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알바가 소드마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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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슬레이
작품등록일 :
2024.09.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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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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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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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오세요.

DUMMY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갈라진 혀의 양아치.


이정석.


그가 강혁의 대꾸에 피식 웃으며 입술을 핥았다.


“뭐? 너구나? 씨발. 느와르 영화 한 편 보다 왔냐?”

“···.”


강혁은 그저 우묵한 눈빛으로 이정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정석은 강혁의 차분한 모습이 왠지 띠꺼웠다.


“씨발.”


후욱!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날린 주먹.

강혁은 왼발을 슬쩍 옆으로 빼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해냈다.


“오- 스텝 좋은데? 복싱 좀 배웠나 봐?”

“여긴 왜 또 찾아왔지?”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이정석은 강혁이 마음에 안 들었다.


“너 예전에 영등포 연합 사무실 쳐들어와서 제대로 뒤엎은 적 있지?”


그랬었다. 이쪽 골목의 상권을 잡고 있는 영등포 연합이 보호세를 걷는 것까지는 용인했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자체 세금과 조직원 개인 상납까지 요구를 해왔다.

당시 ‘삼무횟집’의 알바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혁.

강혁은 사장 정안수를 은인으로 여기며 깊게 생각하고 있었고, 영등포 연합의 행태를 참지 않았다.

즉시 그들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박살 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때 이정석은 사무실에 없었다.

직접 마주하고 보니까 알겠다.

이놈은 그저 시비거리를 찾고 있다.


이정석이 뱀 혀를 길쭉하게 낼름이며 말했다.


“나도 이제 영등포 한 가족이 됐는데, 엉? 우리 식구가 당했다잖아. 영 마음이 쓰여서 말이지.”

“그때 일은 김구배 지부장님하고 얘기 다 끝냈다.”


이정석이 낄낄대며 히죽- 입꼬리를 찢었다.


“그건 그 아저씨랑 하고. 나랑은 얘기 안 끝났잖아?”


말도 안 되는 억지.

그럴 거 같았지만, 역시나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이다.

강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음? 똥 씹은 표정인데. 속으로 욕이라도 하나 봐? 내가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들어?”


티가 났나. 그래도 영 눈치 없는 놈은 아니다.


그래도, 일단은 참자.


“그런 거 아니다.”

“그래? 아니면-”


이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라고 이 씹─”


휘익!


슥─


“·····쌔가, 또 피해?”


완벽한 기습이었는데. 이정석은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 당황스러웠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자신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이 이런 식으로 쉽게 피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배운 놈인가?’


이정석이 허공을 갈긴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며 중얼댔다.


“······영등포 연합 병신들이 당할 만했네.”

“가족이라 하지 않았나?”

“좆까.”


그런 하등한 머저리들이랑 엮인다는 것 자체가 수치다. 이정석은 영등포 연합을 구멍가게 심부름센터로 부리고 있는 초거대 기업 한신 무역 소속이다.

평생의 미친 수련을 끝내고 이제야 세상에 나와 한신 무역으로 파견 나와서 잠시 실무 경험차 이곳에 왔을 뿐인데.


강혁이 그런 이정석을 꿰뚫어 봤다.


“너, 세종 출신이구나?”


이정석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 그걸 어떻게!”

“보면 안다.”


공격을 가하는 동작, 주먹을 휘두르는 모양새, 발을 딛고 서 있는 자세, 호흡법······


“세종도 수준 참 많이 떨어졌군.”


세종 교육 재단.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단어 중 하나인 세종을 갖다 붙인 집단으로, 킬러 양성 집단이다.

본인들은 초인 양성, 세계적인 용병 양성 단체라고 자칭하긴 하지만, 실상은 그냥 사람 잘 죽이는 놈들을 길러내는 소굴일 뿐이다.


“나 때는 졸업해도 1년은 피어싱은 무슨, 염색도 못 했는데.”


강혁이 혀를 쯧- 찼다.


“정규 교육 과정에 윤리도 배울 텐데. 요새는 후배들 잡도리 안 하나?”


뭔가 잘 아는 듯한 말에 이정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 세종 출신이야?”

“그래. 은퇴했지만.”

“은퇴? 어디서 개구라를.”


이 업계에서 은퇴?

할 수는 있다.

은퇴에 대한 계약도 맺는다.

실현 불가능할 뿐이지.


“사고 하나 거하게 친 뒤 탈주해서 숨어 지내고 있었구나?”

“흠.”

“이거 내가 탈주 닌자를 잡았네?”


불신 가득한 녀석이지만. 오랜만에 후배를 보는 강혁이었다.


강혁은 굳이 정정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근데 일반인은 건드리지 말라고 교육받았을 텐데.”


세종은 납치, 줍줍, 혹은 구매해온 갓난아기 적부터 사람을 잘, 그리고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킬러 단체지만, 임무 외의 타겟은 건드리지 않는다.

특히나 일반 민간인이면 더더욱.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

“이러니까 틀딱들이 도태됐지.”

“······이제 서른 초반인데.”

“한물간 소리나 해대고 있고. 딸피면 뒤져 아저씨. 세상 바뀐 지 한참이야.”


강혁을 향해 무차별 폭언을 퍼부은 이정석이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저 딸피 새끼··· 보통 놈 아니다.’


자신의 기습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흘려 냈다. 숨소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절대 우연이 아니다.


“당신, 기다려.”

“뭘 하려고.”

“쫄?”

“······해봐라.”


이정석이 품에서 손가락 크기의 작은 봉지를 꺼냈다.

봉지에는 묘한 붉은 빛이 나는 가루가 채워져 있었고, 그것은 강혁이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블러드 다이아?”

“오? 이거 아는구나? 빨아 봤어?”

“그거 하지 마라. 몸에 안 좋다.”

“병신.”


쓰읍-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블러드 다이아를 흡입하는 이정석.

그의 동공이 핏빛의 그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후··· 후아······.”


블러드 다이아는 사용자의 힘, 스피드, 동체 시력 등 신체 모든 부문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마약.

당연히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강해지는 데 있어서 효과는 직빵이다.


“후······ 우리 선배. 블러드 다이아 알고 있다며. 감당되겠어?”


어느새 굵다란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우둘투둘한 혈관이 몸 전체로 퍼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가라앉는다.


“신약? 조금 개선된 건가? 그래도 그게 그거일 텐데. 진짜 몸에 안 좋다니까.”


이정석은 강혁이 아까부터 속 편한 소리나 해대고 있자 말라비틀어진 핏자국 범벅인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아저씨. 내 손의 이 피 말이야.”


시뻘건 동공의 이정석에게서 요사스러운 기운이 흘러나온다. 죽음의 냄새. 살기. 그래, 살기다.


강혁의 눈썹이 움찔댄다. 그 모습에 이정석이 낄낄 웃으며 입술을 핥는다.


“뭐더라······ 아! 삼무횟집!”

“···.”

“그치. 거기 거기.”

“···.”


강혁은 이놈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예상이 가기에 더욱 불안해졌다.


그런 강혁의 불안한 감정을 읽고 즐거워진 이정석이 입을 열었다.


“내가 실수 좀 했어. 아저씨네 사장 머리통이 그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겠냐?”

“너···”


파팟!

강혁의 평정심을 제대로 흔든 이정석이 땅을 박찼다. 으히히- 괴기스러운 웃음이 공포감을 자아낸다.


“어이 선배! 복수해야 할 거 아냐! 제대로 덤벼 보라고!”


약을 빨기 전보다 월등히 빨라진 이정석의 주먹이 강혁의 안면으로 향했다. 핏- 살짝 귓가를 스친다. 쥐새끼 같은 놈. 또 피할 줄 알았지. 바로 이어지는 레그킥.


콰직!


짧게 스텝을 밟아 또다시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버리는 강혁. 그가 피한 덕에 뒤에 있던 단단한 콘크리트 담장에 이정석의 발끝이 닿으며 쩌저적- 박살이 났다. 인간의 힘이라 믿을 수 없을 가공할 만한 위력이다.


“또! 개씹-”


힘은 넘쳐나고, 속력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정도다. 새로운 블러디 다이야. 약빨 제대로 받았다. 근데··· 몸의 잠력을 있는 대로 다 끌어다 쓰고 있는데, 불안해졌다.


‘왜지. 왜 안 맞는거지.’


훅! 후욱-!


닿을 듯, 닿지 않는다.


대가리를 깰 목적의 페이크 하단 공격도.

타격이 먹히지 않자 그라운드 싸움으로 몰고 가려던 레슬링 시도도,

한 번만 잡으면 죽인다는 생각으로 옷깃을 향해 뻗은 손짓도.


“······.”


온몸을 잡아당기는 끈적끈적한 늪지대에 빠진 것만 같다.

깊은 심해 속에서 숨이 꽈악 막힌 채 허우적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


당장이라도 선혈이 난무할 것 같았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공격하면 피하고, 들이받으면 옆으로 살짝.

단 한 번의 부딪힘조차 없었다.


처음엔 우연인가 했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해서 겹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개새끼가···!”


으득- 이정석이 이를 갈아대며 덤벼들었다. 균형을 아래에 두고 몸을 가득 숙인 채 안쪽으로.

피할 수 없는 영역 안에서의 옆구리를 노린 일격.

이건 못 피한다. 피할 수 있는 전방위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 역시 손아귀의 모래알 빠져나가듯이 스륵 흘려낸다.

뭐지. 대체 왜··· 왜 닿지 않는거지··· 왜······!


“씨발···! 너, 너 대, 대체 뭐야!”


늪이다. 깊고 질퍽한 늪.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은 나인데, 주먹을 뻗을수록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듯, 숨이 옥죄여 온다··· 귀신에 홀린 것만 같다.


그리고.


텁-


흥분한 채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이정석의 무차별 주먹세례를 뚫고 강혁의 손이 이정석의 뒤통수를 잡아챘다. 아니, 대체 언제?


이정석의 머리통을 잡고 어느새 그의 뒤에 나타난 강혁은 생각했다.


‘······그래. 일단 뒷일은 나중에. 이 녀석부터 보자.’


뒷일. 그러니까 삼무횟집 사장님이 얽혀 있는 일.

강혁은 사장님이 봉변을 당한 게 자신이 괜히 나댔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고, 고민고민을 하면서 이정석에게도 손을 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후배님.”

“미, 미친놈이!”

“이따 얘기 좀 해야 하니, 이 악물고 있어.”

“무슨 말을-”


콰드드드득!

이정석의 잡은 뒤통수를 그대로 담장 벽에 쳐박아 면상을 갈아버렸다.


“끄아아아악!”


단단한 콘크리트 벽이 와드득 깊게 패이며 박살 났다. 이정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그 형체를 잃었다.


우둑-


엉망진창이 되어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는 이정석의 갈비뼈에 강혁의 무릎이 틀어박혔다.


‘튼튼하네.’


역시 세종. 육체적인 단련은 제대로다. 옆구리를 제대로 깨부술 생각이었는데, 갈빗대 3대 정도만 부러지고 말았다.


후웅!


그 와중에 반격 각을 보고 크게 휘둘러지는 이정석의 팔. 뛰어난 육체와 함께 약빨까지 먹힌 거력. 여기저기 터져 있어도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은 그대로다. 맞을 순 없다.


스윽-


그제서야 잠시 이정석의 뒤통수를 놓고 물러나는 강혁. 하지만 이전과 달리 강혁의 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붕붕 휘두르고 있는 이정석의 팔을 텁- 붙잡고 우드득! 그대로 한 바퀴 돌려 버렸다. 이정석의 팔이


“으아······ 으아아아아악!”


비명 소리가 크다. 블러드 다이아. 고통도 경감시켜 주는 놈인데, 신약은 파괴력에 중점을 뒀나? 조금 달라진 건가?


강혁은 콘크리트 잔해 덩어리를 주워들고 이정석의 턱을 잡아 빼 강제로 입을 벌렸다.


“잘못 생각했군. 이빨도 튼튼해졌겠지.”


콰득.


그대로 쑤셔 박고 턱 아래르 쳐올렸다.


“······!”


더는 비명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소리 대신 주르륵- 검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그때.


푸욱-


강혁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눈앞 담장에 무언가가 박혔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놈.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강혁은 검이 벽에 박히는 그 순간, 다시 빼내어 몸을 비틀며 등 뒤편으로 날려버렸다.

빛살처럼 쏘아진 장검이 푹! 강혁을 공격했던 남자의 허벅지 깊이 꽂혔다.


끄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남자의 얼굴과 인상착의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김구배가 말해주었던 이놈들 패거리 중 하나였다.


타탓!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어어- 하는 사이 강혁의 신형이 남자의 앞에 순간이동하듯 나타났고, 꾸드득- 허벅지에 박혀 있던 장검을 비틀어 뽑아냈다.


“좀 자라.”


이어서 검자루로 남자의 관자놀이를 후려치자 눈을 까뒤집고 입에서는 거품을 뿜어내며 맨바닥에 면상을 쳐박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놈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강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도 나오세요.”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자, 잠깐! 잠깐만! 난 아니야! 그, 그건 좀 내려놓고······!”


다급한 목소리.

일단 강한 부정을 하며 튀어나온 사람은, 아까 봤던 영등포 연합의 김구배 지부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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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구나. 24.09.18 154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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