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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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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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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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6. 5막 2장 - 악마의 탑 (1) | Glinda

DUMMY

대부분 동화에서 나오는 악마의 탑은 검은색으로 칠해진다.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왜 검은색이 악마의 상징이 되었지?

이 책의 내용은 그에 대한 필자의 고찰이 담긴 것이다.


- `검은색은 악마의 색이 아니다.` 머리말, 에니카 트라우저, 훗날 악마 숭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종신 연금형에 처해짐 -


마법사가 제정신이 아니다. 말 그대로 미쳐버린 게 분명하다. 자기 자신을 찾으려다 미쳐버리다니. 불쌍한 마법사.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마법사가 일행의 가장 앞에서 팔을 휘적이며 걸어간다. 그 뒤에서 에스나가 따라간다. 걸음을 보니 마법사와 가까이 있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마법사님은 왜 저래?"

맥은 내 뒤에 숨어서 마법사를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마법사가 저렇게 변하는 동안 자고 있었으니 아무것도 모르지.

살짝 뒤를 돌아 맥을 바라본다. 겁먹은 얼굴이 너무 불쌍하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냥 그런 게 있어."

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맥은 얼굴을 찌푸린다. 그렇다고 내가 이해 못 한 걸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

에스나에게 철학적인 대답을 받고 잠시 고민하더니 저렇게 변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은 것 같다. 그건 좋은 일이긴 한데···. 저 상태는 역시 조금 그렇지?

마법사는 내 마음이 어떻든 간에 매우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걱정되는 것은 신경과민일까?

"정지."

앞서 가던 마법사가 손을 들어 올린다. 에스나는 곧바로 걸음을 멈춘다. 나는 한 걸음 움직이고 걸음을 멈춘다. 맨 뒤의 맥은 신호를 못 봤는지 나와 부딪히고 만다.

"미안."

맥은 내 눈총을 받고 작은 목소리로 사과한다.

"무슨 일입니까?"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어."

으엑. 마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스나가 등에 메고 있는 검과 방패를 꺼내 든다. 마법사는 양손에 화염구를 만들어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맥은 몸을 떨며 내 뒤에 몸을 숨긴다. 아. 이 인간도 어떻게 해야지.

"적은 어디 있습니까?"

"정면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어."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에스나가 방패를 세워 몸을 가리고 앞으로 나간다. 마법사는 나와 맥을 보호하려는 듯 살짝 뒤로 물러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발바닥에 진동이 전달된다. 작은 자갈들이 진동하며 움직인다. 멀리서부터 무거운 무언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보았던 거대한 곰과 비슷한 상황.

"이거 좀 위험한 거 아닙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에스나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마법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대답한다.

진동은 거세져 간다. 땅이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주변의 나무도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다.

"으아아! 어떡해요!"

겁이 많은 맥은 내 팔을 붙잡고 소리 지른다. 한숨이 나온다.

"으아아. 저건 뭡니까?"

제일 앞에 서 있던 에스나도 맥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 도대체 뭘 봤길래. 진동이 더 거세진다.

"으아아. 저건 뭐냐?"

내 앞의 마법사도 같은 소리. 멀리서 점 비슷한 게 다가온다. 빠르게 커져 오고 있다.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멧돼지인가? 길쭉한 입과 주변의 엄니. 커다란 눈과 튼실한 다리. 멧돼지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데 저 크기라면···.

"으아아! 저게 뭐야!"

나도 같은 소리를 질러버렸다. 멧돼지는 더 가까이 다가온다. 꾸이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땅을 흔들며 그 거대한 몸집이 점차 가까워진다.

"우와. 저건 못 막겠는데요?"

"역시 그렇겠지?"

마법사가 머리를 긁적인다. 확실히 사람이 혼자 막아낼 크기는 아니다. 조금 과장해서 집채만 한 크기다. 저런 게 우리에게 달려오다니. 무시무시하네.

"어떻게 합니까?"

에스나가 방패를 든 채로 마법사를 향해 돌아본다. 마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좋은 생각이 있어."

"기왕이면 빨리합시다."

마법사가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집채만 한 멧돼지는 더 가까이 다가온다.

"으아! 우리 어떡해!"

맥의 비명은 무시하자. 멧돼지의 모든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멧돼지가 아니다.

왼눈은 흘러나와 덜렁거린다. 오른 다리는 뼈가 훤히 드러나 있다. 가죽 곳곳에 상처가 보인다. 심지어 배에서는 내장이 흘러내려 덜렁거린다. 살아있다고는 믿기 힘든 상태.

"좀비! 아이작 언데드입니다!"

"제기랄! 여기도 그런 게 있구나!"

네? 마법사님이 살던 곳도 언데드가 있었나요? 라는 질문은 하지 못했다. 좀비 멧돼지가 너무 가까이 왔거든.

"제기랄!"

에스나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방패를 내세운다. 눈을 감았던 마법사가 눈을 뜨며 땅을 손으로 내려친다.

"중력 역전!"

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몸이 붕 떠오른다. 비행 마법으로 날았을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그때는 날아다닌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누군가 나를 공중에 던진 것 같다.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공중에 떠오른 에스나가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오른 마법사에 질문한다.

"평범한 마법."

"제기랄. 이게 평범입니까?"

에스나가 마법사의 평범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효과는 굉장했다. 우리가 서 있던 자리를 좀비 멧돼지가 휩쓸며 지나간다. 공중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다 깔려 죽었을 거다.

멧돼지는 갑자기 사라진 우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위로 올라갔다는 걸 모르는 건가?

"호오. 돼지는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는 게 진짜였구나."

마법사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띠고 화염구를 만들어내 멧돼지를 향해 던져댄다.

멧돼지는 머리 위에서 던져지는 화염구를 피하지도 못한 채 두들겨 맞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저···. 저기 글린다."

맥이 나를 부르기에 몸을 돌린다. 맥은 잔뜩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왜?"

"그···. 옷이···."

"옷?"

고개를 숙여 옷을 바라본다. 아직도 입고 있는 하얀 드레스. 원래는 무릎 아래까지 가리고 있던 천이 종중에 뜨며 말려 올라갔나 보다. 허리춤에 있네? 그런 내 하반신은 무엇이 가리고 있었던 거지?

맥을 바라본다. 맥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있다. 설마. 너 이 자식.

"맥!"

"으악 잘못했어요! 보려고 본 게 아니에요! 그냥 보였을 뿐이에요! 살려주세요!"

그냥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너무 놀란다. 정말로 봤구나. 내가 잘 지키지 못한 탓이지만 너무 화가 나는데? 고작 맥 주제에 내 속옷을 보다니. 보인 건 어쩔 수 없으니 일단 넘어가자. 여기서 한 대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밑을 살짝 내려다본다. 좀비 멧돼지는 처음보다도 엉망진창이다. 가죽 곳곳에 그을음과 터져나간 흔적이 남아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마법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구나. 조금 불쌍할지도.

"이걸로 끝이다!"

마법사가 웃으며 평소보다 더욱 커다란 화염구를 던진다. 속도가 빠르지 않다. 나라도 피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인 멧돼지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거대한 화염구가 멧돼지를 강타한다. 폭발이 일어난다. 열기와 강풍이 몰아친다. 덤으로 멧돼지였던 것의 일부도. 으엑. 얼굴에 묻었어. 손으로 얼른 피를 닦아낸다.

폭발로 피어오른 흙먼지가 가라앉는다. 깊게 팬 구덩이 주변으로 흩어진 조각들만이 멧돼지가 여기 존재했다는 것을 알린다.

"으하하하! 재밌었다!"

마법사는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소리 내 웃는다. 이런 게 재밌다니. 성격 진짜 이상하다. 그래도 일 처리는 확실하지. 이제 내려갈 때가 되었다.

"이제 내려가죠."

"그래요. 내려가야······."

마법사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다. 고개를 돌려 마법사를 바라본다. 마법사는 왼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무슨 일이지? 옆에 서 있는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한숨을 쉬고 손가락을 나에게 뻗는다.

"글린다. 속옷 보입니다."

... 으악!!! 안돼! 이게 뭐하는 거야! 맥에게 보인 건 그렇다 쳐도! 마법사에게까지 보이다니! 이건 여자의 수치야! 목매달 곳이 필요해! 밧줄! 누가 나에게 밧줄을 줘!

허겁지겁 옷을 정리한다. 허리까지 말려 올라간 드레스 자락을 밑으로 끌어당긴다.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옷을 정리하고 마법사를 바라본다. 마법사는 아직 눈을 가리고 있다.

울고 싶어라.

"아이작. 이제 눈을 떠도 됩니다."

"으응."

마법사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가린 손을 치운다. 마법사의 얼굴이 약간 붉게 달아올라 있다. 내 얼굴은 안 봐도 알 것 같다. 얼굴이 뜨거운 게 느껴지거든.

"땅으로 내려주세요."

"네."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부탁한다. 마법사가 작게 대답하고 손을 아래로 휘두른다. 그에 맞추어 우리의 몸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앉는다.

땅에 발이 닿는다. 폭발로 인해 울퉁불퉁 정리되지 않은 땅. 탄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맥은 입을 막으며 구역질을 참는다. 에스나는 양손에 들고 있던 검과 방패를 등에 집어넣는다. 마법사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하늘을 바라본다. 망할.

"자. 여기서 넋 놓지 말고. 얼른 탑으로 갑시다."

이 어색하고 부끄러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겠다. 휘파람을 부는 마법사와 몸을 풀고 있는 에스나를 지나친다. 내가 먼저 가야지 따라오겠지.

"같이 가!"

달려오는 맥을 기다린다.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맥이 내 등 뒤에 딱 섰을 때 몸을 돌린다. 주먹을 말아쥐고 맥의 배를 때린다.

"켁,"

맥은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숙녀의 봐서는 안 될 곳을 본 벌이야."

내 말에 마법사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쓰러진 맥은 바닥을 기며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저래 보여도 맷집이 좋아서 때리는 맛이 있단 말이지.

"글린다 말이 맞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에스나가 피범벅이 된 길을 걸어온다. 마법사도 한숨을 쉬고 그 뒤를 따른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땅을 바라보며 걸어온다. 저 인간이 저러면 내가 더 부끄러운데. 보여준 사람은 난데 왜 본 사람이 저러지?

"자자. 빨리 갑시다!"

마법사는 끝까지 나를 보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에스나는 걸어가며 살짝 나를 바라본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 그럴 수 있는 겁니다."

그럴 수 있기는 뭐가. 에스나는 한 마디를 뱉고 다시 마법사의 뒤를 따라간다.

"야. 너도 빨리 일어나."

아직도 바닥에 누워있는 맥을 살짝 걷어찬다. 발길질에 맥은 바로 몸을 일으킨다.

"너무 아파."

"아프라고 친 거니까."

맥의 투정은 무시하고 멀어져가는 마법사와 에스나를 따라간다. 피와 고기 조각들로 가득한 길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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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074. 5막 1장 - Reborn (2) | Isaac +2 19.06.24 1,789 23 11쪽
73 073. 5막 1장 - Reborn (1) | Glinda +2 19.06.22 1,810 27 11쪽
72 072. 5막 서장 - Awaken | Glinda +6 19.06.21 1,809 27 11쪽
71 071. 4막 종장 - 숲 속에서 | Isaac +4 19.06.20 1,848 27 11쪽
70 070.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3) | Isaac +6 19.06.19 1,843 30 12쪽
69 069.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2) | Glinda +4 19.06.18 1,879 29 11쪽
68 068. 4막 5장 - 악마가 사는 숲 (1) | Isaac +10 19.06.17 1,933 31 11쪽
67 067. 4막 4장 - 찰나의 휴식 (3) | Isaac +6 19.06.15 1,941 30 11쪽
66 066. 4막 4장 - 찰나의 휴식 (2) | Isaac +5 19.06.14 1,932 30 12쪽
65 065. 4막 4장 - 찰나의 휴식 (1) | Isaac +6 19.06.13 2,027 33 12쪽
64 064. 4막 3장 - 다시, 티파나 (3) | Isaac +2 19.06.12 1,998 30 11쪽
63 063. 4막 3장 - 다시, 티파나 (2) | Isaac +3 19.06.11 2,007 30 12쪽
62 062. 4막 3장 - 다시, 티파나 (1) | Glinda +4 19.06.10 2,062 33 12쪽
61 061.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6) | Isaac +4 19.06.08 2,081 36 12쪽
60 060.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5) | Isaac 19.06.07 2,047 34 11쪽
59 059.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4) | Isaac +14 19.06.06 2,101 36 12쪽
58 058.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3) | Isaac 19.06.05 2,139 33 12쪽
57 057.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2) | Isaac +8 19.06.04 2,139 32 11쪽
56 056. 4막 2장 - 분노하는 마법사 (1) | Isaac +6 19.06.03 2,163 35 11쪽
55 055. 4막 1장 - Over the Death (2) | Isaac +6 19.06.01 2,132 35 11쪽
54 054. 4막 1장 - Over the Death (1) | Isaac +2 19.05.31 2,133 32 11쪽
53 053. 4막 서장 - 기사와 소년 | Glinda +2 19.05.30 2,135 39 12쪽
52 052. 3막 종장 - 오스왈츠 가문 | Isaac +4 19.05.29 2,177 36 13쪽
51 051.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4) | Isaac +6 19.05.28 2,167 38 11쪽
50 050.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3) | Isaac +10 19.05.27 2,173 34 11쪽
49 049.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2) | Isaac +2 19.05.25 2,206 38 11쪽
48 048. 3막 4장 - 오스왈츠 성으로 (1) | Isaac 19.05.24 2,236 41 12쪽
47 047.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4) | Isaac 19.05.23 2,218 42 11쪽
46 046.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3) | Glinda 19.05.22 2,274 38 11쪽
45 045. 3막 3장 - 티파나에서 휴식을 (2) | Isaac +2 19.05.21 2,253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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