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키우는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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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7.06.26 10:15
최근연재일 :
2017.06.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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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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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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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천마성애자天魔性愛者 (2)

DUMMY

기어코 주말이 찾아왔다.

언제나 주말은 특별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하다.

‘천마 꿈’을 꾸기로 한 날이니까.

꿈을 꾸는 법은 간단명료하다.

하루 종일 똑같은 소설만 읽으면 된다.


“···이거 흑역사 하나 만드는 것 같은데.”


지금 내 눈앞에는 ‘마왕천마.’ 15권 전집이 펼쳐져 있다.

마왕천마에는 내가 읽은 무협지 중에서 가장 멋있는 천마가 나온다.

물론 마왕천마의 천마도 결국에 주인공에게 꺾인다.

주인공과 정사파 연합의 함정에 빠져 3일 밤낮으로 싸우고, 결국에는 주인공의 검에 목이 잘렸다.


‘주인공 새끼 막타 쳐놓고서는 자기가 다한 것처럼 거들먹거릴 때는···. 휴우. 참자.’


나는 마왕천마 1권을 들었다.

동네 건달이었던 주인공이 동네 뒷산의 무공 비급과 영약을 얻고 강해지는 부분이 나온다.

마음 같아서는 저 뒷산채로 생매장을 시키고 싶다.

나는 화를 다스리면서 소설을 계속 읽어나갔다.


내가 14권을 읽었을 때였다.

홀로 천마를 상대할 수 없던 주인공은 정파와 사파의 힘을 규합하여 무의맹(武毅盟)이라는 단체를 만들어냈다. 이제 저 무의맹의 농간에 천마가 죽겠지.


나는 비몽사몽하며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남게 되었다.


‘내가 천마의 운명을 바꾼다.’


그 집념은 형체를 이루더니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나는 정신이 붕 뜨여진 상태라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래. 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정상인법이지.


[당신의 간절한 염원은 『발할라의 탑』에 도달했습니다.]

[『발할라의 탑』은 죽은 이들의 전장.]

[당신은 그들을 지휘하는 군주가 되시겠습니까?]


게임 메시지 같은 문장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꿈.

무엇을 선택한들 중요치 않다.


‘되겠다.’


내가 대답한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 * *


의식이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간다.

천천히, 천천히.


“야! 야! 일어나 봐!”

“어어, 시발 뭐야! 네가 왜 내 방에 있어!”

“내 방? 주위 좀 둘러보고 말해라!”

“···.”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분명 내 방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나는 들판에 누워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조화일까.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본다.

천마 꿈을 꾸겠다고 그 난리를 쳤다.

음.


“꿈인가?”

“정신 안 차릴래. 이게 어떻게 꿈이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

이슬이 맺힌 풀들.

100% 리얼리티를 갖고 있었다.


그 풍경들을 배경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는 최훈.

평소 익살을 부리던 그와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네가 깨어나니 좀 안심이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뒤를 돌아 봐봐.”

“어어? 저건 또 뭐냐.”


내 뒤에는 백색의 선이 보였다.

그 선은 어찌나 길쭉한지 하늘까지 닿아있었다.

마치 세상을 둘로 갈라놓은 느낌이다.


“발할라의 탑. 저 탑이 우리를 소환한 놈이야.”

“···맞아. 간절한 염원이 탑에 도달했다고 했지.”

“얼추 감이 오지 않아?”

“조금만 생각을 정리해볼게. 말 걸지 말아봐.”


꿈같은 곳에서 보았던 괴상한 메시지들을 상기해본다.


[당신의 간절한 염원은 『발할라의 탑』에 도달했습니다.]

[『발할라의 탑』은 죽은 이들의 전장.]

[당신은 그들을 지휘하는 군주가 되시겠습니까?]


판타지 소설에 종종 나오는 이야기다.

괴상한 탑이 있고 그 탑에서 사람을 소환한다.

그리고 각 층수마다 미션을 부여하고 소환된 사람은 그걸 깨야한다.


“···어처구니가 없어. 이건 만화나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야.”

“그렇다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최훈 네 얼굴이 굳어진 것을 보니 좀 비현실적인데.”

“이 상황에서 실실 쪼개면 미친놈이지.”

“모르나본데. 넌 평소에 반쯤 돌아있는 것처럼 보였어.”


서로를 슬쩍 노려본다.

그리고 마주 웃었다.


“크크큭. 크큭.”

“뭘 좋다고 실실 웃냐. 킥킥.”


낯선 곳에 와서까지 티격태격하는 것이 무언가 웃겼다.

감정의 공유 때문일까. 긴장이 조금은 풀어졌다.

나는 최훈에게 말했다.


“여기에 왜 왔는지 얼추 감이 와. 분명 메시지는 우리들의 염원이 닿아서 소환됐다고 했어. 우리 마지막에 꿈꾸려고 한 가지 생각만 했잖아. 그게 염원이 된 게 아닌가 싶어. 너는 무슨 생각을 했었냐?”

“음.”

“왜 뜸을 들여? 레몬걸스인가 걔네 꿈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것 아냐?”

“그거야 네 반응이 좋으니 장난친 거지.”

“그러면?”

“나 어렸을 적에 어머니 돌아가신 것 알지?”


의외의 말을 들었다. 최훈이 꾸고 싶었던 꿈이 죽은 엄마를 만나는 것이었다고?


“쪽팔리잖아. 이 나이 먹고 엄마나 찾고.”

“애꿎은 아이돌 가지고 장난치는 건 쪽팔리지 않고?”

“마마보이보다는 변강쇠가 낫지.”


무어라 놀리기도 민감했다.

기억의 한구석에 묵혀뒀다가,

10년 정도 후에 놀려먹어주자.


“너는?”

“말했잖아. 소설 내용을 바꾸고 싶었다고.”

“조금 구체적으로.”

“그 악역이 있단 말이야. 얘가 참 열심히 살아. 태어났을 때부터 열심히 수련도 하고, 부하들도 키우고, 음모도 여러 가지 준비하고 막 그래. 그런데 주인공 이 새끼가 나타나더니 와장창 다 깨부순다고.”

“···.”

“또 과정이 웃기지도 않는 게, 절벽에서 떨어지면 영약이나 무공서가 준비되고. 만나는 여자마다 후리고 다닌다니까. 심지어 천마가 금지옥엽으로 키운 의붓딸까지 잡순다고.”


나는 조금 격양됐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 내 모습에 최훈은 눈살을 찌푸린다.


“와. 너는 진짜구나. 진짜야.”

“시발. 내가 말해놓고도 병신 같네.”


서로의 흑역사를 묻어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저 탑까지 가야겠지?”

“그래. 뭐 방법이 있겠나.”


나와 최훈은 탑을 향해 걸었다.

둘은 대화를 하기보다는 서로간의 생각을 정리했다.

한가지 집히는 구석이 있다.

저번 주에 인터넷 기사로 읽었던 실종현상. 로스트 패닉.

젊은 사람들 위주로 수백 명이 사라졌다고 했다.

자신과 최훈은 그와 같은 현상에 걸린 것 아닐까.

내가 이 말을 꺼냈더니.


“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안심이네. 우리 둘만 떨어진 건 아니란 것 아니야. 사내놈이랑 ‘나는 전설이다’ 찍는 건 질색이란 말이야.”


내 쪽이 더 사양이다.

징그러운 놈.


* * *


놀랍게도 탑의 주위에는 마을 같은 것이 보였다.

중세의 건물들이 줄지어 지어져 있었다.

놀라는 일은 연이어서 펼쳐진다.


[ 발할라의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당신은 발할라의 군주가 되어 탑을 등반해야합니다. ]

[ 거울이 있다고 상상하십시오. ]


지시를 따랐다.

게임 창 같은 것이 떠올랐고,

이어서 인벤토리와 상점의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더도말고 완전히 게임 같은 세계였다.

가상현실게임이 나온다면 이런 느낌.


작가의말

겜판이라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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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화 - 챔피언 (2) +5 17.06.27 200 10 8쪽
» 1화 - 천마성애자天魔性愛者 (2) +1 17.06.26 243 7 7쪽
2 1화 - 천마성애자天魔性愛者 (1) +1 17.06.26 298 7 10쪽
1 프롤로그 - 발할라의 탑 17.06.26 424 1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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