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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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작품등록일 :
2016.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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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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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각각의 전투 (10)

DUMMY

“.... 다시 말 해보세요.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재임의 거듭된 질문에 숀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임시정부 승인에 관한 결의안이 하원에 제출되었단다.”


재임의 미간 사이에 생긴 골이 더욱 깊게 파였다.


“.... 어디의 짓인가요? 설마 한인교민회에서 벌인 일인가요?”


날이 선 재임의 물음에 숀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단 오브리엔이라는 하원의원이 발의했다고 하는데.... 일단 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인 것은 밝혀졌단다. 나도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오는 길이라 정확하게 배후가 누구인지까지는 듣지 못했단다. 음~~~ 그래도 한인교민회 측은 아닐 거라 생각한단다. 누가 뭐래도 그 누구보다 너의 뜻을 가장 잘 알고 따르는 이들이 그들이잖니.”


차분한 음성으로 달래는 듯이 하는 숀의 말에 재임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라도 돌출 행동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래도 바로 한인교민회에 상황파악을 취하라고 연락을 취해봐야겠어요. 휴우~~ ..... 그나저나 의회 상황은 어떤가요?”


숀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 그래도 다들 당황해서는 연락이 오고 난리였단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이다.”

“끙~~”

“나름대로 우리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잖니? 사실상 시기상의 문제였을 뿐 우리도 결의안을 제출하려고 했었으니까. 사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했단다. 지금 제출된 결의안의 정말 우리의 뜻인지, 그리고 우리 뜻이라면 왜 전혀 관계도 없는 오브리엔이라는 하원의원을 통해서 결의안을 제출한 것인지 말이야. 오해하고 섭섭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단다.”

“아~~~”


숀의 말에 재임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숀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이미 우리가 공들여온 시간이 한 두 해가 아니잖니? 지금 최선을 다해서 오해를 풀고 있으니 모두 놀라기는 했을 테지만,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은 없을 거란다.”

“휴우~ 다행이네요. 장인어른께서 최대한 상황을 설명해주시고 다독여주세요.”

“그래야지.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그럼 의회는 그렇게 다독인다 치고.... 진짜 문제는....”

“정부겠지.”


숀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재임의 어깨를 토닥이자 재임은 푸념을 하듯이 말을 꺼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자원입대 이벤트 문제로 찾아온 헐 장관에게 넌지시 임시정부 승인에 관한 문제를 꺼냈었거든요.”

“그가 뭐라고 하던?'

“아직은 정부 내 분위기가 일본과의 관계에 여지를 두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은..... 아무래도 이중 전선에 대한 부담 때문이겠지? 그래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일본으로부터는 직접 공격까지 당했는데 말이다.”


재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도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기존에 국무부에서 취해왔던 외교기조의 연장 선상인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을 바꾼다면, 여태까지 외교정책이 실패한 것이란 것을 자인하는 셈이니까. 헐 장관으로서 부담이 되겠죠. 더군다나.... 아직까지 정부의 입장은 진주만 공습이 단순한 일본의 돌출 행동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여전히 일본을 콘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고요. 아마도 이중 전선에 대한 부담감이 여기에 더해져서 판단을 미루는 것 같은데.... 사실 국민의 감정과는 괴리가 있죠. 그래서 더 이런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있고요.”

“그렇겠지. 아무래도 미 정부의 입장에서는 유럽보다는 아시아 쪽에는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이니까. 뭐~ 일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깔린 것일지도 모르고.”


재임의 한숨이 깊어졌다.


“휴우~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미국이 오판하고 있는 거로 생각해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정보로 보면 일본은 절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요. 아마도 조만간 미국도 일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전면 전쟁은 불가피할 거에요.”

“그건 너의 판단이니? 아마도 한인교민회의 의견이니?”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재임이 대답했다.


“한인교민회의 의견이기도 하지만, 제 판단이기도 해요. 일본으로서는 지금 벌여놓은 일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 테니까요.”

“.... 하긴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지. 우리까지 공격했으니까. 시기의 문제일 뿐 나도 일본과의 충돌을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한단다.”

“그래서 그때까지 기다렸어야 하는 문제였는데.....”


다시 골치가 아파오는지 재임은 미간을 주무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름대로 그 문제에 대해서 사전 준비도 열심히 해왔고 의원들과도 접촉해왔었는데.... 이번 일로 우리가 실없는 입장이 됐어.”

“휴우~ 안 그래도 장인어른이 오시기 전에 헐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무턱대고 화를 내시는 바람에 제대로 영문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진상을 확인하고 연락을 다시 드린다고 했는데..... 이 문제일 줄은 몰랐네요. 생각해보니..... 헐 장관이 화를 낼만도 했네요. 몇 주전에 언급했을 때, 자제해달라고, 저한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셔서 저도 동의를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제 입장도 난처해졌어요.”

“아마도 헐 장관도 마찬가지겠지.”

“네. 안 그래도 이번 일로 이 문제는 더 어렵게 됐어요. 헐 장관과 이야기를 할 때, 한인들에 관해서 이 비슷한 문제로 지적도 받았거든요.”

“비슷한 문제?”

“너무 의견 통일이 되어있지 않다고요. 한목소리로 의견을 내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니.... 이렇게 중구난방인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

“네, 그래서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한인교민회를 중심으로 미주 한인들이 모두 일치단결해 있으니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했었는데....”

“....이번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구나. 휴우~ 네 입장도 난처하겠구나.”


재임은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제가 실없는 사람이 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결정적으로 이번 일로 다시 임시정부에 대해서 승인을 받는 일이 미루어질 테니 그게 더 걱정이에요. 이번에 맹호군과 연계해서 미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기회에 이런 돌출 사건이 생겼으니.....”


잠시 재임을 바라보던 숀이 다시 재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일단 그 문제는 어쩔 수 없지. 단지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려무나. 이런 일은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지. 지금은 이 일이 다른 일로 연결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네. 그래야겠어요. 그럼 일단 결의안 문제는....?”

“그건 미 정부의 뜻에 따라야지. 아무래 의회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실제 업무를 보는 행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 되어버릴 테니까. 아쉽지만, 이번 기회는 포기하는 것이 좋겠구나. 헐 장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으로 말이다. 트루먼 부통령에게도 부탁하고 말이다.”


재임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모든 계획이 멈추고 일단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어요.”

“그렇게 하렴. 당장의 성과보다는 멀리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네,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헐 장관님에게 연락을 드릴 테니, 장인어른은 의회의 우리 쪽 사람들을 다독여주세요.”

“그렇게 하자.”


재임은 곧바로 헐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금 이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음을 자세히 설명했다.

헐 장관은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그대로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헐 장관은 이 결의안에 재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임이 관리(?)하는 의원들이 동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줄 것을 바랬고, 동시에 던(Dawn)가 차원에서의 좀 더 적극적인 전쟁에 대한 지원과 참여를 요청했다.


재임은 그 요구를 대부분 그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이 돌발사건으로 인해서 그동안 재임과 한인교민회 차원에서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임시정부 승인과 관련된 로비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번 결의안의 배후에 한인계열의 동지회가 배후에 있음이 드러나면서 이를 알게 된 미 정부는 막바지에 이르렀던 한인교민회에 대한 미 정부 공식인정을 철회했다.

이런 돌출 행동을 벌인 동지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한인교민회의 대표성에 의심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로써 그동안 미주 사회의 두 가지 숙원이었던 임시정부와 미주 한인 단체의 미 정부 공식인정은 모두 미루어지게 되었고, 동시에 함께 구상하던 모든 한인 관련 일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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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8 억이
    작성일
    19.12.03 00:55
    No. 1

    진짜 이승만은 디졌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종이향
    작성일
    19.12.04 21:09
    No. 2

    이승만의 미주 한인독립사는 정말 알면 알수록 놀랄 일이 가득하답니다. 에휴~~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ranger
    작성일
    19.12.03 10:44
    No. 3

    이승만의 트롤링..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종이향
    작성일
    19.12.04 21:11
    No. 4

    이승만은 본인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보건데....어쩌면 이미 독재자의 자질은 이때부터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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