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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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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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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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기유월은 너희가 그러고도 비월이냐고 한심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며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모두 이렇게 겁을 먹어서야 어떻게 종족을 지킬 수 있겠소? 못하겠다면 내가 나서서 응징하리다. 그러니 왕께 말씀드릴 때 누구도 반대는 하지 마시오. 한 줌밖에 안 되는 것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 뭐.”


온몸이 금빛으로 빛나는 금비월족 기유월은 화가 나서 손으로 나뭇가지를 세차게 내리치고 날아가 버렸다.


결국 비월왕(飛月王)께 보고를 드렸는데 비월왕도 최근에 마수와 요수들의 문제를 보고 받으면서, 한번쯤은 천인족의 대공(對空) 전투력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종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니 최고수장인 비월왕의 입장에서는 바라만 보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그래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공격이 아니라 수천 명 수준의 단타적인 공격을 하도록 허락(許諾)하였다.


그러자 비월 기유월은 의기양양하게 돌아와서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자신이 거느린 비르(비월 밑에 이십 명, 부족민 이만)들 중에서 가장 믿는 무령월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무령월입니다.”


“그래, 잠깐 와서 앉아.”


그러자 무령월이 조심스럽게 옆 가지로 와서 기유월과 마주 보고 앉았다.


“왕께서 천인족의 공격을 허락하셨다. 단, 규모는 몇천 명 정도로 해서 단타적으로 공격하여 적의 대응력을 살펴보라고 하셨다.”


“천인족은 몇 명 되지도 않는다는데 이번에 전부 박살을 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모두 불만들이 많은데요.”


“일단 왕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니 삼천 명 정도로 해서 혼쭐을 내 주자고. 비르가 스무 명이니까 제일 힘세고 잘 싸우는 녀석들로 백쉰 명씩을 차출해서 공격대를 꾸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길게 끌 것 없이 열흘 내로 공격 준비를 마친다.”


다음 날.


비르들을 모두 소집(召集)해서 다시 한 번 내용을 전달한 기유월이 이제 공격할 방법을 놓고 비르들과 협의 중이다.


“우리가 비샤에서 날아올라 바로 공격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우리가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는 영역에서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그럼 미르산에 거점(據點)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미르산에는 신수(神獸)가 들어앉아 있고 거리도 너무 멀다.”


“그럼 천인족의 주거지 뒤에 있는 높은 산이 좋겠습니다. 천인족들 말로는 천둔산이라고 부르면서 자기네 성산(聖山)이라고 떠받든답니다.”


“그 천둔산이라는 산 정상에다 거점을 만들고 이참에 거기에 똥도 많이 싸 주고 옵시다.”


“이 사람아, 정신 차려! 우리가 지금 똥이나 싸지르자고 가는 것이냐? 정상에서 우리가 수천이 날아다니면 금방 적에게 들통이 나게 된다고!


그러니 천둔산 앞쪽의 중턱쯤에 자리를 잡는다. 돌이나 나무 등 공중에서 투척할 무기는 현지 조달하고 비상식량과 활, 창만 챙겨서 출발한다.”


“그것들만 가지고 될까요? 그러면 몇 명 죽이지도 못할 것 같은데요.”


“걱정할 것 없다. 커다란 그물을 만들고 있으니 수십 명씩 조를 이뤄서 그 그물에 돌들을 실어다가 공중에서 일시에 떨어뜨리며 공격한다.”


“그러면 뜨거운 물이나 기름을 위에서 쏟아붓는 것은 어떨까요?”


“떨어지면서 모두 식어 버릴 거다.”


“그럼 기름 단지에 심지를 넣고 불을 붙여서 던지는 방법은요?”


“그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준비를 해 봐.”


“······.”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출전의 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마침내 비월족이 천인족을 습격하러 출전하는 날이 밝았다.


가려 뽑은 삼천 명의 전사들과 열 명의 비르가 나뭇가지마다 빽빽하게 앉아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르를 다 데려갈 수 없으니 측근들만 가려서 뽑았는데, 뽑히지 않은 비르들이 더 좋아하였다. 괜히 전쟁터에 나가 봐야 운 좋으면 살고 아니면 죽거나 다치기 아니겠는가?


출발에 앞서 비월 기유월이 직접 작전을 지휘하겠다고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서, 선발된 전 병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우리가 천인족을 혼내 주러 출전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천인족이 나타나서 우리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를 말하지 않아도 모두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잠시 말을 끊고 전체를 한번 빙 둘러보면서 일부러 비르들과 한 번씩 눈을 맞추었다.


“그동안 천인족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모두 들어서 알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우리와 싸우는 것은 또 다를 것이다. 가능한 화살이 도달하는 거리 이내로는 내려가지 마라. 우리는 그들의 무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공격할 것이다. 한 명도 죽지 마라”


이어서 삼백 명씩 조를 짜서 비르 한 명이 이끌도록 하였고 그 선두를 무령월에게 맡겼다.


삘릴리~ 삘릴리~ 삘릴릴릴리~


드디어 출전의 뿔피리 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졌다.


“일 조부터 출전하라!”


“출전!”


삼백 명씩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전송 나온 가족들과 부족민 수만 명이 주변을 날며 손을 흔들고 승리와 무사귀환(無事歸還)을 빌어 주었다.


그 모습이 전쟁을 하러 가는 것만 아니라면 정말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저 모습이 돌아올 때도 그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기유월의 비월족 공격 부대는 미르산과 우르산맥 사이로 날아서 대협곡을 통하여 날아가고 있었다.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저공 비행(低空飛行)을 하면서 되도록 잘 보이지 않는 밤에 많이 움직였다.


* * * * *


쥬맥은 달빛이 좋아 넓적한 바위 위에 앉아서 대협곡(大峽谷)을 바라보다가, 멀리서 떼를 지어 날아오는 비월족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류월과 금령월 때문에 비월족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저렇게 많은 무리와 만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닌가?


슬그머니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고개만 내밀고 보는데, 다행히 쥬맥이 거처하는 동굴보다는 백 장쯤 더 높이 떠서 날아가니 발견될 위험은 적었다.


“이 달밤에 저렇게 많은 수천의 비월족이 어디로 가는 것이지? 혹시 우리 천인족을 공격하러 가는 것 아닌가?”


천인족을 공격하면 수르와 유리는 괜찮을까?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노송에 앉아서 잠을 청하던 별이도 놀라서 보이지 않게 나뭇가지 밑으로 더욱 몸을 움츠렸다.



여기는 천둔산 중턱에 자리한 천령수를 심은 비지(秘地).


주술 진법으로 결계(結界)가 쳐져서 주변이나 하늘 위에서도 내부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심은 지 십 년이 지나서 벌써 높이가 백 장에 이르고, 나무 밑동은 지름이 이십 장을 넘었다.


아직 삼 할 정도밖에 자라지 않았지만, 이 크기만으로도 지구상 최대의 나무임이 분명하다.


침엽수같이 사철 푸른 바늘형 잎사귀 사이로 활엽수(闊葉樹)처럼 넓은 잎이 연두색으로 나오고 있었다.


또한 나무의 위치에 따라서 맨 위는 금색, 중간은 적색, 아래는 백색의 아름다운 꽃이 여덟 개의 꽃잎을 활짝 벌리고 상큼한 향기를 풍기는데······. 시간이 흘러서 가을이 되면 또 같은 색깔의 예쁜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런데 이 비지에서 수백 장 떨어진 곳으로 삼 천에 이르는 비월족이 달빛을 받으며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장관인지라 천령수를 지키는 천인족들도 넋을 잃고 바라보며 구경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그때 태을 선인이 나타났다.


“이 녀석들아! 지금 우리가 구경이나 할 때냐? 아무래도 비월족이 우리 주거지를 공격하러 왔나 보다. 여기서 제일 발이 빠른 놈이 누구냐?”


태을 선인의 일갈에 선인들이 모두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나서면 바로 심부름을 가야 하니 선인들의 마음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모양이다.


“아유~ 차라리 앓느니 죽지. 내가 얼른 다녀올 테니까 모두 여기나 잘 지키고 있거라!”


선인이 잽싸게 진 밖으로 나서더니 성큼성큼 걷는데···, 비월족이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빨리 멀어지고 있었다.


마치 축지성촌(縮地成寸)을 펼치는 것처럼······.


그리고 얼마 뒤.


달빛 아래 고요히 잠들어 있는 천인족 주거지로 태을 선인이 거침없이 들어섰다. 문을 열고 닫을 것도 없이 바람처럼 생문을 통하여 스며들어 온다.


모두 깜짝 놀랐으나 다행히 자주 오가는 태을 선인을 보초들이 금방 알아봤다.


“아니, 태을 선인님이 아니십니까? 이렇게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신지요?”


“지금 비월족 수천 명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오고 있다. 빨리 비상을 걸어라!”


이렇게 몇마디 말만 남기고 부지런히 한울의 거처로 가 버린다. 그러자 금방 주거지 내에 전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그러자 갑자기 무슨 전고 소리인지 놀란 사람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사 한 명이 천령대 총대장 구자룬의 거처로 뛰어들었다.


“무슨 일이냐?”


“비월족 수천 명이 오고 있답니다.”


“누가 그래?”


“태을 선인이 직접 달려오셨습니다.”


“알았다. 비월족이면 천궁부대부터 준비하라 이르고, 모두 활을 가지고 집결하라 전하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모두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기분으로 적을 맞을 준비에 위에서 아래까지 정신이 없었다. 비상시 대응 기준이 있지만 마음이 급하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다.


그때 태을 선인은 벌써 한울의 거처로 들어가서 보고를 드리고 있었다.


“아니, 태을 선인이 아니시오? 이 밤중에 어인 일이요?”


“지금 비월족 수천 명이 천둔산을 지나고 있사옵니다. 아마 우리 거주지를 공격하러 오는 것 같사옵니다.”


“알겠소. 전고(戰鼓)가 울리는 것을 보니 이미 준비를 하는 모양이구려. 이렇게 알려 줘서 그나마 다행이요. 수고하셨습니다.”


“당연히 할 일이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천사장께 가 보겠사옵니다.”


“그리하시오.”


태을 선인은 한울께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 뒤 급히 천사장의 거처로 향했다. 자신이 선인이니 가장 윗 어른인 천사장께도 직접 보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염려와 달리 비월족은 이날 밤 쳐들어오지 않았다. 이동을 위해서 최대한 가벼운 몸으로 날아왔기 때문에 공격(攻擊)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서다.


천둔산(天遁山)의 중턱에 거점을 정하고 공격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돌과 나무를 모아서 한쪽에 계속 쌓고, 활과 화살, 기름 단지를 준비하고······.


천인족은 천둔산과 주거지 사이에 경계병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주거지 밖에 천둔산과 가까운 산 위에는 천궁(天弓) 부대 삼백 기와 궁수 부대를 잠복시켰다.


2차로 천둔산에서 오는 길목에 높은 구릉마다 활을 가진 부대를 배치하고, 주거지 목책 앞에도 천궁 이백 기와 활, 투창 부대를 잠복시키니 총 오천여 명이 전투에 동원되었다.


적군에 비해서는 숫자가 많은 편이지만 처음으로 공중에서 습격을 받는 것이니 과민 대응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병력도 늘고 천궁도 계속 만들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하늘에서 공격하는 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 아닌가?



비월족(飛月族)의 공격은 삼 일째 되는 날 깊은 달밤에 시작되었다.


주거지로부터 멀리서 신호가 올랐다.


뿌앙~


큰 소리와 함께 신호용 폭죽이 불꽃 꼬리를 길게 끌면서 밤하늘로 솟아오르자 전고가 울리기 시작했다.


둥~ 둥둥~ 둥~ 둥둥~


그러자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대기하던 병력(兵力)들이 제자리를 찾아서 잽싸게 달려갔다. 그러니 한동안 사방에서 후다닥대는 소리로 무척 소란스러웠다.


공중에서 무작위로 돌이나 나무 등을 떨어뜨리면 부족민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노약자들은 모두 땅속에 파 놓은 대피소로 피신을 시켰다.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화재나 부상자가 발생 시에 대처(對處)할 인력들은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였고.


비월족과의 첫 접전은 천궁 삼백 기가 배치된 산등성이에서 시작되었다.


비월족의 비르 한 명이 삼백 명씩을 끌고 날아오는데, 삼십 명 단위로 큰 그물을 들었고 그 안에는 떨어뜨릴 돌이나 나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조별(組別)로 다섯 개의 그물을 들고 나머지는 활이나 창, 기름 단지 등을 들고 있는데······.


나름대로 일반 화살이 날아오는 사거리를 벗어나 날고 있으니 안심하고 있었지만, 만약 그들이 천인족의 강력한 천궁(天弓)의 존재를 알았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마침내 천궁의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천궁 부대장이 소리 높이 외쳤다.


“모두 사격 준비하라!”


“사격 준비 완료!”


“발사하라!”


“발사!”


피융~ 피융~ 쉬쉬쉬쉭!


순식간에 수많은 화살이 비월족을 덮쳤다. 단발이 아니라 한 기에서 연속으로 열 발이 날아간다. 우르르······.


화살이 미치지 않을 거리라고 안심하고 날던 비월들이, 강력한 천궁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으아악!”


“아악! 살려 줘~”


비명이 사방에 메아리 치고, 들고 가던 큰 그물들은 몇 사람만 죽어서 끈을 놓치면 한쪽으로 기울며 돌과 나무가 땅으로 우르르 쏟아져 버렸다.


한 번 공격에 백오십 명에 가까운 비월족이 천궁에 맞아서 떨어져 내리는데, 대부분 사망 아니면 중상이었다. 화살이 작살처럼 크기도 하지만 높은 고공에서 땅에 떨어지니 어찌 무사하겠는가?


“다시 사격 준비!”


“사격 준비 완료!”


“발사하라!”


“발사!”


피융~ 피융~ 쉬쉬쉬쉭! 쉬쉭!


세 개 조가 천궁의 공격을 받아서 박살이 나자, 이제는 그곳에서 더 떨어진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가니 천궁의 화살이 닿지 않았다.


천궁으로 공격하는 1차 격돌에서 사백 명에 가까운 비월족이 떨어지고, 천인족도 떨어지는 돌과 나무, 화살에 맞아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천궁 부대를 피해 날고 있는 비월족이 이번에는 산 정상마다 자리잡은 궁수 부대(弓手部隊)의 공격을 받았다.


나름대로 화살이 미치지 않는 높이로 날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평으로 날고 있었기 때문에 산 정상을 지날 때는 활의 사거리에 들어가고 만 것이다.


더구나 지금 천인족이 들고 있는 활은 비월족과의 전투에 대비해서 사거리를 훨씬 늘려 놓은 개량형(改良形) 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살에는 기름을 묻혀 불이 붙은 불화살도 많았다.


비월족이 천궁부대를 피해 옆 산쪽으로 다가오자 궁수부대 대장이 외쳤다.


“전원 사격 준비! 쏴라!”


핑! 피비빙! 피비비빙 핑!


이천 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오른다.


그 안에는 불이 붙어서 뿌연 연기를 내뿜는 화살들도 있기 때문에, 허공에 연무가 가득 차면서 시야를 가렸다.


천궁을 피했다고 안심하며 날아가던 비월족이 다시 수많은 화살 세례를 받았다. 그저 죽는 자만 억울할 뿐이다!


“으아악! 아으~”


하늘에서는 피가 비가 되어 흩날렸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허공에 난무하는데 비명 소리는 비월족만이 아니었다.


비월족이 떨어뜨리는 돌과 나무, 쏘아 대는 화살, 불붙은 기름 단지에 천인족도 수없이 다쳤다.


이렇게 2차 접전(接戰)에서 또다시 비월족 팔백여 명이 떨어지고, 천인족도 사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도 천팔백 명 정도가 남은 비월족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천인족의 주거지를 향하여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천인족의 주거지 목책 앞에서 마지막 3차 접전이 벌어졌다.


비월족이 떼를 지어 날아오는 것이 보이자 3차 저지선을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의 손이 조용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천궁부대가 사격할 준비를 마치고 적을 향하여 천궁을 조준했다.


적이 사거리 내로 들어오자 앞쪽에 서 있는 지휘자의 손이 말없이 내려지고···, 이에 예고도 없이 이백 기의 천궁이 큰 화살을 빗살처럼 쏘기 시작했다.


피융~ 피융~ 쉭! 쉬쉬쉬식!


예고도 없이 연사(連射)로 날아간 수많은 화살에 비월족이 또 무수히 꿰뚫려서 죽어라고 비명을 질러 댄다.


“으아악!”


“우에엑! 커~헉”


지옥문이 열리는가? 온갖 비명 소리가 공중과 지상에서 아우성을 치니···.


천인족도 이곳이 마지막 방어선이라 생각하고 모든 공격을 쏟아부었고, 비월족은 바로 주거지 상공에 이르러서 여러 가지를 떨어뜨리며 공격했다.


특히 삼십 명이 한 조를 이루어 들고 온 그물망을 뒤쪽의 절반이 줄을 놓으면 마치 폭탄처럼 우르르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천인족을 덮쳤다.


그리고 심지에 불을 붙인 기름 단지를 위에서 여기저기에 던지자 비록 주술진에 가려서 내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러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천궁과 활 부대가 이번에는 시작만 알릴 뿐 스스로 알아서 다음 공격을 실시하니,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화살들이 적을 향하여 날아올랐다.


그러나 천궁 이외에는 하늘에 높이 뜬 비월족에게 화살이 닿지 않았다.


한울도 높은 나무 끝에 서서 이기어검으로 공격을 하지만, 낮게 날아온 몇몇 외에는 아무리 검결지로 힘껏 검을 뿌려도 멀어서 조종이 어려웠다.


비월족도 천궁과의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가했지만 심한 타격을 받았다. 다시 팔백여 명이 또 죽고 남아 있는 비월족은 이제 천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지고 온 무기들이 벌써 다 떨어져서 더 이상 공격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 상태에서 어찌 더 싸울 수 있겠는가? 지상으로 내려가서 백병전을 벌이면 모를까.


결국 다른 방법이 없으니 기유월이 천둔산 거점으로의 후퇴를 명했다.


삘릴리~ 삘릴리~ 삘릴리~


뿔피리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지자 화살이 닿지 않는 곳을 통하여 비월들이 빠르게 천둔산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천인족과 비월족이 달밤에 치른 첫 전투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무수한 시체만을 남긴 채······.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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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67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63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52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67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63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68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94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402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410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400 48 19쪽
»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16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44 48 18쪽
40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30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29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24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61 48 20쪽
36 36화. 친구의 선물(膳物) 21.06.29 1,421 48 18쪽
35 35화. 비월족(飛月族) 금령월 21.06.29 1,438 48 18쪽
34 34화. 거인족 사절단(使節團) 21.06.29 1,433 48 20쪽
33 33화. 새로운 신공(神功) 수련 21.06.29 1,461 48 18쪽
32 32화. 태을 선인과의 조우 21.06.29 1,437 48 18쪽
31 31화. 선인(仙人)의 연신기 21.06.29 1,453 5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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