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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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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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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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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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고무보트 5

DUMMY

우리 원사 다섯 명은 세 지역대에 고루 분포되었으나 이놈의 한원사와는 또 같은 지역대로 떨어졌다.


준비를 위해 여단은, 아니 대대는 주둔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실 전투병력만 빠져 보다 남쪽의 해안으로 내려가 텐트 주거지를 꾸리고 작전준비에 들어갔다. 전술종합을 해상침투로 한 경험이 여러 번 있기 때문에 뭐 그다지 불편한 것도 없었다.


다만, 고립된 1개 대대는, 4개 대대가 경쟁하는 타 여단과 달리 탄력성과 도전의식 같은 것이 많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적어도 체육대회와 대대/지역대 대항 전투력 측정은 아무리 상투적인 것이라도 집중하게 만들어, 끝나고 나면 상당한 노하우가 쌓이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들이 생긴다. 고참들이 아니라 2년차 아래 특히 부사관들.


나는 일단 훈련을 지켜보면서 장비를 수정해주고, 각별하게 필요한 것을 고안해주고, 종종 뽀드도 몰아주었다.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수정되며, 그 수정되는 것들이 새벽 서네 시에 떨어지곤 한다.


시간이 없다. 정신도 없다. 그러다 가야만 한다.


모든 작전은 절대적인 수면 부족 하에서 실행된다. TOT는 결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만 목을 걸뿐 우리에게 엄청난 지원이나 관심은 사실상 없었다. 내린 대로 알아서 하라. 함이 딸리자 구형 퇴역 LST가 온다는 말에 나는 경악했다. 드라이독을 거쳐 구리스 칠하고 치장이라고 놔뒀던 거란다. 그거 밖에 없단다.


그럼 새로 만든 건 어디 있나?

상륙전부대로 간 것이다.


그 LST를 본 대원들의 충격도 상당했다. 우리는 모두가 주목하는 특공작전에 투입된다고 믿었으나, 모두가 주목하기는커녕 관심도 없는 시간과 장소를 받은 것이다. 사기에 무척 안 좋았다. 이것은 갑자기 결정되고 우리에게 내려왔으며 대충 알아서 하라는 것과 같았다. 내용도 참 간편했다. 1지역대가 맨 밑이고 2지역대가 바로 윗 구역, 3지역대가 다로 위다. 서열도 맞춰주고 참...


세 지역대 모두 작전은 일괄적으로, 3개 중대 본진에 1개 중대와 본부팀은 예비 및 지원 공통. 2개 중대씩 순차로 3회에 걸쳐 20분 간격으로 해상침투 작전개시 자로 잰 듯이 되어 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 때, 지역대장은 나와 한원사를 불렀다. 침투 때까지만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럼 도와주고 갈 데도 없는데? 그건 그냥 작전투입이었다. 특히나 나와 한원사에세 붙으라고 부탁한 것은 중위가 임시 중대장을 하는 팀과 중대장이 부임한지 6개월이 안 된 팀이었다. 명목은 한원사나 나나 같다. 부팀장(대우 혹은 등급). 원래 부팀장은 따로 누가 오지 않으면 팀 선임담당관이다. 나는 꿔다 놓은 늙은 뭐야... 그리고 그날 한 7년은 됐나? 한원사와 마주앉아 얘기를 나눴다.


“선배. 이거.... 돌아와? 1차 후, 산악게릴라전?”

“타격도 만만치 않어. 그저 위치와 지하 개략도 뿐이야.”

“당근 1급 비상 걸려 있고. 입구나 찾는 거야?”

“너 물질 하냐?”

“늙은이 미쳤나. 지금 나더러 해척하라구?”

“아...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근데 우리가 돕긴 도와야 돼. 애들이 잘 몰라.”


“해상훈련 시범, 그건 완전히 사기 보도용이지. 차라리 기자 안 오고 그냥 하는 게 더 나아.”


“애들은 적이 아니라 바다와 장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걸 몰라. 지금 대수로 따지면 내 장담하지. 뽀드 대대 총 40대 중에서 5대는 반드시 퍼진다. 어떤 이유건 어떤 상황이건, 적이 총 한 방 안 쏴도. 알지요? 선배. 게다가 이제 여단 특정대도 축소되어서 모타 정비 실력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어제 훈련에서도 하나 멈췄는데, 긴장하는 기색이 없어 미친놈들이. 장비는 고장 날 때 꼭 고장 나는 거. 침수는 별도로 알아서 하는 거고. 플라스틱 바가지 꼭 두 개씩 실어야 돼. 마음 같아선 대야를 싣고 싶구만. 아니면 반합 몇 개 뚜껑 열어놓던가. 그리고 남은 35대 중에서 독도법 불량 엄헌 데 가는 거. 기본 5대. 그 다섯 대는 전열 이탈이야. 엄헌 데서 총쌈할 거야. 뭐 훌륭한 양동작전이라고 치고. 그 90년대 초 어디 대대더라 야간 침투 조류에 밀려 거의 전체가 한 8km 벗어났나?”


“아주 로맨틱하게 기억하네. 10km 넘었어. 훈련 통보 안 받은 해안부대가 쏠 뻔했잖아. 조류에 살벌하게 밀렸을 거야. 그럴 때는 노 존나게 저어도 못 돌아가. 밤새 저어봐라 씨, 조류를 당하나. 하여간 그때, 전시와 똑같이 해보자는 대대장의 기개는 졸라 추락하고, 야간해상침투가 대대 구조훈련으로 변모했지. 무선침국이고 뭐고 다 무전기 켜고. 사람 살려. 여기가 어디야!”


“지형이 들어가고 나오고 많은 데는 조류가 세잖아. 또 강물 나오는 데 세고. 내 1지역대 섹터 지형보고 헉했어. 존나 밀릴 거야. 그걸 뭐라 그러지? 독수리훈련 해상으로 뛸 때 받았던 계절별 조류 그려져 기록된 거. 그거 보도고 헤맸는데, 지금 그게 얼마나 필요한지 지역대장 중대장들도 몰라. 사실 그게 있어서 우리가 봐도 그러려니만 하고 가봐야 알지 뭐. 우리라고 뭐 그거 제대로 읽고 느껴? 선박교육 받은 늙은이들도 여차 하면 엄헌데. 우리가 너무 걱정만 하는 걸까? 형, 이거 살벌해. 난 바다에서 죽고 싶지 않아. 옛날 훈련처럼 산에서 은거지 잡고 모닥불 피우고, 내려와서 총질하다 죽고 싶다고.”


“방법이 없는 거야. 전체 회의서 이런 얘기하면 노땅을 겁먹었다고 그럴 거고. 다 닥쳐야 아는 거지 뭐. 그저 잘못하면 조용히 이거 아니다. 요렇게 해야 돼. 그러는 수밖에.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됐냐? 독수리 훈련 교범대로 무월광에 무선침묵으로 뛰어도 겁나는데. 선미가 엉덩이까지 물차고, 그래도 훈련은 해안 좀 가까운 데서 시작하잖아. 그래도 해안에 안전근무 뽀드 대기하고 한 거고. 그래도 접안할 때 내 뽀드 거의 반은 침수 상태였어. 죽는 줄 알고 우리 팀 정말 무서웠지. 윗대가리들도 애들 굴리는 것만 알지 좀... 위험하다 위험해.”


“그리고 그 다음인데, 순찰선 같은 거에서 기관총 쏘면 좆댄 거지. 뽀드 원복 전복?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라도 그런 구라가 어딨어. 인명구조 스쿠버 나온 놈도 단독군장 상태에서 물에 빠지면 군홧발 가위차기로 한 200미터나 갈라나? 지쳐서 익사지. 익사. 특히나 전문 아우드모터 보트도 아니고, 그냥 모자라서 채운 국산 노젓기 뽀드에 모타 단 거. 난 죽어도 그거 안 타. 그리고 나 오리발 챙길 거야.”


“휴, 기상 무척 좋고 바다 잔잔해도 항상 뭐가 터지는데. 그날 일기예보 좀 안 좋아. 바다 출렁이면... 저어봐야 출렁 제자리. 아... 기도 밖에 없다.”


“결론은 뭐?”

“뭐긴 뭐야 육항이지. 거기가 뭐 얼마나 멀다고.”

“그러니까 대가리 총 맞았냐 21세기에.”

“해상은 해상이 아니면 안 될 때 하는 거.”


“헬기로 군부대 피해 목표 거리 1~2km 정도에 랜딩, 체력 장비 온전하고 바로 달려 습격. 문에 성형장약 때리고 터널에서 총쌈. 만약 지상 주둔지가 크면 무시하고 바로 터널, 적으면 주둔지-터널 동시 공격. 니가 사나 내가 사나 하느님 결정해 주세요. 그거지. 왜 못하는 줄 아냐?”


“몰라. 대가리들이 얇아서?”

“병신아 0여단과 0여단으로 다 간 거야. 헬기가.”

“감이 잡히네. 근데 병신은 또 뭐야?”

“애새끼가 좀 풀어주니까. 맞먹지 또.”

“에이 씨 진짜. 이래서 내가 이 인간이 싫어.”

“그만 하자. 서해바다 익사동기 될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여.”


작가의말

바다에서 식기를 받아 먹는다. 국이 싱거우면 혀로 입술 주위를 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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