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게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아무래도 작가가 개새끼인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나는 소위 말하는 환생이란걸 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게 해준다거나, 사기 스킬 같은 걸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실은 그딴 거 쥐뿔도 없더라.
그렇다고 알바와 계약직만 전전하다가 30대에 과로사한 전생 따위, 기억한들 어디 써먹을 데가 있기라도 하나.
그리고 사실 제일 어이없는 건, 그 좇도 없는 전생의 기억조차 주마등을 본 뒤에야 떠올렸다는 거다.
“끄그극···! 꺼걱!!”
나는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적 지휘관을 밀어냈다.
“···제기랄.”
어느새 내 가슴팍엔 단검이 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박혀있었다.
목에 칼 맞은 놈이 그대로 반격해 올 줄이야.
생긴 건 꼭 고향의 우리 부모님 생각나게 좇같이 생겼으면서, 꼴에 기사란 건가.
“쿨럭···!”
점점 숨쉬기 힘들어진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며 다리가 저절로 풀린다.
빌어먹을.
적 지휘관 킬각떴다고 나대는 게 아니었는데.
“로한 경! 정신 차리십시오!”
“치료사! 치료사는 어디 있나!”
“로한 경이 당했다! 퇴각! 전군 퇴각하라!”
게다가 기사 놈들이 달려오더니, 기껏 잡은 그놈을 데리고 멀찍이 사라진다.
“우리 수당이 도망간다! 놈들을 막아! 둘러싸라고!”
반면에 개같은 우리 동료 새끼들은 내가 뒤져가든 말든 관심 없다.
나도 다음 생엔 귀족으로 태어나든가 하면 좋겠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아, 이미 죽어가고 있구나.
혹시 이대로 죽으면 회귀라도 시켜주나?
아니다.
개떡 같은 인생 다시 살아서 무슨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똥통은 몇 번을 굴러도 똥통이지.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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