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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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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달은 반드시 에너지를 소비한다.
문명의 발달은 에너지 생산과 궤를 같이 한다.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면 어떻게든 쥐어짜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마는 것이 현대의 방식.
그렇기에 에너지를 어떤 곳에서 무한정 뽑을 수 있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으로 여겨졌다.
그것이 어떤 결말을 부를지 알지 못한 채.
알아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고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린다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몇 단계나 도약했다. 검은 세계를 발견하고 각국이 빨대를 꼽고 에너지를 무한히 뽑아낸 후 또 한 단계 발전했다.
그렇게 영원할 거라 믿던 어느 날.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매일이 계속되던 바로 그 날.
-죄를······리라.
모두에게 들린 소리와 함께 발전하던 세상은 가라앉고 말았다.
-비로소 끝없는 죄를 깨닫고 말리라!
무한히 에너지가 넘치던 검은 세계.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세상이 보통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분명 이건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인류는 검은 세계에 빨대를 꽂는 걸 멈추지 못했고 예정된 함정에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곳에는 검은 세계에서 먼저 에너지를 뽑아먹다 굴러 떨어진 다른 문명이 있었다. 백이 넘는 숫자의 문명이 검은 세계에 굴러 떨어진 채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지구가 굴러 떨어지는 틈을 타, 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열심히 발버둥 치던 앞선 세계가 먼저 탈출할 수 있었다.
검은 세계는 지옥에서 빠져나가려 손 뻗던 아귀들뿐인 곳임을 지구는 뒤늦게 알았다.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건 분명했다.
태어났을 뿐인데 그곳이 지옥이 되어버린 후손을 위해 최고로 발전하고 강력해져서, 다른 희생양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사명을 지니게 되었다.
지구는 처음으로 단합했다.
인간으로 남기 위해 그들은 인간을 가장 먼저 버리기로 했다.
지구.
검은 세계에 나타난 128번째 외세.
외부에서 부르는 명칭은 원.
한때 지구였던 세상은 원이라는 명칭 하에 검은 세계의 주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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