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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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
작품등록일 :
2024.03.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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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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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DUMMY

39.

오후 3시.

드디어 한강 음악 축제가 그 성대한 시작을 알렸다.


이른 시간부터 축제를 즐기기 위해, 혹은 좋아하는 가수들을 보기 위해서 줄을 선 사람들은 축제의 시작과 함께 입장해서 자리를 잡았고.


가수들은 그런 관객들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오늘 내 기분의 색은 블루~”


그리고 키치의 스태프 자격으로 축제에 참가한 임아현은 푸드코트에서 산 ‘크런키 초코 딸기 찹쌀떡’을 먹으며 오프닝 무대에 선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키치가 가진 문제도 해결했겠다. 키치의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도 남았겠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하니 그때까지 축제를 즐기기로 한 것이다.


축제에는 잘 가지 않는 임아현이지만. 그렇다고 축제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저, 사람이 많은데다가 이동도 잦다 보니 혼잡해서 잘 가지 않는 거지.


그래서 이런 대규모의 축제가 아닌, 개인 콘서트를 자주 가는 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니 좋네.’


날은 청량한데다, 노래는 경쾌하면서도 시원하다. 날이 조금 덥고 지금 먹고 있는 찹쌀떡에 들어있는 초콜렛이 조금 아쉽지만.


그걸 제외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다.


“좋구만.”


정말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를 만끽하며, 임아현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모처럼 축제에 왔으니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서다.


괜찮은 각도를 찾아 얼빡샷도 한 장,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한 장, 가수를 배경으로도 한 장, 감성 넘치는 파란 하늘도 한 장······.


쉬지 않고 사진을 촬영한 임아현은 결과물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좋으니 어떻게 찍어도 잘 나오네.’


예전에는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지려면, 몇 십장은 찍어야 했는데. 지금은 대충 찍어도 사진이 아주 잘 나온다.


그렇게 사진 촬영을 마친, 임아현은 그 중에서 잘 나온 사진만 골라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IM_AHUN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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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인스타를 한 덕분인지. 임아현의 인스타는 주하인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성장을 한 상태였다.


사진을 올리기 무섭게 올라가는 좋아요 수를 보며 임아현이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때.


[AN_owner님이 회원님의 사진을 좋아합니다.]


익숙한 닉네임이 포함된 알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AN_owner.

안주인의 인스타 아이디다.


안주인이 자신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람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을 확인한 임아현은 눈을 깜빡였다. 알람과 다르게 좋아요를 누른 사람 중 안주인의 아이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지?”


잘 못 눌러서 취소라도 했나?


인스타를 보며 잠시 의문을 가진 임아현은 ‘그럴 수 있지’라고 중얼거리며, 인스타를 꺼버렸다. 인스타를 하다가 실수로 좋아요를 누르는 경험은 굉장히 흔한 경험이니까.


잘 못 눌러서 취소를 했다고 해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사진도 찍었겠다, 인스타도 올렸겠다, 디저트도 먹었겠다. 축제에 와서 해야 할 일을 전부 즐겨버린 임아현은 이제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나 듣고 있기로 했다.


키치의 스태프로 온 만큼, 키치의 대기실이나 스태프들을 위한 휴게실에 가도 쉬어도 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메인 스테이지가 아닌, 사람이 제일 없는 인디 스테이지. 그곳에서도 제일 한가한 자리에 앉은 임아현은 턱을 괸 채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보았다.


‘노래 잘 부르네.’


인디라고 해도, 한강 음악 축제에 초청을 받은 가수인 만큼. 노래 실력은 탄탄했다. 음색도 나쁘지 않고. 다만, 실력에 비해서 노래가 너무 아쉽다.


보니까 가수가 직접 쓴 노래 같은데. 너무 무난하고, 평탄해서 듣는 재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가수 본인의 가진 매력도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나라면, 저 부분에서 이제······.’


노래를 듣던 임아현은, 머릿속으로 가수의 노래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재미없는 부분의 멜로디에 변주를 주고, 저 가수가 가진 매력, 음색에 어울리도록 편곡을 하고, 강렬함을 위해서 효과음을 더한다.


그러자 지금 듣는 노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노래가 탄생했다.


‘나쁘지 않기는 한데.’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저기.”


임아현이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즉석으로 노래를 수정한다는 조금은 음습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누가 그런 임아현에게 말을 걸었다.


“네?”

“너, 임아현 맞지?”

“누구?”

“나.”


임아현에게 말을 건 남자는 그리 말하며 쓰고 있던 모자와 안경을 벗었다. 그러자 임아현에게도 제법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최정상?”

“맞아.”


임아현에게 말을 건 사람은 바로, 룰루바이의 보컬이자 임아현과 같은 반인 최정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임아현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여기는 무슨 일로?”

“나 오늘 공연하거든.”

“아.”


과연.


임아현은 바로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룰루바이 정도면 한강 음악 축제에서 공연을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밴드니까.


“어디서? 세컨드 스테이지?”

“응. 무대까지 시간이 남아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인스타 스토리에 네 사진이 올라왔더라고.”

“응?”

“그래서 찾아봤는데. 다행스럽게도 금방 찾았네.”


최정상의 설명에 임아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최정상의 설명을 들으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직접 찾아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뭐, 너 스토커냐?”

“아니거든. 그저, 너랑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야.”

“그러면 DM을 보내거나 학교에서 말을 걸면 되잖아.”

“넌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는데다가, 말을 걸어도 맨날 피곤하다거나 바쁘다면서 무시하잖아. 또 DM은 아예 답장도 안 하고.”

“아.”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 최정상이 이상할 정도로 말을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DM 같은 경우는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사진을 보내가지고 알람을 꺼버렸고.


최정상이 스토커가 아니라는 걸 안 임아현은 불쾌한 표정을 풀었다.


“그래, 뭐.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 작곡 의뢰도 받나 해서.”

“작곡 의뢰?”

“응.”


최정상의 말에 임아현은 눈을 깜빡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정상이 작곡 의뢰라니? 최정상이 소속된 룰루바이가 어떤 밴드인가? 한대음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경력도 있는 실력파 밴드다.


동시에, 임아현에게 처음으로 열등감이란 걸 알려준 사람이 있는 밴드기도 하고.


“왜 나한테 그걸 부탁해? 룰루바이엔 작곡 담당이 따로 있잖아.”


임아현이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아현은 룰루바이에 있던 시절. 기타리스트가 처음으로 만든 노래를 듣고 열등감을 느껴, 룰루바이를 탈퇴했다.


임아현이 백날 노력해도 만들 수 없는 ‘예술성’ 넘치는 음악. 상업적인 성적은 떨어져도,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극찬을 받는 노래만 만드는 천재.


그게, 바로 룰루바이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 담당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는데, 굳이 자신에게 노래를 부탁해?


“아, 오해하지 말아줘. 내가 의뢰를 하려는 건, 룰루바이 노래가 아니라 내 개인 솔로곡이니까.”

“솔로곡?”

“응. 물론, 정민성 선배님이 만든 노래도 좋지만. 난 조금 더 대중적인 취향의 노래가 좋거든.”

“흐음.”


임아현은 곤혹스러운 듯, 낮은 콧소리를 내었다.


대중성과는 1억만 광년 떨어진, 절규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는 최정상이 대중적인 취향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뭔가 복잡한 기분에 임아현은 텐션이 떨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은 해볼게. 근데 내가 지금 바빠서, 당장은 무리야.”

“알았어. 나중에 괜찮으면 연락줘.”

“그래.”

“그러면 난 이만 다시 가볼게.”


모자와 안경을 쓴 최정상의 모습에 임아현은 가라는 듯, 대충 손을 흔들었다. 잠깐이지만 떠오른 열등감이란 감정에 굉장히 불쾌해진 탓이다.


‘룰루바이라.’


이놈의 열등감이란 감정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임아현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색이었던 하늘은 어느새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




“으아아아! 어떡해! 너무 떨려요!”

“나, 심장 괜찮아? 뛰지 않아?”

“심장은 뛰어야지. 안 그러면 죽어, 겨울아.”

“사람은 죽어!”

“뭐라는 거야.”


키치의 대기실.


공연을 할 시간이 가까워지자, 멤버들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임아현의 말에 조금 괜찮아졌었는데.


진짜 무대에 올라갈 때가 되니, 다시 긴장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이단아마저 긴장이 되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그런 멤버들의 모습에 유일하게 침착을 유지하고 있던 류아가 입을 열었다. 차분함이 느껴지는 류아의 목소리에 멤버들은 류아를 바라보았다.


“우리 열심히 연습했잖아. 진짜 남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평소와 다르게 존댓말이 아닌 반말을 한 류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4명의 멤버들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오빠가 말했잖아? 실수가 있어도 된다고.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우리 찾아와준 팬 여러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하고 오자.”


류아의 말에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류아를 향해 말했다.


“우리 류아. 이제 완전히 리더 같아졌네. 예전에는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고 발버둥 쳤으면서.”

“근데, 류아 언니가 주인 언니보다 더 리더감이긴 했어요.”

“저것 봐. 류아 브라콤 맞다니까? 오빠가 말했잖아, 라고 말할 때 류아 표정 봤어?”

“봤어요. 참 신기해요. 전 우리 오빠들 생각만 하면 살의가 들끓는데. 어떻게 저러지?”

“나 화낸다?”


이죽거리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류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진짜 화가 난 건 아니다. 저런 말을 함으로서 멤버들이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헉, 류아 언니 화낸다잖아요! 류아 언니 화나면 무서운데. 이게 다 겨울 언니 때문이에요.”

“내가 뭘! 따지고 보면 주인 언니가 시작했지!”

“책임전가 하지 말아줄래?”


그리고 평소처럼 돌아가기 무섭게, 멤버들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류아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정말이지.”


멤버들의 사이가 좋은 건 좋은 일이지만. 저럴 때는 무슨 어린애들을 돌보는 기분이다. 저걸 어떻게 말려야 하나, 류아가 생각하고 있는데.


이단아가 류아의 의상을 가볍게 당겼다.


“왜 단아야?”


의상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당긴 이단아의 행동에 류아는 이단아를 바라보았고. 이단아는 그런 류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언니.”


갑작스러운 이단아의 감사 인사에 류아가 눈을 깜빡였다. 고맙다니? 방금, 내가 뭔가를 했던가? 여전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이단아에게 류아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그때.


─키치 가수님들! 스탠바이 해주세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탠바이. 이제 무대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란 말이다.


그 목소리에 멤버들은 언제 떠들었냐는 듯이 입을 다물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스태프를 따라 스탠바이를 위해서 무대로 향했다.


-와아아아!!


무대에 가까워질수록, 함성 소리가 커져간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함성 소리를 들으며 멤버들은 무대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인 이어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들고. 서로의 의상을 확인해주고. 모든 준비를 끝낸 멤버들은 류아를 바라보았다.


리더로서 한 마디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런 멤버들의 시선에 류아는 뭐라고 말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이런 와중에도 자신들을 촬영하고 있는 the first의 카메라를 발견했다.


지금 이 장면이 방송된다면, 이때 어떤 말을 해야 멋있을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류아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이지.’


머릿속에 떠오른 뻔뻔한 그 얼굴에, 류아는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최고가 아닌 최선의 무대를 하자.”




§




메인 스테이지의 커다란 스크린.

그 스크린에 다음 무대에 올라올 가수의 이름이 나타났다.


[키치(Kitsch)]


“키치?”

“누구지?”

“아, 얘네. 걔네지? 키치키치 키스키스.”


스크린에 적힌 가수의 이름에 관객들 사이에선 이런 저런 목소리가 나왔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키치란 이름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보니 나오는 목소리였다.


“얘네가 여기 설 정도인가?”

“하이라이트 시간에 얘네는 좀 그렇지 않나.”


개중에는 비난이나 실망에 찬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 목소리에 키치를 보기 위해 참석한 키티(키치의 팬덤)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은 몰상식한 짓인데다가 키치의 인지도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보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키치 입니다!!


그때,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온 키치의 멤버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스크린을 통해 인사하는 키치의 모습에 관객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지금 시간에 설 자격이고 뭐고 간에, 비주얼 하나만큼은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안주인의 비주얼은 단연 돋보였는데 오늘 올라 온 아이돌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모였다.


그렇게 관객들이 키치의 비주얼에 감탄하고 있는데,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의 signature.


키치의 첫 번째 노래는 임아현이 편곡한 시그니쳐였다. 붐뱁 비트를 바탕으로 강렬한 하드리스닝 스타일로 편곡한 시그니쳐는 축제에 분위기를 띄우기에 아주 적합한 곡이었다.


“이 노래 괜찮은데?”

“실력 좋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처음 키치의 이름을 볼 때만 하더라도 시큰둥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흔들고, 제 자리에서 뛰었다.


─줄곧, 기억하고 있어.


시그니쳐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은, 너와 내가 만난 그 날 이었다. 역대 키치의 노래 중 가장 높은 순위까지 오른 노래인데다가, 지금 유행을 타고 있는 노래다 보니 관객들 중에 키치는 몰라도 이 노래를 아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너와 내가 만난 그 날!


청량하면서도 아련함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풍부한 밴드 사운드. 노래를 듣는 순간, 존재하지도 않는 여름의 첫 사랑을 생각나게 만드는 너내만에 관객들은 빠져들었다.


─있잖아. 사실은, 나.

lied to you.


3번째 노래는, 키치의 타이틀곡인 캐치였다. 통통 튀는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사랑스러운 멤버들의 목소리가 메인 스테이지를 가득 채우고.


─언제나 네 앞에 나타나.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안주인의 킬링 파트는 관객들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에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안주인의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그때쯤 되자, 불만을 가지거나 불평을 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메인 스테이지를 보기 위해 모여 있는 관객들 전부가 키치의 무대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곡이 되었다.


─벌써, 마지막 곡이 됐네요. 조금 긴장을 했는데, 관객 여러분들이 호응도 잘해주시고 하셔서 무대가 잘 됐던 거 같아요.

─마지막 곡은 저희들의 신곡! XYZ입니다!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 곡이니 많이 사랑해주세요!


류아와 아이사가 토크를 통해, 지금부터 부를 곡인 XYZ를 소개했다. 이제 마지막 노래란 말에 관객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데.


쿵-, 쿵-, 하고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만 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몸이 절로 움직이는 그루비 한 힙합 비트. 앞선 부른 두 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노래에 관객들은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하루도 평소와 똑같았어.

지루하고 비루한 일상.


그 힙합 비트에 춤을 추기 시작한 멤버들 중앙에 선 이단아가 노래를 부르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쫙, 하고 펼친 손바닥을 쥐면서 정면을 바라본다.


다른 곳을 보지 말라는 듯.

커다란 눈동자가 관객들을 향한다.


그 시선에 관객들의 시선이 이단아를 향했다. 다른 멤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움직임. 특별할 거 없는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단아에게 시선이 뺏긴다.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밤이 지루하다면.


그 시선을 아이사가 이어받는다.


아이사의 노래와 함께 힙합 비트에 여러 악기들의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노래가 신나진다. 노래를 듣는 관객들의 손과 몸이 조금씩 더 격해졌다.


당연히, 멤버들의 안무도 그만큼 격해진다.


─나와 함께 이 밤을 뛰쳐나와.

Dancing in the Moonlight.


그러나 류아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류아가 춤을 추면서 노래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노래가 한 번 더 변한다. 퍼지듯이 연주되는 신디의 사운드가 커지더니 몽환적인 멜로디로 변이된다.


─이 아름다운 달 아래에서.


그리고 그 몽환적인 멜로디 위에, 한겨울의 노래가 얹어졌다. POP적인 음색을 살린 창법이 아닌, 겨울처럼 차가우면서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창법으로 부른 목소리가 몽환적인 멜로디와 어우러진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


몽환적인 멜로디와 겨울을 연상시키는 창법, 거기에 무대를 밝히는 조명과 레이저까지. 그 모든 게 지금 이 순간을 환상처럼 느끼게 만든다.


“와아.”


그 분위기에 관객석에선 감탄과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아이돌들인데,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모두 키치의 무대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었다.


─Before the night ends.

내게 고백해줘.


한겨울이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안주인이 이어받는다. 한겨울만큼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지 않지만, 답답할 정도로 낮은 안주인의 목소리는 다른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안주인의 목소리와 함께 드럼 소리가 더해진다. 쿵-쿵-, 하고.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들려오더니 조금씩 빨라지고.


이윽고.


─Stay With Me Through The Night.


멤버들의 목소리와 함께 강렬한 EDM 비트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앞선 멜로디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강렬하면서도 신나는 EDM 비트.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그 하늘을 향해 초록색의 레이저가 화려하게 쏘아지며, 멤버들이 힘껏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우릴 봐.


아니, 말하고 있다.


우릴 보라고. 노래를 부르며 말하고 있다. 1년 동안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자신들을, 이제는 봐달라고.


이 무대에 우리들이 있다고.


노래를 통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 세상이 마지막인 것처럼.

Dancing in the Moonlight.


그리고 그런 멤버들의 노래에 관객들은 노래의 가사처럼,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손을 흔들고 자리에서 뛰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키치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하, 진짜. 누가 만든 노래인지.”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임아현은 키득, 거리며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지금 임아현은 엄청난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고, 키치가 부른 노래가 최소 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홀렸다. 호라이즌 때와 비교하면 적은 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키치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건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비츄 덕분에 ‘우연히’ 이름이 알려지고, 틱톡커가 만든 챌린지 덕분에 ‘우연히’ 순위가 오르고.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일어난 기적.


‘아니, 일어난 게 아니지.’


그 우연은, 준비했기에 일어난 우연이다. 기적은 일어 난 게 아니라, 송선율이, 이훈아가, 멤버들이, 그리고 임아현이 일으킨 거다.


“진짜 이 맛에 노래를 못 끊는다니까.”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키치와 키치의 노래에 맞춰 열광하는 수많은 관객을 보던 임아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습하고 더운 바람.


어느새, 여름이 다가왔다.


작가의말

으아아악

분량이 줄어들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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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0 24.05.11 19,518 469 13쪽
34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7 24.05.10 19,882 513 13쪽
33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18 24.05.09 20,506 524 17쪽
32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25 24.05.08 21,097 549 16쪽
31 EP5 – 기적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으키는 거다. (수정) +26 24.05.07 22,718 494 15쪽
30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8 24.05.06 22,318 512 15쪽
29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5.05 21,371 533 16쪽
28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19 24.05.04 22,174 529 15쪽
27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7 24.05.03 23,034 572 16쪽
26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6 24.05.02 22,973 549 15쪽
25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5 24.05.01 22,896 582 13쪽
24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2 24.04.30 23,583 555 17쪽
23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27 24.04.29 24,401 522 16쪽
22 EP4 – 이 세상에 나쁜 아이돌은 없다. +35 24.04.28 24,582 513 19쪽
21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7 23,859 498 14쪽
20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18 24.04.26 24,157 507 13쪽
19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5 25,220 520 12쪽
18 EP3 – 너를 믿는 나를 믿는 너를 믿어. +21 24.04.24 26,122 5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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