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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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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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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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림 81

DUMMY


81. 고무림 (81)


사천.

아름다운 산천의 경치를 구경하며 1남1여가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30대 중반으로 보였으며 청수한 외모에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는 10대 후반으로 보였으며 무척 귀엽고 예쁜 얼굴이었는데, 몸매는 이미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충분히 나온 환상적인 몸매였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무슨 일 때문인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버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나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하설지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쌍둥이까지 낳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정말 생각만 해도 화가 나요.”

그들은 바로 천지인과 천지혜 부녀였다. 천지혜가 불만을 토하자 천지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것이 그 친구는 고천길 대장군가를 이을 책임이 있어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네게 올 것이 분명해.”

“고천길 대장군가는 저도 아기를 낳아 이을 수 있어요. 흥! 온다고 누가 받아주나. 나도 멋진 남자 만나서 보란 듯이 결혼하고 말거예요.”

“안 된다. 넌 그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다.”

“흥! 봉황지체는 청룡지체와 함께 살아야 오래 산다고요?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아기까지 낳았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죠.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그런 낡아빠진 법이 어디 있어요? 그가 무림왕이라면 저 또한 의선문을 이어받을 귀중한 몸이라고요.”

천지혜의 말에 천지인은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저었다. 천지혜는 하늘이 내린 기재라고 알려진 자신도 익히지 못한 의선문의 비고에 들어가 모든 무공을 익히고 나온 천재 중의 천재였다.

의선문의 무공은 원래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비심이 충만하지 못하면 상승의 경지에 올라설 수 없는 무공이다. 그런데 천지혜는 상승의 경지를 훌쩍 뛰어 넘었는데도 무림의 일에는 분노를 토해냈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은 천지인이 무림의 결혼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이제 막 비고에서 나온 천지혜가 그 사실을 귀신같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청룡지체와 봉황지체는 서로 통한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군.’

천지인은 무림에게 몇 번이나 자신의 딸과 결혼할 운명이라고 말했지만 무림이 하설지와 결혼을 해버리자 따질 생각은 없었다. 그것 또한 하늘에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지혜 역시 천기를 볼 줄 아니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방방 뛰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충격요법이 최고였다.

“알겠다. 네가 그렇게 싫다니 나도 그놈을 사위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놈이 뻔뻔하게 내 딸을 달라고 나타나면 두 번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다리몽둥이를 확 분질러 버리겠다.”

천지인의 말에 천지혜의 표정이 변했다.

“그,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냥 잘 타이르면 되지.”

천지인의 한 마디에 천지혜의 불만이 쑥 들어가 버렸다. 천지혜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짝은 고무림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학문과 무공을 익히며 청룡지체와 봉황지체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운명을 느꼈다. 그리고 항상 심장에서 무림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천지혜는 청룡지체와 봉황지체가 함께 부부의 연의 맺으면 수명이 몇 배나 늘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한 명 정도는 봐줄까? 어차피 인간의 수명은 정해져 있으니 그곳에 오래 있지는 못할 거야.’

천지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쪽의 수풀이 흔들렸다.

“아버지, 귀찮은 파리 떼들이 나타났어요.”

“파리 떼는 가볍게 날려버리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

천지혜와 천지인의 대화에 그들을 막아선 산적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파리 떼! 이것들이 겁을 상실했군.”

천지혜와 천지인의 대화에 분노가 폭발한 인물은 수룡방의 방주였었던 담군악과 신천지였다.

담군악에게 자신의 아들 여수찬이 죽었다고 철석같이 믿는 비룡문의 문주 여천길은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담군악을 죽이려 했다.

여천길의 거센 공격에 수룡방이 초토화가 되자 담군악은 신천지의 의견에 따라 호남에 있는 장강수로채를 찾아갔다. 해적질을 주업으로 하던 담군악에게 장강수로채는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장강수로채에 몸을 담게 되자 중간간부 정도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중간간부들은 행여나 담군악이 자신을 밟고 올라설까봐 두려워 그를 견제했고 주위에서도 그를 무시했다.

그는 그곳에서 외톨이였다. 자존심을 죽이고 몇 달만 고개를 숙였으면 그들도 담군악을 받아들였을 테지만 담군악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결국 견디지 못한 담군악은 스스로 장강수로채를 떠났다. 물론 떠날 때 신천지와 함께 나왔다.

장강수로채를 떠난 담군악과 신천지는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이곳 사천까지 흘러들어와 산적이 된 것이다.

담군악과 신천지의 기막힌 사연을 알 길이 없는 천지혜는 뭔가 화풀이할 대상을 찾던 중에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지혜는 품속에서 작은 부채하나를 꺼냈다. 펼칠 수도 있고 접을 수도 있는 부채인데 천지혜가 부채를 펼치자 앞면에는 승천하는 청룡이, 뒷면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덤벼라. 먼저 공격할 기회를 주겠다.”

천지혜의 말에 담군악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참! 나라가 바뀌니 나이 어린 여자와 서생까지도 산적을 무시하는군. 그냥 가라! 여자와 힘없는 서생은 건드리지 않는다.”

담군악의 말에 천지혜와 천지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약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산적은 처음 보았던 것이다.

담군악이 그냥 가라고 하자 천지혜는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산적이 그냥 가라고 하는데 자신이 시비를 걸기도 모양이 우스웠던 것이다.

천지혜와 천지인이 그들을 스쳐지나가자 신천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방주님! 그들을 그냥 보낸 이유가 대체 뭡니까? 돈푼깨나 있어 보이던데 우리가 털지 않으면 다른 놈들이 털어갈 겁니다.”

신천지가 아쉬워하자 담군악은 쓰게 웃었다.

“넌 그들의 표정을 보고도 못 느꼈나? 나보다 강한 고수들도 내 모습을 보면 움찔한다. 그런데 그들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이 엄청난 고수라는 뜻이다.”

담군악의 말에 신천지는 속으로 감탄했다. 담군악은 머리는 정말 나빴지만 위기관리 능력만큼은 탁월했다. 그러니 지금까지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방주님! 여기서 산적 짓을 계속하실 겁니까?”

신천지의 물음에 담군악은 고개를 저었다.

“산적 짓도 이제 더 이상 못해 먹겠다. 무림맹 근처로 가서 표국의 표사로 들어가자.”

담군악은 산적으로 있으면서 표국의 표사들이 표물을 지키면서 이곳을 지나가는 것을 몇 번 목격했다. 담군악이 거느린 산적 무리는 몇 명 되지 않았기에 표물을 털러 가지는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마차가 지나가는 것을 그냥 구경만 했었다.

그때 담군악은 표물을 지키는 표사들이 무척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주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오늘 바로 짐을 챙겨 무림맹 근처로 가죠.”

신천지는 오랜 시간 담군악의 곁에 머물렀기에 그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수룡방에서 해적질을 해서 먹고 살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담군악은 남의 것을 빼앗는 일하고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명문정파에서 무공을 수련했다면 지금쯤 협객이라는 명성을 날렸을 정도로 하는 행동은 거칠었지만 성격은 정파의 인물에 가까웠다. 그런 성격 탓에 수룡방의 방주로 있을 때에도 이웃세력을 칠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산적으로 있어봐야 발전할 가능성도 없으니 표사가 차라리 났겠군.’

담군악이 세력을 키우지 않으니 산적 짓을 해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신천지는 몇 명 데리고 있던 산적들을 해산시켜버리고 담군악과 함께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난 그들이 청량산(淸凉山) 근처에 이르렀을 때 앞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것이 무슨 소리지?”

“누가 많이 다친 모양입니다. 여러 명의 신음소리가 들리는군요.”

“가보자.”

담군악과 신천지가 신음소리가 들려온 곳에 가보니 수십 명의 산적들이 모두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청량산에 머물고 있는 제법 큰 산채의 선적들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오?”

담군악의 물음에 팔이 부러진 털보 산적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곳을 지나든 예쁜 여자와 서생이 우리를 다짜고짜 공격했소.”

담군악은 털보가 말하는 예쁜 여자와 서생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흥! 그들이 다짜고짜 공격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군. 아마도 돈 뿐만이 아니라 예쁜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공격을 받았겠지.’

담군악과 신천지는 그들을 치료해줄 가치를 못 느꼈기에 그냥 그들을 지나쳤다.

“방주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리가 그들을 공격했다면 아마도 저들처럼 팔다리가 부러졌을 겁니다.”

신천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담군악이 그들을 고수라고 했을 때도 믿지를 않았는데 이렇게 당한 자들을 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선호작 하신분이 1,600분이 넘어선 관계로 오늘 한편 더 올립니다.

그럼 즐겁고 행복한 하루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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