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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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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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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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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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전생기억 각성자. (4)

DUMMY

내가 사는 구역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원은 대체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이상의 기회를 주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철인에 의해 통치된다 해도 부족한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지구가 원이 된지 200년 남짓. 생태계를 지배하고 인간의 적은 오직 인간일 뿐이었던 세상은 외세와 외적에 의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어떻게든 버티어가고 있지만,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만큼 희망이 넘치지만, 애초에 잘라내고 기대하지 않게 된 부분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일하는 사회를 꿈꾸는 원의 제도에도 낙오된 부류가 있다. 거지, 불량배, 마약절임인, 오염된 자. 그들은 이 동네에서 보기 어려운 차림새의 사람들을 보고 조금 다가왔지만 곧 무관을 목격하고 부리나케 달아났다.


무관은 중급전사다.

온갖 규칙과 법칙으로 혼재된 외세와 맞서 싸우고, 외적을 죽인다. 총알을 쳐내는 반사 신경을 가진 괴물들 앞에서 칼을 찔러대고, 생명력을 피워 올린 검으로 24층 빌딩 크기의 괴수를 썰어댄다. 아예 물리법칙을 왜곡하는 외적과 맞붙고도 살아남는 이들만이 무관이 된다. 이런 무관보다 더 지위 높은 상급전사나 군인도 있지.


이들은 대체로 특수한 상황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면죄부를 가진다. 면죄부라니, 넘 무셔.


“시청으로 가나요? 너무 멀 것 같은데.”


“시청엔 갑니다만 걸어서는 안 갑니다.”


원은 한때 지구였다. 구체의 땅. 그러나 이 땅이 검은 세계에 철퍼덕 떨어지면서 납작하게 변했다. 검은 세계는 놀랍게도 평면인 것이다······! 평행이론······! 아, 이건 아닌가.


우리는 이 구역 사람들이 ‘미래화장실’이라고 부르는 곳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현대를 뛰어넘은 미래형 건물이었다. 이곳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손을 대면 우와앙 하고 밀려나버린다. 화가 난 이들은 오줌을 쏴갈기고, 그 오줌이 죄다 자신에게 튀어서 거지같은 화장실이라고 욕을 해댔다. 미래기술로 만들어진, 소변을 보아도 소변을 본 사람 본인에게 쏟아지는 기능을 가진 복수하는 화장실.


미래화장실이란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건물이었다.

공무원이 공무원증을 내밀자 옅은 소리와 함께 장막이 걷어졌다.


“무슨 냄새가······.”


공무원은 코를 감쌌다. 이곳이 화장실로 이용되는 걸 모르는 공무원이 화장실 주변의 냄새에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후, 나도 이 냄새에 일조한 주민중 하나로서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지.


“그랬군요.”


독심술사가 혼잣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공무원이 되물었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 독심술사 지금 뭘 읽은 거야. 나는 독심술사를 바라보았다. 눈코입 다 달리고 후드를 쓴 그의 인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시선을 마주하자 옅게 웃었다는 것만은 알겠다.


미래화장실은 사실 순간이동장치였다. 뭐 워프 어쩌고 하는 복잡한 명칭이 있었지만 원에서도 줄여 말하거나 느낌이 중요하면 됐다. 그래서 이곳은 뿅간이었다. 뿅 하고 목표한 곳으로 이동하니까.


시청.

한 번도 와보지 못했던 공간이다.

시청쯤 되는 역사적인 공간이면 온갖 작용을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시청청사가 생명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마왕성 같네요.”


“필요에 의해 자아를 획득케 했지만 마소중독이 걸려 마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청사가요?”


“네.”


“건물이······마법을?”


그래도 인간의 편이라 다행이란다.

수많은 사람이 시청 앞을 오갔다. 세 번에 걸친 보안체계 속에 한 명씩 탈락했고, 나만이 12급 주무관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들어와.”


헬멧에서 들렸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12급 공무원이었다.

앞선 41급 공무원 하람 알세프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거구의 남자. 인간이긴 했는데 신체 곳곳이 다른 종족의 것이었고, 두 팔은 기계더미에 감싸여 제 몸뚱아리만 했으며 두 다리는 역관절로 끔찍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튜브의 끝은 길게 늘어진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꿀렁꿀렁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공무원의 모습이 흐려졌다 선명해지길 반복했다.


3m에 가까운 거구. 최소한 여섯 개 이상의 종족 혹은 짐승이 섞인 듯한 모습, 팔은 기계요 다리는 염소나 외계인의 그것인 이 자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고 대답했다.


물론이지.


고위공무원은 인간이고 싶어서 인간을 저버린 자.

무간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인류의 구세주이자 철인인 것이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설령 원수가 되고 증오하더라도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인간의 발전과 원의 구원을 위해서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나는 12급 공무원 켈로. 전생기억 각성자인 유지에게 묻겠다.”


자기소개 이후 바로 결론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 시간낭비를 죄악으로 여기는 부류일까.


“에셀링크와 싸우는 전선에 서지 않겠나.”


에셀링크는 위험한 외세였다.

특히 발전한 문명일수록 에셀링크의 침공을 쉽게 받고, 쉽게 당했다.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 기계, 정보가 오가는 시스템, 센터. 모든 것들이 에셀링크의 무기가 됐다. 인류는 정보를 옮기고 저장매체를 바꾸려면 한 회의 행동에 수백 명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고 대비해야 했다. 그러고도 밀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위협, 그 위기.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건 에셀링크의 약점을 알고, 데이터 세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재여야 했다.


“군인이 되라는 이야기인가요?”


“말하자면 그렇다.”


“시에서는 저 같은 인재를 중앙, 혹은 군부에 유출해도 되는 건가요?”


“너는 모르겠지만 에셀링크는 위협적이다. 침략은 수시로 일어나고 점차 빼앗기고 있어. 놈들에 의해 몰락한 문명세력도 상당하다. 이대로 가다간 전기신호를 사용한 어떤 정보도 공유되고 사용되지 않을 지경이야.”


에셀링크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선과 전기선을 타고 와서 기계를 장악한다. 데이터를 먹어치우고 흡수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기계 육신에 의식을 옮긴 후 물리적으로 공격을 해오기도 한다. 그렇게 점령한 지역에 그들의 기계를 이용해 무선회선을 깔아버린다. 그곳은 이미 놈들의 영역. 핵 폭심지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전자기기는 놈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침략이 가속화될수록 침략당하는 세력의 문명은 초토화한다. 강제적으로 빛이 없고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대로 가라앉는다.

문명의 발전 없는 인류는 검은 세계의 128외세 중에서 제일 약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문명처럼 그저 무너지고 붕괴하고 잊히게 될 것이다.


“······제가 경험을 하게 해주시죠.”


나는 오랫동안 생각한 후 답했다.


“제가 전설의 전술가 마냥 싸울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나는 게임을 하듯이 에셀링크를 상대했다.

슈팅게임에서 전략시뮬레이션으로 급격히 장르를 바꾸며 프로그래머를 이끌었다.

에셀링크는 우리의 기술을 응용하여 공격했지만 데이터만으로 이루어진 적에겐 크나큰 약점이 있었다. 그 점을 이용해 반격했고 승리했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부족했다.


“최소한 열 번 이상의 경험이 더 필요합니다.”


“전생기억 각성자라고 했지. 전생기억은 뭐였지?”


“하찮은 쓰레기였습니다.”


“쓰레기라고? 그래서 독립했나.”


“네. 제 분야는 게이머.”


“게이머?”


켈로도 게임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지구가 원으로 바뀐 계기. 암흑의 4년 이후 지구의 지식 대부분은 없어졌다. 역사가 끊긴 채 악과 깡만 남아서 원이 된 것이다.


“게이머는 게임이라고 하는, 다양한 상상력과 다양한 응용력을 활용한 무대에서 싸우고 활약하고 여행하고 도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냥 폐인이고 아무나 하던 잉여짓거리를 하던 쓰레기라고 말하기엔 내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허나 말을 잘 꾸미고 잘 정리하면 거짓말 없이 진실을 호도할 수 있는 법. 여기에 오는 와중 떨어진 독심술사가 내 마음을 읽고 있으리라 가정한 대답이었다.


“말을 듣기로 쓰레기로 분류될 것 같지 않은데.”


켈로는 내 말의 허점을 제대로 짚었다.

나는 쓰게 웃으며 전생기억 쓰레기의 일생을 읊었다.


“괴로운 경험 끝에 집에서, 방에서조차 나오지 않고 홀로 살아가며 시간을 낭비하던 작자입니다. 그를 보다 못한 가족이 단 한 번만이라도 좋다며 함께 여행을 떠났지요.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두 다리마저 잃은 그는 온갖 상황이 담긴, 온갖 세상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세계를 탐방하고 더 나은 상황을, 행복한 상황을 가정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죽었지요. 그의 시체는 시체를 찾아 청소하는 이들도 힘들어 할 만큼 끔찍하게 부패해버렸습니다. 쓰레기 같은 최후죠.”


“전생의 기억을 가진 과거의 인물을 후대가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되겠지.”


켈로는 단정 짓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이라는 것이 궁금하군.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터해서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전술 프로그램인가?”


“대부분 오락입니다.”


“오락? 즐기는 것?”


“이전시대니까요.”


“아.”


켈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 또한 전생기억 각성자를 여럿 보아서 그 특이성을,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힘들어하는 과정을 알고 있었다. 다양한 상황에 맞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드는 전술 프로그램. 그러나 그것을 오락처럼 소비할 정도로, 지구의 시대는 평화로웠다.


“외계의 적을 물리치는 법. 외계의 적과 상대하고, 제압하는 방법, 지옥의 악마들을 약화하는 법. 심지어는 도시를 만들고 관리하는 법과 햄버거를 만들고 장사하는 법, 최강의 전사를 가리기 위해 격투를 하는 법, 다양한 여성과 연애하는 법 등등 수많은 장르의 게임이 있고 다양한 게임을 즐겼습니다.”


“스스로 자조하며 살았기에 쓰레기라 말하지만 경험은 있기에 영웅인 거군. 이해했다. 그렇다면 유지. 너는 무엇을 가장 잘 하지?”


나는 쓰레기가 해봤던 게임의 목록을 떠올리고 야겜을 제일 잘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앞의 12급 공무원 켈로가 성내면서 장난 안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진 않았다. 나는 그렇다고 전선의 한복판에서 원을 구하는 전쟁사령관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생각해봐라. 게임하다 죽었던 쓰레기가 갑작디 조국의 병력을 이끌고 열 배 넘게 많은 적을 향해 포위섬멸진을 걸어대는 모습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끔찍한 가정을 애써 몰아내고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작은 규모에서의, 특수한 임무가 필요한, 몇몇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가 함께하는 작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게임과는 달리 현실이니까요.”


“원하는 이가 있나?”


“아시다시피 전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부모님 아래서 행복하게 자란. 그리고 부모님 두 분께서 만든 특별한 행운을 고스란히 받아 결과를 내지 못한 전생기억 각성자였죠. 특별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현재를 모르면 아무 소용없어요.”


“무대를 준비하지.”


켈로는 내 말을 이해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6.22 21:49
    No. 1

    전생에 제독이었고 마스터였고 프로듀서도 되었다가, 단장이 되기도 했고 지휘관, 사령관도 지배인도 선생도 키시쿤도 되었으며 여행자였던 유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6.23 00:35
    No. 2

    그나저나 아파트가 40만층인 세계에선 24층 크기의 괴물도 큰 위협은 안될 것 같군요. 이래서 아파트는 고층이 비싼거구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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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보물 성. (3) +1 22.05.19 3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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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전생기억 각성자. (5) +1 22.05.14 49 3 11쪽
» 1> 전생기억 각성자. (4) +2 22.05.13 35 2 11쪽
4 1> 전생기억 각성자. (3) +1 22.05.12 42 3 12쪽
3 1> 전생기억 각성자. (2) +1 22.05.11 39 1 11쪽
2 1> 전생기억 각성자. (1) +2 22.05.11 50 7 11쪽
1 0> Prologue. +3 22.05.11 65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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