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말
을지뢰인저 님께서 후원금을 주셨습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제가 ‘인간’이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그때도 후원해주셨던 독자님인데 이렇게 또 후원을 해주시네요.
사실, 인간이라는 작품이 참 애증의 작품입니다.
좋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인기가 없어서 될 대로 되라, 완결만 내자는 마음으로 써서 제 스스로 글을 망쳤습니다.
원래 인기가 없었는데, 유료화 이후 욕심을 부리느라 초심 잃고 이것저것 이상한 설정 집어넣다가 더 그렇게 됐지요···.
너무 연예물을 쓰고 싶어서 완결만 보고 달렸던 것도 같습니다.
제 글의 문제가 필력인지 소재인지를 고민하다가 내린 악수였습니다.
정작 그렇게 쓰고 싶었던 연예물도 쓸데없이 주인공의 내면적 성장 어쩌고 하면서 더 망쳤습니다.
너무 의욕만 앞세워선지 몇 달간 도입부만 썼던 암울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감평 받아보면 호평을 들으니 좋았습니다.
더 좋은 글을 써봐야겠다는 욕심에 이것저것 주인공에게 사명감을 넣고 더 더 과하게 멋진 글만 보다가 망했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연재하고 일주일 후.
직감했습니다.
아, 이번엔 진짜 제대로 망했구나.
누군가 그러더군요.
글을 너무 고고하게 쓰려는 것 같다고.
장르 소설보단 일반 소설에 어울리는 글만 쓰는 사람 같다고요.
아닌데···.
확실한 건, ‘다시 매니저’란 글을 쓸 땐, 감히 인간 독자님께 선호작 쪽지를 보낼 수 없었다는 거지요.
인간처럼은 안 쓸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다시 매니저도 트렌드와 클리셰를 버무려 쓴 글은 아니었고.
두 개의 완결작이 있는데, 둘 다 애매합니다.
인기가 많았던 글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뿌듯한 글도 아니고.
근데 두 개의 소설을 쓰면서 제 개인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경우 처음엔 즐겁게 썼습니다.
다시 매니저는 설렘이 컸습니다.
“이 작품으로 나도 전업 작가가 될 거야!”
쓰는 것만으로 재밌었던 기억이 있는 글과 그렇지 못했던 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 작품 모두 중반이 넘어간 이후부터 완결 의무감에 썼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인간은 제 고집대로 썼을 거고.
다시 매니저는 쓰지 않을 겁니다.
두 개의 작품을 완결한 제 경험으로 보건대.
전 전업 작가 할 만한 감이 아닙니다.
다만, 글쓰기는 좋아합니다.
인기가 없어서 끝까지 즐겁게 쓸 순 없겠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킬러조무사라는 글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장르와 맞지 않은 글을 왜 장르 소설 플랫폼에 올리냔 소리도 들었는데, 올릴 데가 여기밖에 없습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이 여기에 계시잖아요.
전 문피아와 문피아 독자님들을 사랑합니다.
그런 의미로 자주 봅시다!
제가 썼던 글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글은 아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야구가 말했다.’라고 다시 매니저가 망삘이라 동시 연재하던 스포츠물입니다.
10화 썼는데 선작이 100 정도 찍혔던,
제 필력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더군요.
다시 매니저를 쓸까 이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다시 매니저를 쓴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시 매니저가 그나마 쓰는 게 재밌어서···.
야구는 좋아하는데, 야구 소설을 쓰려니 곤욕스럽더라고요.
남들 따라 하는 것 같고···.
이게 왜 재밌는 건지도 모르겠고···.
상태창도 원해서 넣은 게 아니라 남들 다 넣으니까,
재밌어하는 것 같으니 넣었고···.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재미를 못 느끼겠다는 겁니다.)
제 첫 번째 고질병입니다.
제가 재미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조금이라도 재밌어야 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고질병은 지나치게 참신함에 집착한다는 거죠.
남이 이미 쓴 이야기, 비슷한 이야기는 매력을 못 느끼겠습니다.
실존인물, 프로그램도 등장시키는 게 좀 민망해요.
연예물도 그래서 망했나 싶습니다.
주인공이 어떤 작품에 배우를 꽂아 넣어야 할까 고민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소재에 그쳤던 것들을 집어 넣고 그랬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연예물을 끝까지 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소재는 많은데 감히 쓸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껏 집어넣었지요···.
하늘 아래 완전한 창작은 없다는데, 그래도 정말 기발하고 참신한 창작이 있긴 하잖아요···.
제 꿈이 너무 커선지, 뻔한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설명충.
네 번째는 독서량의 부족.
이게 가장 큽니다.
다수가 재밌다고 하는 글이 왜 재밌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전업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클리셰가 뭔지도 잘 몰라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제가 재미없으면 뭘 못 합니다.
돈을 많이 줘야 합니다···.
근데 책이라는 게 돈을 내고 읽지, 돈을 받고 읽진 않잖아요···.
넋두리가 길었는데,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를 기억하고 찾아와주신 을지뢰인저 님을 비롯해 인간 때부터 독자이신 분들 새롭게 독자가 되신 분들께 약속드리기 위해섭니다.
이번 글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을 끝까지 쓰겠습니다.
후원금과 정말 오랜만에 보는 호평 댓글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내 색깔은 이거다.
나는 송충이다.
힘들겠지만, 즐겁게 쓰겠습니다.
여러분도 제가 쓴 글이 재밌다면 즐겁게 따라와 주십시오.
인간을 마무리하고 작가의 말에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작가와 독자로 만나는 날이 있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선호작 쪽지 받고 오신 분들이라 엎드려 절받은 건데···.
노력하겠습니다!
연참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후원, 추천, 성원 전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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