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로가 틀렸다. 다시 해라.”
사실리우스가 이야드를 받아들인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가 이야드를 제자로 받아들인 것은 분명 나쁜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야드는 마치 스펀지가 물음 머금듯 빠르게 그의 진신 절기들을 흡수해 나갔으니까.
“마음을 비우고 휘두르거라. 무엇이 그렇게 조급한 것이더냐? 너는 아직 어리고 충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드. 네가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한들 검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너의 검은 그저 껍데기일 뿐···. 나를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지금의 너의 검은 가짜다. 아주 잘 모방한 가짜. 널리고 널린 쓰레기들 앞에서는 빛을 발하며 돋보일 순 있겠지. 허나 진짜가 나타나면 너는 빛을 잃고 추락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야드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검은 대체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만의 검?
이 또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첫째 사형, 둘째 사형보다 더 빠르게 스승의 검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체 가짜와 진짜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란 말인가?
“가짜와 진짜를 나누는 기준이 대체 무엇입니까?”
“너 자신의 관조와 마음이다. 그리고 신념이다. 자신을 관조하고 마음을 담아서 검을 휘두르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너만의 검. 너만의 신념을 가진 검이 탄생하게 된다. 허나 너는 오직 나를 따라 할 생각밖에 없는 듯하구나.”
“하지만 다른 사형들도..!”
“그들과 너를 같은 선에서 보지 마라. 너는 그들이 10번 휘두를걸 1번 휘두르므로 깨달았고 그들이 1000번 휘두를 것을 10번 휘두르고 습득했다. 그들이 실패와 과정을 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검을 만들어 갈 때 너는 앞으로 치고 나가기만 하지 않았더냐?”
즉 재능 때문이었다.
높은 재능은 연습 과정을 필요 없게 만든다.
그것은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지언정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검에 마음을 담고 실패와 벽으로 자신을 관조한다.
그것은 곧 자신만의 신념이 되어 검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이 그저 형과 식만 따라 하며 오직 자신의 천재성에만 기반한 검을 익힌다면 그것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벨릿 때문이더냐?”
“그래도 벨릿은 제 동생입니다. 허니 벨릿은 몰랐으면 합니다.”
이야드도 나중에서야 사실리우스로 인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바로 벨릿이 자신의 친동생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엘피아라는 것을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긴 했다.
같은 피를 나누었다면 같은 꼬리와 같은 귀를 가져야 할 텐데 서로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꼬리와 귀가 달라도 벨릿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었으니.
이 사실은 사실리우스가 정보상에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이야드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낡은 목걸이에 새겨진 ‘렌도르’와 ‘르 세니르’ 라는 이름.
그것으로 그들이 르델릭 왕국 6가문의 한곳인 ‘반텔라’의 수장 ‘타이가르’의 동생이 자신의 아버지인 렌도르였다.
그리고 그 렌도르는 엘프인 르 세니르와의 교제로 자신이 태어났고 렌도르와 르 세니르가 모두 타이가르의 손에 죽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는 당시 그들의 하인의 손에 맡겨졌으며 행적이 불분명하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벨릿은 그 하인의 자식 또는 또 다른 누군가의 자식일게 뻔했다.
엘피아.
드래곤과 마족등 을 제외하고 아인에 한해서는 가장 강한 종족이었다.
수인과 엘프 사이에서 태어나며 대부분이 엘리드로 태어나는 데 반해 극도로 드물게 엘피아가 태어나곤 했다.
엘리드와 엘피아를 나누는 기준은 간단했다.
엘리드는 인간보다는 강해도 기본적으로 엘프와 수인 그 어느 것보다 약했다.
하지만 엘피아는 달랐다.
엘피아는 엘프, 수인을 넘어 그 강하다고 여겨지는 드래고니아들 도 한 수 접어주는 강한 개체였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힘의 공존.
마법은 차크라를 강하게 만든다.
차크라는 정령을 강하게 만든다.
정령은 마법을 강하게 만든다.
순환되는 힘.
세상에서 세 가지를 모두 다룰 수 있는 것은 엘피아가 유일했다.
물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수명도 짧고 세가지의 힘모두를 최강으로 단련시킬 수는 없었다.
이야드 자신은 마법의 축복을 얼마 받지 못해 끽해야 저 서클 마법밖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었다.
힘의 순환은 여전하니까.
“타이가르를.. 죽일 것입니다.”
“하하하. 큰 꿈을 꾸고 있구나. 네가 아무리 엘피아라고 한들 불가능하다. 그곳은 너만큼 강한 자들이 즐비하고 또 6가문의 수장을 친다는 것을 르델릭 왕국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뜻.”
“...”
“할 수 있겠느냐?”
꽈악-
이야드의 두 주먹이 말아쥐어 졌다.
너무나도 힘이 들어가 떨리는 두 손.
불가능한 것은 자신도 잘 알았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부모들 모두가 죽었으며 자신이 그토록 암울한 인생을 살았으니까.
“하고 말 것입니다.”
“허면 너는 아주 강한 동료들과 그보다도 더 강한 마법사를 동료로 만들어야 시도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강의 기사와 최강의 마법사가 한편이라면···. 무적이니까.”
“동료.. 인간들이 절 동료로 받아들이겠습니까?”
믿을 수 없었다.
비록 엘피아라는 것을 숨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형들마저 자신을 싫어했다.
그것이 자신의 재능 때문인지 아니면 태생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어쨌든 싫어했다.
그 외에 다른 인간들 모두 사실리우스의 제자로 들어갔다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대우해준다는 것이 표정으로 다 보였으니까.
그런 인간들과 동료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동료는 무엇인가?
자신의 등을 맡기고 믿을 수 있는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야 네 녀석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아무래도 너는 세상으로 나가야 할 듯하구나. 아카데미로 가거라. 그리고 때가 되면 세상으로 나가거라. 그것이 너의 검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카데미···.”
이야드는 고개를 내리깔았다.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자신을 낮잡아보는 시선.
경멸하는 시선.
혐오하는 시선.
그 모두가 싫었다.
하지만 스승인 사실리우스는 세상 밖으로 나가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나의 벽은 결국 마음의 벽인가..’
이야드는 결국 두 눈을 감고 담담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났다.
모든 짐은 다 쌌고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
“오빠..”
“벨릿. 다녀올게.”
“응! 나도 스승님께 열심히 배울게!”
“그래. 금방 올게.”
이야드는 그렇게 자신의 동생 벨릿을 잠깐 껴안았다.
그리고 스승인 사실리우스에게 짧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더냐?”
“시작할 힘조차 모을 수 없다면 단념하겠습니다.”
“3년. 3년만에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세상을 여행하거라. 그리고 검의 성역 ‘천상의 탑’으로 향해라.”
“검의 성역···.”
“너의 재능은 너만의 검을 가지게 되는 순간 무엇보다 단단하고 찬란한 광휘의 검이 될 것이다. 검의 성역에서 뜻을 펼쳐라.”
이야드는 옅게 웃어 보였다.
스승님은 자신을 너무나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닐까?
매번 드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야드 자신도 두 사형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승의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닭살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청출어람을 실현해 보이겠습니다.”
이야드의 말을 들은 사실리우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려 보이며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예..?”
“나는 최강이니까.”
“...”
어련하시겠습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야드는 사실리우스에게 깊게 목례를 해 보이고는 기사 아카데미 펜델론으로 향했다.
“노예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와?”
“조용해.. 마스터 사실리우스의 제자라고 하잖아..”
“흥, 꼴에 검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다 검사이며 기사인가?”
“천상의 탑에서 2스타를 보유한 마스터 사실리우스의 제자야. 뭔가 있겠지.”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소리.
죄다 이야드 자신을 흉보는 소리밖에 없었다.
수인은 인간들보다 오감이 매우 뛰어나다.
그것은 청각도 마찬가지.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음! 이야드!”
이야드는 자신이 호명되자 곧바로 무대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진바 재능을 모두 펼쳐 보아라.”
교관의 말에 곧바로 목검을 고쳐잡은 이야드는 곧바로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뭐, 뭣!?’
탁, 타타탁, 타탕!
순식간에 매몰아치는 공격과 방어.
그에 검술 교관이 황담함을 감추지 못한 채 방어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네가 마스터 사실리우스의 제자더냐.”
“그렇습니다.”
“과연..”
도저히 막 입학하는 1학년의 수준이 아니었다.
솔직히 아카데미에 왜 왔는지 고개가 갸웃되어지는 수준.
당장 3학년으로 올라가도 상관없을 정도의 실력이라 과히 천재라는 말이 아깝지가 않은 녀석이었다.
‘으음.. 하프 수인이라..’
하지만 이곳에서는 노예와 다름없는 하프 수인이었다.
평민들에게도 그럴진대 귀족들이 다수 있는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합격..이다.”
“감사합니다.”
그 후로도 이야드는 아카데미의 시험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입학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수업은 지루했고 수업의 난이도는 들을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교관들도 이야드가 혼자서 수련하는 것을 딱히 말리진 않았다.
너무나도 고독하고 외로웠다.
자신은 아카데미에서 유령과 같은 존재.
그 누구도 자신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아이들도 다른 무리들의 눈치를 보여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도 멀어지려 할 뿐이었다.
스승님이 이따위 아카데미에 가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무료한 생활.
그것이 이야드의 아카데미 생활이었다.
1학년이 이럴진대 2학년 3학년 그 뒤로는 다를까?
당장이라도 아카데미를 포기하고 세상으로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들었어? 레비안트에 엄청난 놈이 나타났데.”
“나도 그 소문 들었어 큭큭.. 미친놈 아니야? 걔 때문에 레비안트 난리 났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큭큭.”
로니아 베니아트.
이야드도 많이 들었던 소식이다.
레비안트의 문제아라고 불리면서도 엄청난 천재라고 불리는 천재마법사.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가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녀석과 만남은 이야드에게 신선한 바람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저 녀석이.. 베니아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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