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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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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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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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 제56화. 시작점

DUMMY

- 제56화. 시작점 -




그리고 형님…… 발타자르 공. 나라를 부탁합니다.


-토대인 합마, 임종 직전.




“이미 평화 체제는 무너졌소. 우리가 먼저 거점을 장악하고 있는 편이 낫지 않겠소?”

“아무리 그래도 연화국은 국지전이 있었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우방국이었습니다. 동시 대응 체제로 나가야합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우리 병력을 타국 땅에서 죽게 하자는 것이오?”

이리저리 오가는 목소리에 크로이체르가 그 목청의 위치를 따라 눈알을 휙휙 굴렸다. 딱 한 마디로 최태선 정공 계열과 비 최태선 정공 게열로 나뉘어 있었다. 이는 크로이체르만이 아니라 최태선, 발타자르 모르디, 강만호도 잘 알고 있었다.

“정공.”

“공의 의견은 어떠시오?”

말을 가만히 지켜보던 발타자르가 최태선에게 낮게 말을 걸었다. 그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다른 관료들은 모두 난잡한 토론을 하고 있었고, 크로이체르와 강만호, 브라이언 정도만이 그 두 사람에게 집중했다.

“동의합니다. 일반병 2만과 무사 500을 항시 출정 대기 태세로 남서 전선에 배치할 것을 건의하지요.”

발타자르의 입에서 말이 끝난 시점에 브라이언이 탁자를 똑똑 쳐서 시선을 모았다.

“무사 500이면 절대 적은 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가 아니라 ‘누구’를 보내느냐, 아닙니까?”

“과연 인사부의 수장답소.”

발타자르가 기다렸다는 듯이 강만호를 향해 돌아보지 않고 손을 내밀었고, 강만호가 그 위에 미리 준비해둔 명단을 올렸다.

“500명의 무사 명단이오. 인사부장이 병부령과 함께 직접 검토해주시오.”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검토 끝내고 동의 여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는 길지 않았다. 애초 발타자르는 강만호와 함께 회의의 진행을 예측하여 준비해둔 상태였고, 최태선 역시 그 흐름을 예측하여 동조했다. 최태선의 동조는 곧 그 계열 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그것이 비 최태선계 인사들에게는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었으나, 발타자르의 지휘에 의해 진행되는 회의에 대해 불만을 표할 사람은 없었다.

‘모든 발언에 대해 우리보다 한 수 더 높은 답을 준비해놓고 있었군. 완패다. 역시 강만호인가.’

‘만호 덕분에 회의가 편했군. 그런데 태선이는 왜 이렇게 호의적이지? 불안하게.’


최태선 정공의 집.

“자고 있는가?”

“예!”

“목소리를 낮추게.”

“예.”

무사시의 거처 앞에 다다른 최태선 정공이 거처를 지키는 사병의 어깨를 토닥이며 돌아섰다. 호위무사로서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던 자가 점점 잠이 길어지고 있었고, 덕분에 최태선은 브라이언이 지원해준 무사 3명을 곁에 두고 생활하고 있었다.

“정공. 죄송합니다.”

벌컥 문이 열리며 무사시가 잠이 덜 깬 얼굴로 걸어 나왔다. 그럼에도 옷차림은 호위 무사로서 잘 갖추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잤던가?”

“잠깐 앉아 쉰다는 것이…… 죄송합니다.”

“요즘 들어 잠이 부쩍 많아진 것 같은데, 기운을 보하는 약이라도 먹어야 되겠구만.”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건…… 괜찮습니다.”

“그런가, 일단 자네 방으로 잠시 들어가겠네.”

무사시의 방은 여느때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최태선의 집에서도 유일하게 하인을 들여서 따로 정리하지 않는 방이었지만, 그의 성격과 부지런함이 맞물려 그 어떤 곳보다도 깨끗한 곳이었다. 넓은 방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서 마주앉은 후,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보다 자네 이제 호위무사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아.”

“!!”

난데없는 사직 권고에 무사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위는 브라이언이 보내준 무사들로 쓸 예정이네. 자네는 북방의 호포국 접경지대를 총괄해주게.”

아무리 북방 경계작전의 최고 책임자라 하여도 정공의 호위무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좌천이었다. 하지만 무사시는 방금 전까지 자고 있었던 자신의 침대를 돌아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 밖에 누구 있느냐?”

최태선이 문밖을 향해 소리치자 3초가 지나지 않아 하인 한 명이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를 확인한 최태선이 평소보다도 낮게 목소리를 깔아 무사시의 방 주변 모든 인원을 자신이 나갈 때까지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주변을 직접 돌아보았다.


브라이언 데이비스의 집무실.

땅거미가 지고 있어 점점 어두워지는 시점, 브라이언의 앞에 카리야 아기토가 서 있었다.

“밀담?”

“예.”

브라이언이 낮에 강만호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500명의 명단’을 한창 검토하다가 카리야의 보고에 눈길을 돌렸다.

“그럼 왜 다 듣고 오지 않았지?”

“정공께서 ‘그 기운’을 쓰셨습니다.”

“그 정도로 은밀한 대화인가…….”

정공. 한 제국에서 황제를 제외한 최고의 자리. 그 자리에 오르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들 중 하나는 최태선의 ‘기운’이었다. 어떻게 보면 ‘재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결정적인 정치적 강점.

“무사시를 지켜보려 너를 그림자로 넣었거늘…… ‘간파’ 앞에선 소용이 없구나.”

“면목 없습니다.”

“아니, 기운 상성이라는 것은 있으니까.”

자신이 내놓은 명제에 반하는 외부적 행위를 시기를 불문하고 모두 식별해내는 ‘간파의 눈’. 그것이 최태선 정공의 기운이었다.


토대인 합마의 집.

“또 여기 있나? 네가 이러고 있으면 발타자르 공은 누가 지키라는 거지?”

“카르셀리아 씨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배쉬 히스로드가 토대인 합마가 썼던 방으로 오니 역시나 도영이 방 구석에 앉아 멍하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이럴 줄 알고 찾아온 거긴 한데…… 오늘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 무슨 소리에요?”

“토대인 공은 일단 상속자가 없으니까. 글쎄…… 애초 너한테 물려주실 생각은 없었나보다. 유언에도 그런 건 없었지.”

도영이 배쉬의 말에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겠어요.”

“뭘?”

“토대인 공은 내게 ‘단련’에 대해서만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앞으로 뭘 할지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배쉬는 그의 흐리멍텅한 눈빛에 일시적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은 듯했지만 금세 억누르고 뒤통수를 긁고는 돌아섰다.

“어쨌든 난 전해줬다. 강만호 부관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으니까.”

“만호 형이?”

“이러고 있는 너보다는 내가 더 바쁘다.”

배쉬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 정문을 향하여 걷다가 다시 도영을 향해 돌아보았다. 아직도 앉아서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너, 고민 중인 거냐? 아니면 그냥 멍한 상태냐?”

“…….”

“남한테 뭔가 말해주고 그런 성격은 아닌데, 네가 모르겠다는 거 내가 답을 줘?”

조용히 도영이 배쉬를 향해 쳐다보니, 배쉬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팔을 벌려 보이며 웃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자기 일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넌 그럼 누가 말 안 해주면 아무 것도 못하냐? 생각보다 하찮은 녀석이었군.”

도영의 말을 끊으며 퉁명스럽게 받아치는 배쉬. 도영은 말문이 막혀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그를 보기만 했고, 배쉬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 정문을 통해 사라졌다.

“…….”

도영이 이번에는 집 전체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바라마지않는 선공(宣公)의 자리에 있었던 최고의 스승. 그러나 비어버린 집은 평범하였다. 그저 그가 살았던 집이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이었다.

문득 고현충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에 있는 토대인 합마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발타자르 모르디의 집무실 앞.

“어, 왔어?”

“만호 형.”

“음?”

강만호가 자신의 책상에서 발타자르 모르디의 부관으로서 무언가 계속 일을 하던 중에 도영을 보고는 먼저 반응했다. 집무실 안에서 호위 때문에 대기하고 있던 카르셀리아 오네이트가 도영의 목소리를 듣고는 빼꼼 내다보았다.

“전쟁…… 얼마나 걸릴까요?”

“야야, 내가 아무리 이것저것 다 하고 다녀도 그건 몰라.”

“…… 우리나라에 전쟁이 오기 전까지 휴가 신청할게요.”

“네가 지금 무슨 생각 중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전쟁이 왔다는 건 어떻게 알려고?”

도영이 따로 답을 하지 못하자, 강만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불가능해. 이 상황에 너 정도의 무사를 무작정 보낼 순 없어. 그리고 넌 애초에 정공의 호위무사잖아.”

강만호의 강한 반대에 도영이 토대인 합마의 검을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그를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강만호는 어이가 없었는지 손가락으로 도영의 눈을 가리켰다.

“그런 눈 하지 마! 못 보내는 이유는 이걸로도 충분해!”

“무슨 일이야? 왜 언성이 높아져?”

그때 집무실에서 빼꼼히 보고 있던 카르셀리아의 머리 위로 발타자르 모르디의 머리도 쑤욱 튀어나왔다.

“아, 정공.”

집무실로 들어간 그들. 발타자르의 책상 위에는 검토해야할 문서들이 어림잡아 사람 키 높이만큼이나 쌓여있었다.

“흐음,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나?”

“없어요.”

“당당하네.”

카르셀리아가 도영이 앉은 소파 뒤에서 그의 머리를 톡톡 손바닥을 쳤다.

“호위야 무사시와 고현충에게 말하면 카르셀리아로 완전히 조정을 해줄 테니 걱정은 없네만, 월급은 줄 수 없어.”

“정공 말씀대로야. 그리고 돈도 문제겠지만 전쟁통에 국경을 넘는 것도 쉽지는 않을 테지. 요약하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원색적이네요.”

카르셀리아가 이번에는 강만호의 요약에 안타까운 듯 고개를 내저었다. 도영은 그 말을 들었어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물론 여기까지 말한 건 ‘너의’ 문제야.”

“제 문제요?”

“만호의 말은 네 입장의 문제 말고도 다른 게 있다는 뜻이란다.”

강만호가 자신의 가슴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과 펜을 하나씩 꺼내더니 무언가를 끄적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정공께서 말씀하신 대로야. 넌 일단 한 제국 무사로 등록되어있어. 전쟁이 본격적으로 닥치게 되면 복귀를 하는 게 맞겠지. 물론 강요는 할 수 없겠지만, 네 능력은 분명히 큰 전력이 되니까. 한 제국 입장의 문제는 여기서부터야. 너 정도의 전력을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어떻게 바로 귀국시킬 수 있느냐?”

발타자르는 그 설명을 들으며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발목을 까딱거리다가 손가락 스냅으로 딱! 소리를 내며 강만호에게 물었다.

“방법이 있잖나.”

“제 선에서는 해결 불가라서 조용히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해줘야겠군.”

강만호가 문득 발타자르의 책상을 돌아보았다. 쌓인 문서만큼이나 발타자르의 눈밑은 검은 기운이 감돌았다.

“메모지 한 장 줘 봐.”

“아, 예.”

강만호가 자신의 수첩에서 한 장을 대충 뜯어서 펜과 함께 내밀자, 발타자르가 자신의 서명을 한 글귀를 적어 도영에게 내밀었다.

“어쨌든 네가 ‘상황이 급박하다’라는 것만 알면 되겠지?”

“아…… 네.”

“그럼 이걸 들고 그 녀석에게 가 봐.”

“누구요?”


크로이체르 폰 바스카의 임시 집무실.

“그런 용무로, 너한테 도움을 청하러 왔다.”

“뭐?”


작가의말

크로이체르 : 너 선공한테 존댓말은 안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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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휴가 중입니다. 아직 상꺾도 되지 못하였으나 작게나마 한 편 올리고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0 李神
    작성일
    14.12.10 19:58
    No. 1

    내용이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래도 군생활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전 안그랬는데 가끔 군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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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취업 준비 및 시놉시스 작성 +1 15.12.03 175 0 -
» 수행 - 제56화. 시작점 +1 14.12.10 224 3 11쪽
56 발발 - 제55화. 그의 죽음 +1 13.10.28 447 5 13쪽
55 발발 - 제54화. 무너지는 것 +2 13.10.27 368 5 11쪽
54 발발 - 제53화. 제국 수습 +2 13.10.24 652 5 12쪽
53 발발 - 제52화. 그의 칼 13.10.18 684 5 11쪽
52 발발 - 제51화. 조짐 +1 13.10.13 425 6 13쪽
51 발발 - 제50화. 달의 능력 +1 13.10.05 369 11 12쪽
50 발발 - 제49화. 붉은 기운 +1 13.09.29 546 10 13쪽
49 발발 - 제48화. 마탑 +1 13.09.23 477 10 11쪽
48 발발 - 제47화. 단독행동 +1 13.09.14 481 9 10쪽
47 발발 - 제46화. 생존 +2 13.09.09 372 10 13쪽
46 혼란 - 제45화. 논쟁과 반응 13.08.28 428 10 13쪽
45 혼란 - 제44화. 파괴 +1 13.08.21 491 8 12쪽
44 혼란 - 제43화. 불길한 그림자 13.08.19 791 11 11쪽
43 혼란 - 제42화. 친구 13.08.17 712 10 13쪽
42 혼란 - 제41화. 복귀 명령 13.07.10 900 10 13쪽
41 혼란 - 제40화. 악수(惡手) +1 13.06.27 970 10 13쪽
40 혼란 - 제39화. 새로운 스승 +1 13.06.09 807 13 12쪽
39 혼란 - 제38화. 스승의 필요 13.05.27 982 8 11쪽
38 혼란 - 제37화. 힘의 축 +1 13.05.16 2,272 12 11쪽
37 혼란 - 제36화. 회복력 +1 13.05.12 895 12 15쪽
36 혼란 - 제35화. 생각과 상황 +1 13.05.07 1,021 10 10쪽
35 혼란 - 제34화. 결단과 마무리 +1 13.05.04 1,896 11 12쪽
34 혼란 - 제33화. 균형과 균열 13.05.01 799 11 13쪽
33 평가전 - 제32화. 알현과 전언 +1 13.04.28 754 10 13쪽
32 평가전 - 제31화. 우뚝 선 자 +1 13.04.24 1,719 12 13쪽
31 평가전 - 제30화. 생각과 대결 +1 13.04.14 802 11 13쪽
30 평가전 - 제29화. 식사와 만남 +2 13.04.07 715 9 10쪽
29 평가전 - 제28화. 정공의 아들 +1 13.04.01 85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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