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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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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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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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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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고무보트 7

DUMMY

"몇 차례 말하지만, 이런 상황 절대로 안 보기를 정말로 바란다. 총에 노끈으로 이중결속 하지 마. 훈련 아냐. 그러다 총알 날아오는데 노끈 매듭 푼다. 수영이 존나 약한 놈들은 아예 구명의를 입고 그 위에 특전조끼를 입어. 버리기 편하게. 특전조끼에 실탄과 물품 빡빡 채워봐라 구명의가 얼마나 버티나. 정 불안하면, 뒤에서 보는 거 팀장님들!"


"쎄면바리 정비대 가서 점프용 구명의 쌔벼와요. 당기면 부푸는 거. 수영 약한 애들 주게. 구명의 따위야 땅에 도착하면 걍 다 버리면 되는 거지만, 땅에 닿는 게 문제다. 하여간 실상황에서는 대가리 짱구 되니까 버리는 순서만 기억해. 추가 물품 - 군장 - 특전조끼 - 총 - 군화 순이다. 그냥 불안해서 하는 말이고 그런 사고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들 마. (이건 안심용이다 핏덩어리들아.)“


뽀드 여섯 대가 모였고, 대원들은 옆 보트 안전줄을 잡고 버텨주고 있다. 3개 팀 중 가장 선임이자 본대 공격대장인 추대위가 일어서서 상황을 고글 끼고 지켜보고 있다. 내가 봐도 아직 이상은 없다.


그러자 추대위가 양팔을 수평으로 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모터 시동을 걸기 위해 간격을 약간 벌리란 말이다. 대원들은 잡았던 상대 뽀드를 살짝 놓으면서 톡톡톡 밀었다. 말은 역 V자 대형인데, 그건 낮에나 뽀대 나는 거고 뒤처지거나 멀어지는 놈만 없으면 된다. 갈라지는 옆 뽀드 파도에 갸우뚱하지만 않을 정도.


추대위를 본다. 모터 레버를 시동(on)으로 돌리고 시동줄을 잡고 기도한다. 2~3회 안에 걸려야 말짱하게 돌아간다. 만약 그걸 넘어서면 드디어 오른팔 무한반복운동이 시작되고, 그 무한운동은 가치 없이 허무한 것이 되면서 기계는 여간해서 되살아나지 않는다.


초반 5회 안에 성공이 장땡이다. 이 요상한 기계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1년 만에 꺼낸 예초기다. 휘발유를 연료통에 붓고, 차량용 엔진오일 붓고, 엔진으로 휘발유가 잘 들어가도록 고무 돔을 여러 번 눌러, 그 안에 투명한 노란 것이 꽉 차도록 한 다음, 시동줄을 힘껏 당긴다.


기계는 돌아가기 전까지 기계가 아니라 고철덩어리다. 뽀드 구형 모터는 이치와 작동까지 산소 깎는 예초기와 거의 비슷하다. 배째라 고장 나는 것도 비슷. 다만, 엔진을 식히기 위해 물이 엔진오일 통로와 같이 내부로 들어갔다가 뜨거워진 물을 내뱉는다.


‘한 번에 가자. 제발.‘


드디어 추대위가 손을 공중에 들어 강하게 수평 원을 그린다. ‘돌려!’ 이와 동시에 어느 보트에서 벌써 크르르르르 크르릉! 모다가 돈다. 나도 힘껏 당긴다.


털털털.

모터가 돌다가 말았다.


이때는 돌다가 마는 그 털털털크르르르 소리가 끝나기 전에 존나 확인사살처럼 당겨서 걸어야 한다.


다시 한 번.

털털털 터터터터... 꺼질라 모터 정지하기 전에 곧바로 기레이오 이빠이 당긴다! 크르르 크르르 크르릉! 오케이. 돌았쓰. 작전 성공. 여러 대 시동을 거니 개중에는 해소천식 환자가 있어 크르릉 중간에 크르륵 커릉! 하면서 검은 연기를 잠시 토했다가 다시 돌아간다. 난 일단 악셀 레버로 후까시를 강하게 한번 카라라라라 확인하며 눌렀다가 하강시켰다. 그리고 주변을 본다. 다 걸린 건가? 그런데....


추대위가 한 쪽을 보며 니 대가리 돌았냐 같은 액션을 취한다. 금방 눈치 챘다. 한 대가 안 돈다. 염병, 항상 이렇다니까. 이 기계는, 모선에서 예비로 한번 걸었다 끄고, 물에 진수해 5분 뒤에 걸어도 안 걸리는 놈은 안 걸린다. 디지털이다. 0 아니면 1. 훈련장에서 수십 번은 더 확인했건만. 북한에 겁먹었는지 순간 하나가 먹통이 된 것이다. 한 백 번, 하도 당기다가 시동줄 끊어 먹는 것도 봤다.


추대위 액션이 어둠 속에서 격렬해진다. 대위님, 바로 이런 거 때문에, 이런 걸 하도 경험해서 우리가 그러는 겁니다 예?


원래 수기신호는 공중에 수평 원을 그려 시동을 걸고, 수기로 뽀드 대형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다음, 선두 보트를 지시하고 (너!) 해안을 향해 강하게 go! 한다.


중사가 아주 작은 속삭임으로 묻는다.


“안 걸린 겁니까?”


“야, 깔꾸리 둘. 그냥 말해, 왜 속삭이고 지랄이야. 여기서 고성방가 한다고 해안초소에서 들릴 것 같냐? 북한군 귀에 도청장치냐? 어디서 영화는 존나 봐가지고. 모터 끌 때부터 말도 죽이면 돼. 그때나 조심해. 그때는 익사할 때도 조용히 뒤져야혀.”


건너 뽀드에서 내 말을 듣고 누군가 큭큭 거린다. 한기춘 이 자식.


나는 충분히 예상한 것이었지만, 추대위를 비롯한 지휘부는 난리가 났다. 저 끝 뽀드에서 안간힘을 쓴다. 이럴 경우 버리고 갈 건지, 보트가 로프로 견인해 갈 걸지 바로 결정해야 한다. 견인하면 속도 느려지고 대열 못 따라가니 전체가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비무장 훈련 상황처럼 상상하면 안 된다.


앞에서 끄는 보트 선미가 밑으로 더 내려갈 수 있고, 지금 기본 군장 무게 쩔어서 물 퍼낼 준비하고 끌어야 한다. 완전 성공하는 애초의 방법은 딱 하나, 프랑스제 아다라시 모타 작전 직전에 수입해서 모두 다는 것. 내 생각에는 저 뽀드 버려야 한다. 잘 안 보이지만 2중대 같다.


바로 이런 상황은 군대 물건을 소모품으로 생각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낙하산은 특정대에서 포장과 사용 회수를 기록한다. 그러나 해침용 뽀드 모터는 장부를 자세히 찾아봐야 언제 들어온 것이고 언제 제작된 것인지 아는데, 사용연한은 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소모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대가 정말 중요하다.


검열 장비지만 완전히 고장 나 시동 안 걸릴 때까지 쓴다. 겉으로 멀쩡하면 아직 쓸 만 하다고 생각한다. 시동을 몇 번 걸고 얼마나 사용했는지 관리사항이 아니니 얼마나 사용한 건지 모른다. 물론 정비대에서 기본적인 분해 청소와 정비는 한다. 여름에 무척 쓰면서,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꺼지는 것은 빼고 사용한다. 그리고 다시 정비대로 입고되어 독수리나 전술종합에 해상침투가 떨어지면 간만에 꺼내서 돌려 본다.


자칫하면 1년 만에 꺼낸다. 그리고 검열 시기가 되면 도색도 한다. 새것 같다. 그게 수송부 트럭이면 세워서 고치면 된다. 뽀드 모타는 바다 위에 떠 있고 견인 외에 방법이 없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결론 : 이 보트용 모터가 총 몇 회 시동을 걸었고, 총 몇 시간 동안 엔진이 가동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거기다 니 목숨 걸어봐라. 전시에. 살 안 떨리는지... 80마력 모터는 주로 얼차려 용. 보통 둘이 들면 들기 존나게 애매해 자세가 힘들다. 혼자 들면 허리 부러진다. 언젠가 백호부대 유명한 다큐에서 해상훈련 장면. 한 대원이 80마력 지고 가는 것 보고 내 허리가 다 휘청한다.


추대위는 물론 세 중대원 모두 당황했다. 난 분명 이런 일 일어날 가능성을 얘기했고, 그 뒤 유보 상황을 숫자를 붙여 설명했다. 지금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해안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해봐야 안다. 만약 다른 보트들이 시동을 끄고, 저 보트 시동이 걸릴 때까지 기다린다면? 시간은 죽죽 늘어졌지만 시동이 걸렸다. 그런데 걸렸던 다른 보트가 재시동을 거는데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머피가 손짓한다.

우린 미아가 된다.


내가 유보계획을 말했었다. 일단 버리고 가고, 보트는 남아서 최대한 조치를 해본다. 그 다음 방법은, 남은 2파 4중대와 본부팀이 진수될 때, 거기서 끌고 가던지 한다. 그들은 예비대이므로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 또한 무언가 특별상황이 발생했으므로, 합류를 위해, 해안에 도착한 다음, 바다 쪽에서만 볼 수 있도록 지-라이트 같은 것을 꺾어 고정해 놓는다. 특별상황은 머피의 법칙처럼 특별상황을 부른다.


그 보트는 여전히 심각한 팔운동 중이다. 한원사 목소리가 들린다.

“중댐, 그냥 놔두고 출발해야 합니다. 뒤에 나올 2파에게 맡겨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 hi******
    작성일
    20.07.10 13:39
    No. 1

    앞으로 어찌 될지.. 훈련이 부족하거나 팀원들이 못난게 아닌데 장비 문제 때문에 생목숨 왔다갔다 하다니.. ㅠ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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