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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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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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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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DUMMY

비록 정규군보다는 부족하기는 하지만 숫자는 충분했다. 대부분의 중앙군이 전투 등으로 인해 빠져나간 궁궐을 장악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궁궐 방비를 맡을 선랑들도 무천군의 명령에 따라 궁궐에 있지도 않았다. 이제 남은 이주신을 비롯한 환관들 정도였다.

분명 여러 예상치 못한 사태가 연달아 일어나긴 했지만 우위에 있는 건 무천군이었다. 반발하거나 적대하는 이들의 힘도 무시할 건 아니나 무천군이 이끄는 세력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에게 최대 장벽과도 같은 천신영도 죽은 상황이다. 물론 이주신과 태자가 있으나 무천군의 상대가 될 인물들이 아니었다. 당연히 남아있는 여타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무천군의 걱정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바로 남영이라는 존재였다.

남영. 초정회라는 상단의 주인으로, 도대체 몇 년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는 존재다. 무천군이 아는 것이라곤 강력한 도술을 자유자재로 부릴 줄 아는 강자이며, 그를 따르는 여러 초정회의 일원들도 상당한 강자라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고작 상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들 무천군에겐 그를 따르는 정규군과 선랑, 그리고 개인적으로 키워낸 사병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남영의 의도였다. 사실 연쇄살인을 시작으로 이 도성에서, 그리고 무천군의 주위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전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금과 같이 진군하고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일은 분명 누군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게 무천군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남영이 아닐지 의심이 가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일행의 선두를 이끄는 이승필이 무뚝뚝한 어조로 물었다. 무천군이 대답 대신 고개를 젓는 걸로 대신하자 이승필이 말했다.

“마음을 다잡으십시오. 공(公)이 우뚝 서있어야 저희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이 나라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놈의 원한도 풀 수 있지요.”

둘째 아들인 이휴진이 살해당한 이후로 이승필의 얼굴과 말에는 독기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엔 누구에게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 외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현재 궁궐로 향하는데 선봉에 이승필이 선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이승필을 두고 무천군은 밝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곧 있으면 해가 뜨고, 모든 일의 결판이 날 것이다.

그것이 비극적인 결말인지, 희극적인 결말인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도대체 누구의 의도대로 결말이 날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물러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의 의도였건 간에 결국 지금의 상황을 결정한 건 무천군 자신이기 때문이다.

“괜찮으신지요?”

주변의 측근 하나가 그렇게 묻자 무천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괜찮네. 그저 천명 위에 서있는 나 자신이 우스울 뿐이네.”

어리둥절하는 측근을 두고 무천군은 궁궐로 향했다. 거기서 결판이 날 것이라 예상을 하며.


같은 시각 허염의 집에 도착한 김부선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과거를 통해 관직에 진출한 뒤 무난한 관직생활을 보내다가 무천군 일파에 들어간 뒤 승승장구를 거친 그였다. 덕분에 정2품 좌복야에 오른 그였다. 사실 좌복야란 자리는 품계만 높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하나도 없는 잘였다. 그렇지만 애초에 적당히 벼슬길을 거쳐서 적당히 높은 자리에 올라 호사를 누리기만 하면 족했던 그에겐 만족스런 자리였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 오르게 해준 무천군에게 감사를 표하며 따랐으며, 지금도 자신을 대신해 아들을 보내어 보좌하게 만들었을 정도였다.

아들을 대신 보낸 뒤 열심히 여러 신료들을 찾아가 아군으로 만들던 그는 문뜩 허염의 집으로 향했다. 이미 정계에서 밀려난 퇴물과도 같은 노인이었지만 지략에 정평이 나있었고, 일단 전직 대신이었기에 끌어들이기에 나쁘진 않다는 생각에 허염의 집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과거의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를 하고 있는 김부선이었다. 아니, 지금의 그는 그보다도 무천군 일파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한 데에 후회를 하는 중이었다.

그저 퇴물이라 생각하여 가볍게 명예회복 및 명예직 정도 던져 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김부선은 어느새 포위되어 있었다. 당당히 하인의 안내를 받아 허염의 집 후원 정자에 오른 그는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장한 여인들에 의해 호위병 전원이 제압된 뒤 포위되어 있었다. 분명 그들은 장락원의 기생들이 분명했다.

“이, 이······.”

너무도 당황하여 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김부선은 허염을 힐끗 봤다. 허염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차를 즐기고 있었다.

“도, 도대체······.”

그렇게 당황해 있던 김부선이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리를 굴리는 동안 허염은 싱긋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은 그는 허염의 입으로 이 일련의 사태가 어떻게 일어나고 흘러갔는지를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그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허염의 말이 사실이라며, 아니 이미 정황상 사실이 분명한 이 현실에서 도대체 어떤 선택이 그로 하여금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지 아닐지를 알 수가 없었다. 여전히 무천군 일파의 세력이 강한 건 사실이나 여러 변수들이 끼어든 상황이다. 그 변수라는 것도 남영이나 최염계와 같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물론 지금 같은 정자에 있는 노인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장이라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여자들이라곤 하나 자신의 호위병들을 손쉽게 제압한 이들을 상대로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김부선에겐 들지 않았다. 현재 아들이 무천군 곁에 있다곤 하나 스스로의 목숨을 희생할 생각이 그에겐 없었다.

“무얼······, 원하시오.”

침착하게 무천군에게 원하는 바를 물은 김부선은 자신을 향해 가볍게 웃어보이는 허염을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웃어보이던 허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저 말동무가 필요한 것뿐이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그에게 허염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한창 밖이 소란스럽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나만 이렇게 아무런 일없이 빈둥대고 있지 않겠소이까? 이래서야 지루해서 어찌하겠소. 평소 말동무 좀 해주던 녀석도 내보낸 마당에 홀로 차를 즐기는 것도 뭐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말동무를 해줄 인물이 와주다니 기쁠 뿐이오. 그러니 내 좌복야께 부탁드리는 건 단 하나요. 이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나와 차나 함께 즐깁시다.”

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김부선에게 허염이 말했다.

“뭘 그리 고민하시오. 어차피 좌복야께선 여길 벗어날 수도 없는 몸이오. 아, 무천군 나리를 돕지 못해서 걱정이오? 그것도 걱정할 필요 없소. 어차피 그대 하나 유무에 갈릴 상황도 아니고, 설령 무천군께서 성공한들 나라는 변명거리가 생기지 않소. 오히려 몸도 보전할 수 있으니 좋게 받아들이시오.”

허염의 말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김부선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허염의 말대로 지금 이 상황에서 뭘 어찌할 수 있지도 않고, 그의 말대로 안전을 보장받으며 변명할 여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들녀석이 무천군 곁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리에 앉아 허염이 따라주는 차를 받은 김부선을 보고 허염은 기쁘단 듯 웃었다.

“자, 그럼 무슨 얘길 시작해볼까.”

마치 어린 아이처럼 신나하는 그에게 김부선은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원, 하시오······?”

김부선의 떨리는 질문에 허염은 코웃음을 치곤 잠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늙은이가 이제와서 뭐 대단한 걸 원하겠소? 그저 새롭게 떠오르는 해나 보며 만족할 뿐이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며 김부선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김부선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서양필이었다.

누구보다도 무천군을 도와온 그는 무천군 일파에서도 실질적인 서열 2위에 해당하며, 무천군의 책사로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다. 다만 지략과는 별개로 거침없는 행보와 과격한 책략은 주변으로부터 우려와 적대감, 혹은 두려움을 부르기도 했다. 허나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적이 많은 만큼 신뢰를 받고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서 상황을 뒤집어엎자고 주장한 그였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사실 서양필이라도 최염계는 만만한 상대라 여기지 않고 있었다. 엄연히 참지정사라는 높은 자리에 오른 최염계는 대대로 고위관직을 맡아온 명문가의 일원이며, 그 자신도 가문의 휘광만이 아니라 뛰어난 학식으로 무장한 거물이었다. 그러한 배경과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공로를 세워온 그는 천신영과 더불어 여러 개혁정책의 쌍두마차로 활약해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세운 계획의 성패 및 앞으로 무천군이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최염계를 설득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자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 최염계라는 인물이 이토록 서양필 자신의 예상을 깨부술 인물임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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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9) 19.05.20 37 0 9쪽
118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8) 19.05.13 27 0 10쪽
117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7) 19.05.05 54 0 9쪽
116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6) 19.04.28 40 0 9쪽
»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5) 19.04.21 48 0 10쪽
114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4) 19.04.14 55 0 10쪽
113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3) 19.04.01 58 0 9쪽
112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2) +1 19.03.24 57 0 10쪽
111 제13장 : 용은 용이기에 용이라 하노니 (1) 19.03.18 60 0 9쪽
11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6) 19.03.11 67 0 9쪽
10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5) 19.03.03 46 0 10쪽
10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4) 19.02.25 44 0 9쪽
10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3) 19.02.18 47 0 10쪽
10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2) 19.02.11 48 0 9쪽
10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1) 19.02.04 55 0 9쪽
104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0) 19.01.28 46 1 9쪽
103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9) 19.01.21 66 1 9쪽
102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8) 19.01.13 71 1 10쪽
101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7) 19.01.06 97 1 11쪽
100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6) 18.12.23 64 1 10쪽
99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5) 18.12.17 52 1 10쪽
98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4) 18.12.09 73 1 9쪽
97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3) 18.11.26 81 2 9쪽
96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2) 18.11.19 86 2 9쪽
95 제12장 : 용이 될 것인지, 뱀이 될 것인지 (1) 18.11.11 80 2 9쪽
94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6) +1 18.11.04 120 3 10쪽
93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5) 18.10.28 78 0 9쪽
92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4) 18.10.21 8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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