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갑대전(朝鮮 機甲大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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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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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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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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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북경_11. 한승범과 생존자들(1)

허구의 역사밀리터리입니다. 동명이인 및 내용은 모두 평행세계입니다.




DUMMY

-1-


같은 시각, 칼캐로돈의 후부의 격리공간.


티테이블에 앉은 한승범은 쟁반에 담긴 각설탕을 들고 코를 킁킁거렸다. 군용건빵에 들어있는 저급 별사탕이 아니라 100% 설탕을 압축해서 만든 각설탕은 혀끝에서 녹는 맛이 달랐다.


군용으로 필수 당분을 섭취할 요량으로 주는 별사탕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을 기본 성분으로 만들었지만 질이 나빠서 씁쓸한 단맛이 났다.


이에 반해서 집어 든 각설탕은 순백색으로 때가 묻지 않은 고급스러운 풍미를 느끼게 했다.


한승범은 퐁당! 퐁당! 세 개를 넣고 저었다. 검은색 액체에 살포시 들어간 각설탕은 풀어지듯 녹았다. 소용돌이치듯 돌리는 티스푼의 회전력에 커피향과 어우러진 설탕의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 한승범, 질이 떨어지는 군용커피와 확연히 다른 향기와 맛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잔을 입술에 물고 한 모금 마셨다.

표현할 수가 없는 맛과 목 넘김이 흐뭇한지, 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조선제국이 수십 년 전부터 대외무역을 국가 기조로 내건 만큼 설탕을 유구와 대만으로부터 수입하곤 했다. 사람들은 단맛에 중독되었다.


교역 초기에 설탕 가격이 비싸서 사대부와 부호가 아니면 입에 대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청일전쟁’의 여파로 인해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본이 유구와 쓰시마를 배상금으로 넘겨주면서 사쓰마번의 치하에서 설탕 산업으로 유명한 유구산(産) 설탕이 조선에 들어왔다.


단맛을 내는 대표적인 엿과 조청, 꿀은 공급이 부족했지만, 설탕은 몇 배의 단맛을 제공하면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지 않아서 조선인의 식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여기에 커피의 맛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설탕은 민간인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열렬히 환영받았고, 면세가격으로 공급되는 보급물품으로 분류되어 인기가 높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별사탕이 들어간 커피에 건빵을 넣고 먹는 죽도 인기가 좋았다.


“고급 커피의 맛이 다르구나.”


그윽한 향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자, 후후! 불어가면서 입안으로 한 모금씩, 한 모금씩 넘기는 한승범, 몇 달 만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는 감격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큰일을 여러 차례 겪고, 단절된 공간에 들어가면 사소한 것도 소중해지고 귀중해진다. 마치 작은 것에도 감동한다고 한다.


조선제국의 일반 장교였던 한승범이 별(장군의 은어)들의 정치 싸움의 빠져서 고통을 겪었다.


일만 리 이국의 땅, 청국으로 파견되어 불규칙한 생활과 협소한 공간에서 몰려드는 연합군과 싸웠다. 여기에 질 낮은 보급품과 음식, 단맛 부족이라는 요소까지 꾹 눌러 참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양손에 커피잔의 온기를 따스하게 느끼면서 한 모금, 한 모금,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넣은 한승범은 밀려오는 행복에 나른한 몸을 느꼈다.


“아! 이게 진짜 커피 맛이다.”


설탕이 들어간 커피! 군인이 바라는 진정한 맛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한승범, 본인도 모르게 다 마신 컵을 들고 맥없이 앉아있었다.


그때였다.

상념을 깨는 음성이 울려 퍼졌다.


“대장님, 대장님······.”


휴게실로 이동국 병장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들린 접시에 고기와 빵조각이 쌓여있다.

“점심을 가져왔습니다. 밥은 없고 빵과 고기뿐입니다.”


테이블에 놓인 접시에 딱딱한 빵과 얇게 자른 훈제 햄이 보였고, 몇 번 먹은 적이 있었다.


한승범은 주전자에 담긴 커피를 잔에 따르고 설탕을 또 넣었다. 그리고 우걱우걱, 입 안에 넣기 무섭게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이일 중위님과 몇몇 부상자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있습니다. 곪거나 화농이 생기지 않았다며 소독하고 약을 먹으면 회복된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모르핀 공급까지 끊은 청국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통받다가 몸부림치는 중상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한승범이다. 남은 이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말한 군의관의 말이 기억났다.


“그들 중에 의사가 있어서 진통제와 응급조처를 해주었습니다.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부상자 중의 일부는 상처가 덧나기라도 하면 황천행 특급열차에 올라야 했다. 총상이나 파편이 팔다리에 박힌 경상자도 시급하게 조치하지 않으면 파상풍(破傷風)으로 죽을 수 있었다.


“이 배에 있는 의사가 대부분 긴급한 상황을 넘겼다고 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생존자 중의 한 명이라도 죽으면 지휘관이자 책임자인 한승범은 가슴이 찢어졌다.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전선 상황은 들은 것이 있나?”

“좀 전에 선교에 다녀왔는데 심각한 모양입니다. 청국군이 2차 방어선으로 물러났고 연합군이 재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작전지휘부에서 총병 마옥곤 왈, 청국군의 주전력이 경진철도에 배치되었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가용할 수 있는 대포와 최정예 병력이 패배하고 무너졌으면 적의 전차를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조선군의 파병은 이루어졌나?”

“.....”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이동국이었다.

한승범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섣불리 결론을 내는 것은 사기에 좋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빵을 거칠게 뜯으며 커피를 들이켰다.


“대장님, 혼자 식사하고 계셨습니까?”

깨끗한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은 이반 특무상사가 다가왔다.


“같이 드실래요.”


커피 주전자를 들이미는 한승범이다.

이반이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커피보다 술이나 물을 마시겠습니다.”


한승범은 잔을 내려놓고 웃었다.


“이반 특무상사는 다 좋은데 커피 맛을 모르네요.”


맞은 편 자리에 이반이 앉았다.


“중대장님도 그렇지만 까만색 액체를 너무 좋아하십니다.”


한승범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서 하는 말 같은데 짙은 향기에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게 고급 커피가 분명합니다. 안 마시면 후회할지도요.”


한승범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커피 맛에 극찬했다. 조선군에 지급되는 질 낮은 커피콩으로 만든 것과 비교하면 품질의 차이가 극명했다.


“커피가 거기서 거기입니다. 아무리 쓰고 맛없어도 각설탕을 듬뿍 넣으면 달콤한 맛이 납니다.”


이반이 배시시 웃었다.

한승범도 같이 웃었다.


“나는 더 마셔야 할 것 같네요.”


빈 잔에 커피를 붓고 설탕 조각 3개를 넣었다. 온도가 떨어져서 풀어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에 이반이 통에서 각설탕 꺼내서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각각의 입맛에 따라서 식사와 군것질하는 사이에, 한승범은 짙은 커피의 단맛에 기운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커피의 요소 중에 카페인이라는 흥분제가 피로에 지친 사람의 몸에 에너지를 급격하게 채워준다고 했다.


“대장님, 저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간다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배의 승조원도 일체 말을 섞지 말라고 명령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몇 차례 물어도 대답하지 않더군요.”

“그래요?”


경진철도 전역에서 탈출한 지 며칠이 흘렀다.

공중전함의 승조원은 입에 자물쇠를 채운 듯, 필요한 음식 제공과 치료만 해주었다.


“그래도 지긋지긋한 전쟁터를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반이 말했다.

이동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경진철도의 방어진지는 그곳에서 지낸 군인을 몸서리치게 했다. 처음에는 1주 혹은 한 달까지 버티면 될 줄 알았다. 조선군부의 참전과 파병이 늦어지고 시일이 흐르면서 모두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면 옆의 동료가 시체로 변했고, 포격으로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곤죽이 되어버렸다.


파괴된 진지를 보수하면 포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고치고 고쳐도 다음날이면 망가지며 박살이 났고, 매번 지치지도 않는지,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연합군들이 개떼처럼 몰려왔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라지는 아군 전우들을 보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아픔이 고통으로 변해갔다.


어디 그뿐이랴.

열악한 보급 사정으로 병사들에게 지급한 군화는 해어지고 찢어지거나 밑창이 닳아서 못이 튀어나왔는데도 교체 받지 못했다.


열차에 실린 막대한 군화와 물자가 도착하지 말자 사라졌고, 각종 부식과 식자재도 마찬가지였다.


조선군의 전투식량 중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먹는다는 1식 전투식량조차 구하기 힘든 별식이 되어버렸다.


지옥이 되어버린 경진철도 방어선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이반과 이동국의 얼굴색이 안정을 찾았다.


한승범은 지옥과 멀어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가라고 하면 쳐다보지도 않고 명령한 상관의 아가리를 날려버리고 싶어.”

“보로서 군대가 주축이 된 연합군에 투항하지 않고 싸운 게 좋은 결말이 된 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한 대장님.”


이동국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로서군은 제정신이 아닌 자가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카이저가 원인이었다.


빌헬름 2세가 훈족 선언에서 ‘훈족이 우리 조상에게 했던 대로 돌려주고 오라!’라는 말에 흥분한 병사들이 인근지역의 약탈과 강간, 방화를 사주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자에 가까운 연설처럼 유럽의 상류층에서 공공연하게 아시아인들 비하했다.


심지어 공산당 이론을 제창한 마르크스도 ‘영국의 인도 통치는 인도인에게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시기의 청국과 아시아는 하등한 열등민족으로 취급받았다.


조선제국군 소속의 한승범에게 십여 차례 패배를 당한 보로서군이 원한을 잊을 수 있을까.


8개국 연합군이 청국과 아시아에 발을 상륙한 이래로, 기록적인 패전이 처음이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나머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동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지는 인터넷임시발췌...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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