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에서 조용히 사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콜트1911
작품등록일 :
2020.05.16 15:45
최근연재일 :
2020.06.23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6,729
추천수 :
956
글자수 :
256,612

작성
20.05.16 17:16
조회
1,085
추천
26
글자
17쪽

4. 평행세계? (3)

DUMMY

4.



요새 들어 이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어렸을 때로 돌아간 자신을 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누군가는 미리 알고 있는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부자가 된다는 망상을 할 수 있었으나, 애초에 그 분야는 이헌의 장기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 세계는 자신이 알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일종의 평행세계가 아니던가.

이제 자신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모든 상식을 버리는 한편, 이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공부를 해야만 했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잠을 이루지 못한 그는,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보육원은 괜찮은 후원을 받는 시설답게 녹슬지 않은 운동기구들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 이헌이 마음에 들어 한 것은, 높이 세워진 평행바와 커다란 철봉이었다.

평행바로 할 수 있는 딥스와, 철봉에서 가능한 턱걸이는 맨몸운동이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난이도가 높은 고급 운동이었다.

그렇게 며칠간 운동을 하며 신체점검을 하다 보니 제법 놀라운 정보도 알 수 있었는데, 이 몸으로 무려 머슬업(풀업에서 딥스로 이어지는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비록 반동을 주는 꼼수를 동원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머슬업을 한다는 것은 꾸준한 내공(쇠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이헌은, 지금 자신의 몸이 제법 단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눈이 옹이구멍이 아닌 이상, 온몸에 근육이 가득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머슬업까지 가능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현재 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동아시아 중, 그 어느 나라보다 미국에 영향을 받은 나라였다.

그러니 어린아이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환경에 쉽게 노출이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보육원 내의 또래나 선배 원생들 중엔 제법 몸이 좋은 남학생들이 있었으며, 심지어 여자들 역시 몸이 탄탄한 경우가 많았다.

과거 전생에선 본격적인 운동은 고2 때부터 시작한 자신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꽤나 옛날부터 운동을 한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차고도 넘치는 상체에 비해 하체가 살짝 빈약하다는 정도?

물론 이 나이에 하체 트레이닝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지만.

하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봤자, 사춘기의 나이엔 겉으로 보이는 복근과 가슴 근육이 더 중요할 테니까.


그렇게 머리도 비울 겸 시간에 걸친 근력 운동을 끝낸 이헌은 꽤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이 새롭게 얻은 이 육체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일단 키핑(배치기) 풀업이나 딥스, 머슬업까지 시도했음에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점은, 근력이 강한 것은 물론, 관절 또한 유연하고 강인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 정도의 맨몸운동으로도 충분했다.

그의 스승이었던 중헌은 쇼맨십을 위해 일부러 보디빌딩 스타일로 육체미를 갈고 닦았지만, 그것은 근력이 아닌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었다.

오히려 격투기 같은 종합 스포츠는, 컨디셔닝이나 전신 협응력이 중요한 법이다. 근육의 발달은 나중에 여자를 꼬실 때나, 벌크 업을 할 때 시도해도 늦지 않았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는 기능보다는 심미(審美)를 위한 근육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은 싸울 일도 없지 않은가?


그렇게 짧고 굵게 운동을 끝낸 이헌은, 적당히 흐르는 땀을 식히고자 산책에 나섰다.

가만히만 있어도 절로 땀이 나는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새벽엔 제법 선선한 느낌이 났다.

이헌은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해보았다.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체육계의 일이었다. 체육 교사부터 시작해 운동부 코치까지, 이헌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특히나 희소식이라면 전의 한국과는 달리, 현재의 한국은 체육 교사나, 운동부 코치의 입지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만큼 만만치 않은 경쟁이 있겠지만 이헌은 자신 있었다. 정 뭐하면 지금부터 레슬링 코치에 눈에 띄어 선수권 대회라도 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레슬링뿐만이 아니었다. 스승님에게 배웠던 스포츠 중, 제일 재밌게 했던 것이 바로 복싱이었다.

프로로 갈 생각은 없었지만, 적어도 아마추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자신은 얼마든지 있었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이라도 따면, 복싱 코치로 일하는 건 문제도 아니리라.

그렇게 이헌은 강제로 올림픽에 출전할지도 모르겠다는 유치한 상상을 펼치며 산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벤치에서 홀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을.

어디선가 낯이 익다 했더니, 전에도 이야기를 나눴던 그 마돈나 소녀였다.


“뭐해 청승맞게.”

“청승... 맞게?”


세연은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이헌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수밖에. 진부했지만 자신을 보며 저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는 이헌이 처음이었던 탓이다.

이런 미모를 가진 자신에게, 혈기 왕성한 남자가 말이다!

그런 세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헌은 세연을 보며 자신의 말만 계속할 뿐이었다.


“벌써부터 담배는 무슨. 차라리 운동을 해. 마돈나 어깨 못 봤어?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더 넓어.”

“하하하 그런가?”

“뭐 결국엔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만.”


어색했다. 뭔가 그 뒤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헌은 여자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어색했고, 세연은 세연 나름대로 이 자리가 어색한 모양이었다.

그런 어색함을 억지로 치우려는 듯, 세연은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야.”

“어.”

“......역시 걸그룹이 그나마 승산이 있겠지?”

“난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럴 땐 빈말이라도 응원이 되는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너라면 솔로 가수로도 성공할 수 있다 라던가.”

“마돈나는 50달러인가, 그거만 들고 뉴욕 가서 성공했다던데.”

“한 마디를 안 지네. 여자한테는 조금 져줘도 괜찮아.”

“요즘 어떤 세상인데 여자 남자 따지고 있어.”


이헌의 한 마디에 세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저 한 마디로 인해 너무나도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저 녀석은 자신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자신을 아예 여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너 혹시 고자야?”

“뭐?”

“아니면 게이?”

“자의식이 강한 건 알겠는데,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네 취향은 어떤데?”

“키 크고, 가슴 크고, 엉덩이 크고, 얼굴 예쁜 여자.”

“아하 그렇구나.”

“거기에 살짝 근육질이면서 날씬해야 하고, 하얀 피부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라틴 계열의 갈색 피부도 좋아해.”

“......”

“그리고 흑발을 좋아하지만, 가끔 금발이나 푸른 눈에 끌리기도 하지. 아 저번에 패션쇼 보니까 빨간머리의 주근깨 소녀도 매력적이더라.”


아주 노골적으로 예쁜 여자를 찾는 이헌을 보며 세연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남자의 입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가 나올 때를 가장 싫어한다.

아무리 서로 호감이 있다 하더라도, 실수로 다른 여자를 꺼낸다? 심지어 그 내용이 칭찬이라면 둘의 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연은 그렇기 때문에 이헌에게 호감이 갔다.


“좋네.”

“뭐가?”

“나한테 관심이 없는 남자는 오랜만이거든.”

“...세상에 맙소사.”


자의식이 강해도 너무 강하지 않은가. 예능에서나 보던 공주병을 현실에서 마주한 이헌은, 자기도 모르게 양손을 들어 입을 곱게 틀어막았다.

뭔가 우스꽝스럽게 연출이었다.


“그게 뭐야. 그런 근육을 갖고 이상한 짓 하지 마.”

“별로 예쁘지도 않은 게 공주병 걸린 것보다 낫지.”

“아하하하.”


아무래도 세연은 이헌의 가진 불끈불끈한 근육이 여간 징그러운 듯했다. 이헌이 보기에 자신의 몸은 빈약하기 그지없었지만, 아직 어린 소녀의 눈으로는 충분히 과하고도 남았으리라.

특히 개성이 지나쳐,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이헌의 얼굴은, 저런 소녀 감성 같은 제스쳐를 결코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거친 외모가 취향인 여자들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적어도 고등학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헌아.”

“어.”

“어쩌면 내가 가수가 되는 것보다, 네가 배우가 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

“배우?”

“어.”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뭔데?”

“네 눈동자 색이랑 외모가 잘 어울려서 멋있거든.”


결국 끝까지 잘생겼다는 말은 하지 않는 세연이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대충 알아들은 이헌이었다.

이헌은 동양인답지 않게 밝은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마치 육식 동물 같은 분위기를 풍겨,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

괜히 그 정체불명의 할아버지가 ‘감히 너에게 시비 거는 인간은 없을 거라고’ 말한 게 아닌 것이다.


“무섭진 않고?”

“무서운 건 너 같은 애들이 아니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세연은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이헌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었다. 어서 들어가 자라.”


깔끔하게 담배를 비벼 끈 세연은, 누가 볼 새라 총총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이헌은 그런 세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산책을 재개했다.

지금 당장 그에겐, 예쁘지만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여자애보단,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뇌가 더 급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세연의 가족은 빈민촌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고가 나서 결국 세연 혼자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빈민촌은, 과거 이헌의 세계에서의 달동네 같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아마 볼꼴 못 볼 꼴 다 보며 자랐겠지.

무서운 외모? 밑바닥에서 악에 받친 채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자들에 비하면, 이헌은 꽃미남 수준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무서운 건 외면이 아닌, 내면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을 수도 있었다.

어린아이가 철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가혹하다는 얘기였으니까.




* * *




금요일 아침부터 보육원은 굉장히 바빴다.

원생들은 물론, 상주하는 직원들과 선생들까지 모두 빗자루와 집게 같은 도구를 들고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혹시 오늘이 보육원의 대청소를 하는 날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런 예정에 없는 대규모 청소를 한다는 것은 딱 하나만을 이야기했다.

이헌이 군대에 있을 때도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던 그것. 바로 이곳에 높으신 분이 사찰을 하러 온다는 증거였다.


“애들아! 내일이 어떤 날인지 알지? 좀 더 꼼꼼히 하자?”


당장 보육 교사들이 직접 빗자루를 들고 쓸고 닦는 상황이다. 당연히 어린 아이들 역시 어른들을 따라서 같은 곳을 쓸고 또 쓸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헌은 그런 상황에서도 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미 전생에서도 이 같은 일은 질리도록 경험한 그였다. 사지 멀쩡한 만큼 현역으로 입대했던 만큼, 이런 종류의 일은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어째 세상에 바뀌어도 이런 건 똑같네.”

“뭐?”

“아니야.”


이헌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 물어보는 친구가 있었지만, 이헌은 대충 넘겼다.

미드 같은 곳에서 보면 청소 같은 건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한국은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곳의 한국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라는 것 정도.

이미 1990년대부터 한국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성공적인 전환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당장 북한이라는 주적이 없어진 데다, 미국이 단단히 보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징병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재밌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군사력이 약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에 샌드위치 형식으로 압박을 받는 불운한 나라였다. 이런 강대국들 사이에서 버티기 위해선, 그저 미국의 원조만을 바라서는 결코 안 되는 법이었다.

실제로 모병제를 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전 세계 군사력의 TOP 5안에 드는 미칠듯한 전투력을 자랑했다.


처음 이 세상에 왔을 때만 해도 막막하기만 했던 이헌이다. 하지만 군대에 다시 안 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어쩌면 자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간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헌은 군대에 있었던 시절의 땡땡이 실력을 발휘하며 은근슬쩍 농땡이를 부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헌은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아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짱박히지 않는 이상, 이헌 같은 존재는 어디서든 튈 수밖에 없었으니까.


“야 김이헌! 너 거기서 그러지 말고 심부름이나 해.”


결국 보다 못한 한 여자 선생님이 이헌을 나무랐다. 말하는 투로 보아 애초에 이헌이 열심히 청소를 하리라곤 기대조차 안 한 눈치였다.


“뭔데요.”

“박 선생님한테 내일 오기로 한 업체 명단 좀 달라고 전해라.”

“업체요? 내일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 오긴 오나 봅니다?”

“그럼 지금까지 때 빼고 광낸 게 장난인 줄 알았어? 빨리 다녀와!”

“아니 그 양반들도 참, 자신들이 오면 애들 고생하는 거 뻔히 알 텐데 기어이 오는 거 봐. 그냥 사진이나 대충 찍고 가지.”

“야! 김이헌!”


선생님의 호통에 이헌은 재빠르게 다리를 놀렸다.

말로는 빈정댔었지만, 이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충은 알고 있는 이헌이었다.

먼저 이곳 가브리엘 보육원이 좋은 시설과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보육원이 위치한 장소에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도시, 이신(Ishan)시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이신. 6.25로 인해 초토화된 지역을 미국 투자자들이 새로 세운 도시로, 대표 투자자였던 이신 재단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서울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규모의 소도시였으며, 한국인보다는 외국, 특히 미국과 영국, 그리고 기타 유럽의 귀족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었다.

외국에서는 제 2의 롱아일랜드(뉴욕과 바로 맞붙은 부촌 동네)라고 불렀다. 서울과 바로 맞붙었다는 점과, 비록 바다는 아니었지만 거대한 강인 이신강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좋은 동네에 있다 보니, 가브리엘 보육원은 여러 부호들에게 기부가 많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 사모님들 역시 지역 봉사 활동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이곳 가브리엘은 부자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있어서 가장 생색내기 좋은 장소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내일은 그런 후원자들의 방문이 있는 날이었다. 재벌부터 시작해 외국산 거대기업, 거기에 국회의원들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이들이 자신들이 소속한 곳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급 출장 뷔페부터 시작해, 기자와 사진사, 등 많은 업체들이 줄지어 참여할 예정이었으니, 보육 교사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는 별개로, 보육원생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핏줄에 애착이 강한 한국인들과는 달리, 서양 사람들은 입양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에서 부잣집으로 입양을 간 애들이 많기도 했고.

이헌이야 그런 건 거추장스러웠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은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겐, 이번 방문은 입양이나 스폰서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헌이 박태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과는 다르게 홀로 개인 사무실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는 박태후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보육원생이 태후와 상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담임과 전교 1등을 간의 끈끈한 기류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분명 저 보육원생의 이름이...


“그래 주원아. 내일 이야기 잘 끝나면, 바로 전학 가게 될 거야.”

“예! 감사합니다.”


그래. 바로 고주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행세계에서 조용히 사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9. 시프트 +4 20.05.20 697 20 12쪽
8 8. 진짜 괴물 +1 20.05.19 709 22 16쪽
7 7. 테스트 +5 20.05.18 736 27 15쪽
6 6. 고올든 명함 +1 20.05.17 798 25 18쪽
5 5. 과거 회상 +3 20.05.16 873 27 15쪽
» 4. 평행세계? (3) +2 20.05.16 1,086 26 17쪽
3 3. 평행세계? (2) +2 20.05.16 1,398 32 13쪽
2 2. 평행세계? (1) +4 20.05.16 1,771 39 14쪽
1 1. 프롤로그 +4 20.05.16 2,167 6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