을 하는 것이 너무 빠르고 앞뒤가 잘 안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대강 뜻은 전달이 되고 있었다. 도영의 칼을 곧장 화덕 앞으로 가져가 놓아두고는 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아, 이것도 좀 봐주세요.”

“무슨 소리야? 지금 이 몸한테 일말의 연고도 없으면서…… 아니다 그건 아니구나 어쨌든 친하지도 않으면서 한번에 두 개의 칼을 맡기겠다는 말이냐?”

도영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내밀었다. 그것은 마탑에서 정진의 증표로 받은 토대인 합마의 칼. 슈리가 말을 계속 하려다가 그 칼을 보고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공손하게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았다.

“이건…….”

“토대인 공이 주셨어요.”

“…….”

말이 끊어진 그의 모습에 도영이 약간은 어색한 감정을 느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슈리는 한참을 그 칼집에서 뽑지도 않은 칼을 보고 있다가 도영의 칼 옆에 그것을 놓아두고 자신의 움집으로 향하며 손짓으로 따라오라 시켰다.

“도영, 좀 누추하지만 여기서 쉬어라.”

“보고 있으면 안 되나요?”

“보지마라. 혼자 해야겠다. 잠이라도 푹 자고 있어.”

“아, 네.”

이상했다. 하지만 뭐라 할 수 없었다. 토대인 공이 시킨 일이었고, 단지 칼을 맡겼을 뿐. 이미 슈리 하워드의 실력은 알고 있었고, 지금 자신의 것이 된 두 칼을 확실하게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장인인 것은 분명했다.

움막 안으로 새하얀 빛이 줄기로 새어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안에서 앉아 그 빛만 바라보던 도영은 햇빛의 온기가 몸에 닿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스승의 말을 떠올렸다.

‘부작용을 이기는 수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막막한 것이 사실이었다. 여태까지 그저 기운을 제한당한 채로 버텼던 세월이 평생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줄어든다는 말일까. 무사 학교 시절에 기본기 연습 등을 낮에 했을 때에도 그러한 부작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부작용은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부작용을 줄이는 건 당장 어떻게 해야할 지를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다른 방법은 알 수 있지.’

생각이 깊어졌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점점 햇빛의 기운이 약해지면서 도영의 기운도 살아나고 있었다.

‘억압받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강할 수 있게 훈련하면 돼.’

그렇게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쳐서 팍! 소리가 났을 때, 움막 안으로 슈리가 들어왔다.

“반나절 넘게 걸렸군. 나와라.”

하늘은 보라색에서 점점 검게 변하고 있을 무렵, 저 멀리 초승달이 떠 있었다. 그 엷은 어둠에서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화덕의 옆에 두 자루의 칼이 준비되어 있었다.

“합마 형 칼은 너 쓰기 좋게 바꿨다.”

“예에?”

“내 인생 몇 안 되는 걸작인데 형태를 바꾸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이젠 네 칼이니까 마음 썼다.”

상태가 호전된 자신의 칼과, 그 칼의 형태과 똑같게 변한 토대인 합마의 칼. 두 자루의 칼을 들고 다녀야할 일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분명히 둘 모두 도영의 것이었다. 칼의 코등이와 손잡이, 그리고 칼날을 따라 생긴 물결과도 같은 문양이 두 칼의 차이를 나타냈다.

“도영.”

“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황도로 가라.”

“그래도 괜찮아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그의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인지 알 길이 없는 도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

해가 다시 떠올랐을 때 도영은 새롭게 제련된 두 칼을 허리에 차고 슈리에게 인사를 하며 나왔다.

“여, 도영.”

“네?”

“칼을 물려받았다는 걸 잊지 마라.”

“…… 무슨 뜻이에요?”

“나중에 이해하게 될 거다. 얼른 가. 이제 귀찮으니까.”

도영이 왔을 때부터 어쩐지 슈리의 기분이 내려앉은 모양이었다. 도영으로서는 그가 왜 갑자기 말이 적어졌는지, 왜 기분이 가라앉아 흔들리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영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떠날 때, 그 뒷모습을 슈리가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자루의 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제자.

“합마 형님…….”

날씨는 천연덕스럽게 맑기만 했다.




황도 관문.

“……?”

해가 중천에 떠 있는 화창한 오후, 관문에서 신분을 대고 황도의 안으로 들어섰으나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수선함. 그 안에 섞인 혼란과 불안.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양이, 황도에 흑검사 사건 외에 다른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도영은 일단 귀환 보고를 하기 위해 최태선 정공의 집으로 향했다. 길을 찾는 것이 조금 어설프다고 해도 그 사람의 집은 황도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수준이니 상관없었다.

“……?”

순간 무언가 안 좋은 느낌이 들어서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언젠가 느낀 적이 있는 ‘낌새’.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조금 더 넓은 공간 안에 무언가 껄끄러운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착각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순간 느껴졌던 것뿐, 더 이상 느낌이 나지 않았다. 곧장 최태선 정공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익숙한 모습의 남자와 마주쳤다.

“어?”

“아…… 도영 씨?”

“저, 죄송한데 이름이……?”

“자바 비스타에요. 오랜만이네요.”

쪽빛 머리카락을 가진 날렵한 무사, 평가전에서 고유 기술로 도영에게 타격을 주었던 능력자였다. 그녀가 최태선 정공의 집 근처에서 도영과 마주친 것. 역시 도영은 사마염과 마찬가지로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황도에 무슨 일이 있나요?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하네요.”

“모, 모르셨어요? 지금…… 아니, 도영 씨 일단 귀환 보고부터 하세요.”

“……? 네.”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얼굴은 황도 전체가 지금 벌어진 무언가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간단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지나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최태선 정공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거대한 저택 앞에 다다랐고 사병들에게 신분을 증명한 뒤 저택 내 회의실로 향했다. 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순백의 옷을 입은 무사 두 명. 그리고 도영의 친구.

“도영.”

“어, 오랜만이야.”

박동균이 먼저 그가 온 것을 보고 그를 부르자 백영단인 카르셀리아 오네이트와 인상이 거칠지만 박동균과 어쩐지 느낌이 비슷한 남자가 휙 돌아보았다.

“돌아왔구나.”

“처음 보는구먼. 토 공의 제자. 나 얘 스승인 칼 슈미트여.”

도영은 무언가 여태까지 쌓아온 상식을 뒤흔드는 말투에 잠시 당황했지만 박동균과 함께 있을 때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금세 정신을 차리고 정중히 인사했다.

‘토 공? 설마 토대인 공?’

이곳도 분위기는 꽤나 무거웠다. 그때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발타자르와 강만호가 걸어나왔다.

“응?”

“제1 호위무사 에스던 도영, 발타자르 정공께 귀환 보고합니다.”

“어어, 왔구나.”

여기까지도 뻗친 어두운 분위기. 도영이 모두를 둘러보고는 어설프게 웃으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발타자르는 말없이 손짓으로 그를 따라오게 하고는 최태선 정공의 집에서 걸어 나왔다.

“무슨 일인데요?”

“가보면 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토대인 합마의 집. 수많은 사람들이 토대인의 집 앞에 국화꽃을 들고 줄을 서 있었고, 발타자르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집 안에는 그 사람의 방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 이게 뭐예요?”

“보는 그대로다.”

사람들이 차례로 국화꽃을 올리며 절을 하거나 묵념하였고, 빈소를 지키고 있던 고현충이 모두를 맞아들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장난이 지나치세요.”

“장난 아니야.”

셀 수 없이 많은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이건 도대체…….”

고현충이 차례를 기다리던 조문객들을 잠시 멈추게하였다. 그리고 아직도 상황 이해가 되지 않은 도영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선생님?”

“흑검사와 싸운 후로 그릇이 망가지셨다. 아마 지난 한달 반 정도 동안 당신의 그릇이 서서히 부서지는 걸 느끼고 계셨을 것이다.”

그가 도영의 머리를 잡고 토대인 합마의 이름이 적힌 패를 똑바로 쳐다보게 했다. 도영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네 스승의 말씀들을 잊지 말거라.”

“이럴 수가…….”

굳어버린 도영의 얼굴.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옮겨 향이 피어오르는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억하거라.”

고현충은 도영이 그 앞에 무릎을 힘없이 꿇는 것을 보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너는 강한 스승님으로 기억하거라.”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정작 본인은 눈물이 턱밑에 맺혀 떨어질 때까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까지 강하기만 했던 스승과, 지금 앞에 놓인 장례식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부…… 전부……!”

“유언은 한 마디 뿐이야.”

발타자르가 도영의 옆에 조용히 무릎을 꿇으며 그 명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영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네 탓이 아니다.”

“아니에요…… 마탑에서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렇게 갑자기……!”

“너에겐 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고 했어.”

“가, 가족은 어디 있어요? 아들이 있다고 하셨어요! 왜 선생님 혼자 여길 지키고 계세요!”

“도영…….”

고현충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발타자르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만호와 서로 쳐다보며 눈빛으로 무언가를 주고받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영. 합마의 아내는 아이를 낳다가 사망했다.”

“그, 그건 알고 있는데…….”

“아들은 전쟁 도중 암살당했다.”

“…… 네?”

“너는 합마에게 수제자이기도 했고, 아들이기도 했어.”

“그, 그럼 지난 한 달은 전부…….”

넋이 나가 움직이지 않는 도영. 그 옆에서 발타자르가 다시, 토대인 합마가 그에게 남긴 유언을 가르쳐주었다.

“네 탓이 아니다.”

유언. 그것만으로 도영 안의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으…… 으아아아아아아!!”


작가의말

좀 허무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밑밥을 계속 깔아왔던지라... 임종에 관해서는 각 화 서두에 조금씩만 쓸 생각입니다. 그 장면을 제대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길게 하는 것보다 짧게짧게 한 마디씩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마 화요일 전에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부는 끝내야죠.

 

 

 

등장 인물 및 추가 정보.
1. 칼 슈미트
키 184cm. 짧으면서도 감각적으로 관리한 흑발. 외견상 호리호리하면서도 매우 날렵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여심을 꽤나 흔들 것처럼 생겼으나, 대화를 해보면 말투가 상당히 독특하여 타인이 가지는 환상을 가차 없이 깨버린다. 다만 그 말투가 좋은 넉살이 되어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과도 거리낌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사로서 굉장한 수준이라는 것은 ‘백영단’이라는 지위가 입증한다. 직접 주먹이나 다리 등으로 타격하는 체술 계열 기운 운용이 백영단 중에서 가장 뛰어나, 백영단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진 검명 무사시도 일단 근접 격투전으로는 대결을 피할 수준이다.
도영의 몇 안 되는 친구인 박동균의 직계 스승으로, 박동균이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일하고 있을 때 마주친 이후로 그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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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57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4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8 5 13쪽
»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9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3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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