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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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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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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6. 7막 서장 - 초원의 중앙에서 | Isaac

DUMMY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어

이곳에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


- 시, `초원의 중앙에서` 中 발췌 -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말을 잠시 멈춘 맥이 주변을 둘러보고 말한다. 저 말은 검은 날개에게 받아낸 돈으로 샀다. 잔뜩 받았지.

"이곳의 이름이 괜히 톨 레이나가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맥의 감탄에 에스나가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가 있는 곳은 톨 레이나 초원. 이페리아에서 서쪽으로 이틀 거리에 있는 곳이다.

"너무 아무것도 없네요."

글린다는 주변을 둘러보고 한숨을 쉰다. 황량한 풍경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풀도 없는데 왜 초원이야?"

톨 레이나는 명백한 황무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이름이 딱 맞는다.

"예전에는 풀이 자라고 있었답니다."

에스나가 말이 싣고 있는 짐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어디선가 많이 본 책. 리하야가 들고 있던 그 책이다. 콧수염이 멋진 미식가 히알 자작의 미식가를 위한 여행안내서. 이페리아 왕국 편.

"너 그거 어디서 구했어?"

"좋은 거 같아서 한 권 구했습니다."

살 게 있다고 잠깐 사라진 게 그거였구나. 난 제목만 들어도 사고 싶지 않을 거 같다.

에스나는 책을 펼친다. 철장갑을 낀 손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용케도 넘기네. 안 불편한가.

"여기 찾았습니다."

저런 웃기는 제목의 책이어도 제대로 된 정보는 있구나.

"톨 레이나는 100년 전만 해도 풀이 잔뜩 나 있던 초원이었답니다."

에스나가 설명을 시작한다. 맥과 에스나는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난 대충 흘려듣는다. 별 관심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멈춰 있으니 혼자 갈 수는 없지.

"그런데 100년 전에 이 땅에 드래곤이 자리를 잡으면서···."

"네?"

뭐? 뭐가 자리를 잡아?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당황한 표정으로 에스나를 바라본다. 맥과 에스나도 같은 표정.

글린다는 투구를 벗는다. 장갑도 벗고 눈을 비빈다.

"그런데 100년 전에 이 땅에 드래곤이 자리를 잡으면서 풀이 메말라갔다. 드래곤에 대한 공포와 황무지가 되어버린 땅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갔다."

다시 읽어도 드래곤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에스나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책을 읽어간다.

"결국, 아무것도 없어진 초원은 톨 레이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흥미로운 지역이지만, 이곳을 지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이 나온대요?"

멕의 질문에 에스나가 답한다.

"드래곤의 기운에 이끌린 강력한 괴물들이 땅을 누비기 때문이다."

침묵이 우리를 감싼다. 싸한 느낌이 몸을 휘감는다.

"그럼 빨리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맥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담겨있다. 글린다도 조금 몸을 떨고 있다.

"아이작.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나?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어···. 빨리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 괴물 정도야 어떻게 해도, 드래곤은 조금···."

내가 칼라고라를 사냥했다고 하지만, 그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준비 시간 2개월. 사용된 자금 12억 골드. 드래곤이라면 그 정도 준비는 해야 한다.

"그러면 달려갑시다. 최대 속도로 달리면 나흘 안에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에스나는 말의 짐에 책을 집어넣는다. 맥과 글린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다.

"그냥 돌아서 가면 안 되나요?"

"돌아서 가면 겨울이 되기 전에 인테아에 도착하지 못합니다. 무은 상단과 다니느라 시간이 지체되었습니다."

왠지 내 잘못인 거 같네. 실제로 내 잘못일 수도 있겠다. 동행을 제안한 건 나였으니까.

"진짜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글린다의 질문에 에스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냥 열심히 달립시다."

맥과 에스나가 동시에 한숨을 쉰다.

"제가 선두로 달리겠습니다. 아이작이 후미를 맡아주십시오."

"알겠어."

"그럼 출발합니다."

에스나가 말에 박차를 가한다. 하얀 마갑을 입은 말이 땅을 박차고 달려간다. 맥과 글린다도 말을 내달리게 한다. 나도 금방 그 뒤를 따라간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을 달려간다. 말이 땅을 딛는 곳에서 흙먼지가 일어난다.

"아이작! 주변에 괴물을 확인해 주십시오!"

"알았어!`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 에스나의 목소리가 묻힌다. 이 부분도 처리해야겠다.

"벗어날 수 없는 눈동자. 천 개의 눈동자."

확장된 미니 맵에 빨간 점들이 나타난다. 전부 괴물들이겠지. 다행히 반지가 경고를 보내지는 않는다. 당장은 안전하다.

그럼 대화를 쉽게 만들어 볼까.

"정신 대화. 목표 대상. 파티원 전부."

[들리십니까?]

"흐엑!"

맥이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내가 염동 마법으로 받쳐주지 않았다면 떨어졌을 거다.

에스나도 놀란 듯 흠칫 몸을 떤다. 몇 번 겪어본 글린다만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에스나의 갑옷은 마법을 무효화 하지 않나?

[정신 대화입니까?]

머릿속에 에스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벌써 적응한 건가. 빠른 속도다.

[엄청 빨리 적응했네.]

글린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백룡 기사 교본에 정신 대화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요.]

처음이 아니구나. 처음인 줄 알았는데. 재미없어.

[맥은 괜찮아?]

[아마도요?]

머릿속의 목소리인데도 떨리는 게 느껴진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 갑옷 마법이 안 통하는 거 아니야? 왜 정신 대화는 통하는 거야?]

[만들어질 때부터 정신 대화만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공간이동과 차원문도 문제없고요.]

그러고 보니 차원문도 통과했구나.

[백룡 기사에도 마법사는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장치이지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무슨 일 있어요?]

엄청난 일이 있죠. 방금 반지가 반응했다.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뭔가가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뒤쪽에서 오고 있군요.]

엄청 빠르게 말이다. 이대로 가면 따라잡히겠다.

글린다와 에스나의 한숨이 머릿속에 들려온다.

[먼저 가고 있어. 해결하고 갈게.]

에스나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괜찮은 겁니까?]

[드래곤은 아닌 거 같아.]

드래곤만 아니라면 어떻게 할 수 있다. 아마도. 되겠지? 솔직히 불안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달리면 따라잡힌다. 글린다와 맥을 보호하면서 싸우는 게 더 힘들다.

[너무 멀어지면 마법으로 따라잡으면 되니까.]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사고도 일으키지 마시고요.]

하하하. 살짝 소리 내 웃는다. 도대체 글린다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아무튼,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말머리를 돌린다. 다려왔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미니 맵의 빨간 점을 향해 달려간다.

뒤쪽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세찬 바람이 귀를 스치고 지나간다. 긴장감이 기분 좋게 나를 채운다.

안 그래도 빠르게 달려오던 놈이라 금방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너무 큰데."

너무 놀라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말을 제자리에 세운다. 정확히 말하면 말이 혼자 멈췄다. 내 앞에서 달려오던 것을 보고 겁에 질린 거다.

말을 타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 말에서 내려 못생기게 생긴 놈을 바라본다.

사납게 생긴 거북이를 언덕 정도 크기로 키운 모습. 눈이 여덟 개고 다리가 여섯 개인 점은 다르다.

가시에 가까운 등껍질을 가진 거북은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그대로 내 앞에 멈춰 선다.

"가르르."

거대하고 못생긴 얼굴을 나에게 들이민다. 적의가 사라진 건 아니다. 그저 호기심이 적의를 앞섰을 뿐.

거북은 코를 몇 번 벌름거린다. 입을 열어 날카로운 이빨을 보여준다. 자랑하는 건 아닐 테고. 잡아먹으려 하는 거겠지.

"껑충 뛰기."

마법의 힘으로 뒤로 물러선다. 내가 있던 장소에는 굳게 닫힌 거북의 입만 남아있다.

죽을 뻔했다. 뭐 물린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거북이 턱을 닫으려는 걸 보지 못했다. 그냥 감으로 도망친 거지. 머리의 움직임이 엄청나다. 우리를 쫓던 시점에서 빠르단 건 알고 있었지만, 무시무시하다.

"가르르르."

생각보다 힘들지도 모르겠다. 일단 너무 단단해 보여. 마법이 통할지도 의문이다.

거북은 뒤로 물러선 나에게 다가온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끈적한 침이 흘러나온다. 내가 맛있어 보이는구나. 너의 덩치에 비해서는 작은 것 같은데.

"비행."

몸을 공중으로 띄운다. 조금 생각해보니까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겠다. 거북이가 새를 공격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므로 공중에 떠서 마법을 퍼부으면 간단할 거다.

거북이 고개를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본다. 뭔가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불덩이 작렬."

양손으로 거대한 불덩이를 만들어낸다. 거북은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야 좋지. 불덩이를 거북에게 던진다.

마치 태양과 같은 불덩이가 거북에게 날아간다. 주변의 공기를 태우며. 그 열기를 느꼈는지 거북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선다. 도망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불덩이가 거북의 몸에 닿는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터져나간다. 폭음 사이로 기괴한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솟아오른 불기둥과 먼지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미니 맵의 빨간 점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북은 아직 살아있다.

"돌풍."

불어온 바람이 먼지 구름을 거두어간다. 불꽃이 타오르는 흙바닥 위에 거북이 서 있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등껍질은 거의 다 날아가 시뻘건 속살이 보인다.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그대로 죽지 않은 건 사실. 엄청난 생명력이다.

"가르."

거북의 입에서는 신음에 가까운 소리만 흘러나온다. 고통스러워 보이니 이제 숨을 끊어주자.

"혈류 가속."

아주 재미난 마법. 이름처럼 피를 빠르게 흐르게 한다. 뒤따르는 효과로는 모든 능력치의 상승. 그 폭이 작아 자주 쓰는 마법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혈류 가속을 거북에게 사용했다. 예전에 발견한 아주 재미난 사용법.

마법에 걸린 거북의 등껍질에서 피가 강하게 솟구친다. 피가 빠르게 흐르면 상처로 내보내는 피도 많아진다.

예전에 발견한 방법. 과다출혈을 유도하는 거다.

"가르르르르."

목소리에서 힘이 사라졌다. 땅을 딛고 서 있던 여섯 다리도 무너져 내린다. 땅에 쓰러진 거북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낸다.

흘러나온 피가 땅을 적신다. 축축해져 버릴 정도로. 크기가 크기라서 그런지 흘리는 피의 양이 상당하다.

미니 맵에 빨간 점이 사라진다. 거대한 거북은 확실하게 죽었다. 별로 재밌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강한 마법을 써서 그런가. 다음에는 좀 더 가지고 놀아 볼 방법을 찾아보자.

[마법사님!!!]

머리가 울릴 정토의 외침. 글린다의 다급한 외침.

[무슨 일입니까?]

[그냥 일단 이리로 오세요! 으아아!]

비명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뭔지는 몰라도 큰일이 난 건 확실하네. 비행 마법을 쓴 상태 그대로 말에 올라탄다.

"공간 이동. 글린다."

금방 갑니다.


작가의말

불어오는 바람

떠 있는 달 하나

흩날리는 풀

서 있는 나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어

이곳에 있는 것은

오직 나 하나

홀로 있는 그 자리

홀로 서 있는 그곳

불어오는 바람

떠 있는 달 하나

흩날리는 풀

서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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