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일어나 새끼야! 이 와중에 팔자 편하게 자빠져 자는 놈이 다 있네! 피 칠갑을 하고 있어 죽은 놈인 줄 알았더니 코를 골고 있어!”
이게 뭔 해괴한 소리!
죽은 놈이라니! 내가 잠이 들면 아주 돌멩이가 되기는 한다만...
내 친구 중에 내 방에 마음대로 들어와 저런 품위 없는 언어를 쓰는 놈이 있을 리 없는데?
눈을 떴다.
모르는 얼굴인데 인상이 아주 더럽다.
이 새끼 누구냐!
훔칠 것 없는 가난뱅이 원룸에 설마 강도가?
대가리 나쁜 강도새끼가 사전 조사도 없이, 이 가난뱅이 원룸에 무어 먹을게 있다고.
그런데 피 묻은 칼 끝이 내 목을 겨누고 있다.
피를 보자 소름이 돋아 말을 높인다.
“누구세요? 여기 가져 갈 것도 없는데...여기를 왜.”
“어이없는 놈! 아무 것도 없기는.. 뒈지기 싫으면 얼른 일어나 짐 한 짝 짊어져라.안 그러면 바로 끽.이다.”
그제야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헠! 이게 어디야!.”
정신 차리고 보니 대가리가 빠지찍 거리는 장면이다!
이건 웹소 <강호 만리> 프로롤그에 첨부된 일러스트!
사람이 죽을 때 찰나에 그 생애가 뇌에서 리바이벌 된다더니, 싸늘한 검이 목을 찌르고 있으니 내 게으른 뇌 드라이버가 그야 말로 빛의 속도로 이 사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
무협의 고인물 독자인 내가 웹소 <강호만리>에 달았던 댓글들
그게 필명이 대 천마인 작가 신경을 건드렸다.
내가 지적질을 많이 하기는했다.
하지만 악플은 아니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어쩌고 ,저쩌고 그런 말이었다
그런데 !
이 무림 고수의 속 깊은 배려도 모르고 작가 명 부터 찜찜한 마(魔)작가 그놈이 괴이한 대 댓글을 달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공개 댓글을 달던 마(魔)작가가 최근에 딱 한번 비밀 대 댓글을 달았다
<그리 잘 알면 네가 무림에 로딩해서 스토리를 직접 써 봐라! 이 빌런 독자 노마!>
<내가, 임마, 본신이 대 천마야! 대 천마라 말이야! 환생 대법이 잘못되어 재수 없이 이 괴이한 세상으로 온 거라고...무공은 다 잃어버렸어도 내가 너 하나 정도는 회. 빙,환 시킬 수 있는 회빙환 대법 하나는 시전 할 수 있어!!>
.>그러시면 작가님 당신이 회빙환 하여 돌아 가시지요, 왜 나에게 그러십니까요?'<
<그때 깨어진 단전을 회복해야, 기회가 오면 다시 돌아 갈 수 있어>
<그것도, 그곳과 이곳의 시간선이 맞닿고 공간이 휘어질 때라야 돼. 그게 지금이야!>
<지금 내가 내가 선천 진기 까지 다 까먹었어 적어도 십 년은 지나야 돼, 백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내가 환혼 마제와 함께 환생 대법 시행하던 그 때 말이야, 내 영체가 분리된 직후 마침 유성이 폭발 해 버렸다고! 재수도 참 더럽게 없지. 시간과 공간선이 뒤틀린 거야, >
>우윀 말이야 방귀야<,
>방귀 같은 말을 참 과학적으로 하네<
>작가님! 나도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오, 내가 이 세계에서 말하는 극강의 흙 수저라 말이오,<
<그래? 하지만 네 어미가 너를 잃고 눈물 지을 생각을 하니,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다. 내가 오랜 세월 살다 보니, 어미, 아비만 있으면 말이야, 흙 수저라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야!>
>흐흐,, 내가 그 어미, 아비가 없다 말이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말이오.<
<그래? 그랬구나, 마음 짠하다. 내가 어미,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여기 와서 노숙하는 거지도 제 새끼는 챙기는 거 보니 눈물이 핑 돌더라. 이 세상에서 별 볼일 없다 하니, 그럼 내가 너를 내가 살던 세상 강호 만리로 날려 보내 주마, >
.갑자기 뭔 엄마 찾아 강호 만리냐,
이 인간이 뜬금없이 감상적인 말을 한다.
. <미리 빙의 대상을 정해 두지 않으면 이게 랜덤이라서, 어떤 인간에게 빙의 될지 모르는데..>
<에이, 설마 네가 그리 재수 없는 놈은 아니겠지.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인생 스토리쓰라. 이건 진심이야>
<흐흐 사이다 같은 시원한 인생 스토리 잘 쓰기 바란다. , 네가 쓰는 인생 스토리는 내가 이 우주의 기억 저장고를 들여다 보면 다 알 수 있다, 신기하지? 나도 돈 좀 벌어보자>
<너는 안 믿겠지만 여기 와서 내가 과학이라는 걸 연구하다 보니, 이 우주가 말 이야 거대한 양자 컴푸터를 제각기 하나씩 가지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참 과학 비스무리하게 한다.
우주의 기억 저장고를 들여다봐?
이 우주에 신들이 운영하는 우주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고 누가 그러더니, 이 인간이 그 사상에 영향을 받았나?
게다가 다중 우주론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말이 더 신기한데요?<
<명심해! 죽어도 다시 리셋 되는 게임 세상이 아니야,! 거기서 잘 살아 남으면 오랜 세월 뒤에 돌아 올 기회가 있을지 몰라!. 나도 여기서 얼마나 개겨야 될지 모르는데 이제 겨우 3년 지났네!>
<아는 건 무협 세계 뿐이니, 무협 작가로 살 수밖에 없는데...요새 애들이 정통 무협은 클리셰가 빤 해서 안 본다고 난리 들이니...3년 째 망생이 생활을 못 벗어나네...다행히 이 나라 인간들이 생활 보호자라는 제도를 만들어 먹여 살려 주니, 개방도 신세는 면 했다마는.>
<생각해보니, 천마 하기가 훨씬 쉬웠어! 이놈의 자본주의 세계는 먹고 살기가 왜 이리 힘든 거야!>
참 대박이다.
그 무시무시한 대 천마가 기초 생활 수급자?
이건 비록 헛소리라도 무틀딱인 나는 웃지 않을 수 없다.
>크흐흐흐...아이고 그러셔요, 천마님! <
<흐흐, 본좌도 이제 조금 알겠다! 돈 버는 방법 ! 열나 굴러라 수고!>
<생각하니, 너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어, 네가 나한테는 김 독자 유사품 이야!>
크, 김 독자까지 알아?
돈 벌려고 나름 연구 많이 했네.
참 짠하다.
<열심히 가다가 100년이 아니라도, 강호 만리의 끝. 그 세상의 끝에 닿으면 돌아 올 수 있을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갈수록 태산이다.
> 작가님! 조회수 안 나온다고 이렇게 정신 줄 놓으시면 안 됩니다.!<
<나도 너 같은 애송이와 이런 이야기 하는 내가 믿기지 않는다. 중원을 내려다 보던 장엄한 대 천마였던 내가 이리 유치한 대화를 해야 하다니.>
<네가 분명히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다한 거다,내가 강제로 널 보내는 거 아니다 이
말이다.>
>크흐, 오늘은 참 재미있네<
그게 내 마지막 댓글 이었다.
그 순간 내 정수리에서 배꼽 쪽으로 빛의 검 같은 것이 내리 꼿히는 환각이 느껴졌다.
****
<강호 만리>에서 초반에 사라져 보이지 않는 NPC 급의 캐릭터 쟁자수 13호 그게 이놈이고, 나다!
조회수 안 나오는 웹소설에 장문의 댓글을 달다가는 그 소설에 빙의 당하는 건 상식이라더니, 그 말을 믿지 않은 내 탓이다.
그런데 하필!
그 쟁자수 중 한 놈에게 빙의 되다니...
딱 한 줄로 남은 그들이었다.
<뜨거운 여름의 햇빛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던 그날, 밍천 고개를 넘어 가던 그들 표사와 쟁자수는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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