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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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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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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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쥬맥이 오늘은 음공(音功)을 제대로 시전해 보기 위해서, 가벼운 차림에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오른쪽 굴의 구체형(球體形) 공간으로 갔다.


넓다란 공간에 마치 항성처럼 커다란 바윗덩이가 둥실 떠 있는데, 빈 공간을 달빛 같은 광채(光彩)가 가득 채우고 있어서 언제 보아도 마치 우주를 바라보는 것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우선 들어가는 입구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운기를 한 뒤에, 혼원은하무량심공대로 진기를 돌리며 목과 입 둘레의 스물네 개 혈(穴)을 진기로 보호했다. 그러면서 인후와 입안에 금속보다 강한 강기를 두르니 시전 준비가 끝났다.


혹시 반사되는 메아리 때문에 자신의 귀까지 상할 수 있어서 귀에까지 진기를 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리고 일어서서 앞을 보며 하단전에서 중정혈과 옥당혈을 거쳐 천돌혈(天突穴)에 진기를 응축시켰다가,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듯이 음파를 앞으로 내뿜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고음의 음파가 울려 퍼지자 공간이 깨지는 것처럼 쨍하는 소리와 함께, 그 넓은 공간이 거의 한 식경을 떨어 대며 메아리 쳤다.


해타의 포효(咆哮) 소리가 이러할까? 밀폐된 공간이라 아마 더한 것이리라.


진동과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둥실 떠 있는 구체가, 음파(音波)의 힘으로 크게 흔들리며 쥬맥이 서 있는 자리까지 근접해서 왔다가 되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아마 자력(磁力)의 반발력이 없었으면 부딪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후부터는 음공으로 흔들리는 구체를 혼원벽력권 네 초식으로 공격하는 훈련까지 겸하였다. 한마디로 일석이조! 움직이는 바윗덩이가 가상의 적인 셈이다.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도 모르는 직경 사십 장 크기의 바윗덩이를 치며 연습하니 진기를 강하게 둘렀어도 손목이 뻐근했다. 밀려올 때 치면 감당하기 어려운 힘에 손목이 부러지니 자력의 반발력과 조화를 이뤄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연습하자 그것도 습관이 되었고, 제법 공놀이를 하듯이 재미가 있었다. 그 재미에 또 한 번 포효하고 한 번을 더 치고.


“하! 이것 재미있는데······.”


자력의 반발력(反撥力)에 이화접목의 묘리까지 더하여 권강으로 치니 이 정도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진기를 손에 둘렀다고 해도 살과 뼈로 된 인간인데 주먹이 박살나지 않겠는가?


이렇게 또 한 번 쥬맥의 무술이 진일보(進一步)하고 있었다.


* * * * *


벌써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었는지 천둔산과 대협곡 서쪽의 우르산맥은 정상에 있던 눈이 더 아래까지 내려왔다.


그 모습이 마치 머리가 하얗게 센 산신령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천인족의 주거지에 있는 들판은 벌써 곡식을 모두 거두고 여기저기에 가축이 방목되고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새로운 무기를 시험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공중에서 공격해 오는 적은 없었지만 북서쪽에 비월족이 살고 있으니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공중에서 공격당하면 아무리 무위와 진법이 뛰어나고 시원마가 번개처럼 내달릴 수 있어도 속수무책이 아니겠는가?


처음에 지도를 제작하면서 비월족이 하늘을 백 리 이상 날 수 있는 종족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부터 그들의 침공을 우려하여 나름대로 연구해 오던 무기인 것이다.


화약을 이용하는 방법은 몇 번 실패를 계속하여 더 연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지금 시험하는 무기는 사람 크기의 두 배쯤 되는 대형 활 형상인데, 열 발까지 연사(連射)할 수 있었다.


고정대를 땅에 세우고 네 사람이 줄을 당겨서 걸은 뒤에 발사 장치를 누르면, 열 발이 연속으로 시차를 두고 날아가는데 사거리(射距離)가 일반적인 활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작살과 같은 강력한 대형 화살을 쏘기 때문에 한 번 맞으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즉사 아니면 중상이다.


천인족은 이 무기를 천궁(天弓)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직 목표를 일격에 맞추는 정확도가 좀 떨어져서 조준선을 정렬하는 장치를 지금 손보며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성이 좀 있지만 두 사람이 비거를 타고 높이 날면서 뒤에 사람 키만 한 둥근 구체를 달고 날아갈 때, 밑에서 천궁으로 그것을 쏘아 맞히는 연습이었다.


우연인지 오늘도 비거를 모는 사람은 전에 지도를 만들 때 한 조를 이루었던 고을신과 청류하가 맡았다.


청류하는 십 년 전에 스물아홉 살이던 나이가 벌써 서른아홉 살이나 되었는데, 당시 고을신의 예쁜 딸을 부러워하다가 결국 결혼을 하여 자신도 일곱 살배기 예쁜 딸을 두었다.


딸만 생각하면 항상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고, 일과만 끝나면 공주님을 본다고 집으로 뛰어가기 바빴다.


오늘도 둘은 실없이 딸 얘기나 하면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인생 별거 있던가?’ 하면서 말이다.


비거가 이륙하더니 목책을 멀리 돌아서 다시 표적의 위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험을 지휘하는 책임자가 천궁의 궁수(弓手)들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맞추어야 합니다. 모두 준비!”


그러자 네 명이 천궁의 줄을 힘껏 잡아당겨 걸쇠에 걸었다.


비거가 드디어 높이 떠서 눈앞으로 지나가고 그 뒤에 둥근 공 같은 표적이 끌려간다. 솔솔 부는 바람에 조금 기우뚱거리지만······.


“겨냥! 발사!”


피웅~ 쉬쉬쉬쉬쉭······.


바람 소리와 함께 큰 화살 열 개가 순식간에 작은 시차를 두고 날아가더니 표적을 맞히지 못하고 스쳐 지났다.


그런데 한 발이 청류하의 코앞으로 쌩하며 지나가는데... 어찌나 센지 바람결에 코끝이 시큰하다.


‘어이쿠! 이러다 내가 죽고 말지.’


화들짝 놀란 청류화다. 지금은 지킬 가족이 있으니 조심하며 사는데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갑자기 화가 치솟자 비거 위에서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야! 똑바로 못해! 이러다가 내 예쁜 딸내미 얼굴도 못 보고 죽겠다.”


“아이쿠! 선배님 미안합니다. 이놈이 제멋대로 나가 버리네요.”


그들은 점점 멀어져서 서로 들리지 않을 때까지 악을 쓰며 말을 주고받았다.


“이번 쏜 것을 바탕으로 다시 조정장치를 보정해. 시간이 없다 빨리!”


그때 비거가 주거지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천궁의 앞쪽으로 날아왔다. 그러자 한 번 당한 청류하가 크게 소리쳤다.


“이놈들! 또 그렇게 쏘면 나는 두번 다시 안 한다. 잘해!”


화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는지 입이 한 자쯤 나와서 툴툴거렸다. 이러다가는 예쁜 공주님 얼굴도 못 보고 죽게 생겼으니 괜히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 후회막심이다.


“다시 온다. 천궁 준비!”


“발사!”


피융~ 쉬쉭 쉬쉬쉭······.


이번에는 열 발이 모두 목표물에 들어맞았다. 청류하는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고을신은 또 그게 귀엽다는 듯이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새로 개발한 지대공(地對空) 공격 장비의 보완이 끝나고 이제 양산에 들어가게 되었다.


“모두 수고했다. 잠시 쉬었다가 모두 들어가서 방금 수정한 최종 보정분에 맞추어 조준 장치를 만든다. 해산!”


이미 천궁 이백 대분의 몸체가 완성되었고, 조준 장치는 오늘 보완한 것에 맞추어 부착하는 일만 남았다.


그 전에 비월족과의 전투가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인데······.


청류하는 비거에서 내리자마자 허둥지둥 고을신에게 인사를 하더니 집을 향해서 정신없이 뛰어갔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이제는 자기가 먼저 몸이 달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딸내미도 딸내미지만 오늘 따라 반달 같은 눈을 샐쭉하게 웃는 마누라가 더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 * * * *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천인족의 환시력 십삼 년이 되었다. 쥬맥의 나이 이제 만 열아홉 살. 이대로 계속 산속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훌륭한 무예를 닦은들 혼자 살면 무슨 소용일까? 친구들은 다 잘 컸을까? 수르와 유리는 어떻게 지낼까?


고요한 수면에 얼굴을 비추고 물끄러미 자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흉터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서 자신의 얼굴이지만 너무 보기가 싫었다.


“으휴~ 보기 흉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친구들에게 돌아가고 싶으나 창피하게 이 얼굴로 돌아갈 순 없는데······. 혹시 방법이 없을까?


그렇다고 한숨을 쉰다고 될 일도 아니고.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부터 연공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운기조식부터 한 다음에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들어오는 쥬맥.


그런 다음 자오음양지를 먹고 열천과 한천을 오가며 몸을 깨끗이 씻은 뒤, 구운 어포와 열매에 소금으로 무친 산나물로 간단히 아침을 때웠다.


그 사이에 또 내공이 제법 늘었다.


자오음양지와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계속 먹은 이유도 있지만, 오른쪽 굴에서 체력의 한계를 극복해 가며 수련을 하는 것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한계를 넘기면 달빛처럼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영기가 몸속으로 스며드는데, 아무래도 그때 내공이 느는 것 같았다.


어느덧 내공(內功)이 사 갑자에 이르고, 혼원은하무량신공도 이제 구 성을 넘보고 있었다.


“아이고, 내 인생살이도 이처럼 잘 풀렸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얼굴.”


푸념을 하면서도 오늘도 오른쪽 굴을 향해서 들어간다. 그 끝에 다다르니 다시 백 장에 가까운 구체형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그 입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가만히 내부를 바라보았다.


공간이 마치 우주의 모습 같기도 하고 어머니 뱃속에 태아가 유영을 하는 듯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내가 저렇게 자라고 있을 때는 내게 아무런 기억도 없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의 시간을 뭘 하며 지냈지?’


그런데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버지 몸속에?


그러면 그 전에는? 생각이 생각을 물고 점점 알 수 없는 내면 속으로 끝없이 침체되어 들어간다.


그렇게 깊은 생각에 골몰하는 중에도 몸은 습관처럼 자신도 모르게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숨이 점점 느려지면서···.


눈을 감고 있는데도 앞이 훤히 보인다. 처음에 어머니 뱃속의 태아 같던 모습이 이제는 커다란 항성처럼 보이고, 어느 순간 뿌연 달빛 같은 빛무리가 미리내(은하수)처럼 다가왔다.


전에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것처럼 의식이 몸 밖으로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지구가 점점 멀어지고···, 눈앞에 수많은 별이 빛나는 장대한 미리내가 펼쳐지더니···, 이제는 미리내마저 길쭉한 원반처럼 작아졌다······.


그러자 눈앞에 수많은 은하가 조각구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기 속에 모든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고. 아~ 갑자기 가슴이 뻥 뚫리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격으로 벅차올랐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내뿜는 저 은하들을 보라! 어느 보석이 저보다 아름다우랴?


너무 황홀한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동안, 몸은 자신도 모르게 부공삼매경의 선정에 들었다.


그때 임맥과 독맥을 타통했던 기가 힘차게 양맥을 휘돌다가 나머지 열두 경맥(經脈)을 향해서 치닫기 시작했다.


족궐음 간경이 먼저 타통 되더니 이어서 족소양 담경, 수소양 삼초경, 수궐음 심포경, ······족소음 신경, 족태양 방광경, 수태양 소장경, 수소음 심경, ······족태음 비경, 족양명 위경, 수양명 대장경, 수태음 폐경까지······.


기해혈(氣海穴)에서 시작하여 엄지손가락 끝의 소상혈(少商穴)에 이르기까지···, 삼백예순하나의 경혈이 순차적으로 타통되었다. 이제 임독양맥과 새로 열두 경맥을 합쳐 열네 개의 경맥이 모두 타통된 것이다!


온몸에 기가 넘칠 듯이 전신을 질주하는데..., 그때 구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달빛 영기들이 반응하면서 몸 주변으로 모여들어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제 비로소 내기와 외기가 서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일까?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고도 검은 커다란 굴뚝 같은 곳으로 의식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의식이지만 너무 큰 압력이 느껴져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쑥 밀려 들어가는 느낌에 ‘악!’ 소리를 내며 선정(禪定)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순간 밤하늘에 뇌전이 내리치는 것처럼 빛이 번쩍이더니 점차 깊고 정기가 어린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몸이 천천히 내려앉았고 은하처럼 펼쳐진 구체 속의 풍경이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이리도 생생히 느껴지다니!


다시 가만히 눈을 감고 지구가, 태양이, 은하가, 그리고 또 수많은 은하들이 움직이던 모습을 생각하며 그 속에 연결된 수많은 푸르스름한 영기의 선들, 그리고 그것들이 움직이는 법칙을 되새겨 보았다.


그렇게 잠깐 앉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배가 고프다. 조금 전에 아침을 먹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도 배가 고프다는 것은 잠깐 앉아 있었던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두 시진이 넘게 지났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간이 이리도 빨리 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는데···, 몸이 붕 뜨더니 머리가 굴속 천정에 사정없이 부딪쳐 버렸다.


‘아니, 이거 왜 이러지?’


그래도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다.


“내가 몸이 이리도 가벼웠나?”


의문이 들어서 또 살짝 뛰어 보았다. 그러자 몸에 힘이 넘쳐흐르면서 가볍게 위로 솟아올랐다. 또 하나의 벽을 넘었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서 크게 웃어 버리는 쥬맥!


“와하하하하!”


와하하하하······와하하하하······.


구체형의 드넓은 공간을 메아리치는 소리가 전보다 훨씬 크고 우렁찼다.


구체 안으로 뛰어들어가니 몇 걸음에 가운데에 도착하였다. 힘껏 달리며 공중으로 도약하자 몸이 마치 용수철처럼 열댓 장을 치고 오른다. 달리고 도약하고 또 하고······.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밑에서 보면 드높게 떠 있던 저 구체를, 이제는 신법으로 박차고 뛰어올라서 치고 차는 것이다.


맨 아래쪽의 길게 쳐진 부분까지는 대략 거리가 삼십 장쯤 되어 보이니, 계속 노력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쥬맥은 어느새 절대의 경지 투신(鬪神)에 올라서고 있는 것인데, 자신은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경지인지 알지 못했다.


육 단계 투신의 경지에 이르면 검탄과 장풍이 가능하고, 몸에 호신강기(護身罡氣)를 두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뭇잎을 암기처럼 쓴다는 적엽상인(摘葉傷人)이나 눈밭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답설무흔(踏雪無痕)의 경신법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몸을 항시 진기가 보호하므로 백 가지 독에 내성을 갖는 백독지체(百毒之體)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천인족의 위대한 무인의 전설이 싹트고 있는 것!


너무 시장끼가 들어서 밖으로 나오며 또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여섯 마리 잡아서 들고 나왔다.


역시나 동굴 앞 너럭바위 위에는 점박이와 별이가 쥬맥이 이제 나오나 저제 나오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밤에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마침내 쥬맥이 보이자 둘은 반가워서 날개를 흔들고 꼬리를 살랑인다.


별이는 전보다 조금 더 덩치가 커졌고 점박이는 처음보다 두 배쯤 커졌다. 게다가 머리에서 목까지 한 자에 가까운 빨간 갈기털이 멋지게 자랐다.


이제는 동굴 앞의 너럭바위가 꽤 넓은데도 셋이 앉으면 꽉 찰 지경이다. 두 마리씩 사이좋게 나누어 주자 좋아서 허겁지겁 먹기에 바빴다. 이렇게 계속 성장한다면 혹시 신수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곰곰이 생각하던 쥬맥이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에게도 토납술로 호흡하는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없을까?’


그런데 독수리나 표범은 사람과 혈의 위치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니 참으로 난감하고 답답하다. 그럼 그저 호흡만?


‘어떻게 해야 하지?’


가부좌를 하고 연공하는 방법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래도 일단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이제 말은 못 해도 쥬맥이 하는 말은 알아들으니 시도를 해 볼 만하다.


물고기를 다 먹고 더 먹을 게 없나 살피고 있는 두 친구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해서 토납술을 가르칠까 궁리를 했다. 무엇으로 꼬드겨 보나?


역시 뱀장어 같은 물고기면 사족을 못쓰니 그걸 이용하는 게 최상책이다!


“야! 점박이하고 별이! 기쁜 소식이 있다. 둘 다 내 얘기를 잘 들어 봐.”


“크르렁 크렁(뭔데 그래?)”


“꾸루룩 꾸구(왜 그러는데?)”


“너희들 내일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앞으론 물고기를 안 줄 거야.”


“크허엉 크흐 크러렁(안 돼! 뭔데? 뭐든 다 할게)”


“꾸루룩 꾹꾸룩 꾹꾸(물고기 없이는 못 살아. 뭔데 그래?)”


“응, 내일부터 나하고 함께 한 시진씩 토납술을 연습하는 거야.”


“크엉 크러렁 크렁(함께? 재미있겠다. 토납술이 뭔데?)”


“꾸룩 꾹 꾸룩(뭔데? 빨리 알려 줘)”


“토납술은 이렇게 천천히 아랫배로 숨을 들이쉬어서 자연의 기를 하단전으로 끌어 들여 기운을 계속 모으는 거야. 이거를 열심히 하면 너희도 신수가 되어서 수천 년을 살 수도 있어.”


“크크릉 크릉(정말 그것만 하면 돼?)”


“꾹꾸~ 꾸루루 꾸꾸꾸(수천 년을 산다고? 아이, 좋아라.)”


“대신 너희들의 혈맥은 내가 모르니까 너희가 인간의 혈맥을 보고 찾아야 돼. 인간의 혈맥은 이렇게······. 혈이 여기 여기······. 기를 모아서 ······ 이렇게 소주천과 대주천을 하는 거야.”


그림을 열심히 그려 가며 설명을 해 주었다. 알았다는 듯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정말로 이해를 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비록 알 길은 없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믿는 수밖에!


이렇게 두 친구가 쥬맥과 함께 토납술 수련을 하게 되었다. 같이 한 날만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세 마리씩 잡아다 주니 힘들어서 못 참고 꾀를 피우다가도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지켜보지 않으면 꾀를 피우므로 항상 쥬맥이 앞에 앉아서 함께하였다. 이렇게 나날이 하다 보니 두 친구도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고 열심히 하였다.


그동안 계속해서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먹어 왔기 때문에 몸에 영기가 충만해서 단시간에 아랫배에 내단이 생성되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제대로 호흡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호흡하는 방법과 혈자리 찾는 방법을 알려 줬다. 또한 운기(運氣)와 축기(蓄氣), 소주천과 대주천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니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는 해도 이제 어느 정도 제대로 알아듣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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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투 21.06.29 1,366 47 18쪽
51 51화. 쥬맥이 맥쮸~ 되다 21.06.29 1,362 47 19쪽
50 50화. 구원(舊怨)과 비무 21.06.29 1,352 47 19쪽
49 49화. 재회 그리고 새로운 출발 21.06.29 1,366 48 19쪽
48 48화. 친구를 찾아서 천인족으로 21.06.29 1,363 48 18쪽
47 47화. 회상(回想) 21.06.29 1,366 48 18쪽
46 46화. 복수 준비와 떠날 준비 21.06.29 1,394 47 20쪽
45 45화. 비월족의 패전 대책 21.06.29 1,401 48 19쪽
44 44화. 주작이 준 기연(奇緣) 21.06.29 1,409 48 18쪽
43 43화. 청룡(靑龍) 출현 +1 21.06.29 1,399 48 19쪽
42 42화. 비월족의 습격(襲擊) 21.06.29 1,414 48 18쪽
41 41화. 반인족 울트의 계략 21.06.29 1,443 48 18쪽
» 40화. 또 하나의 경지를 넘다 21.06.29 1,430 48 19쪽
39 39화. 무공(武功) 수련과 첫 전투 +1 21.06.29 1,428 48 19쪽
38 38화. 친구들의 동태 21.06.29 1,424 47 19쪽
37 37화. 생사현관(生死玄關)을 뚫다 +1 21.06.29 1,460 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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