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법칙의 세상엔 히어로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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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헝
작품등록일 :
2023.02.2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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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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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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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덮쳐오는 재앙

DUMMY

리허설 시간이 되자 누군가 스튜디오로 들어오고 있었다. 둘 중 한 명은 아는 얼굴이었다.


“에이지 씨!”

“응? 여러분, 여기 있었군요.”


대현과 악수한 에이지는 데리고 온 사람을 소개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오늘 방송의 사회를 맡은 브라이언 윌슨 씨입니다.”

(영어) “반갑습니다. 브라이언 윌슨입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구할 영웅들이군요?”


치히로가 통역을 해주었다. 주연이 깜짝 놀라며 윌슨을 가리켰다.


“기억났어! 엄청 유명한 사람이잖아! 미국의 그 뭐더라? 맞아! 브라이언 쇼!”


주연의 말을 대충 이해한 듯 윌슨이 껄껄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어)”그래요. 제가 브라이언 윌슨입니다. 제 쇼를 시청하는 분인가요?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지가 윌슨을 데스크로 보내고 방송 시에 유의해야 할 사항을 당부했다.


“오늘은 윌슨 씨 외에도 저명한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를 초빙할 겁니다. 그분들과 대담이 끝나고 나서 여러분이 클래스 시범을 보이면 됩니다. 물론 그 전에 사회자가 몇 가지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간단한 질문일 겁니다.”


에이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설명했다.


“시범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사무국과 인스턴스를 향해 호소할 겁니다. 정체를 드러내고 협조해 달라고요. 그러고 나서 콜센터와 대표 메일 등을 공개해 공식 인스턴스 신고 접수 채널을 광고할 겁니다. 방송 이후에도 매일 하루에 20번 전 세계 방송국에서 광고할 거고요.”


방송 이후의 일도 이미 준비가 끝난 듯해 보였다. 이번 방송이야말로 여론을 움직이고 인스턴스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럼 잠시 후에 뵙죠. 오늘 방송 잘 부탁드립니다.”


에이지는 간단히 작별 인사를 하고 피디에게 향했다. 라이브 방송 4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라이브 시작을 20여분 앞둔 시간이었다. 웬만해선 긴장하지 않는 주연마저 연신 물을 벌컥벌컥 마셔대고는 다리를 떨었다. 피디가 사인을 보내자 데스크 옆에 준비된 좌석에 앉았다.


잠시 후, 에이지와 윌슨을 포함해 다섯 명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중 한 인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저 사람은...”


션 케인 박사. MIT 공과대학에서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천체물리학에 관해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그는 나에게 있어 신과 같은 존재였다.


“말도 안 돼. 저분을 내가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응? 아는 사람이니?”


주연의 물음에 흥분하여 케인 교수에 대해서 설명했다. 주연은 별 감흥 없이 한 귀로 흘렸지만, 교수를 직접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케인 교수님을 존경하고 있었지? 방송이 종료되고 나면 따로 인사할 기회를 마련해 볼게.”

“저, 정말요? 고마워요, 누나!”

“쉿. 소리를 낮추렴.”

“아, 네!”


기쁜 마음에 목소리가 커졌다. 흥분을 가라앉히자 소라가 나머지 인물들을 소개해주었다.


“방금 말한 백발의 안경 쓴 분은 미국의 천문학자 션 케인 교수, 그리고 그 옆의 키가 작고 통통한 분이 물리학자 에드먼드 키튼 교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은 현 일본 총리인 구로다 츠토무 총리야.”


학술이나 정치에 무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패널들의 어마어마한 수준에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 한 국가의 총리라니. 방송 출연을 너무 가볍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패널들이 차례대로 데스크에 앉았다. 중앙의 윌슨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에이지와 총리가, 우측에는 케인과 키튼이 앉았다. 서로 인사를 하고는 웃으며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약간은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피디가 신호를 보냈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3, 2, 1. 큐!”


(영어) “전 세계의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방송을 진행하게 된 브라이언 윌슨입니다. 보통 이런 식의 방송은 진행하지 않습니다만, 전달해 드릴 사안이 워낙 긴급하기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부디 방송의 내용에 진지하게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역시 명 MC답게 시작은 순조로웠다. 곧바로 윌슨이 에이지에게 발언을 요청했다.


(영어) “우리가 사는 지구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눈치 빠른 분은 느끼셨겠지만, 이 변화는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입니다. 이에 대해 국제 테러 대책 위원회의 위원장인 마츠모토 에이지 씨가 발언하겠습니다.”

(영어) “마츠모토 에이지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3달 이내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합니다.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나쁜 소식은, 한 달 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종말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이비 종교 단체의 허언이 아닙니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튜디오는 잠잠했지만, 방송을 실제로 보고 있는 시민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영어) “무섭군요. 어떤 식으로 종말이 온다는 것입니까?”

(영어) “지구의 위성, 달의 충돌입니다. 이미 달은 원래의 공전 궤도를 벗어났습니다. 서서히 지구에 가까워지고 있죠. 한 달 뒤면 지구에 가까워진 달이 파괴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키튼 교수님이 설명해주시겠습니다.”

(영어) “네, 그러면 이어서 키튼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드먼드 키튼 교수는 현존하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유명하신 분이죠. 교수님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기엔 방송 시간을 전부 할애해도 부족하니 이쯤으로 하죠. 교수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카메라가 키튼의 얼굴을 비췄다. 키튼은 헛기침하고는 화면을 띄워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화면에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그림이 보였다.


(영어) “안녕하십니까. 에드먼드 키튼입니다. 달이 정상적인 공전 궤도를 벗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달은 알 수 없는 힘으로 5일 전부터 궤도를 이탈했으며,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벌써 기조력 증가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급격하게요.”

(영어) “정말 큰일이군요. 한 달 후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요?”

(영어) “로슈 한계 때문입니다. 로슈 한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드리죠. 지구와 달은 서로를 자신의 중력으로 당기고 있습니다. 달과 지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향한 중력이 점점 강해지죠. 그러다가...”


달이 지구를 공전하며 점차 접근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는 표시가 생겼다.


(영어) “이 지점이죠.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특정 거리보다 가까워 지면, 달이 자신에게 가하는 중력보다 지구가 달을 잡아당기는 중력이 더 강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달은 자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구의 중력에 의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달이 산산조각 나서 지구 주위를 떠다니는 그림이 묘사되고 있었다.


(영어) “달이 파괴되면 그 파편들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게 될 겁니다. 일부는 지구 중력에 의해 운석이 되어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할 겁니다. 나머지는 계속해서 지구 주위를 맴돌겠죠. 떠다니는 파편들이 지구에 흡수되어야 할 햇빛을 반사할 겁니다. 지구의 온도는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하고, 결국 아무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별이 될 겁니다.”


스튜디오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덤덤하게 설명하는 교수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윌슨이 이어서 진행했다.


(영어) “끔찍한 일입니다.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달이 궤도를 벗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방법이 있습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윌슨이었다. 에이지가 기다렸다는 듯 답변했다.


(영어) “각국의 정부에 촉구합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안가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대피시키십시오. 그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고지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십시오. 보름 후면 해안가 대부분의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영어) “저도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만 이사를 해야겠군요. 덴버에 친척이 살고 있으니 그리로 가면 될까요? 대피가 필요한 것은 알겠습니다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없는 겁니까? 달의 충돌을 막을 방법은요?”


윌슨이 장난식으로 대답했으나 에이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발언을 계속했다.


(영어) “달을 원래 궤도로 돌려놔야겠죠.”

(영어) “결국 핵인가요? 핵무기로 달의 궤도를 돌려놓는 게 가능합니까?”


키튼 교수가 고개를 젓고는 발언을 시작했다.


(영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달을 궤도에 돌려놓기는커녕 방향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전 세계의 핵을 전부 쏟아부어도 달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겁니다.”

(영어)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겁니까? 에이지 씨는 그게 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에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인스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영어) “키튼 교수님의 말씀대로 인류가 만든 무기로 달의 궤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작년부터 방송에 언급된 인스턴스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윌슨이 손을 들고 대답했다.


(영어) “한국에서 찍힌 그 영상 말씀하시는 거죠? 너튜브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저는 무슨 마술쇼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영상에 나온 사람들이 인스턴스라는 것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영어) “알고 계신다면 설명이 빠르겠군요. 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말씀드립니다. 한국의 특수팀, 여기서 특수팀이란 특수테러 대응팀을 말합니다. 인스턴스들로 이루어진 교단 대응팀이죠. 특수팀의 활약으로, 교단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던 교단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영어) “좋은 소식이기는 한데요. 달의 충돌을 막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영어) “특수팀이 교단을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리현상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초능력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물체를 공중에 띄운다든지, 전기를 발생시킨다든지, 하늘을 난다든지 말이죠.”


윌슨이 입맛을 다시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초능력이라는 단어 선정이 맘에 들지 않는 듯했다.


(영어) “시청자들은 그 말을 믿기 어려워할 것 같은데요. 그에 대한 증명은 준비하신 거겠죠?”

(영어) “물론입니다. 지금 여기에 특수팀이 와 있습니다. 대담이 끝나고 나면 여러분께 그 실체를 증명할 예정입니다.”

(영어)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들, 다시 말해 인스턴스가 어떻게 달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에이지가 사인을 보내자 달과 지구의 그림이 다시 나타났다. 에이지가 손짓하자 달이 점차 지구의 반대편으로 밀려나 원래의 공전 궤도로 돌아갔다.


(영어) “간단합니다. 인스턴스의 힘으로 달을 원래 궤도로 돌려놓습니다. 가장 심플하지만 가장 힘든 방법이기도 하죠.”


윌슨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옆의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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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화. 탄식 23.04.24 60 2 13쪽
116 116화. 유년기의 끝 23.04.23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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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10화. 추락 23.04.20 106 2 14쪽
109 109화. 쿠데타 23.04.20 59 2 12쪽
108 108화. 피튀기는 접전 23.04.19 56 2 11쪽
107 107화. 신세계의 왕 23.04.19 59 2 12쪽
106 106화. 하나로 합쳐진 힘 23.04.18 60 2 12쪽
105 105화. 커지는 혼돈 23.04.18 56 2 11쪽
104 104화. 애드립 23.04.17 52 2 11쪽
» 103화. 덮쳐오는 재앙 23.04.17 58 2 12쪽
102 102화. 유명인사 23.04.16 59 2 12쪽
101 101화. 친목 도모 23.04.16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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