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라 지옥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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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78
추천수 :
27
글자수 :
46,761

작성
22.05.11 14:03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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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전생기억 각성자. (1)

DUMMY

1> 전생기억 각성자.





내 나이 열다섯.

성별은 남성. 이름은 유지.

전생기억 각성자.


부모님이 로또 당첨이 된 후 자식을 위하여 투자한 결과 나는 어릴 때부터 조숙했다. 꼭 깨물어주고 싶은 귀염둥이 몸과는 달리 어른의 자아가 있었으니까. 부모님은 계획 하에 나를 낳았고, 의식을 끝낸 후 물었다.


우리를 부모로서 공경하고 자식으로서 봉양하겠느냐, 아니면 이대로 나라의 손에서 보살핌 받으며 살겠느냐.


나는 조숙했기에 그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결정했다.

부모님에게 효도하기로. 내가 성공하면 부모님이 아무런 걱정도, 불안도 없이 살게 하겠다고.

이렇게 자식에게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공경 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에 나는 전생기억이 부상해 완전히 바꾸어놓을 날을 기대하며 무럭무럭 자랐고, 15세가 되던 날.

불현 듯 전생의 지식을, 내 아주 오랜 과거였을지도 모를 존재의 인생을 경험했다.


.

.

.


왕따 당해서 학교도 안가고 있던 소년. 그 소년을 애타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부모님. 부모님은 마지막으로 기대를 품고 왕따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갔다. 그러다 사고가 났고, 유산을 받았다. 왕따는 두 다리가 잘려나가 이제 더 이상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지탄을 받지 않았다.

부모님의 목숨 값으로 받은 보험금을 사용하여 게임을 하고, 음식을 시켜먹고, 때로 여자를 샀다.

그러다 죽었다.

끔찍한 꼴이 되어서, 시체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들조차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

.

.


······그게 내 전생이었다.

전생기억이라고 하면 대단한 기술자나 영웅이나 인상적인 일화가 있거나 해야 할 텐데 왜 나는 이렇게 쓰레기가······?


이론 상 전생은 수없이 반복된다고 한다.

한때는 전생이 없다, 증명해봐라 이런 이야기도 있었지만 검은 세계의 법칙에 따르면 있는 게 정상이란다. 아마 지구에서는 있어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정밀한 구조로 돌아가고 있을 거라고. 그런 전생이 갑자기 떠오를 지경이면 분명 그 전생의 기억이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생기억 각성자는 위대한 영웅이 된다.

아닌 경우도 더러 있지만.

나는 매우 안 좋게 걸린 경우였다.


솔직히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난 쓰레기라고.

기껏 돈을 써서 나에게 투자했는데, 쓰레기 같은 기억만 얻었다고. 부모님은 화를 내셨다. 그렇겠지. 부모님의 인생과 행운을 갈아서 간신히 자식에게 투자했는데 투자실패가 뜨면 화날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정은 나를 열다섯까지 길러 주신 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더 이상 부모님을 호화롭게 살도록 만들 수 없다. 끔찍한 결말이다.


나는 집에서 쫓겨났고 사회에 내던져졌다.

사회의 부품으로 일하기 싫거든 적성을 찾고 특정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했다. 육체는 단련되어 있지만 나 정도의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지구의 현재 이름인 원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나 같은 부랑아는 꽤 있는 편이다. 언제나 세상은 그렇지.


한숨을 쉬다 이내 친구 집을 향했다.

나도 친구는 있었다. 전생의 쓰레기처럼 혼자 살다 죽는 얼간이는 아니었으니. 계약친구지만 그게 어딘가.


친구는 일찌감치 혼자 살고 있었다. 부모님의 성함도 모른 채 시청 소속의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녀는 프로그래머로서 매우 잘 나가는 유형은 아니었다. 애초에 초능력개발시술을 받았지만 실패하기도 했고. 나보다 다섯 살 많았지만 누나라고 부르진 않았다.


“안녕, 데이지. 집에 들어가도 될까?”


“응. 들어와. 잠금을 풀 테니까.”


조그만 집이었다. 대개 주변이 이런 집이긴 하지만. 1인이 사는 집 치고는 제법 훌륭했다. 이런 집이 위아래로 40만개 쌓인 것이 요즘의 아파트였다.

문 앞에 서 있기만 했는데 알아차리고 문을 열어준 그녀는 불편한 자세로 나를 맞이했다.


데이지는 머리를 감싸는 쇳덩어리를 차고 목과 어깨를 받치는 기구에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 그녀를 인터넷에서 알게 된 후 계약친구가 되어서 집에 드나들 수 있었는데, 내가 성공하면 그녀를 데리고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부로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녀도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비극적이다.


“37분만 기다려. 시정부의 의뢰를 받아서 다 함께 일하는 중이야.”


데이지는 시청의 서버에 있는 프로그램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모양이었다. 나는 데이지가 쓰고 있는 헬멧을 만지작거려 작게 붙은 모니터를 켜 파일명과 경로를 확인했다.


데이지가 작업하고 있는 건 시정부의 프로그램이었다. 본래의 서버에서 조금 더 안정적이고 용량 많은 하드디스크로 파일을 옮기는데, 그녀는 통신의 데이터가 흘러나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데이지를 비롯해 300명의 프로그래머가 동시에 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은 외부의 침입자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쩐지 게임 같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전생기억의 쓰레기는 밤새도록 게임만 처하다가 죽었다. 가슴이 아프고 배가 고프고 냄새가 심하게 나도 멈추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데이지의 몸을 주무르다가 한 소리 들었다.


“유지. 지금 작업하는 거 안 보여?”


“작업하는 걸 알지만 심심한걸.”


파일이전은 몹시 세밀한 작업이라 벗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급 프로그래머는 아예 머리가 아니라 피부 등을 통해서 신호를 감지하고 분류하기도 한다던데, 데이지는 그 정도는 아니라 무겁고 뜨거운 쇳덩이 헬멧을 써야 한다. 옷을 다 벗고 누운 그녀의 매력적인 몸을 조금 주물렀다고 데이지의 속도가 느려졌다. 즉각 날아온 프로그램 관리자의 경고는 데이지를 움찔하게 했다.


“관리자에게 혼났어. 지금 내가 느려지면 다른 연결된 프로그래머가 부담을 더 져야 해.”


“알겠어. 전부 내 잘못이지.”


내가 경솔했던 탓에 데이지도 상관에게 혼났다. 그녀의 작업속도가 느려진 것을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흐으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 위해 지금은 절제해야겠지.


나는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전이라면 친구에게 명령한다고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집에서 쫓겨나 계약금을 낼 수도 없는 처지 아닌가. 끄응. 나는 그녀가 쓴 헬멧의 모니터를 보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조이스틱을 꺼냈다.


이 세상에서 조이스틱은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도구였다. 조이스틱이라고는 해도 버튼이 서른 개도 넘었지만. 나는 대부분의 버튼을 잠금하고 전후좌우, 그리고 점프와 공격 버튼만 활성화시켰다.


헬멧에 붙어있는 작은 모니터에는 현재 진행상황이 표시되고 있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른다. 허나, 어쩐지 이 모습이 도트로 이루어진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데이지. 기다리는 동안 나 이 모니터에 영상 좀 띄워줘.”


“어떤 영상?”


데이지의 몸을 만질 수 없으니 기왕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현재 진행상황 표시 있잖아. 이걸 이용해서 타일을 깔고 움직이는 정보를 도트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데이터를 보호하고 옮기는 프로그래머들을 하나의 푸른 도트로. 그리고 외부의 해킹을 막아내는 프로그래머를 빨간 도트로 바꾸었다. 나는 하얀 도트가 되어서 외세를 향해 공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게임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왜 그런 걸?”


“심심하잖아.”


“이상한 말을 하네. 하지만 알겠어.”


데이지는 아주 약간의 뇌 활동을 따로 활용하여 내가 말한 게임을 간단히 만들어냈다.

보통 헬멧에 붙어있는 모니터는 수백 명씩 모여 있는 공장에서 관리자가 둘러보며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도구다. 허나 집에서 혼자 일하는 데이지는 모니터를 다른데 사용해도 된다.


나는 이 모니터를 보고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뿅뿅 소리도 나지 않고 화려한 효과음도 없지만 재미있었다.


아, 젠장.

게임만 하다 죽은 전생의 쓰레기를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게임을 하던 도중 뭔가 화면이 일그러지더니, 조금 더 화려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응? 데이지?”


데이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내가 너무 재미있어 하기에 뇌의 리소스를 전부 사용해서 화면을 조금 더 좋게 만든 걸까.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뇌를 쓰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고마워. 머리 아플 텐데.”


작업이 끝나면 데이지를 있는 힘껏 안아줘야지.

데이지는 팔다리 멀쩡하고 건강한 나와는 달리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다. 프로그래머로 직업을 정한 이유도 뇌기능만은 제대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뇌의 특수한 부분이 활성활 될 만큼 쾌락을 주입하면, 그제야 데이지는 움직이지 못하는 팔다리를 움직이고 일반인처럼 살 수 있다.


2년 전 나는 성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이성친구가 필요했다.

내가 사는 시는 열세 살이 되는 남성이 성행위를 한 번도 하지 않으면 성기능을 묶어버린다. 정상적인 남자가 열세 살이 될 때까지 성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인데 고자가 될 수는 없기에 급히 이성을 구했다.


나는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계약친구라는 제도를 활용했다. 내 용돈으로 해결이 가능한 계약친구. 다행히 데이지는 적은 돈으로도 계약친구를 해줬고 나는 성욕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데이지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응? 더 재미있어졌는데.”


나는 데이지가 좀 더 힘을 써서 화려해진 게임을 즐겼다.

게임을 처음하는지라 어리버리 버벅댔지만 전생기억 각성자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었다. 죽는 날까지 게임이나 처하던 쓰레기의 기억이 내 팔과 뇌를 움직였다.


“핫핫핫, 이 정도로는 원 코인 클리어 전문가에게 위협을 줄 수는 없지.”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게임은 바뀌었다.

작은 모니터 속을 꽉 채우는 적. 그리고 다양한 색.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적과 나의 거리, 방향 밖에 없던 상황에서 높낮이가 생겼다. 가까운 적은 커지고, 먼 적은 조그맣게 변했다. 거리에 따른 크기 변화가 게임에 생긴 것이다.


“으음. 데이지······머리 너무 쓰는 거 아니야?”


데이지가 걱정스러웠지만 게임을 멈추기는 좀 그랬다. 데이지가 선물해준 상황 아닌가. 데이지를 위해서라도, 나는 이 게임을 끝내고 ‘congratulations’라는 글자를 보아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6.21 18:32
    No. 1

    국민 대부분이 전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건가? 오우쉣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데빌혼
    작성일
    22.06.22 19:20
    No. 2

    검은 세계에서는 죽어도 완전히 죽지 않고 윤회하는 삶을 이어가는 것 같군요. 그것도 나이를 먹거나 각성하면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건가? 아무튼 인간의 적응력은 무시무시하군요. 지옥같은 곳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가는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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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전생기억 각성자. (2) +1 22.05.11 39 1 11쪽
» 1> 전생기억 각성자. (1) +2 22.05.11 50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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