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평선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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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없어
작품등록일 :
2019.01.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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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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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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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 무법지대 (2)

DUMMY

“회사 식구들이요? 어디 회사에서 근무하셨길래?”

“저는 원래, ‘스카이웨일즈’ 사의 차장이었습니다.”

“혹시 제가 알고 있다면, 지금 모든 비행선들의 기초가 된 스카이웨일즈를 개발하신..”

“네, 맞습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전 세계를 구했죠.”


그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나려는 찰나, 그의 상급자가 곁을 지나가면서 눈을 부라렸다.


“일, 일단 옮기면서 얘기하죠.”

‘아으, 나연이라도 데려올까.’


짐 옮기는 것조차 웨이트 트레이닝이라 말하는 나연이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요지는, 회사 사람들 모두가 이 비행선에 타질 못했다는 겁니다.”

“헉. 헉. 그렇군, 요. 왜 자체적으로, 안 만드신 거에요? 공장 세울 비행선을?”


선우 그룹이나 다른 회사들은 퓨엘리움 가스를 피하고자 비행선 위에서 사업장을 차리고 있었다. 지금도 중화제로 버티면서 재배치 작업을 진행 중이고.


“저희가 비행선 생산을 1초라도 멈추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거잖습니까.”

“음, 그렇게 생각할 것까지야···.”

“그만큼 노력을 했습니다. 수석 연구원들은 해외 세미나에 나가 기술을 무료로 공개하고, 엔지니어들은 밤낮 구분 없이 일을 했죠. 비행선으로 공장을 옮기는 건 상의할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방위사업청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지금 당장 가족과 함께 정부 비행선으로 대피하라고요.”

“선택받으셨군요.”

“네, 처음엔 가족들과 함께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올라탔죠. 그런데 개별적으로 중간 관리직, 그러니까 비행선 생산 시스템 관리가 가능한 극히 일부 인원만 태웠던 거였습니다.”


“윗사람들만 살아남았네요.”

“그건 또 아닌 게, 경영진들은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필요한 건, 비행선 생산 기술이었지 비행선 회사 운영 능력은 아니었으니깐요. 최선의 선택을 한 겁니다.”

“후···.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재난이 덮치면서, 저작권, 특허의 개념도 사라졌다. ‘스카이웨일즈’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자, 회사는 공중분해되어 버렸고, 실무자들은 각자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했다. 무법은 아래에만 있는 게 아니었군.


“그래도 정부 쪽에서 와서 전 직원을 김포공항 근처 대피소로 데려다줬습니다. 정부가 비행선 생산 설비를 돌릴 때마다 비행선으로 데려가고, 다 만들면 다시 내려보냈고요. 하지만, 식량 폭동 이후로..”

“피난지가 무법지대가 됐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라탄 직원이 말해줬습니다. 지금 자기네들 엄청 위험하다고요. 돌아간 그 뒤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위치는 근처 지하철역 안인데, 그곳에 우리 직원들이 있습니다.”


순간 저 멀리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었던 그는, 이내 마지못해 끝맺음을 지었다.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을 도시로 데려가 주십쇼.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귀중한 인력들인데 그에 맞게 대우해드리겠습니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장비를 들고 허둥지둥 뛰어갔다.

함선으로 들어간 나는, 한창 진행 중인 개조 공사를 바라보는 나연과 영수를 볼 수 있었다.


“이게 쉴드 제어실 건설하는 공사다, 얘들아.”

“와! 형, 그럼 우리 비행선에 막 커다란 보호막 생기고 막 그러는 거야?”

“그렇지. 이게 원래 함선용인데, 이 감독관이 오다가 세금 흘리지 말라고 달아주신 거다.”


그 말에 나연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꽤 괜찮은 구석이 있으시네. 높은 사람들끼리 서로 뭐 잘하자, 이건가?”

“내가 높으신 분과 동급이라고?”

“그런 것 같은데. 너 정도 위치면..”

“이렇게 고생하는 데 무슨. 얘들아, 일 생겼다. 내 얘기 들어봐.”

“아 또 무슨 일이야. 위험한 일 아니지?”


‘위험한 일 아니야.’라고 말하려던 나는 순간 어떻게 말할까 잠시 고민이 들었다.


‘위험한가?’


---


그 시각, 김포 어느 한 골목길. 어두컴컴한 밤에 푸다닥 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타타-앙>


이윽고 총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날아가던 비둘기들 중 일부가 떨어져 추락했다.


“얌마, 봤냐!”

“와 대박, 진짜 이게 맞네?”


4명의 총을 든 사수가 비둘기를 향했던 총구를 내려놓고, 아무런 이상이 없는지 각자 자신의 총을 쳐다봤다. 일반적인 총기가 아닌, 나무와 철제 파이프로 조잡하게 만든 사제 총기였다.


“내가 손수 만든 총이야, 인마.”

“참나, 인터넷 보고 만든 거면서. 총알은 못 만드냐? 이제 몇십 발 밖에 안 남았는데.”

“총알은.. 재료가... 아, 됐고. 비둘기나 주워 와.”


사수 무리들은 오늘 저녁을 버틸 비둘기를 들고 가려던 찰나, 도로 쪽에서 빛을 비추며 다가오는 물체를 볼 수 있었다. 어떤 건물이나 가로등도 불을 켜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가 그 빛을 볼 수 있었고 그 물체가 트럭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야, 씨. 저건 또 뭐냐. 자동차는 다 징발당한 거 아니였냐.”

“중요한 트럭인가 보지. 세워!”


<탕-타타-앙 타-당>


“계속 오는데?”

“타이어를 맞춰!”


타이어를 조준해 계속해서 총을 쏘자, 잠시 후, 펑 소리가 나면서 타이어가 터졌다. 저 멀리서 총탄 자국이 무수한 트럭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멈추자, 4명의 사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운전석으로 뛰어 다가갔다.


“아싸, 오늘 운수 좋은.. 어?”


운전석을 열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새 조수석으로 내렸나? 약삭빠르네. 쫓아갈까?”

“아니. 총알 아깝다. 일단 컨테이너 문 좀 열어봐.”


그들이 걸쇠를 풀고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도망쳐!”


---

회의실에서 내 설명을 들은 뒤로, 영수는 비아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착한 시장은 일거리를 만들어내죠~”

“영수야, 조용히 해라. 훌륭한 인적 자원을 구출하려는 거란다.”


“또 우리보고 일 시키겠지. 모두 구해와! 이러면서.”

“나연이 너 마저..”


나에겐 이 임무가 매우 중요했다. 스카이웨일즈 실무자 구출 임무를 통해, 나만의 비행선을 만들자는 내 숙원을 풀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불평, 불만은 어떻게든 진화시켜야 해!


“이 자식들이? 그들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유지 보수 때문이야. 비행선도 언젠간 낡고, 고장 나. 그걸 체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다삼이의 이론 수업을 들으며 우리가 하기엔 너무 바쁘고 힘들어.”

“맞는 말이긴 하네. 난 또 형이 허구한 날 ‘내 전용 비행선 만들고 싶어!’ 이렇게 말하니 그것 때문에 구해주자는 줄 알았지. 어? 표정 왜 그래. 그런 거 아니지?”


내 뜨금하는 모습을 본 영수가 수상하게 쳐다보자, 나는 얼른 화제를 바꿔 위기를 탈출하기로 했다.


“오, 다 왔다. 근처라 빨리 오네. 영수는 어서 드론 관제실로 가고, 나연이는 무기 챙기고 하차!”


뭔가 말할 틈도 안 주고 애들을 내보낸 나는, 전력을 모두 쉴드 강화에 집중하고, 지하철 역 근처 차도로 착륙시켰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아 착륙장소를 찾기 어려울 줄 알았지만, 다행히도 역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 찾아 착륙할 수 있었다.

비행선 문이 열리고, 나와 나연은 램프를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오, 이 파란색 보호막은, 뭐야?”


나연이가 파란색 쉴드에 손을 통과시키면서 신기한 듯이 물었다.


“이게 배에서 생성하는 함선용 쉴드야. 총탄, 레이저 정도는 막아줄 걸?”

“와, 그럼 얼마나 막아주는데?”


“그거야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달려있죠.”

“누, 누구야?!”


갑자기 쉴드 바깥 쪽에 있는 덤불 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자 깜작 놀란 나연은 바로 배리어 생성용 장갑을 치켜세우고는 나를 보호하는 자세로 경계했다. 나 또한 레이저 피스톨을 꺼내 들고 조준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서서히 일어나며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사.. 사 사려주세요!!”

“뭐? 사리라고?”

“······.”

“지협아···.”

“하하. 위험한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총을 내려놓자, 손을 든 그 남자도 슬며시 손을 내려놨다. 나연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배리어로 보호막을 계속 세우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부가 보낸.. 건 아니신가요?”

“비슷한데, 스카이 웨일즈 때문에 왔죠.”

“제가 그 소속입니다. 스카이웨일즈 사원 장현수. 여기 사원증이요. 저희들 데리러 오셨나요?”


스카이웨일즈를 말하자, 밝아진 표정으로 사원증을 보여주던 장현수 씨였다. 하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저게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왜 우시는...”

“큭. 크흐흑. 왜 이제 오셨어요···.”

“이제라도 왔으니 된 거 아닙니까. 다른 분들은 어디 계시죠?”

“갔어요···.”

“예?”


그는 훌쩍이는 코를 훔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모두 갔어요. 이상한 로봇 새끼들이 트럭 타고 와서.. 군인들을 쏴죽이더니, 다 납치해 갔어요...”

“로봇들이요?”

“네..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데브일 님. 모든 지능형 로봇은 윤리 헌장을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아 인류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로봇 0원칙입니다. 그의 말에는 거짓이 있습니다.]


생존자의 목격담과 다삼이의 주장이 서로 달랐다.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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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 1부 외전 및 후기 +3 19.02.20 114 3 3쪽
34 [33] 캐슬, 성 (2) - 1부 완결 +4 19.02.20 76 3 15쪽
33 [32] 캐슬, 성 (1) +1 19.02.20 78 3 11쪽
32 [31]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1 19.02.19 75 4 12쪽
31 [30] 다가오는 위협 +2 19.02.18 86 3 12쪽
30 [29] 격리 (2) +4 19.02.15 96 3 10쪽
29 [28] 격리 (1) +2 19.02.15 97 2 12쪽
28 [27] 무법지대 (4) +2 19.02.13 219 5 11쪽
27 [26] 무법지대 (3) +2 19.02.12 110 4 9쪽
» [25] 무법지대 (2) +2 19.02.11 121 5 10쪽
25 [24] 무법지대 (1) +1 19.02.08 124 4 12쪽
24 [23] 밖은 엉망이었다 +1 19.02.07 128 5 12쪽
23 [22] 힘드십니까? +1 19.02.06 143 5 12쪽
22 [21] 도시의 손님들 +1 19.02.04 147 4 9쪽
21 [20] 자연의 보고, 아크 (3) +1 19.02.02 142 3 10쪽
20 [19] 자연의 보고, 아크 (2) +1 19.02.01 141 3 10쪽
19 [18] 자연의 보고, 아크 (1) 19.01.31 173 2 11쪽
18 [17] 한계 직전의 음욕 19.01.29 173 4 12쪽
17 [16] 그들의 교만 밑에서 19.01.27 146 3 11쪽
16 [15]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1 19.01.25 165 3 10쪽
15 [14] 나태 장치 19.01.24 174 4 10쪽
14 [13] 터져버린 식탐 (3) 19.01.23 200 3 10쪽
13 [12] 터져버린 식탐 (2) 19.01.22 169 3 12쪽
12 [11] 터져버린 식탐 (1) 19.01.21 168 4 12쪽
11 [10] 첫 비행선이 주는 무게 +1 19.01.19 212 5 11쪽
10 [9] 탐욕의 집단, 쉘터러 (2) 19.01.18 188 6 13쪽
9 [8] 탐욕의 집단, 쉘터러 (1) 19.01.17 217 6 10쪽
8 [7] 영장이라고요? +2 19.01.16 21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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