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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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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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7
글자수 :
2,076,964

작성
20.07.29 12:00
조회
1,053
추천
25
글자
7쪽

고무보트 20

DUMMY

고개 숙인 그대여

눈을 떠 봐요

귀도 또 기울이세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 찾을 수 없이

밤과 낮 구별 없이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 한 대수. 행복의 나라 3절


지역대장은 쓰러진 부하 여섯 명을 본다. 그중 윤하사는 유독 안타까웠다. 윤하사를 가리고 있던 북한군 시체 어깨를 군홧발로 옆으로 밀어버렸다.


‘윤상훈을 가리지 마.’


윤하사는 지역대장 부임할 때 맨 앞 열에 서서 눈이 초롱초롱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군 경력이 상당한 부사관들이 줄줄이 널렸고, 부임하는 지역대장은 아주 오래 전 잠시 했던 부팀장 경험 후에 보병에서 오래 근무했다. 당연히 긴장했다. 체력도 걱정됐고, 이제 측정사격까지 하고 텐트나 비트에서 자면서 구보 천리행군도 해야 함은 불 보듯 뻔했다.


윤하사는 신상면담에서 자신의 암울한 가정사를 숨김없이 말했던 친구다. 듣던 지역대장은 (장교로써 욕은 삼가야 하지만) 뭐 이런 개 같은 집안이 다 있나 놀랬었다.


무척 밝은 얼굴은 어디 있는 집 자식으로 티끌 없이 산 것처럼 보였고, 밝은 표정은 오랜 인고 속에서 태어난 삶의 대처 방식이었다. 사람 참 알고 볼 일이었다. 자연스레 본부팀에 소속시켰다. 아무리 짧았던 청춘의 마감이었지만, 윤하사 인생은 60대나 겪을 힘겨움의 총합과도 같았다. 그런 일이 일상의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것에 충격이었던 윤하사.


전방에서 중대장 할 때는 120명 넘는 중대원들 이름 외우는데도 오래 걸렸고, 이만큼 속마음을 주고받을 정도의 시간도 환경도 없었고, 보병중대장은 지역대에 비해 엄청난 권위가 있었으며 독재자 성향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멀리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지역대가 원래 가 있어야 하는 곳.


그러나 적은 거점의 남쪽 예비진지로 퇴각해 여전히 막고 있다. 지역대장 손으로 꽉 쥔 총이 부들부들 떨렸다. 처음에 다섯 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았으나, 거점 주 진지를 점령하고 나서 윤하사는 피곤한 듯 잠시 샌드백에 몸을 누인 상태로 갔다.


부상도 두 중대 합해서 대여섯 명. 그래도 부상자 다섯은 총을 들고 있다. 예비진지 참호선으로 퇴각한 적은 우리가 움직이지 않자 일단 사격을 멈추고 기다린다. 오라 이거다.


그때 저 멀리 남쪽에서 지하에서 울리는 듯한 폭발음이 미약하게 전해져온다.


‘허, 포를 깨고 있나봐. 허. 대단하다. 우리 지역대.’


그리고 몇 분 후, 1지역대장은 자기 속에서 스쳐가는 마음을 읽었다.


‘나도 이 새끼들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겠는데?’


지역대장은 지역대원들에게 조금씩만 자신에게로 당겨 오라고 했다. 모두 지쳐 있다. 원래 실전은 전투에 임하기 전에 지친다. 행군으로 지치고 준비로 지치고, 그 이틀 안 잔 멍한 상태가 전투의 시작이다. 최고의 체력 밑바닥에서 하는 게 전투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았다. 지금 여기서 우린 우리의 동료를 잃었다. 해침 독도법도 실패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지금 우린 1-2-3중대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저 앞의 훈련된 적은 참호 방어전으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우린 이런 거 별로 연습해본 적이 없다. 보병전투다. 난 보병중대장 해봤다. 물론 GOP였다. 난 내가 침투 때부터 실수했던 것을 자책하면서, 여기서 돌파해 800미터 남쪽으로 가려한다. 방법은 정했다.


내가 선봉에 선다. 그냥 돌격하면 다 죽는다. 전투 가용인원은 15명이고, 뛸 수 있는 사람은 나 포함 13명이다. 뛰지 못하는 두 명에게 화기는 총을 교환해 저격을 맡겨라. 뛸 수 없는 이 두 명이 제대로 쏴서 하나하나 완전히 보내야 한다. 가능하면 골통을 적중시켜라. 적이 다쳐서 미적거리고 그런 거 안 된다. 시간 없다. 난 권총만 차고 수류탄 두 발을 까서 들고 뛰겠다. 그때 따라오지 말고 수류탄이 터지면 돌격하라.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저기 참호선 안쪽에 수류탄을 투척하겠다. 이건 용기도 아니고 영웅심도 아니다. 작전계획을 추구하기 위한 절차다. 우린 지금 보병의 전투를 하고 있다. 이런 전투에서 우리가 보병보다 더 뛰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잘 생각하자. 날이 샐 때까지 돌파 못하고 여기 남아 있다고 생각해봐라. 분명 포위되어 수치 속에 죽거나 포로가 된다. 여기 그 누구도 그런 수모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거다.“


이때 4중대장이 갑자기 소총을 벗었다.


“한 명으로는 좀 그러네요. 저도 갑니다. 4중대 대표!”


그러자 본부팀 선임담당관이 나섰다.


“지역댐은 지휘관입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차라리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지역댐은 지휘를 해야 합니다. 우린 여길 돌파하고 목표에 도달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뭘 했다고 그러쇼. 보병에서 사람 부리던 버릇 못 버려서 불만 많았을 텐데. 지역대장도 엄연히 전투원이요. 그러니 선임하사가 본대를 맡으쇼. 지금 내가 한 말을 명령이라고 생각해주시오.”


4중대장이 나선다.

“담당관은 지역대장님 말을 들읍시다.”


남은 대원들은 두 장교가 총과 장비와 특전조끼를 벗고 권총과 수류탄만 챙기는 것을 바라보았다. 두 장교가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출전에 기세등등했지만 작전이 비비 꼬이고 엉망이 된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다. 창피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부하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화기들은 자기들 총을 건네며 간단한 주의사항을 다친 팀원들에게 가르쳐주고 그들의 총을 받았다. 나머지 대원들도 탄창 확인하고 무거운 것을 해체해 옆으로 던졌다. 그 중간에 담당관은 돌아다니면서 지시사항을 각 대원 눈을 보고 전달했다. 남은 병력들이 말을 듣고 좌우로 약간 나누어 서기 시작했다.


두 장교가 필요한 준비를 끝내자 나란히 앉았다. 지역대장은 170도 되지 않지만 군살 전혀 없는 날렵한 체력, 4중대장은 180이 넘는 키에 부처 귀를 가졌고 부대에서 보기 힘든 두툼한 체구. 4중대장은 체대 출신으로 축구심판 공인 자격증도 있다. 두 장교는 출신 지역도 임관 출신도 하나 동일하지 않다. 4중대장이 지역대장에게 담배를 건넨다. 지역대장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마디 일부러 한다.


“뭐, 니미 비도 안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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