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역대급 마도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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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쵸칩
작품등록일 :
2023.06.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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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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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소영주 (3)

DUMMY

-화르르륵


로빈은 마법으로 소환한 화염의 구에 마력을 공급하여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가 확실히 엄청 좋아졌구나!'


내 수학적 능력이 나쁘지 않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마법서에 적힌 미분식을 한 눈에 이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머릿속으로 손쉽게 암산까지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계산된 결과 대로 마력을 주입해 정확한 거리까지 화염의 구를 이동시키며 제어해 낼 수 있었다.


사실 높아진 지능은 그녀의 숨겨진 선물이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주며 평범한 수준의 두뇌를 유지시킨다면 마력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마력이 넘쳐나도 사용할 수 없으면 선물이 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로빈이 될 한영호의 지능을 대폭 상승시켜 자신의 마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이었다.


이후 로빈은 홀린 것 처럼 마법서에 빠져들었다.

식사도 거르고 잠도 줄이며 정신없이 마법서에 탐독했다. 머리가 좋아 책을 읽는 순간 술술 이해가 되면 재밌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든 타고난 재능이 결국 그 사람을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두문불출 마법서를 익힌지 3일째, 기초 화염 마법을 마스터한 로빈이 퀭한 눈으로 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소....소영주님?"

"식사를 내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식당에서 잡일을 하던 하녀가 피곤에 쩔은 로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곤 식사를 내오라는 간단한 명령을 듣고 후다닥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대기중인 주방장에게 알렸다.


-드르렁


식당 안쪽 조그마한 휴게실에서 주방장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주성 메인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영주와 소영주 뿐이었는데 영주는 전쟁터로 떠났고, 소영주는 며칠동안 간단한 식사만 방으로 올리게 했을 뿐 식당에 내려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방장님!"

"어이쿠 깜짝이야"

"소영주님께서 식당에 오셨어요. 식사를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어? 정말? 알겠다. 일단 식전 스프부터 얼른 내드리거라"

"예"


주방장은 자신이 먹을 목적으로 끓여 놨던 스프를 얼른 하녀에게 전달해주고 염장해놨던 고기를 집어 들고 굽기 시작했다.

곧이어 맛있는 냄새가 나며 노릇하게 고기가 구워졌고 주방장은 빠르게 접시에 담아 직접 식당으로 뛰어갔다.


"소영주님 식사 올리겠습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샐러드도 올려라"

"예. 알겠습니다"


주방장에게 고기를 받아든 나는 가볍게 썰어 한입 하면서 샐러드도 주문했다. 아무래도 고기만 먹으면 느끼했기에 그런 것도 있었고 이곳의 고기 요리는 너무나 고가인 후추를 아껴서 뿌렸기에 누린내가 많이 났다.


채소는 영지 근처에서 며칠 내에 수확한 것으로 항상 공급되고 있었기에 고기의 누린내를 산뜻한 샐러드로 눌러 줘야 먹을만 했다.


'하.... 아무리 생각해도 식사가 너무 맛없어...'


주방장이 노력해 만든것은 알고 있었지만, 현대 지구에 비하여 이세계의 식사는 형편없었다. 기본적인 조미료도 부족하거나 없었고 요리법도 너무 단순했다.

소영주인 자신의 식탁에 오르는 요리가 이정도니 일반 영지민들의 식사는 안봐도 뻔했다.


새 삶을 얻게 된 자신이 목표로 정한 것은 힐링하는 삶이었다.

아등바등 살지않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그 삶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다.


아드리아 영지 내부 비우호적인 각료들과 영지민들 사이에서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라 힐링하는 삶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현대의 풍요를 느끼고 온 나에게 이곳의 중세 라이프는 불편하고 부족한 것의 연속이었다.


불편한 침대도, 거친 이불도, 푸세식 화장실도, 후추 없는 고기도, 미지근한 음료도!


생활에서 겪는 하나하나가 옛날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영지에서 한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존대 받는 고귀한 존재가 된 것은 과거의 삶에선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그래도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아니 가지게 될 것이니... 차츰 차츰 개선해서 먼 훗날에는 나만의 힐링 라이프를 즐겨야지..'


"여유가 있어 보이십니다?"


식사를 하고 있는 나에게 내무관 알론소가 다가왔다. 소영주가 방을 나왔다는 보고가 하녀를 통해 순식간에 내무관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영주성의 하녀와 집사들은 모두 내무관의 통제하에 있었고 영주성에서 일어나는 일 치고 내무관이 모르는 것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는지 안 숙이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고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는 거만한 자세로 식사 중인 로빈을 내려봤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는 말은,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 아들은 며칠동안 방에 쳐박혀 있다가 이제야 기어나와 고기를 썰며 평소와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을 비꼬는 것이었다.


"용건이 있으신가?"

"그렇습니다. 소영주님"

"앉으시게"

"아닙니다. 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시던지"


두번을 권하지 않는 로빈의 말에 내무관 알론소의 눈썹이 꿈틀했다. 원래 로빈은 재무관이나 내무관에게 벌벌떨며 항상 저자세로 그들을 대해왔었다.


한영호가 들어가기 전 로빈에게 성내의 인물들을 장악하고 있는 내무관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사실 그가 마음먹으면 음식 속에 독을 풀어서라도 얼마든지 로빈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무관은 몰라도 내무관은 로빈을 제거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영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소영주로서 오래 살아남아 이 영지를 이어받기를 바랬다.


'그렇게만 되면 내 세상이지'


진심으로 아드리아를 걱정하는 재무관 포스트와 다르게 내무관 알론소는 자기 안위가 가장 중요한 자였다. 영주님을 존경하고 그를 따르는 것은 지금의 일이고, 자격도 없고 능력도 없는 소영주가 영주가 되었을 때는 나중의 일이었다.


"정기적으로 검은 숲 토벌을 갔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래 영주님이 직접 기사단을 이끌고 토벌하셨었는데 이번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여쭤보러 왔습니다"

"영주님이 전장에 계신데 토벌을 어떻게 하겠나? 이번엔 못하는거지"

"허나 그렇게 되면 검은 숲과 접경지역에 있는 영지민들이 위험에 노출 됩니다."

"영지민들?"


대화하는 내내 말이 짧은 로빈 때문에 내무관의 표정이 더 일그러질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이새끼가 미쳤나? 방패막이 영주님이 자리에 없는데 오히려 건방이 늘었네?'


원래 항상 공손한 어투로 자신에게 말을 해왔던 로빈이었는데 오늘은 마치 자신이 영주라도 된 마냥 말하고 있었다.


"예. 소영주님 영주님의 소중한 영지민들이 위험에 노출됩니다. 접경 지역을 토벌하지 않으면 분명 몬스터들이 그들을 습격할 게 분명합니다."

"아버지의 소중한 영지민들이 위험하면 안되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럼 내무관 자네가 믿을 만한 자들을 이끌고 다녀오면 되겠군"

"저는 토벌을 해본 적도 없고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럼 누가 가야 하나?"

"아무래도 토벌 경험이 있는 분께서 가셔서 병사들을 이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험이 있는 사람이 누구지?"


순수한 물음을 던지는 로빈을 내무관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경험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소영주님이시지요. 영주님의 토벌에 함께 참여하시고는 하셨지 않습니까?"


실제로 로빈이 영주님을 따라 나선적이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먼 발치에서 기사단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을 구경하기만 했었고 내무관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못 가겠다고 징징거리겠지. 그러면 올해 토벌은 소영주의 명으로 취소되었다고 촌장들에게 알리면 된다'


사실 내무관은 애초부터 이번 토벌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영지의 주력이 모두 전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은숲의 몬스터들이 그런것을 고려해 준동할 리는 절대 없었고 접경지대의 영지민들은 언제나 토벌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책임의 문제였다.


토벌군이 출발하지 못하는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했고 접경지대 영지민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애초에 발렘왕국의 침략이 불러온 나비효과였지만, 내무관은 좀 더 가시적인 총알받이를 세우길 원했다.


"그래? 그러면 가야지."

"소영주님의 용기있는 결심에 감사합니다"

"자네도 함께하지. 날 보좌해서 검은 숲으로 가세"

"죄송하지만 저는 영주성을 관리해야 하는 책무가..."

"영주님도 안계시고, 나도 없는 영주성에 관리할 것이 더 무엇이 있나?"

"잘 모르시겠지만 제가 아드리아 영지의 내정을 총괄하는 내무관이기에 쉽게 자리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나와 함께 가지 않으면, 자네가 나를 검은 숲에 보냈다고 아버님이 돌아오시면 말씀드리겠네"

"예?"

"내무관이 영지의 내정을 돌봐야 한다며 소영주를 홀로 토벌대에 보내 버렸다고 말일세 아! 아니지.... 여봐라"


로빈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식당 외곽에 서있는 하녀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앙헬을 데려와라. 그를 아버님께 전령으로 보내야겠다"

"예. 소영주님"


하녀는 로빈의 명을 받들면서 내무관의 눈치를 살폈다.

내무관은 로빈의 물귀신 작전에 당황해서 하녀에게 따로 신호도 주지 못했고 결국 하녀는 돌아서서 앙헬을 찾으러 떠났다.


'이 새끼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생각지도 못하게 토벌을 가겠다고 말하는 로빈 때문에 내무관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거기다 자신을 끌어들여 함께 가겠다고 하니 정말 요 며칠 방안에서 있는 기간 동안 돌아버린게 틀림없었다.


'혹시나 토벌 가서 죽기라도 한다면...?'


몬스터를 조우하면 꽁지 빠지게 도망갈 소영주가 분명하지만, 그러다 사고로 죽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파질게 뻔했다. 무엇보다 속을 알 수 없는 영주가 문제였다.


'화를 내시려나?.... 별 말씀 안하시려나..?'


소영주가 잘못되었을 때, 전장에서 돌아올 영주의 반응이 제일 무서웠다. 왕국 최고의 검수이자 아드리아 영지의 적통 파르벨은 눈앞의 멍청한 소영주 로빈과 차원이 달랐다.


수틀리면 내무관인 자신의 목도 쉽게 베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영지내 그 누구도 영주에게 반기를 들지 못할 것이었다.

내무관이 영주성내 하인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어디까지나 영주님이 임명한 내무관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파르벨은 아드리아의 절대자였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아들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로빈을 소영주로 세운 것은 영주님이었다. 티를 하나도 내지 않아도 분명 키운 정이 조금은 있는게 틀림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무관은 로빈이 토벌 갔다가 죽으면 자신의 안위도 무사하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소영주님! 부르셨습니까"


내무관의 생각이 정리되고 있을 때 앙헬이 부리나케 달려 식당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앙헬아. 전령이 되어 전장에 계신 영주님을 좀 뵙고 와야겠다"

"헥헥... 전령 말씀이십니까요?"

"그래. 여기 내무관이 나를 검은 숲으로..."

"소영주님을 보좌하여 함께 가겠습니다. 화를 푸시지요"


앙헬에게 전달할 말을 하고 있던 로빈의 말을 내무관이 끊으며 말했다. 그러자 로빈은 은은하게 미소 지었다.


"잘 생각했소. 토벌 계획은 내무관에게 일임할 테니 준비가 되면 보고하시오"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내무관은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그의 마음은 매우 불편했는데 생각보다 당당하게 나오는 로빈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막상 몬스터를 대면 하면 놀라 도망가겠지...'


로빈이 토벌을 수락한 이유를 내무관은 영주님들 따라 나섰던 토벌 경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주님의 검에 통나무처럼 쪼개어 쓰러지는 몬스터들만 봤으니 몬스터들이 만만하게 느껴지는 게 분명했다.


'적당히 겁만 주고 얼른 데리고 도망 와야겠다'


로빈에게 인사를 한 뒤 돌아가는 내무관은 겁에 질려 도망가는 로빈을 상상하며 비웃고 있었다.


"검은숲에 가신다는 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몬스터를 토벌해야 한다는군"

"예에? 영주님도 안계시고 마르틴과 앤슨도 없는데 토벌이요? 절대 안됩니다."

"괜찮아. 시늉만 좀 하다 오려는 거니까"


나는 내무관이 말하는 어투와 표정을 느끼고 그에게 고분고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형적인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스타일이었다. 그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은 달콤한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것이 훨씬 나았다.


아드리아 영지에서 이제 평생을 살게 될 것인데 계속 겁쟁이에 술주정꾼 소영주로 살 수는 없었다. 차근차근 내 위상을 바꿔나가야 했고, 이 토벌을 기점으로 영지의 병사들에게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했다.


'내가 진정한 아드리아 영지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뛰어난 실력만이 유일한 길이다.'


바로 그 실력인 마법을 토벌이 시작 되기 전까지 더 갈고 닦아야 했다. 나는 식사를 마치자 마자 다시 방으로 올라가 기초 화염 마법 연습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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