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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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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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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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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망국의 준비

DUMMY

74


망국의 준비






“너희들은 누구냐?”


앞에 서서 뒷사람을 보호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누구냐고?

좋은 질문이야.

나도 가끔 궁금하군. 내가 누군지.”


유진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건 그의 진심이었다.

백년 후의 세계, 거기에 이세계(異世界)까지 흘러온 지금.

종종 궁금했다.

도대체 자신이 누구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히 닮았군.”


“누구 말씀입니까? 회장님?”


“아,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서요.”


유진의 시선이 뒤에 서 있는 남자를 향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장신의 늘씬한 미남이었다.


“자네 부친을 만나러 왔네.

안내해줄 수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보고 자객의 길잡이가 되라는 말이냐!

차라리 나를 죽여라!”


남자는 일부러 그러는지 온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사람을 부르려고 그러나보군.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엘가!”


엘가는 단순한 눈빛만으로 두 남자를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야, 엘가.

누가 보면 두 사람이 당신 눈빛 때문에 반해서 몸이 얼어붙은 줄 알겠네.”


“쓸데없는 소리.”


엘가는 최창현에게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그리 차갑지 않아 보였다.


“두 사람은 좀 불편해도 참으라고.

마법 때문에 몸이 마비되어 있는 상황이니 나중에 풀려난 뒤에도 별 부작용은 없을 거야.

엘가!

이 건물에 대한 스캔이 가능해?

적당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나?”


엘가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있는 걸로 보이는 방이 있다.”


“그래,

그쪽으로 가보자.

설마 집사장이나 주방장은 아니겠지.”


유진의 쓸데없는 농담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엘가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고, 최창현도 직장 상사의 모든 언행에 반응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충직한 릴로는 긴장한 표정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




창밖을 내려보기 딱 좋은 자리에 있는 안락의자가 흔들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후작은 온종일 머리가 아팠다.

물론 머리가 아파서 만찬에 불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오늘 만찬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짐작하고 있었고, 왕국의 실권자인 자신에게 어떤 질문이 올지 알고 있었기에 그걸 피하려 불참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벌어봤자 며칠이었고, 곧 결단의 시간이 닥쳐올 것이다.


“어차피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마지막은 똑같겠지.”


제국에 반항하면 파멸 뿐이다.

하지만 제국에 순응해도 결국은 파멸일 것이다.

최대한 잘 풀린다면 새 황제의 정복 전쟁에서 소모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반역자로 몰려서 결국 처형당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제국에 저항하면서 왕국의 마지막 깃발을 지키다가 쓰러지고 싶었다.

그와 같은 대귀족들은 왕국의 진짜 주인은 자신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왕에 대한 충성심은 없었지만, 조국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한 조각의 승산만 있어도 말이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의 조상들이 지켜 온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고 계시오?”


갑자기 후작의 눈앞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그림자들.

놀란 후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은 누구냐?”


“오늘은 왜 이렇게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지.

반갑소이다. 후작.

기억나시오?

며칠 전에 당신이 꺼지라고 하던 이방인을.”


놀란 표정을 짓는 알데브란 후작을 향해 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지?

네 집 안에 땅굴이라도 찾았나?”


“간단한 방법이 있었지.

대화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면 그 방법을 알려드리겠소.”


“꼭 알려주게.

다시는 그 방법을 못 써먹도록 막아야 하니까.”


“그럽시다.

그럼 후작.

비즈니스 얘기를 해봅시다.”




***




“믿음직스럽군.”


“황공하옵니다. 전하.”


알스메르 시내에 위치한 제국의 대사관.

실질적으로 알스메르 왕국의 내정에 깊숙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제국의 총독부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이었다.


알카트로스와 이바르돈 공작은 대사관 안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건물인 영빈관에 자리를 잡았다.

제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종속국들은 많았지만 알스메르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제국의 귀빈들이 알스메르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이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기에 지금 대사관은 초긴장 상태였다.


이런 상황은 알카트로스의 앞에 서 있는 온디엄 백작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그는 제국 대사의 직책을 5년째 수행하고 있었지만 단순한 황족이 아니라, 황태자가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황제가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렇게 되면 지금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저 오만한 젊은이는 바로 황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출세와 몰락을 좌우한다는 것을 노련한 외교관인 온디엄은 잘 알고 있었다.


“알스메르에서 항의가 들어오지는 않았소? 대사.”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공작님.”


“제깟 놈들이 어쩌겠습니다. 공작.”


“네, 전하.

황금은 많이 쌓아놓았는지 몰라도 긍지와 투쟁심을 잃어버린 작자들인가 봅니다.”


지금 영빈관의 큰 통창으로 보이는 알스메르의 하늘에는 네 척의 거대한 하늘배가 떠 있었다.

네 척 모두 알카트로스를 호위하면서 같이 온 제국의 전투함들이었다.


본래 어느 국가이든지 도시의 상공 위에 비공함이 비행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그래서 정해진 항로를 통해 정해진 장소로만 들어오는 것이 이 세상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지금 알스메르 도시 한 가운데에는 보란 듯이 제국 전투함이 떠 있었다.

명백히 왕국을 위협하는 것이지만 알스메르 정부는 그것을 항의할 경황도 기백도 없어 보였다.


“현재 알스메르가 동원할 수 있는 전투함이 몇 척이나 되오? 대사.”


“제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공작님.”


온디엄 대사의 옆에는 검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제국 해군 정복을 입은 군인이 서 있었다.

그는 공손한 표정으로 보고하기를 자청했다.


“칸다라 대령이라고 했나?”


“네, 공작님.”


“그래, 자네가 알스메르의 주재 무관이라 했지?

지금 알스메르의 전투 준비 상황은 어떻게 되나?”


“평소 알스메르가 동원할 수 있는 전투함은 최대 41척입니다.”


전투용으로 쓸 수 있는 하늘배는 크기에 따라 비공함과 비공정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크기만큼이나 전투 능력에도 차이가 있기에 대규모 정규 함대전을 상정해서 전력을 비교할 때는 대형함인 비공함만 계산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41척이라.

확실히 도시 하나가 가진 전력으로는 엄청나군.

알스메르가 부유하긴 한 모양이야.”


“어디까지나 최대치이고, 대부분은 귀족들의 사병들입니다.

왕국이 직접 관할하는 정규 병력은 15척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여왕이 실제로 명령을 내려 동원할 수 있는 배는 왕실 전용선 한 척 뿐입니다.”


“참으로 불쌍한 왕실이로세.”


조용히 보고를 듣고 있던 알카트로스가 입을 열었다.


“왕가의 위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왕실이야.

차라리 얼른 문을 닫고 우리 제국의 일부가 되면 더 행복할 것 같소.”


“네, 황태자 전하.

물론이옵니다.”


“오늘 보니 엄마를 닮아서 공주 둘 다 탐스럽더군.

그들이 내 첩이 되면 제국과 왕국은 자연스럽게 통합되는 거 아니겠소.”


“물론입니다. 전하.”


잠시 알카트로스와 공작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칸다라 대령은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기 순찰이나 해적 소탕, 그리고 도크에서 수리중인 배를 제외하면 현재 알스메르가 당장 띄울 수 있는 배는 스무 척 이하로 추정됩니다.”


“우리는 여덟 척이나 그들이 모두 덤벼든다면 만만치 않겠군.”


“그럴 리가 없습니다.

스무 척 중에 확실한 반 제국파, 즉 근왕파는 두 척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배들 중에 확실한 우리 편이 몇 척인가?”


“확실하게 제국 병합에 찬성하기로 한 귀족들이 가진 배가 여섯 척입니다.

친 제국파라고 하지만 태도가 애매한 배들이 열두 척 정도 있습니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우리 배 여덟 척을 포함한 열 네 척이, 알스메르의 열 네 척과 싸워야 할 수 있겠군.

14대 14라...

물론 우리 최정예 전함을 귀족의 사병 나부랭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놈들도 만만치 않군.”


“걱정마십시오. 공작님.”


온디엄 대사가 다시 끼어들었다.


“박쥐 같은 자들의 표면적인 리더는 알데브란 후작입니다.

하지만 대세를 따르고자 하는 자들은 어디든지 있는 법이죠.

제가 그들 중 일부를 포섭했습니다.

만일 후작이 우리에게 반기를 들면 그를 따르지 않고 우리에게 호응하겠다고 약속한 귀족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세 척의 배를 갖고 있으니 최악의 경우에도 14대 14가 아니라 17대 11이 될 것입니다.”


같은 비공함이라고 하지만 다양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제국의 전투함과 왕국의 귀족들이 개별적으로 건설한 사설 전투함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 정도 차이면 전투는 일방적인 학살이 되리라.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공작이 알카트로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폐하. 들으셨죠?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공작.

그렇다면 지금 알스메르로 오고 있는 함대는 다시 돌려보내도 되겠군요.”


“아닙니다. 황태자 전하.

언제나 만일의 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합이 성사된 이후에도 그 함대는 한동안 알스메르에 배치해둬야 합니다.

그래야 알스메르 인들이 딴 마음을 먹지 못할 겁니다.”


공주가 해적에게 납치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알카트로스와 공작은 즉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배를 데리고 알스메르로 달려왔다.

이를 위해 모든 마법 아이템과 황실 비전의 루트를 활용했지만 데려올 수 있는 배가 고작 여덟 척이었던 것.

하지만 지금 제국의 정규 함대 2개가 추가로 달려오고 있다.

물론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모든 일은 다 끝나겠지만, 이제 제국의 새로운 신민이 된 알스메르 시민들에게는 아주 적당한 무력 시위가 될 것이었다.


“공작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맞는 거겠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알카트로스와 이바르돈.

제국의 차기 황제와 차기 재상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수백 년 동안 제국에서 말로만 논의되던 알스메르 합병이다.

그것을 황태자가 단 여덟 척의 전투함으로 성사시켰다면 알카트로스의 위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제국의 최고 실권자로서 이바르돈의 위상도 마찬가지로 끝없이 올라갈 것이었다.


“그런데 내일까지 답하라고 한 건 너무 촉박한 것 아닙니까? 공작.

걔네들도 나름 나라가 망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황태자 전하는 너무 자비로우십니다.

나라를 세우는 데는 오랜 준비가 필요하지만, 나라가 망하는 데는 아무 준비도 필요없는 법입니다.

우리가 그런 덜 떨어진 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철저하게 우리의 필요에만 집중하소서.

장차 전하의 발에 짓밟힐 자들에게 동정심을 발휘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내 오늘도 외숙에게 하나 배웁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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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엘프녀 23.12.29 61 0 11쪽
75 75 망국의 비즈니스 23.12.28 24 0 12쪽
» 74 망국의 준비 23.12.23 34 0 11쪽
73 73 황태자의 야심 23.12.21 32 0 12쪽
72 72 분열하는 귀족들 23.12.20 30 0 11쪽
71 71 여왕의 예언 23.12.19 29 0 12쪽
70 70 황태자, 방문하다. 23.12.18 31 0 11쪽
69 69 커다란 거래 23.12.16 36 0 11쪽
68 68 여왕의 운명 23.12.15 33 0 12쪽
67 67 왕과 공주 (2) 23.12.14 33 0 12쪽
66 66 왕과 공주 (1) 23.12.13 34 0 11쪽
65 65 왕의 판결 (2) 23.12.12 38 0 11쪽
64 64 왕의 판결 (1) 23.12.11 43 0 12쪽
63 63 공중섬의 비밀 (2) 23.12.09 40 0 12쪽
62 62 공중섬의 비밀 (1) 23.12.08 39 0 12쪽
61 61 출동! 강하보병 23.12.07 39 0 11쪽
60 60 하늘의 진짜 주인 23.12.06 43 0 12쪽
59 59 애꾸눈 선장 (2) 23.12.05 39 0 12쪽
58 58 애꾸눈 선장 (1) 23.12.04 38 0 11쪽
57 57 지켜야 할 보물 (2) 23.12.02 44 0 12쪽
56 56 지켜야 할 보물 (1) 23.12.01 44 1 11쪽
55 55 공주와 공주 (3) 23.11.29 47 1 12쪽
54 54 공주와 공주 (2) 23.11.28 53 2 12쪽
53 53 공주와 공주 (1) 23.11.27 54 2 12쪽
52 52 하늘로 이어지는 신세계 23.11.24 59 2 12쪽
51 51 여왕의 나라 (3) 23.11.21 65 2 12쪽
50 50 여왕의 나라 (2) 23.11.15 70 2 11쪽
49 49 여왕의 나라 (1) 23.11.13 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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