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232,160
추천수 :
6,987
글자수 :
2,076,964

작성
20.07.02 12:00
조회
1,768
추천
33
글자
9쪽

고무보트 1

DUMMY

“야! 밀어. 겁먹지 말고 확 밀어!”


뒤에 붙은 세 명은 겁먹고 확 밀까말까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열이 받았는데, 이 상황에서 소리치고 지랄을 해봤자, 내가 생각해도 영 아니었다.


LST는 속이 텅 빈 기다란 네모 형태 수송함이고 함 전방은 문이다. 그 앞면의 내부 쪽은 철제 주름들이 있어, 앞면을 문처럼 내릴 때 차량이나 탱크나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나가도록 도와준다.


그 앞사바리를 아래로 내리면 마름모꼴 주름 상판이 물 밑으로 들어가는데, 내부 바닥 수평에서 한 10-15도 각도 밑으로 더 내려가는 것 같다. 해변이 아닌 물 위에서 상륙함이 앞문을 열어줄 경우, 문 내린 각도가 수평이라면 탱크가 아무리 도하기능이 있다고 해도, 수평으로 가다가 푹 떨어진다. 각도가 있어야 스무스하게 입수된다.


그러나 10-15도는 숫자로 읽는 각이고 거길 사람이 걸어간다고 하면 꽤 가파르게 몸이 물로 푸부북 들어간다.


“줄 꼭 잡고, 확 밀라고!!!”


병사들이 뽀드 양 옆에서 손으로 들어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앞으로 간 다음 진수하려면, 일단 앞사바리가 열리는 지점에 도달해 물을 향해 존나게 밀며 진수한다. 뒤에 다른 뽀드가 줄줄이 우리만 쳐다보고 있다.


하여간 뽀드를 팔로 들고 가다 LST 앞의 바닷물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은 뽀드에 뛰어올라 노를 잡고, 아주 잠시지만 그동안, 세 명이 뒤에서 확 밀어주고 탑승하는데, 미는 병사들 발밑이 앞사바리 경사가 밑으로 푹 빠지고, 심하면 거기 풍덩 빠질 수 있다.


나도 하사 중사 때 많이 밀었는데, 꽤 무섭다. 주간에 진수해도 물이 시이~~퍼렇게 확 깊어지면서 조금만 나가면 앞사바리 주름판 저 2미터 앞의 밑에 ‘안’ 보인다. 졸라 깊어 보인다. 거기서 단독군장 상태로 빠지면 정말 위험하다.


열린 공간 사이드에 그 앞사바리 상판을 밑으로 내리는 굵은 쇠사슬이 수직으로 양쪽 하나씩 잡고 있다. 물에 들락날락하는 그 굵은 쇠사슬에는 정말 두껍게 구리스가 떡으로 발라져 있다. 종종 진수할 때 뽀드를 밀다가 중심을 잃거나, 밀다가 뽀드 정박로프를 놓치거나 점프할 타이밍을 놓치면, 몸은 앞으로 넘어가고 있고, 무의식적으로 그 굵은 쇠사슬을 잡으면 미끌, 잡은 손이 밑으로 주르륵 내려가고 몸도 따라 간다. 쇠사슬을 잡고 미끄러지면 손은 밑으로 내려가고 몸은 1자로 앞으로 엎어진다. 본능적으로 앞의 깊은 물에 발을 안 담그려고 하기 때문이다.


내 하사 때 경험담이다. 우리 팀 뽀드에 타고 있던 누군가 날 잡지 않았으면 가뜩이나 수영 실력 개판인 나는 아마도 미역에 감긴 채 애국가를 들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뽀드로 들려 올라오고 나서 고참들의 주먹과 욕설이 날아와, 그날 뽀드 위에서 별 많이 봤다 참.


그런데, 그때도 거의 폐물에 가까웠던 LST를 꺼내 사용한다니 이건 목숨을 담보로 한 개그 그 이상이다. 이것은 치장물자가 아니라 침몰시켜 민간인 스쿠버 관광상품으로 만들거나 육지병과 수병들이 해마다 존나게 회색 칠 도색하는 전시물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 구닥다리 상륙함만 봐도 상부는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다.


여기서 내가 예행연습까지 시킨 세 놈의 동작을 자세히 설명하면, 뽀드를 전체 탑승자가 양 옆 붙어 들고 나오다 뽀드 후미까지 물 위에 도달하면 뽀드를 물에 놓고, 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뽀드에 올라탄다. 물에는 닿았지만 뽀드는 아직도 상륙함 안에 있다.


이때 세 명이 밀면서 몇 미터를 질주하고, 세 명은 발이 점차 물에 들어간다. 그러다 더 이상 밀면 물이 거의 무릎까지 첨벙 들어가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 셋이 마지막으로 힘껏 뽀드를 미는데, 손에 잡은 뽀드 줄을 놓치면 좆댄다. 잡은 상태에서 밀어야 한다.


놓치면 뽀드는 앞으로 쭉 나가고 병사 몸은 바닷물로 다이빙이 된다. 그러므로 밀고 나서 정박줄을 잡은 손 때문에 뽀드에 수퍼맨 자세로 따라가게 된다. 그 시점에서 양팔을 힘차게 당기면서 발이 마지막으로 바닥을 차면서 탄력으로 뽀드로 올라와야 한다.


기억해둘 필요는 없다. 이제 이런 삼류드라마는 안 쓰이니까. 그러나 앞이나 뒤를 전면적으로 여는 모든 상륙함에서, 그 함과 물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기본적인 공포가 있다. ‘내 탱크 뜨냐? 씨바...’ 미드 패시픽에서 펠렐리우 상륙 첫 장면에서 궤도 상륙정이 물로 푹 들어갔다 나오는 걸 생각하면 된다. 거기를 사람이 걸어가면서 뽀드를 밀고 탑승까지 해야 한다.


나는 올라탄 세 놈을 봤다. 우리가 만난 지 일주일. 여단 지나다 한 번씩은 만난 것은 같은데, 나 같은 노땅 원사는 그들의 회피대상 1호다. 많 많고 지적질하고. 하지만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다. 그저.


“야, 새것들, 담배 피우는 종족 없냐? 전쟁 나면 살려줄게 나한테 한 가피 찔러봐.” 정도. 그들은 나를 ‘담배 하나’ 원사로 부른다. 하여간...


다시 수퍼맨 도약하고 밀며 탑승하기로 돌아가면, 이런 상황에서 밀었던 놈들이 바다에 빠지면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린다. 물에 떠 있는 물체는 크면 클수록 양력(중력)이 강해서, 만약 물에 들어간 상태로 동체에 붙어 버리면 안 떨어져 뒈질 수도 있다.


그 양력의 공포는 경험해 보기 전에는 모른다. 큰 쇳덩어리 함도 그렇고, 뽀드도 다 양력이 있다. 큰 함에서 물로 뛰어드는 이함으로 몸을 바다에 수직으로 꼽고 나면, 곧바로 철 덩어리 반대편으로 존나게 수영해서 도망가야 한다. 침몰시 회오리 때문만이 아니라 동체에 몸이 붙으면 존나 힘들어진다. 특히 배는 홀수선에서 동체가 휘어지면서 아래로 가기 때문에, 그 휘어진 상태로 붙으면... 선체에 뽀뽀한 채 몸이 45도가 되어 다리까지 붙어버릴 수 있다.


해상훈련 일반수영 주간에 가끔 뽀드 두 개를 묵어 놓고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시작! 차례가 오면, 좌에서 우로, 수중으로 통과!”


그걸 잠영이라 그러는데, 묶인 두 뽀드 밑을 수중에서 가위차며 지나가는 중, 힘 빠진 새끼가 지쳐 팔다리를 잠시 멈추면 등이 뽀드 바닥에 붙어 옴짝달싹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석이 따로 없다. 그 상태로 물 먹으며 한 20초 지나가면 식물인간 되고 더 지나면 뒤질 수 있다.


그러면 뽀드에서 떨어지라고 교관 조교들이 뽀드 위에서 점프해 두 발로 바닥을 밑으로 쿵쿵 내리쳐서 사람을 떨어트리고, 그래도 못 나오면 조교가 바로 내리 꼽아 끌고 나온다. 교관 조교가 힘을 썼으니 해당자는 나와서 졸라게 맞는다. 그때 그 뽀드 밑을 통과하는 기분과 보트 전복해서 속으로 들어가 있을 때는 참으로 딴 세상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든다. 보트 전복해서 대가리가 뽀드 물이 없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이상하게 다 실실 웃는다.


“야이 개새꺄. 너 뒤지는 줄 알았잖어. 조교. 오리발 열 대!”


[웃기는 이야기지만,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를 조교가 구령하면, 우리는 그 동요를 스칼링 상태로 팔을 들어 박수 치며 노래로 세 번 복창한 다음 보트를 수영으로 돌기 시작한다. 20 넘은 군발이들이 이렇게 논다.]


다시 밀기 신공으로 돌아가, 뒤에서 확실하게 안 밀면, 양력 때문에 뽀드가 LST 앞사바리에 붙어 걍 머문다. 확 밀어서 진수한 다음, 그 군화 양발 벗고 뒤에서 밀었던 사람이 순간 잽싸게 물에 잠긴 앞사바리 주름칸을 밟고 점프해 뽀드 안으로 들어온다.


운동신경의 문제다. 나도 바로 이때가 존나게 무서웠다. 그나마 중간의 안 위험한 자리를 또 고참 하사 거다. 점프해 몸을 날렸는데 뽀드 옆으로 굴러 입수되면 씨바 누가 잡아주나. 구명의를 착용하고 하지만, 물에서는 아구창(기도)에 물 한번 꽉 차면 골로 간다. 밀던 놈들이 올라타면 먼저 탄 사람들이 보다가 곧바로 노를 존나게 앞으로 저어 앞사바리 주둥아리를 피한다. 뒤 뽀드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함경도의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함경도의 별 1 +2 20.07.31 1,573 29 12쪽
39 고무보트 21 20.07.30 1,097 28 8쪽
38 고무보트 20 20.07.29 1,054 25 7쪽
37 고무보트 19 +2 20.07.28 1,055 32 13쪽
36 고무보트 18 +3 20.07.27 1,034 25 11쪽
35 고무보트 17 +1 20.07.24 1,040 27 7쪽
34 고무보트 16 +1 20.07.23 1,040 32 7쪽
33 고무보트 15 +1 20.07.22 1,049 28 8쪽
32 고무보트 14 +2 20.07.21 1,073 31 10쪽
31 고무보트 13 +1 20.07.20 1,097 28 8쪽
30 고무보트 12 +1 20.07.17 1,103 30 14쪽
29 고무보트 11 +1 20.07.16 1,113 24 12쪽
28 고무보트 10 +1 20.07.15 1,168 25 10쪽
27 고무보트 9 +1 20.07.14 1,151 29 10쪽
26 고무보트 8 +1 20.07.13 1,207 29 9쪽
25 고무보트 7 +1 20.07.10 1,260 31 9쪽
24 고무보트 6 +1 20.07.09 1,312 31 7쪽
23 고무보트 5 +3 20.07.08 1,309 28 8쪽
22 고무보트 4 +3 20.07.07 1,406 35 10쪽
21 고무보트 3 +2 20.07.06 1,384 3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