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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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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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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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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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3쪽

그 집에는 아무도 안 산다.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경기 남부에 위치한 인구 90만의 도시가 있다. 조선 말기에 만들어진 이 도시에는 폐촌이라 불리는 지역이 존재한다. 재개발 바람으로 한 때 사람들을 기대에 차게 했고, 수백억의 돈이 들어왔던 곳이지만 3년 후 예산부족과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시에서 재개발 중단을 선언한 곳이 있다.


재개발 계획이 한창이던 때, 보상을 받고 많은 이들이 떠나며 천여채의 빈집이 생겼고 그중 일부는 철거되었다. 한때는 공사장 인부들이 주민보다 많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사람구경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 인구수가 대폭 감소하자 순찰강화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담당 지구대의 턱없이 부족한 인원과 복잡하고 좁은 골목으로 인해 도보순찰을 해야 하는 사정으로 경찰들도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약 5~60세대가 거주중인 폐촌은 1980년대에는 4,700여세대가 살았던 곳이며, 도시의 중심지였다. 인구증가와 함께 도시가 확장되고, 중심과 번화가가 점차 외각으로 이동되며 현재는 지도상에서의 중심지 역할만 하는 중이다. 구역정리가 안 되는 골목, 분쟁이 일어나는 불확실한 경계, 불법 무허가 건물들이 수없이 존재하는 등의 많은 문제를 가진 곳이라 오래전부터 시에서는 이곳의 재개발을 목표로 해 왔었다. 인구의 증가와 함께 경기도에서 인구밀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도시가 되며 시의 재정도 탄탄해졌고, 그렇게 미루던 숙원사업인 재개발을 시작했던 것이다.


기존 주민은 재개발 열풍 때 대부분 팔고 떠났다. 현재 거주하는 주민의 대부분은 새로 유입된 이들이다. 적지만 기존 주민도 남아 있는데, 그들은 욕심을 내 버티다 개발계획이 무산되며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이다. 일부 정든 집을 떠나기 싫어 버틴 이들도 있지만, 그런 이들도 보상에 욕심을 내긴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폐지와 함께 화병이 나 몸져눕거나 누운 채 다시 일어나지 못한 이들과 그 가족이 남은 기존 주민들이라 할 수 있다.


유입된 주민은 두 부류다.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에 재테크를 한다며 기존 주민의 집을 사들여 들어온 이들이 첫번째다. 말이 좋아 재테크지 투기를 한 것이라 억울함을 호소해도 누구하나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재개발 무산 소식에 화병이 났다. 그 후에 헐값에 팔고 떠난 운 좋은 이들도 있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 낡은 집을 누가 살까? 보면 화만 나는 곳이라며 직접 망치를 들고 찾아와 집을 부순 이도 있었다. 전 재산을 투자한 이들 중에는 갈 곳이 없어 눌러 사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유입된 주민은 멋모르고 싸다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화병이 나 입원을 한 이들의 가족이 전월세로 내놓은 매몰을 보고 들어와 사는 이들이다. 그들은 이사 온 후 왜 귀신 사는 동네, 혹은 폐촌이라 불리는지 알게 되었지만 감수하고 살고 있다.


폐촌은 과거에 부촌, 양반촌이라 불리던 곳이다. 저지대에 논밭이 존재했고, 가끔 물난리로 고생하는 평지에 농민들이 거주할 적에 높지 않은 산 중턱에 지주들의 집이 서기 시작한 것이 부촌의 시작이었다.


역사의 수많은 굴곡 속에서 부촌도 온전하지 못했다. 특히 광복 이후 잦은 분쟁의 중심지가 되었는데, 그러다 분단의 아픔을 겪던 시기 큰 전투가 벌어지며 남은 집들까지 몽땅 무너지고 말았다. 넓은 기와집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곳은 잠시 동안 버려져 있었지만,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던 부촌의 연고자들이 다시 돌아오며 도시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높은 곳에 높은 계급을 가진 이들이 사는 곳이 되진 못했다. 숲이었던 산 위쪽에 사람들이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하며 숲은 사라지고 달동네라 불리는 곳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때까지도 치수정비가 되지 않아 물난리를 겪던 곳이라 고지대를 거주지로 택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살 곳이 없기에 불법임을 알면서도 살 곳을 마련하려 들어왔던 곳이다. 전쟁 통에서도 살아남았던 산의 주인들이 그런 이들을 용인해준 것도 달동네 형성의 원인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산촌이라 불렸다.


도시는 산촌으로 들어온 이들에 의해 커졌다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도 주민들은 서로를 도우며 남의 집안 일에 무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 성공한 자들과 뒤처지는 자들이 생겨나며 산촌에는 뚜렷한 빈부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산 위쪽 주민과 산 아래 주민간의 갈등도 심화되었고, 서로에 대한 미움이 커져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산 아래 주민들은 산과 토지의 주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화가 나 산 위에서 내려오는 길을 막아버리는 소동도 일었다. 침묵하던 동네의 터줏대감들이 나서서 이내 화해하고 풀었지만 깊어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채 서로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눈을 떠 아침에 나가보면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시기가 왔고, 갈등은 인구수 증가와 반비례해 점점 좁은 범위에서 일어났다.


촌이 도시화되며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 도시도 겪었다. 산촌에서 커진 마을은 그 영역을 점점 확장해갔고,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시로 승격했다. 폐촌은 도시의 시작점이었지만, 이젠 그 역사를 기억하는 이도 드물다. 도시 속에 존재하는 오래된 마을, 우범지대라 소문나 낮에도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


주민수의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 때는 부촌이라 불리던 주택단지가 사람의 발길과 손길이 끊기고, 버려진 집들이 늘어나며 빠르게 그 주민수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


오래된 동네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좁은 골목의 깊고 어둑한 곳에선 은밀한 분위기를 찾아들어온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두려움을 이기는 성욕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어둠과 취기가 만든 유혹에 이끌리는 것이다. 잘 포장된 길과 이어진 외등하나 켜진 골목은 성욕에 도취된 이들에겐 안락하게 보이기도 한다.


칠이 벗겨진 푸른색 철문 앞에 선 남녀도 두려움보다 큰 성욕을 쫓아온 이들이다. 진한 화장을 하고, 몸에 달라붙는 정장을 입은 여인의 몽롱한 표정 때문인지 남성은 더한 자극을 받는 중이다. 남자의 손이 허벅지를 더듬을 때마다 싫은 척 몸을 뒤틀지만 그녀 몸의 일부는 남자의 성욕을 더욱 높이는 중이다. 남자는 그런 것도 모른 체 정신없이 여인의 입술만 탐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여인이 남자의 손을 이끌어 가슴 중심의 단추를 잡게 하자 남자는 그제야 여인의 옷을 풀려했다.


“큼!”


그 순간 들려온 헛기침 소리에 남자의 머리는 차게 식었지만, 몸의 열기는 여전한 채 고개를 돌렸다.


“...꺄!”


뒤늦게 들려온 여인의 비명에 남성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가 옷자락을 잡고 있는 여인을 보고 노한 눈으로 자신들을 방해한 이를 보았다.


“뭐...”


떳떳하지 못해 할 말이 그리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해 보였다. 인적 없는 골목에 들어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나? 이런 생각에 남성은 화를 내기로 했다.


“씨발... 왜... 쳐다보는데?”


헛기침을 한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런 상대의 시선을 따라간 남성은 남자의 시선이 옷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자신의 애인을 보는 듯해 더 격한 음성을 터트렸다.


“어딜 보는 거야, 이 변태 새끼야!”


멱살이라도 잡으려던 찰나, 그는 자신의 애인이 경황 중 차마 놓지 못한 채 허리띠를 잡고 있음을 깨달고 멈춰 섰다. 그대로 움직였다간 바지가 내려갈 것 같아 그는 급히 바지를 움켜쥐었다.


“...누가 변태인지.”


비릿하게 웃으며 남자가 말했다. 그의 말에 남성과 여성 모두 얼굴이 붉어진다. 둘은 오늘 길에 살펴본 주변 환경을 떠올렸다. 사람이 안 사는 곳. 그것이 그들의 자신감을 북돋았다. 부끄러움과 상대적 자부심이 치솟아 두 남녀가 극도로 흥분하려할 때, 말을 건 남성이 돌연 그들에게 다가섰다.


“왜 그래?!”

“꺄...”


그 갑작스런 움직임에 남녀가 놀라 부둥켜안는다. 남자는 그런 남녀를 힐끔 보고 이내 손을 내민다. 남자의 손에는 희미한 방범등에 반사되는 번쩍이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미친! 왜...왜 그러세...요.”


남성은 뒤늦게 도둑, 강도 등을 떠올렸다. 남성이 놀라며 애인을 감싸듯 뒤로 돌리며 물러나자 남자가 행동을 멈췄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애인은 챙기네?”


작게 말하고 그는 손에 든 열쇠를 철문에 넣었다. 그 순간 남녀의 머리가 급히 돌아갔다. 그들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자의 열쇠가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른 침을 삼켰다.


찰칵!


허나 열쇠는 너무나 부드럽게 돌아가고 이내 문이 열렸다.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남녀는 정당성을 잃었다.


“....계속 하려고? 집과 거리가 멀긴 해도... 보이거든? 그러니 그만 모텔이나 잡아.”


“무...무슨!”


화를 내려던 남성을 한심하게 보며 남자는 말 대신 위를 손짓했다.


“뭐? 뭐....허!”


그곳에는 붉은 빛이 점멸중인 카메라가 있었다.


“저거 뭐야... 카메라? 다 찍혔잖아! 이 병신아!”


화난 여자가 애인을 밀치고 남자에게 다가오려 하자 그가 슬쩍 물러나며 말했다.


“시청에서 관리하는 겁니다.”


이미 익숙한 일이었고 이럴 때 여성 쪽에서 어떤 말을 할지 예상한 답변이었다. 대부분 영상을 지워줄 것을 요청하는 말을 했다. 그 예측이 옳았는지 여성은 말없이 애인을 노려보다 이내 돌아서 가버린다. 멍해 있던 남성은 그를 한번 보고 이내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달려갔다.


“....의외네? 예의도 있고.”


그가 사는 곳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흔하지만 그는 짜증나는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당연히 화가 나곤 했다. 그래도 이런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은 그나마 견딜만한 일이다. 그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일은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대신 맡게 되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들이다.


남자의 집에는 벽에도 대문에도 커다랗게 ‘사람 사는 집’이라 붉은 글씨로 적혀 있다. 청록색 페인트가 벗겨진 철문에 붉은 글씨는 색의 대비로 두드러져 보여야 하겠지만 어둑한 골목에 대문 위 처마가 드리운 그림자 때문인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오래되어 색이 바란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무언가 글이 쓰여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보려고 한다면.


사람이 사는 집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이유는 독특한 집의 구조가 가장 큰 이유다. 집이 골목길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낙차가 적지 않아 단층집 기와지붕이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시야보다 높이 솟은 담장이 그 원인이다.


두 번째 원인은 주변이 온통 폐가라는 것에 있다. 남자의 집은 이주해온 이들 사이에서 쓰레기장이라 불린다. 당연히 아무도 안 사는 곳이란 인식이 박혀 있다. 주변 집들의 대문에도 비슷한 색으로 쓰인 글이 쓰여 있다. 주로 철거예정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고, 뜻 모를 단어들이 같은 색으로 적혀 있기도 하다. 집주인의 전화번호나 아이들의 장난스런 낙서도 있다. 그래서 인지하지 않고 보면 ‘사람 사는 집’이나, ‘철거예정’이나, ‘애인구함’이나, 다 같은 의미로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 이런 오해가 생긴 원인은 또 있다.


남자가 사는 집이 있는 골목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골목이라 불리는 곳이다. 실제로 남자의 집이 있는 골목 전체의 주민수는 한명이다. 골목과 연결된 대문이 있는 집이 다 합해서 열두 집인데, 그 집들 중 한곳에서 사는 그가 유일한 주민이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다른 곳보다 길이 넓어 주차하기 좋은 곳이라 주차장으로 주로 이용되는 골목이기도 하다.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오가며 다른 주민을 마주치지 못했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골목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도 이 골목에 들어가려는 행인을 보면 ‘거긴 사람 안살아’ 라고 당연하게 말하곤 한다. 동네에서 나고 자란 73세의 터줏대감 이씨조차 화병으로 굳어버린 팔다리를 움직이려 애쓰며 걷다 만난 이들에게 인사대신 하는 말이기도 하다.


-신문 못 봐. 거긴 사람 없어. 다 나갔어. 위짝 골목으로 가. 거긴 좀 살아.


그런 골목에 존재하는 남자의 자칭 ‘사람 사는 집’은 집터가 남다르다. 길과 현관 혹은 대문이 같은 높이에 서 있거나 터를 높이기에 골목이 낮은 것이 보통의 집 구조다. 남자의 집 마당은 대문을 열고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밟을 수 있다. 길 아래쪽에 집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길을 기준으로 본 모습이다.


현재 집 위에 난 골목은 상수리나무들이 서 있던 곳이다. 작은 소로가 나무들 사이에 나 있었고, 그곳을 왕래하는 이들은 물을 얻어가는 이들이었다. 산 중턱 귀퉁이에 자리한 집은 처음 집이 들어설 때만해도 길이 아래에 놓여 있었다. 집 주변에는 온통 숲이었고, 길은 집터 아래 절벽 밑을 따라 돌아갔다. 그래서 이 집에 살던 이들은 가파른 절벽을 내려오는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고 살았었다. 흙과 돌리 이뤄진 절벽은 현재는 콘크리트로 단단히 포장되어 있다. 그런 집 뒤쪽 절벽 아래쪽에 도로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언덕 위에 선 집이며,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이 사는 곳, 위치 상 올려다보는 곳이 남자가 사는 집이었다. 80년 간 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집의 소유주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변함없는 집과 달리 동네는 빠르게 변해갔고, 아래쪽 길을 이용하던 일가의 이동경로도 위로 변경되었다. 대문의 위치가 새로 난 위쪽 길로 변형된 것이다.


아래쪽 길을 확장하며 절벽에 콘크리트 벽을 설치했는데, 그러다보니 지그재그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공사를 한 업체에서 철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철계단의 보수관리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었고, 집주인의 연령이 높아지자 이용에 불편을 느끼게 되었다. 나중엔 시에서 철 계단이 불법이라며 철거하라는 통보도 보냈다. 기막힌 일이었다. 공사 책임자가 본래 만들어줘야 할 이동경로를 공사비 절감 등의 이유로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이고, 항의가 들어오자 철계단을 만들어 생색을 낸 것이다.


집주인에겐 매우 억울한 일이었으나 돈 들여 제대로 된 계단을 만들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시의 지원을 받아 현재 골목이 만들어진 곳으로 대문을 내는 공사를 했던 것이다. 앞쪽 길과의 이동경로도 단차가 커 20여개의 계단을 오르고 내려야 하지만 수직절벽에 붙은 철제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는 수월해 집주인은 만족했다.


뒷마당이 앞마당이 뒨 것과 그런 앞마당에서 길을 오가는 이들이 집을 훤히 보는 것은 불만이기도 했지만, 외로운 노년에 멀리 가지 않고 사람구경하는 것도 좋다 여기며 살았다. 공사가 끝나고 새로운 대문에 익숙해질 무렵 집주인이 사망하고 외지를 떠돌던 장남일가가 들어와 살게 되며 철 계단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이는 집을 물려받은 장남뿐이게 되었다. 그조차 추억에 잠기지 않으면 떠올리지 못한 채 본래 길은 앞에 있다 여기며 살게 되었다.


*


긴 역사와 많은 추억을 가진 곳이지만 현재 집의 주인인 남자에겐 그런 추억이 깃들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현재의 집 주인인 남자의 소원은 조용히 잠드는 것뿐이다.


편안한 휴식. 집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그 요소가 이집에는 결여되어 있었다.


풀썩!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구르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몽롱한 정신은 상상과 경험을 합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씨발놈들아!”


급히 뛰어나간 그는 경사면을 타고 굴러 내린 검은 봉지가 터져 사방으로 흩어진 모습을 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 쓰레기가 굴러 내리며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성이 뚝 끊어진 남자가 빗자루를 들고 계단을 뛰어오른다. 대문을 걷어차듯 열고 나간 그는 멀리 총총걸음으로 걷는 여인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쓰레기 버렸지!”


그 순간 여인이 달린다. 남자도 뒤따라 달린다. 여인은 슬리퍼를 신고 폭이 좁은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다른 차림이라도 남자보다 빠르지 못했을 것이다. 도망치다 따라잡히게 되자 돌연 여인이 남자를 보고 소리친다.


“치한이다!”

“뭐...뭐?”

“꺄아!”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기웃거리는 이들이 몇 있다. 그를 본 여인은 더 크게 외치려 한다.


“치...”

“CCTV 설치되어 있거든? 계속 떠들어 보던가.”


그 순간 여인의 입이 다물어지고 이내 미안한 표정이 감돈다.


“...돈 줘.”

“무슨...돈이요....”


떨며 말하는 여인에게 남자는 쓰레기 봉투요금을 요구한다.


“치우라고 하면 지랄할 테니까, 짜증나서 나도 대화하기 싫고. 얼굴 기억했으니 한 번 더 버리면 이번 건까지 해서 무단투기로 고소한다. 알았냐?”

“....네. 그런데 정말 몰랐어요. 사람 사는 집인지는.... 그리고 반말은 좀....”

“욕할까?”


남자의 말에 여자는 급히 천 원짜리 두 장을 주고 돌아 걷는다.


“오백원이야.”

“청소비...”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본 여인은 남자의 눈빛에 급히 어색한 미소를 짓고 달려간다.


“...미친년.”


돌아온 그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다 울화가 터져버렸다.


“씨발!”


잡고 있던 삽과 빗자루를 던진 그는 더 화려하게 흩어진 음식 쓰레기를 보고 이내 담장을 바라보았다.


“더 높여야하나....”


전에는 높이가 1미터 남짓이었다. 그땐 지나가던 이들이 집안의 마당을 볼 수 있었다. 볼 수 있는데 남자가 너무 조용히 지내선지 낮에도 쓰레기를 버리곤 했다. 참다못한 남자가 담장을 높이기 위해 평소보다 배로 일을 나간 것은 그만 아는 사실이다. 그렇게 재료 살 돈을 구해 직접 담장을 높인 후 그는 안도했다. 담장까지 높인 집에 쓰레기를 버릴까 싶어 안심한 것이다. 허나 담벼락에 낙서가 칠해지고, 몇 달 사이 먼지가 쌓이자 이전보다 더 많은 쓰레기가 투척되기 시작했다.


남자는 원인을 찾던 끝에 보이지 않기에 더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감도는 동네라 이사가 잦고 주민의 변동이 심한 것도 원인이었다. 팻말을 달아보고, 벽에 사람 사는 집이라 새로 칠을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남들이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싫어 담을 낮추기는 싫고, 다시 담을 높이려면 지지대부터 새로 해야 한다. 담장의 반대쪽은 마당까지 급경사를 이룬다. 그곳에 벽을 지탱하는 지지대를 설치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들어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컹컹컹!


“아 저 개새끼들. 하루를 안 쉬고 짖고 지랄이야. 개...응? 개?!”


시끄럽게 들려오는 개소리가 더는 짜증스럽지 않게 들렸다.


*


남자는 유기견 보호센터를 찾아갔다.


“잘 짖습니까?”

“그것이...”


안내를 해준 소장은 남자가 수시로 잘 짖는지 물어 난감해했다. 허나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예. 잘 짖기도 하지만 조금만 훈련을 하시면 짖는 버릇을 현저히 줄일 수...”

“잘 짖는다고요?!”


놀란 남자의 표정에 소장은 입양시키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개로 하겠습니다. 제게 주십시오!”


그러나 소장의 생각과 반대로 남자는 잘 짖는 개를 원했다.


*


남자는 크고 잘 짖을 것 같은 개를 입양했다. 남자의 집에는 남자가 모르는 개가 살던 집이 존재한다. 마당 한구석에서 썩어가던 개집을 대충 수리하고 남자는 낯선 곳과 남자에게 경계하는 개에게 살갑게 말했다.


“마당 넓지? 줄 풀어줄 테니 마음대로 살아... 마음대로 짖고.”


줄을 푸는 순간 개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낯가림이 심하구나.”


자신처럼 낯가림 심한 개를 보며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집으로 들어가 사료를 챙겨 나온 그는 사료와 물을 개집 앞에 놓아주고 보았다. 개는 그런 그를 빤히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


“진돗개인가? 흰색털에... 누런끼도 조금 있네. 전에는 뭐라고 불렸냐? 응? 흰둥이? 누리끼리? 큭...”

-크르르르.


이를 보이자 으르렁거리는 개를 보며 남자는 피씩 웃었다.


“자존심은 있나보네? 얌마, 너 하는 거 봐서 이름도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모르나? 어디서 아직도 이를 보여? 확.”


알아듣는지 개가 입을 다물자 남자가 만족스레 웃으며 일어났다.


“개가 개다워야지.”


이제 편히 잘 수 있겠다. 남자는 만족하며 담장 위를 보았다.


*


“네 유기견 센터입니다.”

-여보세요. 어제 입양해온 사람인데요.

“파양하시게요?”

-.....아니, 말을 해줬어야줘? 개가 왜 안 짖어요? 안 짖는 개를 주시다니요? 이거 이러실 겁니까?

“예? 개가 안 짖어서 문제라는 말씀인가요?”


너무 짖어서 파양하겠다는 이들은 많았다. 반대의 경우는 처음이라 소장은 어찌 대처할까 골몰했다.


-숫기가 없어도 저렇게 없다니?! 사람 오면 짖어야지. 안 그래요? 그래야 사람 사는 집이구나 싶어서 쓰레기를 안 버리죠.

“예? 쓰레기라뇨?”

-아아...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방법 좀 알려주세요. 개가 사람소리만 들리면 집으로 들어가 숨어버려요. 귀는 엄청 밝아서 발소리만 들려도 숨어요. 미친다니까요! 개가 그.... 영역에 대한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예, 강한 아이들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낯설어 자신의 영역이라 여기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아아! 그렇구나! 오오! 역시 전문가는 다르네요.

“예? 하하하.... 그럼 파양은...?”

-파양이 뭔지 몰라도 며칠 기다려 보죠. 저놈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죠?


기다려준다. 소장은 남자의 말에 작게 감동했다.


“예. 주의 깊게 사랑으로 살펴보시면 대체로 답이 보이실 겁니다. 그래도 모르실 때는 저라도 언제라도 연락주시면....”


전화가 끊기고 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쓰레기라니?”


급히 입양된 리스트를 살피던 소장은 그곳에 나온 정보로는 쓰레기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


-삼일 지났는데 여전히 안 짖어요.


실망감에 젖은 목소리다. 소장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아! 전에 전화하셨던...?”


-밥은 잘 쳐 먹네요. 밥을! 사료는 왜 안 먹는 겁니까? 그리고... 왜 제게만 짖죠? 저 개 멍청한가요? 진돗개는 영리하지 않나요?


“흠... 언제 입양하셨는지 날짜와....”


정보를 확인한 후 소장은 개가 가진 문제점을 확인했다.


“학대받고 자란 개라서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주인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했었고, 그대로 도망을 나왔더군요. 거리 생활을 오래했습니다. 사료는... 전 주인이 먹이질 않았습니다. 혈통도 있고 제대로 대접받고 컸을 개였는데.... 칩이 있어 돌려보내려 했지만, 주인이 거부해서 보호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명을 분명히 드렸을 것 같은데.... 무는 개입니다. 입버릇이 있습니다.”


-예, 무는 개라고 들어서 입양한 거죠. 잘 물면 잘 짖고 사납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저에게만 덤빈다는 소리였나요?


“....자신 있어 하시고 녀석도 옆에 계실 때 얌전하기에 보낸 것입니다. 사실은 이번에 안락사 대상이었고....”


전화는 갑자기 끊어졌다.


“....또 오겠지.”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소장은 개가 잘 적응하며 살길 바라며 다시 오늘 자 안락사 대상견들의 목록을 살폈다.


*


“안락사라니...”


듣긴 했지만 막상 자신과 가까운 일이 되자 느껴지는 바가 더 컸다. 통화를 급히 마치고 밖으로 나간 남자는 마루에 걸터앉아 개집을 보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미동 없이 지내는 개가 궁금해 어제 저녁 개집을 집 쪽으로 비스듬히 돌려놓은 그였다. 그 덕에 마루에 앉아서 개집에 웅크린 개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안락사라니... 죽는 것이 안락할 리가 있나. 그렇지 않아?”


귀를 쫑긋거릴 뿐 개는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눈동자만 피하지 않고 바라볼 뿐이었다.


“밥도 내가 안 볼 때만 먹고....! 아아, 눈칫밥 먹고 커서 그런가?”


남자도 그랬다. 이집을 물려받기 전까지.


남자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다. 성인이 되어 군에 들어갔던 그는 전역 후 돌아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그런 그를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그의 이모는 군에 들어간 후 이사하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얼마 없던 그의 짐은 또 다른 친척에게 보내진 후였다. 짐을 찾으러 간 자리에서 남자는 이해하라는 말을 들었다.


-네 엄마가 바람나가 사라진 이후에 다들 고생이 심했어. 언니는 그래도 널 돌보려 했는데 형부 사업이 잘 안됐다더라.


변명이라는 것을, 그들이 부담스러워 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미련이 싹 사라져버렸네.’


눈칫밥 먹으며 살며 남자는 집안에 보탬을 하려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업도 포기한 채 살았다. 받은 월급은 꼬박꼬박 이모에게 드렸지만, 감사하는 것은 그때뿐이었다. 나중에는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며 일을 했기에 많은 돈은 벌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이 먹고 쓰는 돈은 벌려고 노력했고, 충분히 그 정도의 돈은 벌어 건넸었다. 그러나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찬밥조차 남지 않을 때가 많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곤 했다. 울컥해 여러 번 울곤 했다.


정이 들었었다. 밉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다. 함께 웃을 때도 가끔은 있었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이모가족이 사라지자 차라리 잘되었다며 그는 애써 분을 삼켰다. 갈 곳을 잃은 남자는 숙식 제공하는 일자리를 찾기로 했다. 성실했고 유흥에도 관심이 적은 그였기에 인정받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져 8년이 지났을 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아버지가 살아있었다고, 그리고 돌아가셨다고. 여섯 살 이후 본 적 없는 그에겐 너무나 낯선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그는 상주가 되었다. 외롭게 지냈던 아버지가 집을 남겨주었다는 말을 장례가 끝난 후 들었을 때 남자는 귀찮음을 느꼈다.


남자의 아버지는 재개발 확정이 되었을 때, 욕심낸 쪽이었다. 큰돈을 벌 생각에 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다 재개발이 무산되자 화병으로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남자는 아버지가 만약 보상을 받고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면 자신에게 재산을 물려줬을까 생각해보았다.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바람에 유서도 남기지 못한 채 죽었고, 함께 살던 새 가족은 오래전 아버지 곁을 떠난 상태였다. 여전히 호적에 남아 있기에 찾아내 그에게 연락한 것이다.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새어머니의 가족이 뒤늦게 나타나 집 내놓으라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남자는 아버지가 남긴 집을 넘겨주고 조용히 떠날 생각이었다.


남자는 집에 애착을 가지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란 생각에 돌보지 못했더니 폐가라 여길 정도가 된 것이 아닐까, 스스로 종종 생각한다. 알지만 역시나 언제라도 나타나 집 내놓으라고 악을 쓸 새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남자는 집수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집에 정을 주고 나면,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


*


안락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남자는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집에서 도망쳐 떠돌던 개와 집을 필요로 했지만 머물 곳이 없던 자신. 다르지만 닮은 듯해 더 애착이 갔다.


‘너도 나도 집이 없었지. 지금도 마찬가지 같다. 내가 네게 준 그 집도 다른 개가 쓰던 것이지, 너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사는 이 집도 날 위한 것은 아니고... 정이 안가는 집에 너는 그렇게 들어가서 자신을 보호하지... 나도 그렇게 사는 중이다...’


“집돌이... 그래, 네 이름은 집돌이야.”


개는 여전히 무반응이지만 남자는 웃었다.


“여긴 네 집이야.... 너와 나의 집.”


쓰게 웃다 울컥한 남자는 급히 세면대로 향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어엇!”


미끄러져 넘어지려다 잡은 곳이 좋지 않아 손가락에 심한 통증을 느낀 남자는 손을 움켜쥔 채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씨발.”


깔린 타일이 문제인지, 욕실화가 문제인지 그는 아주 잠시 투덜거리며 생각했다. 아픔이 가시자 귀찮음에 원인을 분석하던 일도 잊고 그는 다음엔 조심하자며 스스로를 달랬다.


세수를 하고 물에 말아 밥을 마시듯 먹고, 남자는 옷을 찾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밤이 찾아온 세상은 어둡지만 이때가 남자가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개를 들여온 후 돈이 더 많이 필요해진 것을 느낀 남자는 평소보다 자주 밖으로 나간다. 그 덕에 집에 돌아오면 더 많은 쓰레기들이 반겨주곤 해, 남자의 스트레스는 더 많이 쌓여간다.


“집돌아... 부탁이다. 제발 짖어줘. 응? 나한테 짖지 말고 사람 오면 짖어. 여기 사람 있어요! 아니지... 여기 사람 살아요! 라고 외치라고. 왈왈! 너 잘하잖아. 나한테만 으르렁거리지 말고...”


“그래야 쓰레기 버리는 놈들이 없잖아. 내가 자비 들여서 저 대문 옆에 CCTV까지 설치했잖아. 그런데 왜 그 앞에서 키스하고 지랄일까? 도대체 그 사람들은 무슨 정신일까? 무섭지도 않나? 가로등 작은 것도 설치했는데 아주 그 아래서 생 지랄을 하고... 그래서 없앴더니 팬티까지 벗고 있고! 쓰레기는 덤이고! 콘돔 쓰고 왜 남의 집에다 버릴까? 응? 가끔 팬티도 버리고. 너도 봤지? 네 집에 있던 그 팬티....! 너 설마?”


한참 노려보다 개가 눈을 피하자 남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니겠지? 너 그런 변태 아니지? 게다가 너 암놈이잖아?”


당연하게도 답이 없자 남자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나 나갔다 올게. 그래야 너 예방접종도 하고, 개 사료도 사고. 많이 벌어야 네가 코를 벌름거리는 캔도 사지. 캔 잘 먹지? 내가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고기는 많이 못 사주지만... 캔이라도 많이 사줄 테니까. 캔도 비싸.... 차라리 고기 사는 것이 싼가 싶을 정도인데? 싼가? 고기 좋아하지? 아닌가? 음.... 나도 고기는 즐겨먹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즐겨먹을 틈이 없다고 할까. 자주 안 먹어서 강제로 비건이 된 기분이야. 너도 비건이야 혹시? 아... 그건 아니겠다. 캔에 여러 가지 들어가 있더라. 왜 그렇게 봐? 먹어본 건 아니야. 이놈... 허! 아니라고. 그냥 살짝... 어떤 맛인지 혀만 댔다고! 와! 억울하네. 또 으르렁거리네? 앗! 가야겠다. 손님 생겼다.”


한참을 떠들다 콜 사인을 보고 움직인 남자를 개는 집밖으로 나와 바라보았다. 그가 떠난 후 개는 집에서 나와 사료를 먹고 물을 마신 후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곤 그 자리에 앉는다. 남자는 모르는 개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


자주 보지만 오늘은 유독 심하게 구는 손님을 만난 날. 남자는 일을 일찍 끝내고 돌아오다 국밥집에 들려 술을 마셨다. 집에서 마셔도 되지만 굳이 비싼 돈 내며 마시는 이유는 과하게 취하지 않기 위해서다. 말술이었다는 아버지를 닮았는지 그는 혼자 마셔도 열병도 넘게 마셔버린다. 절제하며 살아온 그였기에 식당의 비싼 술값을 보면 자중하게 된다. 일부러 적게 마시려 식당에서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한 병의 술을 국밥과 함께 마시고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일어난 그는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의 남자들을 보았다. 소곤거리며 대화하는 그들을 힐끔 본 그는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차 좋네...”


식당 앞에 흔히 볼 수 없는 차량이 한 대 서 있었다. 그는 식당 안에서 본 남자들이 타고 온 것이라 집작했다. 때맞춰 집을 잘 팔고 나간 이들의 자녀가 오랜만에 향수를 느껴 왔던 것일까? 떠올린 생각에 피씩 웃으며 그는 집으로 걸었다. 한 병의 술을 보상으로 마셔선지 그의 얼굴에선 오늘 있던 짜증스런 일들이 대부분 씻겨나가 있었다. 집으로 오르는 오르막길도 그리 힘들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그의 얼굴이 대문을 넘어온 순간 굳어 버렸다.


“집돌아....”


개집 옆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피가 가득 묻은 개의 입을 보고, 쓰러져 미동 없는 사람을 본 그는 직감했다.


-무는 개입니다. 무는 개입니다. 무는 개입니다. 무는.....


무는 개가 사람을 죽였다. 그는 또 상상했다.


-33세의 대리운전 기사 A씨는 평소 무는 개라는 것을 알고도 개를 자유롭게 풀어놓아 집에서 사람을 물어 죽이게 한 혐의로....


“집돌아!!”


깜짝 놀란 개가 집으로 들어간 후 그는 쓰러진 남자의 몸으로 다가갔다. 피가 얼룩진 바닥과 경사면에 쓸린 자국을 보고 그는 남자를 살며시 만져 보았다. 차가운 기운에 놀란 그는 손을 움츠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젠장.”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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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한  글로 이번 공모전에 올리려고 퇴고도 거듭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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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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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죄는 무엇인가. +1 20.05.11 189 21 24쪽
» 그 집에는 아무도 안 산다. +2 20.05.11 495 10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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