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검(秘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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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풍객
작품등록일 :
2013.07.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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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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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서장

DUMMY

서장










벌레소리만이 들리는 야밤의 관제묘는 을씨년스러웠다. 사람들도 찾지 않아 관제상이 반쯤 파손되어 있는 곳. 그곳에 들어선 추송은 주변을 한 번 돌아보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추송은 조금 안도한 듯 관제묘를 돌아보았다. 지붕이 무너져 달빛이 어슴푸레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달빛이 관제상에 드리운 음영 때문에 반쯤 파손된 관제상이 더욱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추송은 자신의 검병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주변에 드리워진 적막을 걷어냈다.

“후우. 왜 이리 늦는 거지?”

그때 달빛이 닿지 않는 벽의 그림자 속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건조해서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누가 늦었다는 건가?”

추송이 흠칫 놀라서 검을 반쯤 뽑아 들고는 말했다.

“누구냐?”

“나를 보고자 한 것 아닌가?”

벽의 그림자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선 사내는 얼굴이 창백했다.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의 사내의 입가는 묘하게 비틀려 있었다. 그를 본 추송이 서둘러 검을 거두고는 포권을 취했다.

“냉소검(冷笑劍) 풍해산 대협을 뵙습니다.”

“그래. 서찰은 가지고 왔는가?”

“여기 있습니다.”

추송이 품에서 서찰을 꺼내서 내밀자 풍해산이 성큼 다가와 서찰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던 풍해산의 안색이 굳어지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뻗어낸 일검이 빈 허공을 갈랐다.

기겁한 추송이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러십니까?”

하지만 풍해산의 시선은 추송에게 닿아 있지 않았다.

“누구냐?”

추송은 그 말에 이곳에 누군가 나타났나 싶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관제상의 위에 앉아서 서찰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는 서찰을 펼쳐 거기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는 추송에게 시선을 주었다.

“성위라면 십이장로 중 하나인 남궁성위겠군.”

“무슨 소리냐?”

추송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냉소검 풍해산에게 남궁성위가 서찰을 보낸 것이 발각되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추송의 전신에서 살기가 일어날 때 풍해산이 그의 앞을 가리면서 말했다.

“내 검을 피하다니 제법이군.”

사내는 서찰을 품에 넣고는 입을 열었다.

“서찰을 손에 넣었으니 너희 둘에게 볼 일은 끝났다.”

풍해산이 조소를 머금었다.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풍해산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이 장의 간격이 지워지고 관제상 위에 앉아있던 사내를 향해 일검을 날렸다.

냉소검 풍해산이라면 호북에서도 이름난 검객이다. 과연 그 이름에 걸맞게 그의 검은 섬뜩할 정도로 빨랐다. 지척까지 검이 다가온 순간 사내가 사라졌다.

풍해산이 그를 찾기 위해 눈을 돌리던 중 목을 비집고 들어오는 이질감에 입을 쩍 벌렸다. 시선을 내리니 관제상에 앉아있던 사내는 뒤로 몸을 눕힌 채 검으로 그의 목을 찌른 상황이었다.

사내는 태연하게 검을 뽑고 그 자리를 떠났다. 결국 풍해산의 몸만 관제상 위에 걸쳐져 피를 잔뜩 쏟아냈다.

추송은 냉소검 풍해산이 솟구치며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가 왜 관제상 위에 쓰러져 피를 쏟아내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 추송의 앞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추송은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냉소검이 당할 정도라면 자신이 당해 내기는 요원한 일. 하지만 그냥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송은 전력을 다해 검을 뻗으려고 하다가 팔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내렸다. 그의 팔은 어느새 잘려 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내가 자신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 사내의 모습이 기울어 보인다.

쿵.

바닥에 쓰러진 추송을 바라보던 사내는 검을 뿌리쳐 핏물을 털어내고는 검갑에 돌려보냈다. 사내가 둘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조홍.”

사내의 뒤편에 소리 없이 내려서는 이가 있었다.

“뒷정리는 부탁해.”

그제야 뒤에 내려선 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인상의 사내, 조홍이 입을 열었다.

“서찰은 회수하셨습니까?”

“아, 이것도 너희가 어르신에게 전해 줘.”

사내가 그제야 생각난 듯 품에서 서찰을 꺼내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과 함께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든 조홍이 입을 열었다.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알아. 이제 한 세 시진 남았나? 죽어라 달려야겠군.”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나 간다. 뒷정리 잘해.”

사내가 사라지자 조홍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뒤로 다시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관제묘 안을 돌아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냉소검이 일 검에 당한 건가?”

냉소검이라면 호북에서도 알아주는 검객. 그런 그가 일 검에 당했다는 것에 그들은 새삼 사내의 실력에 감탄했다. 조홍은 직접 냉소검의 시체를 바닥에 끌어내리고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냈다.

작은 옥병을 기울여 떨어진 물방울이 닿자 냉소검의 시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화골산을 뿌려 시체가 녹는 모습을 바라보던 조홍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분에게 냉소검 따위는 일검도 아깝지.”

“예?”

놀라는 이들에게 조홍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정리나 해.”

“예.”

그들이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조홍은 추송의 시체에도 화골산을 뿌리며 중얼거렸다.

“남궁세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잠잠하던 맹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꽤 오래 되었다. 그 꼬리 중 하나를 잡았으니 맹에는 혈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조홍은 가슴에 손을 얹어 품속에 넣은 서찰을 두드렸다.

이 한 장이 불어온 혈풍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면서 조홍은 눈을 질끈 감았다.

“바빠지시겠군.”


작가의말

이 글은 매일 연재는 불가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자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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