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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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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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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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번째 이야기 : 블랙스톰 허쉭스 뉴트론 블레이드 오브 디아볼릭 2

DUMMY

사건의 냄새를 맡으면 어디든지 놓치지 않고 출동하는 나는 샌프란시스코 최고 미녀 FBI 요원 소피 마리아. 그리고 오늘 그 냄새를 맡고 열심히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를 향해 출동한다!


“택시! 택시이~”


택시가 잡히는 대로…


그래도 명절이라고 택시들이 다들 도심 쪽으로 몰려 있는지 이 한적한 곳에는 택시가 잘 오지 않았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게 이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번 올리비아 사건을 떠 올리면 밤 중에 돌아다니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올리비아… 올리비아… 에에? 그런 거였구먼.


석달이나 지난 사건이라서 그 사건의 피해자 이름과 지금 데이브의 여자 친구 이름이 같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브가 괜히 그 사건에 관여했던 게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조사를 해 놓고, 역시나 하고 조사한 김에 참가했던 모양이다.


“조금만 참으렴. 택시가 얼른 잡혀야 할텐데.”


아우… 뭔지는 모르겠지만 판갈리움이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무드쉘라 복장이라고 하는 저 옷은 정말 꼬맹이에게 입혔다가는 어린이 성추행범의 타겟이 될 것처럼 너무나도 귀여웠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머리에는 알록 달록 장식을 달고 어깨가 부풀어 오른 소매에 초록색 허리라인… 무엇보다도 새하얗고 티없는 피부는 마치 ‘나는 인형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저기, 소피 언니?”

“… 응 왜?”


인형이 갑자기 말을 하네…


“여기 말고 저쪽 모퉁이에 가면 차가 더 많이 다녀.”

“아… 그래?”


어린애라고 해도 역시 지역 주민은 지역 주민이다. 하지만 그 다음 행동은 내게 덜컥 겁에 질리게 하였다.


“근데 저 집에서 캔디 받아와도 돼?”


그러면서 가는 길에 보이는 그럴싸한 집을 가리키며 손에 들고 온 빨간 사탕 바구니를 흔들어 보였다. 웬만해서는 응 그래 언니랑 같이가자 하고 싶지만 미리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 근역의 모든 성범죄자들의 주소를 알고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이 아이가 가리킨 집은 얼마전 출소한 성범죄자의 부친이 사는 집이었다.


“아니, 안돼.”

“왜?”

“음… 뭐라고 말해야하나. 저 집 아저씨는 아주 무섭고 나쁜 사람이니까 안돼.”

“하지만… 하지만….”


떼를 쓰면 어쩌자는 거야.


“그럼 그 옆집은 어때?”

“싫어. 저 집에서 할 거야.”


왜 굳이 저 집을 한다는 거야. 딱 거기만 아니면 되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지. 미움을 좀 사더라도 강제로 끌고 가는 수밖에 없겠다.


“알렉스, 오래 서 있으니까 다리 아프지?”

“응.”

“언니가 어부바 해줄게. 등에 업혀.”


그러자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내 등에 업혀 오는 이 꼬맹이… 할로윈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말았다. 마녀가 요정을 업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와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소피 언니? 저기 저기….”

“미안해, 10 년 후에는 너도 이해해 줄 거야!”


계속 성범죄자가 사는 집을 가리키면서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모퉁이로 나와서 손을 뻗자 마자 노란 택시가 한대 멈춰섰다. 마음 속으로 ‘땡쓰 갓’을 외친 후에……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 2 층 강력반으로 바로 직행할 수 있었다.

알렉스는 팀장 사무실 방문자 의자에 앉아서 배달로 온 스시를 먹으면서 만족하고 있었고, 나는 쪽팔림을 제대로 당한 채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경감은 내게 혀를 끌끌 차더니 내 뒤통수를 손에 든 서류로 탁 탁 내리쳤다.


“잘하는 짓거리다. 용감한 시민한테 붙들려서 유괴범 용의자로 들어오다니. 니가 그러고도 경찰이냐?”


아우 정말 쪽팔린다.


알렉스를 택시 뒷자리에 넣는데. 자꾸 나가겠다며 내게 발길질을 하더니 계속해서 ‘내보내줘 내보내줘’를 연발하는 바람에 택시 기사가 ‘애가 말을 안듣네요.’라고 묻는 말에 ‘내 애가 아니거든요’라고 대답했더니 목적지를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출발하더니 미터기도 켜지 않아서 내가 ‘잠시만요’하고 얼굴을 들이 밀었더니 그 망할 운전사가 내 얼굴에다가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는 바로 무전기로 날 신고해서 경찰서에 내려 놓은 참이었다.


내린 후에는 어떻게든 내 신분증을 보여줘서 누명을 벗긴 했지만 결국 이 모양을 당하고 나서 얻은 거라고는 공짜 택시 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 꼬맹이를 달래느라 스시도 내 돈으로 배달시켰다.


하지만 막상 경찰서 안에 들어온 이 꼬맹이는 수 많은 제복 아저씨들과, 제복 언니들이 신기한 듯 얼굴이 환히 펴졌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이쁘다는 칭찬을 한번씩 받은 후에 팀장 사무실에서 싱글 싱글 거리며 초밥을 먹고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난… 마늘 스프레이 때문에 괴로워서 얼굴을 여러번 씻은 덕분에 화장은 다 지워지고 대신 새빨개진 얼굴에 눈물이 아직도 흐르고 있었다.


“어이쿠 이 건 또 뭐야! 귀신 쌍판이 이젠 괴물 면상이 되어버렸네. 평소보단 훨씬 보기 좋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정말 심하게 당하긴 당했네.”


이렇게 말을 막하는 이 사람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경찰 강력팀 팀장 경감 티모시 그린이다. 나와는 조금 오랜 관계를 가진 사람이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라고 해서 품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건 오산이다. 이 사람은 날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 물론 반대로 나도 그를 괴롭히고 있긴 하지만 그 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일 뿐이다.


“놀리자 마요. 아까 내 머리 치던 거 관련 서류 맞죠? 좀 보여줘요.”

“예리하기는 옛다.”


탁자 위에 던지 듯 놓여진 파일을 들춰보자 현장 사진과 관련 단서들이 사진으로 놓여있었다. 피해자 신원도 쉽게 발견된 모양이다.


“프라이 랜시드, 18 세… 어린 애가 죽은 거였어요?”

“불쌍한 놈이지. 시신도 처참했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차에 치어서 손상이 되었나요?”

“아니, 갓길에서 일어난 사건인데다가 현장 보존은 잘 되어 있었어.”


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읽어봐야 할 것같다. 어린 애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죽음을 당해야했던 걸까?


“이거… 정육점 사진이에요?”


피가 너무 흥건한데다가 뭔가 대고 말고 할 거 없이 심하게 훼손된 시신 사진이라 기분이 팍상하는 사진이었다.


“옷을 입은 돼지라면 정육점 사진 맞을 거야.”

“정육점 사진이네요.”


제일 첫 페이지의 신상을 확인해보았다. 학생증에 찍힌 사진이 붙어있었고, 뚱뚱한 곱슬머리에 새하얀 피부의 남자 아이였다. 딱 견적이 나온다. 집에서 잘 나오려하지 않고, 운동량 적은 아이, 통칭 너드의 전형이었다.


“시내에서 사네요. 집에 돈이 좀 있나보죠?”

“그런가보지. 금문교까지도 자기 이름으로 등록된 차를 타고 갔더군.”

“BMW 528라… 이거 데이브 차보다 좋은 거 같은데요.”

“좋다마다. 요즘 젊은 애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차야. BMW가 엔진이 좋다더군.”

“경감님 차는 뭐였죠?”

“…… 토러스.”


괜히 유럽 냄새가 안나니까 후줄근해 보인다. 차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그만둬야겠다. 이런 너드가 돈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서 이런 걸 샀을까? 보통 너드들이 돈이 생기면 만화책 가게부터 달려가는 거 아니었던가?


“닥터 레이먼드는 뭐래요?”

“아직 이야기 안들었어. 니가 무슨 유괴범으로 몰렸다고 해서 바로 올라온 거라고.”

“미안하게 됐네요.”


그럼 역시 지하 부검실부터 내려가봐야하는 걸까? 그러기에는 딸린 혹이 걱정이 된다.


“그런데 저 앤 또 누구야?”

“아, 미첼 요원의 딸이에요. 이쁘죠?”


초밥을 꼭꼭 씹으며 잡지를 들여다보는 알렉스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그린 경감에게 보여주면서 흔들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해야지. 이쪽은 알렉스예요. 그리고 저분은 경찰 할아버지란다.”

“아저씨!!!!”


그러자 알렉스는 영악하게도 눈알을 살살 굴리더니


“안녕하세요. 젊은 경찰 아저씨.”


하며 고개를 꾸뻑 숙여서 인사하였다. 뭐지… 이 녀석 사람을 조종하려하는 건가? 나한테는 이렇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소녀의 이런 수줍은 인사는 나이든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한 친절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나한테 그렇게 쌀쌀 맞은 그린 경감이 세상에 어린애와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어린 친구는 이런 거 보면 안돼요.”


그러더니 그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져 있는 잡지를 뺏어가버렸다. 그 잡지가 도대체 뭔데…


“애한테 이런 거 보여주면 정서 발달에 안 좋아. 너 정말 베이비 시팅하고 있는 거 맞아?”


알렉스에게 빼앗은 잡지를 내게 휙 던져주더니 날 또 한번 질책하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잡지… 월간 수사….

이 잡지는 경찰 관계자만 구입할 수 있는 잡지로, 전국 수사관들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전문 수사잡지이다. 그리고 그 잡지의 특성상 툭하면 살인이고, 결국은 시체고, 강간이고 강도인 잡지였다.


“오 이런… 미안 알렉스, 너한테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이런 못 볼 걸 그냥 앞에 놔두다니. 이 걸 데이브가 알면 큰일 나겠는데…


“괜찮아 언니. 아빠가 맨날 보여주는 걸.”

“엥?”

“나, 이 담에 커서 아빠처럼 경찰이 될 거야.”


뭔가… 열 살 짜리에게 아빠가 터무니없는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같다. 안되는데 그런 거. 이렇게 귀여운 아이한테 그런 무서운 직업을 교육시키다니. 데이브 이 녀석 제 정신이야? 이런 아이는 열심히 공부시켜서 대학까지 보내고… 그리고… 그리고… 시집 보내야하나?


“그래, 너한테 경찰의 현실을 보여줄게. 이 사진을 보렴. 아저씨랑 이 아줌마는 맨날 이런 거 보면서 살아야한단다.”


그러면서 방금 전 그 빌어먹을 정육점 사진을 애한테 보여주는데 도대체 정서 발달에 방해가 되는 건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음… 여기 찰과상으로 시작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골절은 예리한 것으로 베인 것같네요. 대충 흉기의 모습은 체인톱같지만, 그 바깥 부분으로는 예리한 날이 서 있어야 해요. 즉 자상으로 시작해서 찰과상으로 끝내는 흉기예요.”


지금… 뭐라고? 열 살 짜리 애가 못하는 말이… 이게 도대체… 아 혼란스럽다. 이 아이의 말을 듣고 나서 사진을 다시 보는데. 정말로 베인 상처가 완전히 찢겨져 나간 것으로 봐서는 찰과상이었지만 그 내부의 골절의 경우에는 피부를 벤 상처와는 전혀 다른 상처였다.


“이런, 너보다 훨 나은데.”


그린 경감은 진심인 모양이다.


“잠깐만요. 나도 알아낸 게 있다고요. 이 피해자 너드….”

“하루에 16 시간씩 게임이나 하고 앉아있는 종족이라고 말하려 했지?”

“네….”

“그런 건 나도 알겠다고! 소피, 그 애 데리고 따라와. 샘한테 구경 시켜줘야겠다.”


잠깐, 이젠 이 꼬마를 구경거리로 쓰겠다고? 그 것도 시체 앞에서? 세상에나… 어린이 정서 발달 어쩌구 저쩌구 할 때는 언제고…


“잠깐만요 정말이에요?”


그러더니 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사무실을 빠져나가 버렸다. 세상에나,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그런 범죄의 수렁으로 밀어 넣겠다고? 절대로 못하지. 내 손으로는 절대 못하지!!


“언니도 빨리 따라가요.”


그런데 이 꼬맹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신이 난 거야! 어느새 열린 문틈으로 쪼르르 빠져나가 그린 경감의 뒤를 따르면서 그에게 뭔가 뭔가 이야기를 하는 꼬맹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왜인지 조금은 외로워졌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고… 같이 가요!”


어쩔 수 있나. 나도 따라가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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