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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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지
작품등록일 :
2018.01.18 21:39
최근연재일 :
2020.01.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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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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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 변칙사항

DUMMY

"맞아라아아아!"

“이까짓게!”


주차장 속 가득 차오른 회색빛 연기의 가운데서 한 고교생이 주먹을 치켜든 채 암살자에게 돌진하였다.

후줄근한 교복에 볼품없는 자세는 아까와 그대로였다.

오히려 잔뜩 흥분해버린 탓인지, 그의 엉성한 주먹질은 더욱 흐트러져 보였다.


그러나 암살자는 마냥 그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방금 보여주었던 알 수 없는 힘에 긴장하면서도 바짝 약이 오른 상태였다.


"또다서 같은 수에 당해줄거라 생각했냐!! <인피니티 실드>!"

"닿아라!!"


쾅!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격이였다.

강울의 접근과 함께 암살자는 곧장 수십개의 방어막들을 펼쳤지만, 상대의 주먹이 한발 앞섰다.

생성되는 방어막들을 앞지르며, 강울은 있는 힘껏 암살자의 인중을 날려버렸다!


“이까짓 애송이가..!”

"우와아아악!"


암살자의 이마와 강울의 주먹이 맞닿는 순간, 엄청난 광풍과 함께 한지우가 걸어놓았던 <넉백마법>이 발현되었다.

마법에 문외한이였던 강울의 심장을 움켜잡고, 마나를 강제로 팽창시켜 하나의 기적으로써 발현한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의 하얀 빛이 터져나오며, 주문은 자그락 자그락 제 아귀를 맞추어갔다.


‘마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듯이!’


논리를 완성시킨 주문이 더욱 하얀 빛을 뿜어내며 가속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껏 강울이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힘을 만들어냈다.


'가볍고, 경쾌하게!'


팡-!

아주 작은 바늘로 거대한 풍선을 떠뜨리듯이, 그 충격에 버티지 못한 암살자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저 뒤로 밀려났다.


"끄아아아아악-!"

“좋아!”

“잘했어, 꼬마야! 이제 날 붙잡아! 구역에서 벗어나자!”



----------------------------



찌릿-

따가운 전기가 이호석의 손끝을 지졌다.

겨울철 차가운 철봉에게서 느껴지는 정전기가 이런 느낌이던가.

원인모를 작은 통증들이 아까부터 계속하여 그의 몸 곳곳을 괴롭히듯 찔러왔다.


“쓰읍..”

“무슨 일이라도?”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그의 상태를 걱정하는 듯한 상대방의 질문에, 이호석은 괜찮다며 고개를 가볍게 저어보였다.

그는 아픔을 잘 견디는 타입이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손가락을 움켜잡는다' 와 같은 행동을 하는것이 실례라는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강남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강남 컨퍼런스 빌딩].

안에서 농구를 해도 된다고 할만큼 넓은-청소부에게는 악명 높은-이곳 회의실에는 거대한 원탁 한개만이 설치되어 있었다.

언듯 보기에도 조그마한 저 원탁에서 무슨 회의를 하겠냐만은, 4명씩 총 8명이 모인 이들의 회의는 그 어느 회의보다 무겁고 거대하리라.


“자. 그러면 평양특별시의 8차 개발계획은 이렇게 하는걸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강북 특사 분들께서도 만족하시죠?“

"물론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강남측 대표인 이수영의 주도로 긴 회의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회의는 평양특별시의 미래를 결정지을 특히 중요한 회의였지만, 강북측 대표인 이호석에게는 지루한 말장난일 뿐이였다.


“물론이죠.”


이호석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끄덕였다.

그는 사절단으로써 정중히 대답하였지만, 귀찮다는 듯한 불성실의 뉘앙스가 흠씬 흘러나왔다.

애초에 강북의 지주는 종로 이외의 지역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별다른 제안도, 거부도 없이 이호석이 속한 <강북사절단>이 강남측의 의견에 OK사인을 내리기만 하면 한강 이북지역은 개발되고, 또는 분해된다.

냉혹하게도, 그들이 신경쓰는 지역은 오직 서울 종로구 뿐이니깐.


‘9호선, 10호선 추가.. 고층빌딩 2개 추가건설 승인.. 이제야 부산이랑 비슷해졌군. 하지만 아직 멀었어.‘

“그럼 이상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본 시간이후로부터 참석자들은 통신 및 마나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수영의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구석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작동하던 거대한 기계들이 멈췄다.

회의장을 보호를 위해 전개되었던 수백겹의 보호막들이 사라지자, 진한 검은색이였던던 천장이 푸른 하늘을 드러낸다.


"아. 이제야 데이터가 잡히네. 어차피 연락올 사람은 없지만-?!"


나, 친구 없는거 아니였나?!

그러나 보안을 위해 전개되었던 방해전파의 막이 없어지자, 이호석의 손목에는 기다렸다는 굉장한 진동음들이 연달아 울려퍼졌다.


“뭐, 뭐야? 부재중 30건? 분명 오늘 회의라고 말했을텐데..?”

“야! 이호석! 빨리 튀어나와!”

“지, 지주님?!”


마침내 전파가 사라졌는지, 분노한 한지우의 목소리가 이호석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습격..?”

“그래! 습격당했다! 위치는 너네집에서 500m떨어진 상공! 빨리 뛰어와!”

‘이런 젠장할!’


분명 보안은 완벽했을 터였다.

강남측, 아니 강북측의 그 누구도 지주님이 '산책'을 이 시간에 그 장소로 나가리라는 것을 알 리가 없을 터이다.

이호석 본인이 호위의 자리를 비운지 고작 6시간만에 습격이 이뤄졌다는 말인가?

오늘 그가 '통신과 마법이 금지된' 특별한 회의에 참석한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설마...?'

“이호석 씨?”

“네?!”


무언가 뚜렷한 확신으로 이어지려는 순간.

강북의 대표인 이수영이 이호석을 이상하다는듯이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안색이 많이 안좋으십니다. 괜찮으신지요?”

“물론이죠. 괜찮습니다. 저기 그런데 제가 일이 좀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아? 그런가요? 그것 참 걱정이네요. 혹시..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하하~ 그, 그게 말이죠?"


이렇게 태평하게 있을 때가 아니야.

결국 이호석은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말을 급하게 끊고는 재빨리 자신의 집으로 텔레포트하였다.


"다음번에 다시 인사 드리죠! 그럼 이만!"

“...다 알면서 왜 저럴까~ 많이 급한가 보군요? 이호석씨?”


둘은 무슨 생각을 주고받은 걸까.

이수영은 그런 그가 재미있다는 듯, 그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었다.



----------------------------



“날려버렸어요, 지주님!”

“그래. 나도 가드한테 연락했어. 암살자는?”


일격에 날아가버린 암살자였지만, 그건 말그대로 ‘넉백’에 불과했다.

뒤쪽으로 강하게 튕겨나던 그는 균형을 잡고 다시끔 강울을 쫓아갔다.


"이런 미꾸라지 같은 놈들! 이걸로 내가 쓰러질거라 생각했나!"

“지주님! 저녀석이 더 빨라요! 곧 따라잡힐 것 같아요!”

“날 안고있는 상태여서 그런가보네. 젠장. 내가 싸울 수 밖에 없는건가.”

‘...!’


꽤나 많은 피를 흘린 상태이지만, 그녀가 도와준다면 확실히 이쪽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강북의 최강이라 불리우는 그녀 일지라도 지금으로써는 분명 무리다.

이미 그녀는 온몸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인데다, 옆구리에선 아직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리하시면 안되요! 제가 저녀석을 때려잡을게요!”

“방금처럼 단순한 넉백으로는 저녀석을 제압할수 없어. 차라리 살상계 마법을 사용한다면 모를까.. 어쩔 수 없어. 기회는 지금뿐이야!“

"네놈들, 아직도 지껄이는 거냐! <파러독스 소드>!"

"그, 그건!"


이전의 불타는 얼음검을 다시 꺼내든 암살자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아니. 무슨 마법을 썼는지, 이미 그는 강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그 순간. 그에게서 빈틈을 노린 한지우가 최후의 일격을 쏘아올랐다!


“네.. 놈..! 둘 다 흔적도 없이 분쇄시켜 주마.”

“네놈이야말로 끝이다! 받아라, <열화.. 크읏!”


치지직-

과도한 출혈이 그녀의 기관지를 건드렸는지, 안타깝게도 마지막 단계에서 삐끗하고 말았다.

어쩌면 한방에 암살자를 제거할 수 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한지우에겐 역시나 무리였다.

결국 코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한지우는 강울을 붙잡으며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모두 계획대로일 뿐. 하! 이제 죽어라!”

“아, 안돼!”


암살자가 칼을 휘두른 그 순간.

강울은 자신의 발치에 있는 한지우를 온몸으로 감쌌다.

그것은 암살자에게 등을 보이는 행위였지만, 강울은 여의치 않았다.


서걱-


그것은 단순한 한획.

날카롭게 갈린 칼날이, 심플하게 강울의 심장을 반토막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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