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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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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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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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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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UMMY

다시 거실에 온 모두는 도란도란 탁자에 모여 앉았다.


――에이브안과는 거리를 벌려서.


리아도 마찬가지. 필리아에게 무릎 위에 앉혀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와 거리를 두게 됐다.



“··················.”

“뭐요?”

“아······니다.”


황당함을 감추지 않던 에이브안이었지만, 부릅뜬 필리아의 시선에 바로 고개를 돌렸다.



“크흠. 리아가 마력을 넓게 볼 거라는 예상은 좀 했었다. 먼저 첫 번째로······ 이스카르, 넌 내 마력이 느껴지나?”

“느껴지기야 하죠?”

“그러면, 이리 와 봐라, 필리아.”


순간 싫은 기색을 보였던 필리아였으나,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는지 탁자 반대편에 있는 에이브안 옆에 섰다.



“지금은 어떠냐?”

“느껴지죠?”

“그럼 양은?”

“양이요?”

“마력량의 차이 말이다. 나와 필리아, 누가 더 많아 보이더냐?”

“모르겠는데요······? 앗!”

“그래. 이제 알았나? 예전보단 조금은 나아진 듯하더니 여전히 멍청―― 앗. 아프다, 필리아."


갑작스러운 에이브안의 불평에 의아한 듯 쳐다봤지만, 돌아오는 건 필리아의 미소뿐이었다.


뭔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왠지 식탁에 가린 밑쪽이 바빠 보이는 듯도 했지만.



“어쨌든 너는 양도 모를뿐더러 그 차이도 모르고, 집중을 해야지만 마력이 있다는 것을 알지. 거리라도 더 떨어지면 아예 느끼지도 못할 테고. 쯧.”


혀를 찬 에이브안은 자상하게 리아에게 물었다. 조금 전의 한심하다는 말투와는 천지 차이였다.



“리아야, 우리 둘의 마력이 어떻게 보이니?”

“으음······ 할아버지는 조용히 멈춰있고, 어머니는 움찔, 움찔? 거리는 것 같아요.”

“호오. 내가 느끼는 거랑 비슷하구나. 필리아도 예전보다는 늘었어. 옛날엔 통통 튀겼는데―― 앗! 아프다. 그만둬라, 필리아.”


‘으응? 통통 튀긴다고?’


재차 투덕대는 둘을 뒤로하고 리아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에 기억을 되짚어 봤다.


마력을 보게 된 건 바로 어제. 오래 걸리지 않고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어! 그거 처음 아버지의 마력을 봤을 때 그랬어요.”


그저 알렸을 뿐인 이 말은 뜻밖의 파급력을 보였다. 약간은 장난스럽고 활달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축 처지게 된 것이다.



“그건······ 일단 앉아라, 필리아.”


당황하는 리아를 놔두고 셋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뭐, 뭐지? 마력이 통통 튀던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동안 의견을 다 주고받았는지 셋을 대표해 에이브안이 말하였다.



“사실은 어제 설명했어야 하는데 미안하구나. 리아야, 혹시 마을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마을 분들이요? 그, 글쎄요. 저기······”

“괜찮다. 후······ 네겐 미안한 소리지만 그들에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단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주렴.”

“이유요? 절······ 피하던 거요?”


에이브안 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의 착각일 가능성은 아주 컸지만, 일단은 주민들이 자신을 피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전생의 기억을 찾은 지금으로서는 단순히 마법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과 관련되는 것 자체를 꺼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는 들어봐야 알겠지만.


에이브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고 있었구나. 지금만은······ 리아가 영특하지 않았으면 했구나. 그랬다면 괴로운 기분을 느끼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미안하구나.”


에이브안은 사과와 함께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리아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마을주민들에 대해 말하다가 왜 에이브안이 사과를 한다는 말인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셋이 더 신경 쓰였고, 지금은 에이브안의 머리를 들게 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 할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정말 미안하다. 주민들이 그랬던 것은 내가 부탁했기 때문이란다. 부디, 주민들을 원망하지 말아다오. 부탁하마. 원망하려거든 날 원망하거라.”

“아뇨! 저 원망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사과하지 마세요.”

“미안하구나.”


정말 사과 따윈 필요 없었다.


암만 에이브안이 부탁했다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생각하면 필시 자신이 관련 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어찌 사과받겠는가.


리아는 한동안 사과만 하는 에이브안을 어떻게든 계속 말려 어렵사리 머리를 올리게 했다. 그리고는 아직 침통한 표정으로 있는 모두에게 어떤 사연인지 물었다.


안 듣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느낌이 왠지 모르게 들었다.



“음.”

“아빠, 이건 내가 설명할게요.”

“아니다. 내가 부탁한 거다. 그러니 내가 설명하는 게 맞겠지.”


작게 숨을 토한 에이브안은 똑바로 리아의 눈을 바라봤다.



“리아야, 이제는 너도 알고 있겠지만, 네 몸은 태어났을 때부터 건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어지는 설명은 주민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 배경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나 자신이 관련되어 있었다.


말해주기로는 이 몸의 상태는 스스로 느꼈던 것보다도 훨씬 나빠, 마법 혹은 마력을 사용할 때 나오는 잔류 마력만으로도 사경을 헤맬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이브안은 부탁하게 됐다.


손녀의 앞에선 마법이나 마력의 행사는 하지 말아 달라고······


그 절실한 당부를 주민들은 받아들였다. 간혹 마주하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을뿐더러, 최대한 마력 자체를 억눌러 감춘 채 대면했다고 한다.


혹여나 새어 나온 마력이 영향을 끼칠까 봐······


하지만 마력을 감추는 일은 평범한 농민으로 살아왔던 그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자신과의 접점을 되도록 피했다.


마법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 얘기가 나오면 보여 달라고 조를 수도 있었기에 아예 마법과 관련된 주제 자체를 피해왔다고 한다.


이는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만큼 남들보다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 매일 마력을 억누르는 건 기본이었다.

거기에 평소 화려한 모험담을 자주 들려주어 언젠가 마력을 느낄 때를 대비해 적당히 흥미는 갖게끔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려다 보니 여러 실수가 있었고, 이스카르는 마력을 완전히 억누르지 못해 통통 튀는 현상을 보이게 됐다.


하지만 어찌 그를 나무랄 수가 있을까. 되려 4년간, 아무리 못해도 하루 반나절 이상 매일 마력을 감춘 그 노고에 감사하기만 했다.


‘나 하나만을 위해······’


울컥한 리아는 곁에 있던 이스카르와 필리아를 끌어안고는 고맙다며 외쳤다.


쉬이 진정되지 않는 감정은 한참을 날뛰었고, 잠시 후 가까스로 추스를 수 있었던 리아는 눈가를 비비고는 벌떡 일어났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려야 해요!”

“기다리렴.”


어깨를 잡아 말린 필리아는 손등으로 눈가를 쓸어주며 말했다.



“먼저 사정을 설명하고 만나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다들 부담되지 않고, 놀라지도 않은 거잖니?”

“으······ 알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고 싶긴 하다. 하지만 확실히 갑자기 찾아간다면 마력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아예 마력조작 자체가 서툰 사람들은 당황할 거다.


결국 여러 안전이 고려되는바, 인사하러 가는 건 건강해진 후로 정해졌다.

불만스럽긴 하지만, 괜히 찾아갔다가 아프면 서로 미안할 뿐이니 리아도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리아야. 금방 만나서 인사드릴 수 있을 거야.”

“알겠어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아버지. 어머니도요.”


리아는 마음을 담아 부모님을 한 번씩 끌어안아 줬다.



“걱정 말거라. 리아는 분명 금방 할 수 있을 거다.”


든든한 말에 돌아보니 에이브안이 미소 짓고 있었다.



“아빠,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그렇지. 그래서 아까 흥분하고야 말았지······ 지금도 흥분할 거 같구나.”

“그전에 잠시만요. ······리아, 피곤하지 않니? 쉬지 않아도 되겠어?”

“괜찮아요. 저도 듣고 싶어요.”


챙겨주는 필리아의 말은 고마웠지만, 자신에게 관련된 것이니 꼭 듣고 싶었다.


게다가 실제로도 별로 피곤하진 않았다. 제멋대로 날뛰는 감정 때문에 곤욕을 치렀음에도 평소 하천을 걷는 정도로 지치는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치 컨디션이 좋았다.


재차 걱정되는 듯 안색을 살폈던 필리아는 괜찮다고 여겼는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마찬가지로 살펴보던 에이브안도 거짓말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리아도 이해해야 할 테니 처음부터 말하도록 하지. 일단 너희도 알다시피 타인이라면 모를까 부모와 자식 간에는 마력의 영향이 적다. 그래서 온종일 마력을 억누르는 일 따윈 불가능했을 너희도 리아와 같이 살 수 있었지.”


특히 이스카르는 반드시 샜을 거라고 작게 이야기한 에이브안은 이어서 말했다.



“리아도 큰 이상은 없었고, 혹여나 마력을 느끼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지내기로 했었지. 그리고 마침내 우리 리아가 마력을 느끼기 시작했지.”

“다 아는 이야기는 됐어요. 그래서요?”

“쯧. 급하긴. 뭐, 어쨌든 어제 난 마력을 완전히 감추고 있었다는 거다. 그토록 바랐던데다가 리아가 온 것에 기뻐서 깨닫는게 좀 늦었지만. 그런데 리아는 이것도 알아봤다. 정확히 필리아, 너보다 많다면서. 게다가 방금은 멈춰있는 상태까지 알아봤어.”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내 손녀는 천재―― 크흠. 재능이 뛰어나다는 소리다. 추측이지만 마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었겠지. 단지 마력인지를 몰랐을 뿐.”

“그러다 나날이 잘 느끼게 됐다고요?”

“그렇지. 다만 그 정도가 정말 남달라. 하루 만에 마력의 움직임까지 관찰했으니. 특히 온 세상의 마력이 느껴진다는 둥, 나는 동화 속에서만 들어봤다. 그만큼 리아는 엄청나게 마력에 민감하다는 소리일 테고, 본인 몸의 적은 마력도 느낄 수 있었겠지. 아이러니하게도 마력이 적었던 그 특수성 덕분에 민감해진 걸로 보이지만······”


거기서 말을 끊고 에이브안은 차로 목을 축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리아의 눈엔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뭐야 이게······ 농담인가? ······아! 그래! 이게 몰래카메라인가 하는 그건가?! 카메라! 카메라는 어디지?’


진심으로 그리 믿은 리아는 서둘러 이리저리 거실 곳곳을 둘러봤다.


그야 칭찬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 겨우 마력을 보는 것뿐인데 동화가 어쩌구 하는 게.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은 평범하다고.


하물며 전생에서마저 엄청나게 평범했다. 도리어 이 허약한 몸뚱이를 보고도 어찌 저런 과도한 평을 할 수 있는지나 궁금하다.


정말 황당무계할 뿐이다.


그렇게 리아가 빛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있으니 곧 에이브안이 차를 다 마셨다.



“마력을 느낀 지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마력조작도 한번 익히기 시작하면 금세 다룰 수 있을 거야.”

“그, 그럼! 우리 리아는 이제?!”

“뭐. 서두르진 마라, 이스카르. 마력조작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몸에 받아들이는 건 별개야. 그 마력조작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고. 여하튼 우선 천천히 익숙해져야겠지.”

“뭐가 됐든 이제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거죠, 아빠?”

“가능성은 한없이 크다고 생각된다······ 응? 어이쿠. 리아야, 미안하구나. 우리끼리만 대화하고. 어려운 이야기라 재미도 없었을 텐데···”

“아뇨, 재미는······ 조금 그랬지만 도움은 많이 됐어요. 그런데 마력조작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이제야 본론을 깨달았다는 듯 에이브안은 손바닥에 주먹을 내려쳤다.



“그래! 내 정신 좀 봐라. 원래 그걸 알려주려 했는데 멀리도 나갔구나. 음··· 아마 리아는 바로 해보고 싶은 거겠지?”

“네. 할 수 있으면 바로 해보고 싶어요. 더 이상 제 몸 때문에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요.”


안 그래도 방금 막 가족들이 자신을 얼마나 위해줬는지 들었던 참이다. 한시라도 빨리 가족들이 마음 졸이며 사는 생활은 청산해버리고 즐거이 보냈으면 했다.


리아의 진지한 눈빛을 본 에이브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기의 마력을 느낄 수 있게 됐으니 바로 시작해도 되겠지. 하지만 먼저 점심이다. 든든히 먹고 시작하자꾸나. 할아버지도 준비할 게 있구나.”


원래 주위의 마력을 느껴야 하지만, 리아는 문제가 전혀 없으니 바로 시작해도 된단다. 하지만 먼저 점심을 먹고 시작하자꾸나. 리아도 쉬어야 할 테고 나도 준비할 것이 있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으나 준비할 게 있다니 어쩔 수 없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른 리아는 얌전히 에이브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식사를 다 하고 나선 아직 돌아오지 않은 에이브안을 기다렸는데, 가만히 빈둥대기엔 좀 아까웠다. 그래서 뭔가 할만한 건 없을까 고민하다 마력을 보는 연습이나 하자며 마당으로 갔다.


마력을 보는 건 문제없었다. 한 번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대기 중의 마력은 물론이거니와 몸의 있는 마력도 꽤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계속 느낌 탓이라 생각했던 마력은 역시 조금 늘어나 있었다.


착각인가 싶어 몇 번이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쌀 알갱이 한 톨이 두 톨 정도로 된 미미한 변화였지만, 확실히 심장과 머리 쪽에 좀 더 마력이 쌓여있었다.


오늘 상태가 좋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어제도 생활마법을 3개나 쓰고도 바로 쓰러지지 않고 꽤 버텼으니 반년 전보다는 분명 마력량은 늘었을 거 같아.’


그전엔 도대체 얼마나 허약했을지······


에이브안에게 듣긴 했지만, 지금보다 허약한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기억도 어딘가 멍했다고 해야 할까, 기억 나는 부분조차도 흐릿하고.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몸이 안 좋아서 계속 누워만 있었을 수도 있겠어.”


확실히 누워만 있었으면 기억이 없을 만도 하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리아는 꽤 그럴듯하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최근 몸이 좋아지기 시작해 돌아다닐 수 있을 됐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려나? ······으응? 만약 그렇다면 왜 루데릭이 날 끌고 다닐 수 있게 놔둔 거지?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되도록 말리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 건 루데릭은 동년배이기 때문?


루데릭도 아직 어린아이이니 마력은 적을 터. 물론 자신보다야 많겠지만 그 정도라면 딱히 억누르지 않더라도 이 추풍낙엽 같은 몸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 게 아닐까.


거기에 미약하게나마 체력이 붙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 부모님들도 딸이 누워만 있는 것보다야 조금이라도 돌아다니는 편이 안심되겠지.


단지 혼자 그려본 광경일 뿐이었지만, 여태 슬퍼했을 가족을 떠올리니 울컥해진다.


꾹 참고 약초와 묘목으로 장식된 화단을 보며 최대한 눈가에 힘을 주고 있으니 툭, 머리에 무언가가 올려졌다.


돌아본 그곳에는 이스카르가 있었다.


그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음에도 딸의 상태를 민감하게 감지하고는 그대로 머리를 쓸어줬다. 그런 아버지의 손길에 리아는 진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조금 벅차게 됐다.



“아버지! 안아주실 수 있나요?”


조금 뜬금없었지만 이스카르는 군말 없이 웃으며 팔을 펼친 리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


창피하긴 했지만 그의 팔에 앉듯이 안겨진 리아는 그 후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즐겁게 있다 보니 어느새 식사도 거르고 준비하고 있던 에이브안이 돌아왔다.


에이브안은 모두를 약초화단 근처로 오게 했는데, 마력조작 연습하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대처하기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예기치 못한 사태가 무엇인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리아야. 무리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말해야 한다. 알았지?”

“네, 할아버지.”

“리아야. 힘내거라!”

“무리하면 안 된단다.”


가족의 걱정과 격려를 들으면서 리아는 준비해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봄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면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이브안의 설명이 시작됐다.



“우선, 마법에 대해 설명하마.”


마법!


리아는 눈을 빛냈다.



“마법은 마력을 이용하여 원하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지. 쉽게 말해 리아가 하고 싶은 일을 마력으로 대신 하는 게 마법이지.”

“으음······ 주문은요? 뭔가를 읊거나 외치는 건 없어도 되나요?”


전생의 지식―― 아들이나 손녀와 함께 했던 게임이나 같이 본 애니메이션에서는 분명 그러했었다.


그래서 물어본 것인데······ 어쩐지 에이브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역시 리아는 똑똑하구나. 과연 내 손녀야. 나도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듣기만 했는데 벌써 거기까지 생각이 뻗을 줄은.”


기분 좋게 웃은 에이브안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반드시 필요한 행위는 아니란다. 마법은 꼭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발현되지. 중요한 건 이미지란다. 거기에 마력을 보태는 것만으로 충분하단다.”


‘오오! 그러면 불이 나가거나 빔을 발사하는 것도 그냥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하면 쓸 수 있는 거야?! 마법 대단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니 굉장하잖아?! 너 사실은 엄청난 놈이었구나?’


이전 유감스럽다고 했던 것을 사과한 리아는 굉장히 설레졌다. 무엇보다 마법을 외친다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됐던 게 고마웠다.


혹여 주문이라도 외워야 했다면······


자신할 수 있다. 매번 얼굴이 새빨개졌을 거라고.


마법을 쓸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이상한 여성은······ 그렇게 다행히도 탄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마법은 제각각 사용되는 마력이 다르단다. 아아.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마력이 소비된다는 느낌이 올 거란다. 감각적인 부분이라 확실하게 알려주긴 곤란하지만, 일단 그 느낌에만 따른다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야.”

“확실히 저는 좀 주의해야겠어요.”

“안타깝지만 그렇지. 생활마법과는 다르게 마력이 제법 소비되니 말이야.”


‘뭐, 그야 그렇겠지.’


너도나도 게임에 나오는 광범위한 마법을 마구 쓸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진작 난장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마을 따윈 진작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고.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이 점만큼은 지구에서의 상식과 다르지 않다고 봐도 좋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생활마법은 정말 적은 마력을 소모한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의 영향이 적다지만 매일 씻겨지는 등, 하루에 제법 생활마법에 노출됐음에도 별 영향도 없던 걸 보면 틀리진 않을 듯하다.


‘쌀 알갱이 한 톨의 마력만이 전부인 나도 조금이지만 사용할 수 있고 말이지. 응? 그러면 아버지는 평범한 분이라 치고 넘어가더라도 어머니는? 마력이 엄청 많으시니 한 번에 다 씻기실 수 있었던 거 아냐? 나눠서 사용한 건 단순히 나 때문이었고.’


지금까지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만 같다.


재차 어머니 말은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리아는 이어지는 에이브안의 말에 집중했다.



“최종적으로 리아가 할 일은 마력을 쌓는 일―― 다르게 말하면 마력레벨을 올리는 거란다. 그러기 위해 마력을 움직일 수 있어야만 하지.”

“제 몸의 마력은······ 아니겠고, 공기 중의 마력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단다. 그리고 그걸 자기 몸으로 가져오면 된단다.”

“그게 마력을 쌓는, 마력레벨을 올리는 일이라는 거군요.”

“훌륭하구나. 그 외에도 무기를 휘둘러 자연스럽게 마력을 정착하는 방식이나, 일부러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넣어 마력을 더욱 잘 느끼게 한 다음에 마력을 쌓는 등등 다양하단다.”

“방법이 많군요. 혹시 개인 간의 특성 때문인가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사람에 따라서는 신체의 마력조작은 뛰어나나, 대기 중의 마력은 전혀 다루지 못하는 자도 있으니. 애당초 마력을 무의식으로만 다루는 사람도 있고.”

“으음······”

“각양각색이라는 소리란다. 너무 어렵게 말했지만, 요점은 간단하단다. 리아가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마력을 모으면 될 뿐이지. 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천천히 하면 돼. 오늘은 마력조작을 익혀볼 뿐이니까. 게다가 보통 마력조작은 신체의 있는 마력을 다루면서 익히는 편이란다. 리아는 더욱 어렵게 익히는 거니 조급할 필요는 없어.”

“네. 말씀 감사해요. 그리고 바로 연습해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래. 큰 문제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이상이 있으면 말해주렴.”


‘그러니까······ 대기 중의 마력을 조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지.’


주민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남들보다 더욱 자신에게 접촉하지 않으려 한 이들이 그런 부류들이겠지.


마찬가지로 혹시 자신도 그중에 한 명이지 않을까 조금 걱정된다.


하지만 지레 겁먹어봐도 도움도 안 된다. 나중 일은 나중에, 잘 안되더라도 그때 가서 고민하면 그만이다.


‘좋아! 해볼까?!’


리아는 바로 번뇌를 떨쳐내고 정신을 집중했다.


주위의 소리가 차단되고, 치즈처럼 쭈욱, 늘어나는 감각 속에서 리아는 무아지경으로 나름의 방식대로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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