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좀비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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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솔
작품등록일 :
2018.01.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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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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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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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귀 (5)

DUMMY

퍽! 좀비의 동공에 대검을 꽂아 넣은 요한이 재빠르게 백스탭으로 떨어졌다. 이를 딱딱거리던 좀비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 픽, 쓰러진다.


끅, 끄아악!


옆에서 목 갈리는 소리가 들리자 요한이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곧바로 발등으로 하단을 휘둘렀다. 좀비의 다리가 걸린 느낌이 든다.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좀비의 관자놀이에 그대로 나이프를 꽂아 넣었다가 번개같이 뽑아 들었다.


파악, 하고 검붉은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을 뒤로.


마치 복싱 선수의 스탭처럼 가벼운 움직임이다. 다가온 좀비의 흉부를 밀면서 오른손으로 벌처럼 빠르게 약점을 찌른다.


한 치의 낭비도 없는 깔끔한 연속 동작이었다.


정미는 그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그저 그의 등을 따라서 쫓아가기만 할 뿐인데도 호흡이 벅차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부드러운 동작으로 앞길을 막거나 전진하는 좀비들을 거의 박살 내고 있었다. 한 놈을 상대하는 데 두 번 공격하는 법이 없었다. 단 일격에 한 놈. 보고 있으면 입이 그저 쩍 벌어졌다.


마치 무슨 좀비를 잡으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움직였다.


“아아악!”


그의 등만을 바라보고 걷던 정미의 발이 덥석 붙잡혔다.


좀비 한 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미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좀비가 몇 걸음 더 기어와 그녀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아악! 요한 씨!”


그녀가 다급하게 요한을 불렀다. 앞서가던 요한이 뒤돌아보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도와주세요.

짧은 시간에 그녀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한은 변화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눈앞의 좀비를 박살 내며 전진했다. 그 뒷모습이 서늘했다.


‘못 따라오셔도 그냥 갑니다. 위험해지셔도 도와드리지 않아요.’


공포심을 가르고 그의 말이 기억 속에 올올히 떠올랐다.


‘버리고 가겠다는 말은 진심이었어.’


겁주려고 했던 말이 아니었다. 정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서러움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허벅지에 붙은 좀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린 부위가 점점 아파져 온다.


“씨발!”


정미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를 좀비의 머리에 휘둘렀다.


“아악!”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둘렀으나 마치 칼로 돌을 때린 것처럼 손이 얼얼했다.


끄어어-


질긴 하의가 거슬렸는지 좀비가 몸을 타고 올라왔다. 가려지지 않은 부분을 뜯어먹으려는 듯.


정미가 다시 한 번 비명을 지르며 손을 휘둘렀다.


푹, 무심코 휘두른 나이프가 좀비의 왼쪽 머리에 박혔다. 좀비가 머리에 칼이 박힌 채 이빨을 딱딱거렸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촉감과 더불어 무언가 끈적거리고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얼굴로 쏟아진다.


부들거리던 좀비의 움직임이 멎자 정미가 그것을 치워버리고 갓길 방향으로 엉금엉금 기었다.


우웨엑-


저녁에 먹은 것들을 남김없이 비워낸 정미가 눈가와 입가를 슥슥 닦고선 눈으로 요한을 찾았다. 그와의 거리는 벌써 한참이나 벌어져 있었다.


쫓아야 해.


더 이상 벌어지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정미는 벗겨졌던 한 짝의 슬리퍼를 주워들은 채 요한에게 뛰어갔다.


그는 그녀가 도착하자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건네주었다. 정미가 약간은 퉁명스러운 몸짓으로 그 티슈를 받아들었다.


“물렸습니까?”

“모, 모르겠어요.”

“아픈 곳은 있습니까?”

“허벅지가······.”


요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허벅지 부분에 핏물이 배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처가 생겼는지는 반드시 확인해 봐야 했다.


“벗어 보세요.”

“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부끄러워할 때가 아닙니다.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위험해져요.”


당장 벗지 않으면 그가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다. 그의 눈빛에 미세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정미가 입술을 깨물며 청바지를 내렸다. 요한이 허벅지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다. 잇자국은 있으나 피를 흘리진 않았다. 두꺼운 청바지 재질 때문인 듯싶었다.


정미가 여전히 수치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바지를 다시 올렸다.


“원망스럽습니까?”

“······.”


이번엔 대답하지 않았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는 충분히 자신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분명히 모른척했다.


하지만 돕거나 구하지 않겠다고 미리 말해두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미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잘했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왠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오줌을 지리지 않을 것만 해도 훌륭하죠. 이 짓도 처음이 어렵지 갈수록 괜찮아지거든요.”


요한이 픽 웃었다. 그녀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었다.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요한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좀비들을 한번 뚫고 나오자 여정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쪽으로는 감염이 확산되지 않은 듯했다.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떨쳐 내야 한다. 어느 정도 감염이 확산되어 살아남은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가 구분되면 안정기가 온다. 안정기가 되면 그때부터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료를 만들 테지만, 지금은 시기가 일렀다.


요한에게 지금의 정미는 ‘짐’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미는 그에게 좀비와 이 사태에 대해서 이것저것 캐물었다. 물론 대부분 자기도 모른다는 말을 돌려받았을 뿐이었다.


“정미 씨. 여기서 헤어지죠.”

“네?”

“말씀드렸잖습니까. 같이 행동할 순 없다고. 다행히 여기서부터는 감염이 확산되지 않은 것 같으니 혼자 가셔도 괜찮을 겁니다. 그래도 조심하시고.”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어차피 가실 곳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제 갈 곳이 있고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요한의 말에 정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가 부천으로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표정에 안도감이 보였거든요. 방향이 같구나, 라고 추측했습니다. 인천으로 가시죠?”

“네. 구월동으로 가야 해요.”


먼 길이군. 요한은 혼자 중얼거렸다.


“인천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가족들이 있어요. 엄마, 아빠, 여동생이요.”

“지킬 사람이 있군요.”

“요한 씨는······.”

“이미 아시다시피.”


요한의 가정사는 팀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재직 중에 술자리에서 하소연처럼 문 대리에게 털어놨었고, 문 대리는 그를 술자리 안줏거리 삼아 떠들어댔으니까.


물론 그 사실을 요한이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귀 전 직장생활은 참 병신같이도 했었지.’


물론 대부분이 문성철 대리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지만.


요한의 부모는 그가 어릴 적 이혼했다. 양친을 제외한 일가친척도 없었던 요한은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홀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양친은 각자 재혼해서 그를 찾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물론, 요한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원망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요한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였다.


지킬 것이 없다.


지켜야 할 것이 있으면 생존확률은 그 지켜야 할 것의 무게만큼 내려가기 마련이니까.


“그럼 여기서 헤어지겠습니다. 저는 따로 갈 곳이 있어서요. 무사하시길 빌어요.”

“저, 요한 씨.”

“네?”

“혹시 가시는 곳의 주소를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가족을 찾게 되면 저희를 받아주실 수······.”

“네. 없어요.”

“······.”


너무나 단호한 대답에 정미가 말을 잇지 못했다. 정색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정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단호하시네요.”


쉘터의 주소를 알려주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이 사실은 한번 짚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혹시라도 우연히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같이 살아남죠. 우리.”


돌아가려던 요한은 살짝 몸을 돌렸다. 씩 웃으며 호의를 덧붙였다. 근 미래에 용감한 전사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주는 마지막 호의.


“참, 사람들이나 물자가 있는 장소는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하거나 어딘가에 기록하지 마세요.”

“네?”

“그냥 잘 들으세요. 피가 되고 살이 되니까.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이 뭉쳐 있으면 좀비 웨이브가 옵니다. 무리가 너무 커진다 싶고 규모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면”


어리둥절한 표정의 정미를 바라보며 요한이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의 이 말이 그녀를 언젠가 구하기를 바라며.


“반드시 그 무리에서 빠져나가세요.”


이 좀비 사태에는 몇 가지 겪지 않고서는 추측할 수 없는 법칙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좀비' 하면 떠오르는 그런 기본적인 상식들 외에, 직접 겪어보고 캠프와 팀원을 몇 번이나 잃고 나서야 깨닫는 몇 가지 원칙들이.


그중 가장 많이 그녀를 괴롭힐 법칙은 첫 번째 것이리라.


생존 시 주의해야 할 첫 번째 원칙. 대규모의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는 반드시 ‘좀비 웨이브’가 온다.


대규모의 떠돌이 좀비들이 한 곳으로 밀집하는 현상. 좀비 웨이브.


다수의 사람이 한곳에 오래 정착하면 그곳에는 셀 수 없는 좀비들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이닥친다. 요한은 그래서 한 캠프의 최대 수용인원을 20명까지로 제한했었다. 그리고 그중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무조건 반수 이상이어야 했다.


20명 이하. 그리고 10명 이상의 전투 인원.


위의 규칙을 지키지 않은 캠프 중에 한 달 이상 캠프가 유지되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굳이 부연하지는 않았다.

의연하게 걸어가는 그녀를 바라볼 뿐.


***


까치울 마을 중앙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TV를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다.


위성으로 방송되는 뉴스는 심각했다. 채널 어디를 틀든 속보만이 가득할 것이다.


요한은 아르바이트 직원을 부추겼다.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집에 가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 지금 밖은 좀 어때요?”

“아직은 괜찮아 보이는데, 차도 막히고 혼란스럽더군요. 빨리 가보지 않으면······.”


일부러 말끝을 흐리자 직원의 동공에 불안이 더욱 커진다. 그의 전신에 흥건한 핏물과 핏자국이 더 불안하게 만들었을 거다.


한참을 안절부절못하던 직원이 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계산대 테이블을 들어 올리곤 옷을 갈아입었다. 그가 시야 밖으로 벗어나는 걸 확인한 요한이 종량제 봉투를 꺼내 물건들을 닥치고 담기 시작했다.


식량이든 생활용품이든 의약품이든 닥치는 대로 쓸어담았다. 무엇이든지 갖다 두면 다 쓸데가 있다.


쨍그랑!

어둠 속에서 한 약국의 창문이 깨졌다. 혼란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요한은 빠르게 움직였다.


바로 의약품 확보.


해열제, 소염제, 진통제, 구충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항생제. 의약품을 확보해 놔야 했다. 붕대나 밴드 등 의약 보조 물품도 생존을 위해 중요한 물자가 된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생존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요한은 회귀 전에 가장 많이 쓰였던 내복약들을 기억나는 대로 쓸어담았다.


어차피 활동을 시작하면 틈틈이 물자를 모을 거지만, 쉘터에 준비해 두는 것은 말 그대로 최후의 대비였다.


그때 요한의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거, 거기 누, 누구세요?”


젠장, 요한이 미간을 모았다. 이 새벽에 약국 안에 사람이 있을 줄은. 요한이 나이프를 그러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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