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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amand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6
최근연재일 :
2022.05.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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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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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보물 성. (2)

DUMMY

특수 조건이 달성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적의 성이 우르르 무너지고 주춧돌만 남는다.

동시에 성의 잔해가 조립되어 기구가 만들어진다.

맵의 끝에서 끝까지 공격할 수 있는 투석기 같은, 여섯 번째 캄피오네스의 등장이다.


“젠장.”


잇소리를 내며 준비된 대응을 했다. 우리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적의 성이 스스로 와해되었기에 방어능력을 상실했다. 적의 보물은 기수 없이 그냥 쥐기만 하면 끝난다.


작계 3217번.

만 개가 넘는 작전 중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의 작전도 있었다.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한다.

허나, 막힌다.

아군의 공격은 무효로 돌아갔고 밀려난다.


괴로운 일이지만, 이미 이 싸움은 글렀다.

그런 흐름이었다.

적은 즐기고 있었다.

아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구가 조립되는 걸 막지 못하고, 방어력이 0이 된 성도 뚫을 수 없었다.

원은 실망하고 있다.

원은 괴로워하고 있다.

아군의 패배는 확정되었······.


기구가 완성되어 돌덩이를 쏘아댄다. 기구에 아이템을 장착시켜 투석하는 돌에 불을 붙이고, 때로는 분열하여 넓은 지역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거대한 돌덩이가 맵의 끝에서 끝으로, 날아온다. 돌덩이에 맞으면 방어력을 극대화한 캄피오네스조차도 빈사에 이른다. 막지 못하면 성이 파괴된다.


우리는 선제공격을 맞았기 때문에 적처럼 성을 와해하는 대신 기구를 만들 수가 없다. 성이 피해를 한 번도 입지 않았거나, 혹은 수복하는 공병이 없으니 특수 조건 3을 달성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짓을 한다.

이 일을 한다.



적은 모여 있었다.

보물이 훤히 드러난 성 앞에서, 필사의 각오로 달려오는 아군의 캄피오네스를 조롱하고 있었다.


기구가 만들어진 그들은 기구가 돌을 투척하는 걸 지켜보며 그들의 성 앞에서 대기했다.

이들을 향해 달려들다 붙잡혀 잘려나가고 유령이 된다.

하나의 캄피오네스가 죽는다.

둘의 캄피오네스가 죽는다.

세 명의 캄피오네스가 죽고, 네 번째가 죽는다.

네 명의 캄피오네스가 죽어 유령이 되고 한 명의 캄피오네스만 남아서 주저하고 있었다.


“······켈로.”


12급 공무원인 그에게 주어지는 막중한 무게. 그 무게를 견딜 수 있기에 그는 공무원이며, 지배계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켈로는 장착하고 있는 무기를 전부 팔았다. 그리고 방어력을 높이고, 자동적으로 공격한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가시갑옷을 입었다.


가시갑옷은 켈로와 같이 체력을 기반으로 한 캄피오네스에게는 유용했다. 체력 기반으로 반사 피해를 입히니까.

그러나 적은 가시 달린 밤송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했다. 그들은 밤송이를 탈탈 털 도구와 쇠징이 박힌 신발, 그리고 횃불을 지니고 있었다. 밤송이가 달려든다한들, 아주 조금 따끔해지는 대신 외피를 아작아작 조각낼 준비가 끝나 있었다.


켈로의 의식이 깃든 캄피오네스, 바이올런스 디바는 적에게 돌진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바이올런스 디바는 다섯 캄피오네스의 공격을 받고 무너져 내렸다. 방어력에 집중하고 피통을 늘렸기에 순식간에 삭제 당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책 따윈 없었다.

바이올런스 디바가 주저앉았다. CC기라 불리는, 발을 묶고 행동을 통제당하는 수단이 걸리고 죽도록 얻어터졌다.

그와 함께 가시갑옷이 효과를 발휘한다. 피해의 일부분을 상대방에게 입힌다.


따꼼.


나는 저도 모르게 일어나서 그런 소리를 했다.


“지금이다.”


하고 나서 주저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웃음은 감출 수 없었다.

제갈공명이나 사마의 같은 군사는 이런 희열 때문에 함정을 파는 구나.



이제 네놈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에 당할 때가 됐다.

게임이라는 건 말이지.

효율적으로 하는 게 아니야.

상대방 뭐 같으라고 하는 거야.

그게 게임이라고. 이 외계인 새끼들아.

.

.

.

나는 이 전장에서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먼저 의심했다.

백도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에셀링크]는 육신을 버리고 정보생명체가 된 놈들. 그렇기에 기계에 강하고 AI나 알고리즘이 사용되는 기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128외세 중에서 소문난 약세 종족이지만, 하필 원과 대착점에 있었다. 원 또한 약한 몸과 쉽지 않은 익숙함을 기계와 기술로 대신하던 종족이었으니까. 원은 [에셀링크]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에셀링크는 원을 잡아먹고 이용하려 들었다.

그들이 시련을 받아들일 때 장소와 방식 가운데서, 장소를 골랐을 때 확신했다. 분명 함정을 만들었으리라고.


예전에야 에셀링크는 ‘와, 정보생명체 와, 무서워!’ 같은 감상이었지만 지금 내 기준으로는 악질 컴퓨터 바이러스였다.

놈들의 기술을 원의 기술력으로는 알 수 없었다.


허나 게임을 아는, 나는 백도어가 있을 거라고. 맵핵이 존재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냥 의심이어도 좋았다. 기만이라도 상관없었다. 나는 철저하게. 정말 철저하게 전장 속 인위적인 무언가를 찾았고, 찾아냈다.


필요한 기능 속에 위장된 어떤 시스템을 확인했다.

전장 위에 쌓아올린 정보를, 게임 내 정보를 압축해서 본국으로 보내는 기술이었다.

소위 말하는 맵핵.


AOS 게임 기반인 ‘보물 성’에서는 아군의 행동과 장소, 아이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이게 주민등록번호 빼앗는 불법 프로그램과 뭐가 달라. 애초에 꺼지지도 않고 감지되지도 않는 기능을 심어놓다니. 아니, 이건 애초에 프로그램도 아니고 하드웨어잖아.


나는 이것을 알아차린 후 조심스럽게 기능을 추가했다. 아주 자그마한 칩을 기생시켰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칩에는 딱 하나의 기능만이 있었다.


‘가시갑옷의 반사피해는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 기능이었다.

.

.

.

바이올런스 디바.

그녀는 ‘보물 성’에 소환된 캄피오네스다.


본래 가수였지만 그 사실은 모른다. 단지 목소리가 높고 크게 잘 울려 목청 좋은 이로 취급될 뿐. 팔을 잃은 채 이름 없는 섬에 떨어진 그녀는 섬에 사는 이의 수양딸이 되었고······대충 넘기자. 그녀는 이런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피학체질.

맞을 때 좀 더 아프게 느끼고 기쁨을 느끼는 체질.

그래서 전사고, 탱커의 역할을 하는 바이올런스 디바는 가시갑옷을 입고 전장에 섰을 때 피학체질을 상대방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현재 입고 있는 ‘가시갑옷의 반사피해는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스레 적이 심어놓은 ‘우리의 정보가 넘어가는 기능’에 섞여 적에게 전달된다.


나는 기계보다 더욱 정확한 [에셀링크]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다. 체스가 그렇고 알파고가 그렇듯이. 맵핵 킨 AI보다 더 정확한 악성 프로그램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우리는.

나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놈들의 수단조차 이용할 뿐이다.

.

.

.

메로머신(붉은 성): 어.

퀴다레스 히세(붉은 성): 악.

그루만디르그(붉은 성): 무어어나, 로, 으, 에.

메로머신(붉은 성): 기, 이이이이이이!



게임 속 채팅창에 온갖 정리되지 못한 글들이 날뛴다. 저건 키보드로 타자를 치는 게 아니라 캄피오네스 본인의 말소리를 언어로 띄워내는 것이다.

그들은 실제로 말로 정리되지 못한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기릭시온(붉은 성): 그아아아아아, 뭐, 뭐야, 이거, 아파. 아아아아파파파팡나아아아! 아아악! 악! 끄아아아앗! 너무, 아, 푸으으악!



기릭시온을 선택한 붉은 성의 플레이어는 조금 많이 불쌍했다. 그는 일정 레벨 이하에서는 피해감소 능력을 달고 있다가 진화하면서 피해를 더받는 대신 주는 피해도 강해지는 종잇장 같은 방어력을 지닌 캄피오네스였다. 그는 전달되는 감각의 폭주에 유달리 큰 피해를 입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심어둔 백도어는 우리가 행하는 모든 정보를 넘긴다. 그들에게는 새카만 어둠도, 덜까만 어둠도 의미가 없었다. 우리의 위치를, 우리의 방침을, 우리의 작전과 행동방식을 모조리 습득하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프로그램조차 아니라, 하드웨어의 기능 중 하나였으므로 의심받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걸, 우리가, 모르리라 믿고서.

그렇게 넘어간 정보 중에 그것이 있었다.

‘가시갑옷의 반사피해는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 정보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놈들은 방관했다.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육신을 버린지 오래된 종족이다.

[에셀링크]를 몰아붙여 육신을 버리고 달아나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에셀링크는 피와 살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물리력을 행사할 때는 기계더미를 사용했다. 그들의 방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계를.


그러나 현재, 그들은 캄피오네스에 의식을 깃들여 조종하고 있다.

피와 살을 가진 생명체로서,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캄피오네스가 비록 프로그램 언어로 만들어진 인공생명체라고 해도,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는 것까지 원래 살아있는 몸의 감각을 느끼고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


그 중에 감각만이.

촉감만이 없었다.

당연히 공격하고 죽으면 아프니까 그럴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런 기능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당연히 받아들인다. 제 아무리 사실감 넘치는 게임이라도, 불에 맞아 화상 같은 피해를 느끼고, 달리다 발이 접질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원하지는 않으니까.


그렇기에 촉감도 존재하지만 ‘꺼두었다’.

그러나 ‘가시갑옷의 반사피해는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명령어 한 줄은, 이 당연한 증명을 무시한다.

이 명령어는 지금 이렇게 효과를 발휘한다.


‘가시갑옷의 반사피해는 감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얻어터지던 바이올런스 디바의 능력인 ‘고통에 더 민감해지고 행복해진다’는 특성은 현재 활성화된 감각을 확장시킨다.


지금 ‘보물 성’이라는 세상에 단 하나의 촉감만이 생겨났다.

원래 있던 감각이지만 당연한 이유로 꺼둘 수밖에 없던 고통.

가시갑옷의 반사피해가 때린 이들의 신경을 파고들고 고통을 준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붉은 성의 캄피오네스들은 미쳐 날뛰었다.


그건 단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사람이, 혀나 볼 살처럼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발바닥으로, 가시 박힌 바닥을 맨발로 걷는 그런 자극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의. 달군 자갈 위를 맨발로 걷는 듯한. 그것도 아니라면 장난감 블록 위를 달리다 가장 아픈 부위로 누르고 만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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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Prologue. +3 22.05.11 66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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