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마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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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1.04.06 17:06
최근연재일 :
2011.04.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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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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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DUMMY

아수라파황교(阿修羅破皇敎).

중원에서 수라마교(修羅魔敎)라 부르며 경원시하는 아수라파황교는 천산산맥 끝자락의 고산지대에 위치하여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고 있다.

명부의 싸움귀신인 아수라를 신봉하는 곳답게 종교적인 색채 보다는 무파(武派)의 성향이 강한 곳이다.

명왕(冥王)이라 불리는 교주의 자리마저도 무공이 강하고 자격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무(武)를 신봉하는 곳인지 잘 알 수 있었다.

뼈를 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오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수라파황교의 대광장에 운집한 삼만 군중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다음 대 신녀가 될 소신녀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삼십 년 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사흘 동안 지속되며, 마지막 날에는 소신녀를 보필하여 교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지켜야할 소신녀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보이고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다.

이는 누백년 동안 이어져 온 교의 전통이었다.

오색 폭죽이 하늘을 수놓고, 형형색색의 온갖 꽃잎들이 사방천지를 흩날림과 동시에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이제 십사 세 쯤 되었을 것 같은 소녀가 눈에 띄었다.

붉은 궁장에 온갖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모습에 대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 일천 명의 아이들은 목을 길게 빼고, 눈을 한껏 부릅뜨며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

“우와! 정말 아름답다.”

“난 죽을 때까지 소신녀님을 위해서 살 거야.”

“흥! 난 소신녀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어.”

일천의 아이들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에라도 앞으로 달려나가 무릎을 꿇고 충성을 외칠 기세였다.

어찌 보면 자신들이 평생을 모셔야할 존귀한 존재이니 당연지사일 수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상당히 소란스러웠지만, 그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모두 날 환영해주고 있어.’

차기 신녀로 내정된 소신녀 사도용아는 무척 기뻤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환영해주어서 날아갈 것 같았다.

머리장식이 무겁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라 기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싶었다.

‘헤헤! 그랬다간 신녀님께 혼나겠지?’

다정하신 분이지만, 화가 나면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 무서웠다.

사도용아는 수십 계단 위쪽의 신녀를 힐끔 하며 천천히 자리에 가 앉았다.

‘저 아이들이 날 지켜줄 애들이구나. 이히! 저 중에 교주님이 될 분도 있을 거라고 했는데······.’

눈앞에 도열해 있는 일천 가량의 아이들.

사도용아는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들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따금씩 보았던 뚱뚱한 아저씨가 앞에 서서 뭐라고 외치고 있지만,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히이! 잘생겼다.’

가장 선두에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소년.

사도용아보다 서너 살은 더 먹은 듯 보였다.

사도용아는 얼굴을 붉혔다.

꿈에 그리던 공자님처럼 너무나 위풍이 당당하고 잘생긴 얼굴이라 심장이 콩닥콩닥 거렸다.

사도용아는 시선이 마주치는 게 부끄러워 눈길을 돌렸다.

그때 보았다.

유독 튀어나와 있는 머리통 하나를.

그런데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열광하지도 않았고, 또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얼굴은 자신이 있는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도용아는 처음엔 우연이라 여겼다. 그 아이가 다른 곳을 바라볼 때 자신이 그 아이를 보게 된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계속 살펴보니 그 아이는 줄곧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 용아를 안 보고 뭘 보는 거야?’

사도용아의 볼이 잔뜩 부풀어졌다.


아수라파황교에는 암명육가(暗冥六家)라는 여섯 개의 기둥이 있고, 그중 수위는 단연 북천마황가(北天魔皇家)다.

일천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가장 앞줄에 서 있는 절세용모의 소년 하후극은 북천마황가, 즉 하후가의 적자다.

태어나자마자 가문의 어른들에게 개정벌모세수대법(開頂伐毛洗髓大法)을 받아 무공을 익히기에 가장 적합한 신체를 얻었고, 이후 온갖 귀한 영약들을 밥 먹듯이 하여 절륜한 내가진력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하후극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사도용아가 생각 이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아직 피기 전임에도 저토록 절색이니 향후 신녀가 될 때쯤에는 천하절색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미색을 갖출 것임에 틀림없었다.

‘후후후! 넌 내 거야. 나 하후극만이 널 가질 자격이 있다.’

향후 교주의 자리를 두고 다른 암명육가의 후예들과 다투어야 하겠지만, 하후극은 자신이 있었다.

각 무력단의 수장이나 호법들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하후극이었다.

그리고 신녀는 명왕 즉 교주와 짝이 되어야 하니 곧 자신의 여인이 될 것임을 의미했다.

‘음? 누굴 보는 거지?’

하후극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도용아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후극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머리통 하나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게 보였다.

‘뭐야? 감히 나 하후극의 앞에서 저런 비루한 놈에게 관심을 갖는단 말이냐?’

하후극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철무강은 소신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철무강의 시선이 닿고 있는 곳은 소신녀의 위치보다 서른세 계단 위쪽에 위치한 자리였다.

그곳엔 화려한 혈룡포를 걸친 교주가 붉고 거대한 태사의에 앉아 태산 같이 장중한 기도를 뿜으며 만인을 압도하고 있었다. 옆에는 순백의 궁장을 한 당대 신녀가 눈부신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철무강의 시선은 교주와 신녀, 두 사람의 뒤쪽을 향하고 있었다.

거기엔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 같은 두 명의 중년인들이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철탑처럼 우뚝 서 있었다.

사신무장(死神武將)!

교주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교도라면 누구나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신녀에게도 마찬가지다. 결코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교의 율법을 힘으로 다스리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교주의 명이라면 하늘도 베어버릴 가공할 신력을 갖춘 절세고수들이 바로 사신무장이었다.

‘할아범이 그랬다. 세상에 비천한 존재는 없다고. 그러니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겠어. 내가 차지할 거야. 다음엔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하고 말겠어.’

다부진 포부다.

그러나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철무강은 암명육가 출신이 아니다. 암명육가 출신이 아닌 자가 사신무장이 된 역사는 없다. 누백년 동안 소수의 몇몇이 호교무장(護敎武將)이 된 일이 있었을 뿐이다.

호교무장은 사신무장의 명령을 받는 일백 명의 무장들이다.

교의 무사들이라면 누구나 되기를 갈망하는 자리가 바로 호교무장이다.

‘목숨을 걸면 돼. 그러면 못할 일이 없어.’

열여섯 살.

이제 장부의 길을 걸어갈 나이가 되었다. 굳게 쥔 두 주먹이 철무강의 마음가짐을 대변해 주었다.


***


철무강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라단(修羅團)에 배속되었다. 수라단은 무력병단에 배속되기 전에 임시로 거쳐 가는 일종의 보충병단이었다.

수라단에서는 침투, 암습, 유격, 돌격전법 등 전투에 필요한 잡다한 교육을 받는다.

대신 개개의 무공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치 않는다.

수라단에 올 때는 각자 자신의 무공을 어느 정도 수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라단에 들어올 수 없다.

“이름?”

“철무강입니다.”

철무강의 대답에 신상명세서를 들여다보던 엄탁이 힐끔 고개를 들었다.

“너였군. 야차도(夜叉刀)를 익힌 주제에 본단에 들어온 놈이.”

야차도는 일반 교도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하급의 도법이다.

수라단이 창설된 이래로 야차도를 익힌 이가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도법이었다.

엄탁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철무강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근골은 정말 좋군. 그러나 근골만으로는 부족한데······.’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단한 신력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근골만으로는 수라단에 들어올 수 없다.

무언가 있다는 의미다.

‘내력은 다르다는 건가?’

엄탁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놈이 들어온 것 같았다.

“철무강, 넌 십삼 조다.”

철무강은 예를 취한 후 열세 번째 줄 끝에 가서 앉았다.

“반갑다. 난 번일악이라고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앞쪽의 까무잡잡한 소년이 인사를 건네 왔다.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한 주먹이면 날아갈 것 같다. 그러나 철무강은 쉽게 보지 않았다. 두 눈 깊숙이 숨어 있는 독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철무강.”

철무강은 짧게 대답했다.

씨익!

번일악은 의미모를 미소를 남기고 고개를 돌렸다.

철무강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건 소소한 일이고, 장부는 소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철무강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신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고 떠난 할아범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작가의말

가급적 일일연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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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三) +16 11.03.18 14,047 46 8쪽
1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二) +18 11.03.17 13,298 50 9쪽
12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4 장 전륜구류도(轉輪九流刀) (一) +20 11.03.16 13,765 49 9쪽
11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四) +20 11.03.15 13,424 52 9쪽
10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三) +12 11.03.14 12,919 51 8쪽
9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二) +16 11.03.13 13,363 51 8쪽
8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3 장 장부로써 맹세하마 (一) +16 11.03.12 13,555 60 10쪽
7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三) +16 11.03.11 13,675 50 9쪽
6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二) +16 11.03.10 13,848 50 10쪽
5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2 장 무릇 장부라면······ (一) +12 11.03.09 14,259 56 8쪽
4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三) +13 11.03.08 14,516 56 8쪽
3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二) +10 11.03.08 15,076 48 9쪽
» 전륜마룡(轉輪魔龍) 제 1 장 다음은 그쪽이야 (一) +12 11.03.07 20,715 49 9쪽
1 전륜마룡(轉輪魔龍) 서장 +22 11.03.07 24,671 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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