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치킨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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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르뎅
작품등록일 :
2014.11.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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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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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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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경매회(3)

DUMMY

<극지방 어느 해저 동굴. 드래곤 로드의 레어>


드래곤의 레어는 대체로 깊은 산 속에 있으나 블루드래곤이자 드래곤 로드인 ‘볼로시안’의 레어는 극지방의 바다에 동굴에 있었다. 해저에 있는 동굴도 자신의 것이고 바다 위에 살짝 보이는 동굴도 자신의 것이었다.

그는 대체로 레어 안에서 동면을 취하거나 해저 세계를 연구하고 탐험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처럼 바닷속을 탐험하려는데 어떤 인간이 자신의 레어 입구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겁만 줘서 쫓아내는 것이 좋겠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드래곤 피어를 내뿜으며 자신의 레어 앞에 서 있는 인간에게 말했다. 대체로 드래곤 피어를 느낀 인간은 두려움에 오금이 저려 그 자리에 굳거나 거품을 물며 쓰러지곤 했다. 그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칠 것이다. 드래곤 피어의 존재 덕분에 단순히 능력의 차이를 넘어서 애초에 인간은 드래곤을 이길 수 없었다.


“누구냐? 죽고 싶은 것이냐?”


그러나 인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설마 너무 많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여 쓰러진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은 가당치 않은 것이었다.


“어이, 드래곤 로드 볼로시안! 드래곤도 치매가 오나? 나도 못 알아봐?”


드래곤 로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평범한 자가 아닌 엘렌 브리터스 라는 것을. 볼로시안은 해저에서부터 날아가 거대한 푸른 몸을 보이며 동굴 입구로 가 착륙했다. 백발의 노인이 그를 보며 소리쳤다.


“고개 아프니까 폴리모프 좀 해봐.”


그는 고분고분하게 푸른 털을 지닌 곰으로 폴리모프했다.


“무슨 일이냐? 엘렌.”


“쯧, 아 미안.”


엘렌은 얼음으로 된 땅에 침을 뱉으려다 문득 볼로시안의 땅임을 생각해내고는 다시 삼켜버렸다.


“별건 아니고 정기 조사야. 네가 동면 중이 아니어서 다행이네. 최근에 유희 나간 너희 동족 있는지 파악 좀 해보려고. 내가 한 명씩 찾아다닐 필요 없이 네가 다 알고 있잖아.”


“흥, 매일 같이 나타나서 귀찮게 하는군. 네놈이 그 기사단인지 뭔지에 가입한 이후에는 아주 내가 동면을 취할 틈도 없게 하는구나.”


“앞으로 200년은 동면 안 할 것도 알고 있지. 바다가 얼마나 큰데. 연구할 것 천지일걸?”


엘렌이 코웃음을 쳤다.


“갈라디아스 역사 평생 드래곤이 하나하나 간섭당하는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이게 내 사명이야. 내가 있는 동안이라도 뭔가 좀 제대로 하고 싶어서.”


“죽지도 않을 정체 모를 네놈이 하는 소리니, 평생 간섭하겠다는 거군.”


멀리서 보면 푸른 털의 북극곰이 마치 연약한 노인을 잡아먹으려는 것 같았다. 북극곰 모습의 볼로시안은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갓 성인식을 마친 해츨링이 아마 유희 중일 것이다. 평범한 여행자 모습으로 다니고 있었지. 부모 용들도 자식 걱정에 동면은 딱히 안 하는 것으로 안다. 그 외에는 딱히 없다. 유희 중인 다른 용들이라고 해 봐야 기껏해야 어디서 여관이나 운영하고 있을 테지. 요즘은 각자 레어에서 마법 연구나 하는 것이 유행이다. 네가 걱정할 정도의 사건은 없을 것이다.”


“그 아이가 간 곳이 혹시 아인다이아쪽은 아니겠지?”


“그건 어느 나라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국가가 생긴 건가?”


“흐란케 옆에 새로 생긴 국가인데 그쪽으로는 안 갔지?”


“그렇다. 제국에서 아마 놀고 있을 테지. 아비 되는 용이 흐란케 왕국에서 귀족 놀음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곧 그쪽으로 가지 않을까. 성룡이 된 이후 첫 유희인 데다 꽤 제 가족을 아끼는 드래곤인 모양이니 아비라도 찾으러 갈지도. 가족 놀이라도 할 생각일지 모르겠군.”


“고마워. 그 친구 무슨 색이었더라? 부모가 레드랑 실버인건 아는데 자식이 기억이 안 나네.”


“레드 드래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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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는 시간에 맞춰 경매가 열리는 한 건물로 들어갔다. 홀턴의 옛 영주가 살던 성을 개방하여 백화점의 형태로 만든 공간이었는데 오늘은 경매장이 된 것이다. 하층부는 장물 경매용 공간이었고 상층부는 엘프 경매가 열리는 회장이었다.

리스는 평소의 여행용 사제복을 벗고 아크만의 직원들이 입는 양복과 비슷하지만, 이 세계 스타일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경매장에서는 가면을 써야 했기에 리스는 분홍색 가면을 쓰고 헤나와 레드의 눈을 피해 들어왔다.

성 입구에서 한 남자가 리스를 맞이했다. 머리에 기름칠이라도 했는지 윤기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반질반질한 머리카락의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화려한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름이?”


“‘엘렌’이요.”


리스는 미리 준비한 가명을 댔다. 석궁은 이공간에 넣어두었기에 호신용 검만 데스크에 제출하고 들어갔다.

하론의 설명에 의하면 경매장의 구조는 로비를 포함한 하층에서는 관광객과 단순 경매를 위한 일반석이었다. 실제 나오는 품목도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장소에서 귀족들과 초대받은 사람들을 위한 장물 경매가 있었으며, 이곳부터는 대체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입장했다.

소문의 엘프 경매는 상층부에서 매우 긴밀하게 시작된다고 했다. 언제 시작할지는 영주의 마음이기에 하론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즐겨주십시오. 레이디.”


기름 머리 남자는 리스를 에스코트하며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 리스는 본격적으로 레드와 헤나의 눈을 피해 돌아다녔다. 그들은 기껏해야 관광객용 일반 경매장밖에 알 수 없을 것이다. 대신 대놓고 다 부수며 올라올 것이다.

지하에 엘프들을 가둔 감옥이 있다니 리버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기타는 안 빼앗겼을까?’


감옥에서까지 기타를 친다면 십중팔구, 아니 들고 있기만 해도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리스는 비교적 둔한 레드보다도 주위를 경계하며 살피는 헤나의 행동에 집중했다. 레드와 헤나는 붉은색의 가면을 착용한 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헤나는 자신에게 치근대는 돈 많은 귀족 남성들에게 억지로 맞춰주고 있었다.


‘저것들도 죽는 거 아닌지······.’


리스는 치근대는 남자들은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헤나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레드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분명 미쳐 날뛰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경매가 시작되었다. 리스는 자신을 데리러 올 하론을 기다리며 뒷줄에 앉아 레드의 행동을 주시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첫 경매 물품은 제국 유명 화가가 아인다이아 왕국의 푸른 전함(블루칩)을 그린 ‘블루칩’입니다!”


가면을 쓴 사회자가 소리치자 그림이 나왔다. 영롱한 푸른빛을 띤 거대한 전함이었다. 그림의 각도 덕분에 배의 웅장함이 더욱 돋보였다.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웅성댔다. 마치 지구의 근대시대의 배를 중세시대에 보는 것 같았다. 선채에 블루칩이라고 희미하게 적힌 세밀함까지 있는 그림이었다. 첫 물품부터 경매장이 후끈 달궈졌다.


‘무슨 작명이야? 저거 만든 사람이 주식이라도 했나?’


리스가 속으로 배 이름을 비웃었다. 이러다 지구인 혐오증이라도 걸릴 것 같았다. 자신과 하론이 저것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솟구치는 것 같아 기도로 마음을 다스렸다.


“15골드!”


누군가 이 세계 서민의 연봉을 불렀다. 그러자 지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은 계속해서 가격을 높였다.


“19골드!”


“20골드!”


“22골드!”


“23골드!”


“27골드!”


“27골드 49실버!”


어떤 여자가 굉장히 쪼잔하게 값을 불렀다. 올렌 단장과 같은 빨간 머리카락이었으나 올렌 단장이 길게 늘어뜨린 곱슬머리라면 저 여자는 끈으로 묶은 생머리였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신경 쓰였다. 다들 골드단위로 부르는데 혼자······.

결국, 이 그림은 32골드를 부른 한 사내에게 돌아갔다.

계속해서 경매가 이어졌다. 붉은 생머리의 여자는 계속해서 짤막하게 실버 단위로 금액을 불러놓고 빠져나갔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하론이 내려 올 것이다. 그녀는 레드를 주시하며 경매장 경비들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휴식 시간 이후, 재개하겠습니다.”


엘프 경매가 시작하지 않자 헤나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리스를 자리에서 일어나 하론에게 갈 준비를 했다. 레드가 헤나를 계속 안정시켰으나 불안해 보이는 모습은 리스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여기서 엘프 경매가 안 열리는 것을 모르나 보군.’


“아, 이곳은 안 됩니다.”


엘프 경매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앞으로 가자 한 경비가 나서며 리스를 막아섰다. 경비들을 보니 검과 함께 품에 총을 차고 있었다. 이 도시의 영주가 아크만과 많은 거래를 했다더니 설마 총이 보급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나중에 이 영주도 체포할 명분이 생겼다. 지금도 명분이야 차고 넘치지만.


“저를 데리러 올 분이 있어요. 아, 저기 오시네요.”


리스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복도의 한 문에서 가면을 쓴 하론이 나와 리스를 맞이했다. 하론이 가면을 벗고 그의 모습을 보이자 경비들은 고개를 숙였다. 기름 머리 사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하론을 발견하고 쏜살같이 다가왔다.


“이 아이를 데려가도 되겠나? 내 직원인데 말이야. 자네 아버지에게 들었는지 모르겠군.”


이 사내가 영주의 아들인 모양이었다. 하론은 다시 가면을 썼다.


“물론입니다. ‘레이나’라고 하셨지요?”


기름 머리 사내가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 이 아이는 엘렌이다.”


“아, 예. 영주님께서 보안 차 한 번 더 확인해보라 하셔서.”


“여전히 신중한 성격이군. 알고 있었다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게.”


사내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가자, 엘렌.”


하론과 리스는 그들을 뒤로하고 엘프 경매장이 있는 성의 위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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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헤나는 귀족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로브의 남성이 나타나 가면을 쓴 여성을 데려가는 것을 목격했다. 자신을 음흉하게 바라보던 기름 머리의 사내가 화려한 옷의 남자에게 머리를 숙이며 여자를 데려가도록 허락한 것이다. 그녀는 레드를 불렀다.


“레드, 저 문으로 가면을 쓴 사람들이 계속 들어가네요.”


“네?”


레드는 유독 경비가 조금 더 많아 보이는 한 문을 발견했다. 마침 기름 머리 사내는 다른 곳으로 갔다.


“그렇군요.”


여기에서는 엘프 경매가 벌어지는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이곳은 눈속임이었다. 저 통로를 통과해야 엘프 경매가 벌어지는 현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레드는 결연하게 경비들에게 다가갔다.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입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아까 한 분이 이 안으로 같이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도요?”


“그, 그분은 관계자이십니다. 관계자라면 초대장이 있어야 하는데······.”


레드가 다그치는 묻자 한 경비가 급격히 흔들리며 대답했다.


“아, 초대장?”


레드는 초대장이란 말에 반응했다.


“무슨 일이지?”


기름 머리의 사내가 실랑이가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다가왔다. 경비들은 그 남자에게 경례하고는 상황을 설명했다.


“도련님, 이분들이 초대장 없이 위층으로 가겠다고 하십니다.”


“아? 영주 아들?”


레드가 눈을 반짝였다.


“예?”


갑작스럽게 반말을 들은 영주 아들은 기분이 나쁜 듯, 그들에게 반문했다. 그러나 레드와 헤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레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는 둘을 포함, 총 다섯의 경비가 있었다.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수는 상관없었다. 레드는 헤나에게 다가갔다.


“헤나, 지금이 기회에요. 바로 감옥을 찾고 영주를 잡도록 하죠. 제 옆에 딱 붙어 있어요.”


“좋아요.”


레드는 다시 영주의 아들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갑자기 느껴진 투기에 영주 아들과 경비들은 물론 순찰 중이던 경비들 역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레드는 응원 막대를 꺼냈다. 경비들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기는 분명 들고 올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가지고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


레드는 당황한 경비와 영주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달려들었다. 전혀 강하지 않은 상대였다. 레드는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헤나는 허리에 찬 레이피어를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정령을 불렀다. 불의 정령 살라만다였다. 침략자들이 엘프들이 사는 마을에 불을 지른 것을 생각하며 헤나는 살라만다에게 불을 지르라는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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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먼치킨 사이의 소시민) +2 14.11.25 2,761 3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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