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물의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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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5.11 13:17
최근연재일 :
2019.05.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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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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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망나니의 각성

DUMMY

“차는 어디에 있어?”


나는 짐짓 자연스럽게 말했다. 어색했지만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저기에 있습니다.”


그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 표정으로도 그녀의 외모는 빛나고 있었다.


“그래.”


나는 평생 타본 적 없는 고급스러운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럼에도 불편하기는커녕 여느 때보다 편안했다. 차가 비싼 값을 하는 것이었다.


“내 내일 스케줄은 뭐야?”


내가 물었다.


“정해진 스케줄은 없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시기 전까진 자유롭게 행동하시면 됩니다.”


학교라. 나는 차의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보았다. 열 살은 어려진 얼굴이었다. 지금 학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헌터들이 나타났는데, 계속 재벌들이 부자로 있을 수 있는 거야?”


내가 알기로 헌터물에서 나오는 나 같은 재벌 엑스트라들은 죽거나 망한다. 망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역시 죽고 싶지는 않았다.


“···도련님의 회사는 게이트가 열린 후로 하락세를 겪고 있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몬스터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기존 산업들을 전부 대체할 정도로 뛰어나다. 몇몇은 기회를 잡겠지만, 나머지는 도태될 것이다. 내가 엑스트라라고 한다면 몰락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도련님이 이런 걸 묻다니 별일이네.’


그녀의 마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건 분명 환각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이상하지만 나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는 도련님도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바뀌었다는 건가? 아니, 회사를 걱정했을 뿐이지. 달라졌다고 보기엔 어려워.’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히 들려온다.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아니, 판타지 소설 속에서 이유를 찾는 건 의미가 없었다. 나는 항상 이유를 찾으려다 실패했었다.


“재밌는 책들을 준비해줘. 원서랑 함께.”


헌터물에선 책을 읽다가 각성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잘만 되면 나도 그 능력을 각성할 수 있겠지.


“···원하시는 책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웹소설을 쓴다고 하시던 도련님이 갑자기 책을 읽는다고 하실 줄이야. 정말 정신 차리신 것일까? 그 성욕 주체 못하는 쓰레기가?’


돌연 소리가 끊겼다. 성욕 주체 못하는 쓰레기라, 내가 강간이라도 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러고 보니 망나니물이란 장르에는 그런 설정들도 많았다.


“재밌는 책이면 돼. 네 추천을 받을게.”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껏 무표정이었던 그녀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그 어느 취미보다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수단이란 표현은 그렇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적절한 표현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개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책을 읽는다. 그런 면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에도 일종의 진리가 있다고 느낀다. 장르문학을 읽는 것은 자기 과시의 수단이 아니라 오롯이 독서만을 위한 독서이다. 그 순수성은 마음에 들었다.


‘곤란하네. 도련님은 문학적 소양이 있으신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내 이름은 한하윤.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모르는 여동생이 생겼다.


“왔어?”


여동생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 방으로 훌쩍 들어가버렸다.

한하얀. 연예인처럼 예쁜 여동생이었다. 모르는 여동생이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여전히 집은 허름한 반지하였다. 분명 재벌 3세일 텐데 왜 그럴까 싶었다.


‘죄를 저질러 유배당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개연성 있는 추론이었다. 실제로 강간도 했다면 이런 처벌을 내렸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인터넷을 키고 염제에 대해서 검색했다.

'EX급 자살헌터'의 주인공 주공자는 염제를 동경해서 각성하게 된다.

그 말은 나도 염제를 동경하면 각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는 인터넷에 나오는 염제 굿즈들을 전부 고르고 내 비서인 수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안에 전부 사줘]

수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에서 염제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비록 여자지만 염제는 멋지고 아름다워서 저렇게 살아도 재밌을 것 같았다. 매일 책이나 읽는 나도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도련님, 말씀하신 물건들을 전부 준비했습니다.”


한참 염제 동영상을 보고 있을 때, 수아가 와서 그렇게 말했다.


“고마워.”


그러자 수아가 토끼 눈을 뜨며 놀랐다.


“···!”


‘평소에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도련님이 감사 인사를 하다니.’


나도 원래 고맙다고 인사를 안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놀랄 줄은 몰랐다. 설정상 강간도 했을 테니 엄청난 망나니였겠지. 그것도 클리셰니까 이해가 갔다.


“저녁 식사 때 부르러 오겠습니다.”


“응.”


나는 염제 굿즈들을 방 안에 설치하고, 수아가 준비해준 책들을 보았다.


“수아.”


제목에 충격을 받은 나는 곧장 수아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수아가 새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일반공격이 전체공격에 2회 공격인 엄마는 좋아하세요?>란 책은 왜 사온 거야?”


이런 걸 누가 읽냐고!


“죄송합니다. 일단 10대 남성 대상 베스트셀러라 구매해봤습니다만···.”


그게 더 충격이었다. 정말 나라가 망하려나 보다.


‘역시 이런 소설은 이제 읽지 않으시는 걸까? <아빠가 너무 강함> 을 읽던 도련님이 달라지셨다니.’


안 읽었거든! 읽기야 읽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후학을 위한 일이었다. 절대로 좋아서 읽은 게 아니었다.


“차라리 20대 남성 대상 베스트셀러를 준비하지 그랬어.”


도대체 요즘 10대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20대 남성 베스트셀러는 이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 입니다.”


정말 괴로운 시대였다.


“<자칭 F랭크 오라버니가 게임으로 평가받는 학원의 정점에 군림한다는데요?> 같은 건 살 필요 없어. 제목부터 이상하잖아.”


“그렇지만 도련님··· 도련님의 직장에서 베스트셀러인 <EX급 자살헌터>나 도련님이 쓰신 소설 <SSS급 여고생 헌터> 같은 것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저는 잘···.”


오프라인에서 내가 쓴 소설의 제목을 들으니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다. 이것도 들킨 설정이었어?


“그건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소설들을 비판하려고 쓴 거야. 일종의 풍자 소설이지. 돈 키호테 같은 거야. 시뮬라시옹의 과잉 순응 기법을 사용한 거지.”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지적이고 똑똑하게 말한 것 같아 뿌듯했다. 하기야 나는 대학 시절 교수들에게도 말을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그렇군요.”


수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은 어쩌다 오타쿠가 되신 걸까.’


그런데 속으론 오타쿠 취급이었다. 열심히 설명했잖아!


“죄송합니다. 그럼 이런 건 전부 치우겠습니다.”


“응.”


수아가 라이트 노벨들을 치우고 갔다. 나는 다음 책을 집어들었다. 무슨 책인가 했더니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였다. 그리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소설가의 꿈을 꾸었다. 그때는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가인 그보다도 더 뛰어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을 한 단어, 한 단어 집중하며 읽었다. 그는 특이한 방식으로 글을 써서 문장 자체가 유려하지는 않다고 한다. 윤문 과정을 거친 번역본만 보는 내게 그런 이야기는 거의 의미 없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문장 자체는 차라리 나도 헤세나 카프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 심리를 꿰뚫는 그 순간만큼은 어느 작가도 그를 따라올 수 없었다. 물론 카프카도 일단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신경증에 걸린 미친 주인공이 자신도 비참한 삶을 살면서 창녀를 구원하려 하는 장면이나, 결국 구원하지 못하는 장면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그녀가 자신에게도 사랑받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아 고이 간직했던 러브레터를 그에게 보여준 장면이다. 언제나 이 장면을 되새기면 나는 마음속 깊이 충만감을 느꼈다.

사랑은 있었구나, 하고.

나는 그런 소설을 쓴 도스토예프스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식사하세요.”


수아의 말에 나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이제껏 한 번도 일어나시지 않고 책을 읽으신 건가? 6시간 동안 책을 읽다니 대단한 집중력이네.’


수아의 마음속 소리도 들렸다. 사실 읽는 건 별것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어려운 건 글을 쓰는 일이다. 요즘은 30분 안에 5천 자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어서, 어렵다고 하기도 뭐 하지만 제대로 쓰기 위해선 한 문장에 30분도 부족했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도 돈에 쪼들려 빠르게 쓰며 분량을 늘렸으니 내용과 문체만 제외하면 웹소설 작가와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일단 작가인데 내용과 문체를 제외하면 어떨까 싶지만 말이다.

나는 여동생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반찬은 된장찌개에 굴, 김, 계란말이, 그리고 김치였다. 재벌 3세라고 해서 으리으리한 식사를 기대했지만, 평범한 가정집 식사였다.

나는 계란말이를 먹고, 김치를 집었다.


“···!”

“···!”


그러자 두 여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한하윤이 김치를 먹다니!’

‘매운 건 질색하는데다 김치는 냄새도 맡기 싫어하던 도련님이 김치를 드셨다!’


내 여동생은 마음속에서도 반말을 했다. 정말 겨우 김치를 먹었을 뿐인데 이게 무슨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원래 소설 속 망나니들은 편식을 해서 음식을 잘 먹으면 주변 사람들이 놀라기는 하지만, 설마 김치를 먹었다고 이럴 줄은 몰랐다.


“김치 맛이 어떠신가요?”


수아가 물었다.


“맛있어.”


“김치도 드시고 장하시네요. 김치를 먹어야 몸에 좋죠.”


그러자 칭찬까지 해줬다. 나 원 참,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그런데 이해는 갔다.


‘도련님이 달라지셨어. 애기 입맛이신 도련님이 맵고 짠 김치를 잘 드시다니 이제 편식을 극복하셨구나.’


수아가 흐뭇한 눈빛으로 미소 지었다.


‘하긴 키가 작으니까 잘 먹어야지. 기특해졌네.’


여동생의 건방진 생각도 들렸다.

내가 그만큼 편식을 많이 해서 그렇겠지. 이제부터는 반찬을 잘 챙겨 먹어야겠다.

식사를 무사히 마치자, 이번에는 수아가 영양제와 물을 가지고 왔다.


“도련님, 영양제를 드시겠습니까?”


수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평소엔 내가 안 먹는다고 하면서 화내는 게 뻔했다.


“응.”


그런데 오늘은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닌 척 하면서도 수아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알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도련님이 맛없는 영양제를 먹다니!’


속으로는 또 엄청 감탄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녀가 먹여주는 영양제를 목에 넣고, 물로 꿀꺽 삼켰다.


“장하시네요.”


정말 크고 맛없어서 안 먹으려는 게 이해가 될 정도였다. 사실 망나니가 아니었어도 보통 사람이라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하면 목에 걸려서 죽을 것 같다. 확실히 미국 영양제들은 쓸데없이 크게 만드는 감이 있다. 물론 국산보다야 낫겠지만, 이래서야 영양제를 먹는 쪽이 사망률이 더 높을 것 같았다.


‘목구멍 작은 도련님이 쓴 아연 영양제를 먹고 눈물 하나 흘리지 않다니!’


수아가 또 이상한 것으로 감격했다. 그야말로 팔불출이란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내게 레시틴 영양제를 먹여줬다. 나는 다시 물로 삼켰다.


“아아악!”


이번엔 눈물이 나왔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건 보니까 망나니가 아니라 만든 애들이 잘못했다. 나는 계속해서 마카, 피지움, 아르기닌을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독서에 몰두했다.


‘무한서재의 계약자.’


분명 그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책을 열심히 읽다가 헌터로 각성하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각성이 되질 않았다. 평생 책을 읽었지만, 역시 주인공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카프카의 변신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이야기도 훌륭하지만 문체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고전문학들은 순문학도인 내게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은데, 카프카의 변신은 지루하기는커녕 문장 자체가 묘하게 재밌고 흡인력이 있었다. 다른 미완의 작품들인 성 같은 건 솔직히 내용도 문체도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원서를 읽지 못한 내가 굳이 까다롭게 평가하고 싶지도 않았다. 차라리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한국어 어순과 비슷한 일본어면 모를까 무엇인지도 모르는 언어와 문화로 쓰여진 문장을 평가하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번역을 하더라도 글에 담긴 근본적인 철학과 사상은 쉽사리 변하지 않겠지만, 문장에 깃든 아름다움은 섬세해서 사소한 것에도 변질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못 쓴 것으로 유명한 '트와일라잇'도 한국에선 훌륭한 번역으로 문장이 칭찬받고 있고 말이다.

이건 누구나 겪는 문제였다.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 '왕좌의 게임'도 사람들은 원서를 읽지 않고 잘 썼다고 생각하지만, 원서를 읽은 내게는 글이 형편없게 느껴졌다. 왕좌의 게임 작가 조지 마틴이나 한국 작가 천명관이나 시나리오를 쓰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보면 항상 느끼는 점인데, 그들의 글은 그들이 소설가가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천명관이야 어느 정도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보지만, 내게 조지 마틴은 글 자체가 수준 미달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어도 차라리 웹소설 작가 산경이 더 나았다. 내용 면에서 따지면 조지 마틴이 백 번 낫고, 나는 산경이 잘 쓴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처음 산경의 소설을 읽고 그 졸필에 그를 무시했지만, 그래도 그가 웹소설 작가 중에선 확실히 잘 쓰는 게 맞았다. 애초에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가들도 퇴고를 안 하는 환경에서 문체 운운하는 놈이 바보라고 생각은 해도.

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원서를 집어들고 노려보았다. 카프카의 소설은 카프카적인 문체로 쓰여져 있다고 하는데, 번역본만 본 나는 그다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훌륭히 잘 썼다고는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특별히 카프카다움은 느끼지 못했다.


‘규격 외 등급 해석가.’


거기서 나오는 주인공은 러시아어 원서를 읽고 싶어서 각성했다. 나도 도스토예프스키와 카프카의 소설을 원서로 읽고 싶으니 각성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또 각성하지 못했다. 하기야 원래 그런 것이다. 뭐 하고 싶다고 각성한다면 이 세상에 실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고 그곳에서 괴물들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우리들은 실패자로 살아간다. 나는 판타지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거짓이 내포하고 있는 진실만큼은 사랑했다.


‘요즘 맨날 컴퓨터 키고 웹소설만 읽더니 다시 쉬지도 않고 책 읽네. 대단하네 한하윤. 자살헌터 같은 거 읽고 있을 때는 한심해서 때려주고 싶었는데, 저렇게 읽을 땐 멋있어 보이네.’


여동생의 생각이 들렸다. 힘겹게 열심히 읽고 있던 건데, 한심하게 보였다니 억울했다. 나는 EX급 자살헌터의 작가를 존경한다. 분명 나이를 서른 이상 먹었을 텐데, 모든 작품에서 학교 폭력을 소재로 삼는 건 대단하지. 사인회에 갔더니 오타쿠처럼 생긴 뚱뚱한 아저씨가 있더란 말도 들었다. 작가가 경험한 세계와 글은 이어져 있다. 아마 학교에서 호되게 당했나 보다. 그렇기에 그는 학교 폭력이란 소재를 사랑하게 된 것이겠지.

그게 문제였다. 내가 쓰는 웹소설에는 사랑이 없었다.


“도련님, 아로니아 마시면서 읽으세요.”


수아가 내게 아로니아즙이 담긴 잔을 건넸다.


“응. 고마워.”


나는 아로니아즙을 마시면서 염제 굿즈들을 보며 염제가 되는 망상을 했다.


‘애기 입맛인 도련님이 맛없는 아로니아즙을 저렇게 잘 마시다니!’


자기도 맛없는 걸 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고등학교 입학 시기까지 흘렀다.

우리 그룹은 서서히 망해가고 있었고, 나는 각성을 하지 못해 억울했다.

TV 화면에서는 염제가 괴물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나한테도 힘을 줘!”


나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잘할 수 있단 말야. 남들보다 훨씬.”


내 목소리는 작아서 남들에게 전혀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군가는 내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주인공이 되지 못한 네게 힘을 주마.”


그의 목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검은색 카드가 나타났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패스티쉬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규격 외 등급 해석가] 필요 PP : 10

[EX급 자살헌터] 필요 PP : 1,000

[요리의 신] 필요 PP : 1

[게임으로 강해지는 헌터] 필요 PP : 20

[달빛 조각사] 필요 PP : 100

[나 홀로 자동사냥] 필요 PP : 50

[내 행운 999] 필요 PP : 200

[슬레이 더 히어로] 필요 PP : 10,000

[헌터 세계의 정령사] 필요 PP : 500

[너 나한테 빚졌어] 필요 PP : 200

[SSS급 뽑기 헌터] 필요 PP : 300

[무공을 배우다] 필요 PP : 5,000

.

.

.


[무한서재의 계약자] 필요 PP : 999,99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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