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크루세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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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E
작품등록일 :
2017.06.26 10:36
최근연재일 :
2018.03.02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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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760

작성
17.07.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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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안녕하세요~ 필명 OIE 입니다. 첫 작품인 '에딧 크루세이더' 잘 부탁드려요~




DUMMY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천지의 손을 맞잡은 두 손에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고, 부들부들 떨기도 했다. 상황만 허락한다면,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서라도 진심을 보이고 싶었다. 본인의 50년 평생에 가장 큰 은인을 만난 궁내부장 김태헌은, 아까의 근엄함은 어디로 갔나 싶을 정도로 간절하게 천지일행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라니까요.”


“여러분이 국가적 위기를 막아주셨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천지 일행은 지금까지 차갑게만 대했던 궁내부장이 절절하게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낸 것인지 깨달았다. 아까의 사건이 벌어진 뒤, 국왕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가신들과 엄선된 궁내부원들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고, 천지 일행은 금새 다시 부활한 궁내부장의 안내로 경복궁 내 향원정으로 모셔졌다. 어째서 근정전으로 가지 않고, 향원정으로 왔냐는 물음에 궁내부장은 ‘중대사를 논하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향원정은 경회루와 같이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정자였지만, 경회루와는 달리 향원정 정자로 가는 길이 단 하나, 향원교 다리밖에 없었다. 누군가 침입하거나 잠입하려면 반드시 향원교를 지나야 했기에 밀담을 나누기에는 적절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었다. 더불어 궁내부장이 다른 궁내부원들에게 위엄을 잃지 않고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전하께서는 잠시 뒤 채비를 하시고 이 곳을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부디 편하게 머무시길 바랍니다. 이 곳에는 아무도 들이지 않고, 향원교에 경비대를 세워놓을 테니 편히 말씀 나누셔도 됩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궁내부장은 뜨거운 눈빛으로 천지 일행을 한번 더 쳐다본 뒤, 허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궁내부장이 물러간 뒤에 향원정 내부에는 천지 일행만 남게 되었다. 궁내부장이 사라지고 난 뒤, 잠시간의 정적 후에 천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무슨 날벼락이냐.”


“그러게요,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국왕 암살기도를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다행이군. 국왕의 암살은 국가적인 망신이자 위기 아닌가. 나도 천지 자네에게 감사하네.”


“그래, 그···이기어검술? 그거 되게 좋아보이던데.”


“하하, 나도 될 줄은 몰랐어. 스킬을 동시에 두 개 사용하는게 가능할 줄은 몰랐거든. 될 대로 되라 싶었지.”


“그러게, 나도 네가 그런 생각까지 할 수 있을지는 전혀 몰랐지.”


“나야, 뭐 이빨(?)로 먹고 사는 누구랑은 달리 순발력이랑 행동력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20년 넘은 친구의 쓸모를 오늘에야 발견하게 됐단 말이지?”


“하하, 20년 넘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친구를 둔 건 내 행운이지!”


“하하하!”


“하하하하!”


“···두 분도 참 대단하시네요.”


아라치가 나지막히 감탄하고 있는 사이, 향원정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께서 들어가십니다.”


천지와 수락은 웃음을 멈추고 벌떡 일어섰다. 아라치와 아모스도 함께 일어섰고, 곧바로 향원정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새 곤룡포로 갈아입은 국왕 강해가 문지방을 넘어 들어왔다.


“국왕님, 또 뵙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국왕은 대답하기에 앞서 허리를 숙여 천지 일행에게 인사했다. 천지 일행은 또다시 어쩔 줄 모르는 혼란에 빠졌다. 국왕은 근정전에서 보여주었던 미소를 다시 보였다.


“저를, 이 나라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감히 얘기하건데, 여러분은 저와 국가의 은인이십니다.”


“아,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언제든지 경복궁의, 아니 거절하지 않아주시면 청와대의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처, 청와대요?”


“국가의 외교와 안보의 위기에서 구해주신 분인데, 당연합니다. 좋은 날을 잡아 초대할 테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국왕은 또다시 허리를 숙였다. 천지 일행은 낮은 태도로 임하는 국왕에게 함부로 거절을 꺼내지 못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천지 일행에게 국왕은 다시 웃으며 얘기했다.


“그냥, 밥이나 한 번 먹자는 겁니다. 임시 거처이긴 하지만, 제 집이니 음식은 제가 준비하구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밥 한끼 대접도 못하게 하실 겁니까?”


“하하···네,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국왕님. 아까 호위무사는 다른 국가에서 보낸 암살자였던 건가요?”


국왕은 잠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암살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다소 슬픈 얼굴이었다.


“네, 그렇게 생각됩니다.”


“아니, 어떻게 왕실 호위무사가 암살자일 수 있는 건가요? 청와대로 치면 대통령 직속 경호원···아,아닌가요?”


아라치는 따져 묻듯이 말하다가, 자신이 말하는 상대가 국왕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더듬거렸다. 국왕은 아라치의 말에 더욱 슬픈 표정이 되었다.


“아마, 호위무사가 뽑힐 때부터 제 암살을 목적으로 들어온 자들로 보입니다. 왕실 경비대 중 제동선 근처에 배치되는 사람들과 왕실 호위대는 실제로 면접까지 보는, 신원이 확실하고 게임 내 강한 캐릭터를 보유한 사람들만 뽑았다고 했는데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면 말이죠. 기동대가 호위무사의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 이미 신변을 지우고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현재는 수배를 내리고 수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암살을 위해 캐릭터를 키우고 신변까지 위조해서 왕실 호위대로 들어왔다는 건가요?”


“네, 현재로서는 그렇게 유추하고 있습니다.


“···혹시, 북한의 공작원 같은 건가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그 역시 고려하고 있습니다.”


부정하지 않는 국왕의 말에 천지 일행은 매우 놀랐다. <이터널 테일>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의 대륙과 바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각 국가의 영토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타국 영토로 진입하려면 여권과 승인이 필요한 것처럼, <이터널 테일>도 다른 국가의 영토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게임 시스템 내에서 타 국가 영토로 진입 시에는 자동적으로 시스템 내에 등록이 이루어지고, 외국인이란 표식이 캐릭터를 따라다니게 된다. 따라서 ‘국왕의 암살’과 같은 행동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유저들은 수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타국에서 위장 미션을 수행하려면 ‘오프라인’적인 위장이 먼저 필요하다. 여권과 주민등록을 위조해 해당 국민인 것처럼 위장하여 잠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타국으로의 귀화를 할 수는 있으나, 왕성의 경비대나 호위대가 되는 과정은 해당 국가에서의 신원 정보 조회와 보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니 불법적인 방법으로만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미션은 국왕이 왕성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신분 위조’와 ‘캐릭터의 성장’, 그리고 ‘호위대로의 발탁’이라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암살 기도는 그러한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천지 일행이 놀라고 있자, 국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을 이 곳에 모신 것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불편한 부탁을 한 가지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예? 어떤···?”


“국가의 은인이신 여러분들에게 정보보호서약을 받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를 부탁드립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번 암살기도는 없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예에? 아니, 배후를 밝혀서 국제사회의 지탄과 책임을 물어도 부족한데, 이대로 묻어버리시겠다구요?”


아라치의 물음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여러분의 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목숨을 직접 위협받은 당사자로서 분노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는 국가적인 혼란을 사전에 막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암살자의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명을 내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지요. 그리고 우선은 궁성 내의 경비대원과 호위무사들 중 다른 공작원이 있는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국정원에서 조사 중입니다.”


“국왕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오늘 본 사실들은 기억속에 묻어두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국왕은 세 번째 고개를 숙였다. 굳이 직접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이었다. 아랫사람들을 시켜 정보보호서약서와 일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국왕이 직접 나서서 감사를 전하고 부탁을 한다는 모습에서 천지 일행은 국왕이 진심으로 국가를 걱정하고 국민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은혜는 또 어떻게 보상해드려야 할까요? 왕실 창고에 있는 보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군요.”


‘보상’이라는 말에 아라치의 눈이 다시 번뜩였다. 아모스는 국왕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볍게 아라치를 눈빛으로 나무랐고, 아라치는 부끄러운 듯이 볼을 긁적였다. 수락은 국왕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국왕님, 저희는 이미 퀘스트에 따른 보상으로 충분히 이득을 취했습니다. 국가의 안보는 국왕님과 정부가 앞장서서 책임져주시고 있지만, 국민인 저희도 같이 부담하고 있는 의무입니다. 저희의 선의를 물욕으로 치환시키지 말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물적인 보상은 여러분께 오히려 무례한 처사가 될 것이란 것을 잘 알았습니다. 혹시 제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겠습니까? 경복궁 내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릴 것입니다.”


“저, 괜찮으시다면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긴 합니다만···”


수락이 이때다 싶어 던진 말에 국왕과 다른 천지 일행들도 귀를 기울였다.


“네, 뭐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다니 오히려 다행입니다.”


잠시 뜸을 들인 수락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자 말을 시작했다.


“혹시 국가간 퀘스트에 저희를 넣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호, 수락님께서는 국가간 퀘스트를 알고 계시는 군요. 혹시 특정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십니까?”


“예, 지금은 조선 길드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역시, 대단한 모험가답군요. 대한민국 최강 길드라니, 왜 여러분의 실력이 그토록 뛰어난 지 알게 되었습니다. 좋습니다. 다음 국가간 퀘스트는 조선 길드에게 먼저 모집공고를 내도록 하죠.”


수락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저와 아모스님을 제외하고 아라치님과 천지는 어떤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았습니다. 제 부탁은 길드가 아닌 저희 일행 한정으로 부탁드리는 겁니다.”


“국가간 퀘스트를 여러분 한정으로요? 물론 안될 것은 없지만, 적은 인원으로 부담이 크실 것 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단지 제안만 부탁드릴 거니까요. 그리고, 금번 퀘스트로 부담이 적어졌으니까요.”


“아! 그렇겠군요. 좋습니다. 다음 국가간 퀘스트부터는 수락님의 일행에 제일 먼저 공문을 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 것으로 됐습니다.”


“하하, 욕심이 없으신 것으로 알았는데, 물욕이 아니라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신가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하는 게임이니까요.”


어리둥절 하고있는 천지를 제외하고 아루치와 아모스, 수락은 매우 만족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국왕은 웃으며 일행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말했다.


“저는 이제 다시 국정회의에 들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다음 번 청와대 만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국왕은 가볍게 목례를 끝으로 근정전으로 돌아갔다. 천지 일행도 꾸벅 고개를 숙여 국왕에게 인사하고는 경복궁을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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