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아저씨, 구슬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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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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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01:17
최근연재일 :
2024.06.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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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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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DUMMY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대체 왜 이런 넓은 들판에 서있는가? 세상은 무엇인가? 내가 게임 속에 들어가 있다면 나는 게임 캐릭터인가? 아니 애초에 여기가 게임이 맞기는 한 건가?


의문 의문 의문 의문 의문 의문.


내 머리 속에 수많은 의문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와 머리를 가득 채웠다.


“...괜찮아?”


나는 얼굴을 감싸던 손을 살짝 치우며, 개슴치레 뜬 눈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카락, 사슴같이 커다란 녹색 눈, 연예인 뺨도 후려칠 오똑한 이목구비. 정말로 보면 볼수록 현실성 없는 외모다.


마치 게임 일러스트가 실사화 됐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게임 일러스트는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이...너무 무서워 하지마! 천마신교는 저 멀리~ 동쪽으로 엄청나게 가야 한다고, 천화 스승님께서 말씀해주셨어.”


불안해 보이는 나를 안심 시키려고 노력하는 카린을 보며, 나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나이 33살 쳐 먹고 애새끼한테 위로 받다니...’


내 나이 33살. 이런 어이없고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애새끼한테 위로 받는 거 더욱더 말이 안된다.


나는 얼굴을 감쌌던, 손을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쓸면서, 카린을 바라봤다.


“...하하! 무섭기는 뭘! 잠시 어지러워서 그랬어.”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머리 싸매고 고민해봤자 답은 안 나온다. 어떤 미친 자살 희망자한테 죽은 다람쥐보다는 백 배 나은 상황 아닌가? 


그렇게 나는 힘차게 벌떡! 일어났다.


꾸르르륵


그렇게 일어나기 무섭게, 나의 작아진 배에서는 밥 달라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혹시 먹을 거 있어?”


내 물음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카린은 방긋 웃으며 나무 집 문을 열었다.




***



“...꺼억.”


나는 가득 부풀은 작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게임 속 세상...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하루 종일 좆같은 상사 얼굴을 보면서 노예처럼 일하는 삶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럽게 누워있으니 살거 같았다.


“아~배부르다. 이거 맛있지? 이거는 ‘산타리’라고 해서, 우리 칼튼 마을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음식이야.”


확실히 맛있었다. 마치 고구마의 달콤함을 더욱더 증폭한거 같은 맛이고, 그러면서 소금의 짭잘함까지 있는, 마치 단짠 단짠의 조화를 완벽히 보여준 음식인 거같다.


이게 한국에 있었다면 한동안 미친 유행을 타지 않았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카린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카린은 내 행동을 이해 못했는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최고라는 뜻이야.”


“오오! 나도 써야지!”


카린은 오물쪼물 내 손가락을 따라하며 나에게 따봉을 날렸다.


나는 그런 카린의 모습을 보며 정말 오랜만에 힐링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크...귀여울때야~’


내가 만약에 20살쯤에 결혼했다면 저런 딸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저런 외모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무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었다.


그때, 카린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나에게 말했다.


“밥 먹었으니! 운동하자! 운동!”


'···그게 무슨 소리니 카린아?'


식후 운동이라니 무슨 그런 야만적인 말인가. 자고로 밥 먹고 나서는 공부하거나, 뒹굴 거려야한다.


나는 가기 싫다는 표시로 카린을 보며 누워있던 몸을 반대로 돌렸다.


“미안. 잠이 와서어억!!”


내 몸이 공중에 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공중에 띄워졌다.


카린이 내 작은 몸을 뒤에서 번쩍 들었다.


‘아...맞다. 나 지금 얘보다도 작지.’


아마 내 신체 나이를 표현하자면 7살에서 8살. 초등학교 갓 입학 수준일거다. 카린은 12살에서 13살.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만큼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보다 힘이 쎈지 나를 들고서 흔들림 하나 없었다.


“자자~ 운동하러 가자~”


“아···알았어! 내가 나갈게!! 이거 놔봐!”


카린은 내 말을 한쪽 귀로 흘리며, 나를 공주님 안기로 집밖으로 끌고갔다.


그렇게 집 밖으로 끌려 나오자, 내 눈에 비친 것은···


“와...”


아름답게 지고 있는 붉은 '노을' 이었다.


붉은 노을은 붉게 타오르며,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늘도 붉게 물들었고, 무수히 많은 들판의 풀들도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나와 카린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매캐한 매연들이 가득한 도시의 빌딩 숲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그런 압도적인 자연의 광경에 말을 금치 못했다.


“예쁘지?”


나는 고개를 위로 들어, 카린을 올려다봤다.


카린은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노을 때문에 더욱더 붉게 물들었고, 녹색 눈은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예쁜 눈 웃음을 만들고 있었다.


...아마 그 미소는 내가 살면서 본 영화와 드라마, 모두를 합쳐도 이것보다 예쁜 미소는 못 봤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아마 나는 이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다.


“...응 예쁘네.”


“그치? 이 시간대가 가장 예쁜 곳이야.”


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살포시 풀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 그럼 운동해볼까?”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건데?”


내 물음에 카린은 웃으며, 무슨 무술 자세같은 것을 잡기 시작했다.


“대련 해본 적있어?”


“···대련?”


“응! 식후 운동은 이거 만한게 없거든. 살살 할테니, 자세 잡아.”


‘대련이라고? 이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잠시만! 나는...”


내 말이 끝마치기도 전에 카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딱!


“악!”


그리고 나는 왼쪽 머리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충격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카린이 딱밤 자세를 취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자~ 최대한 방어해봐.”


그 말 직후 또다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도 생각하는 거랑 직접 겪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악!”


이번엔 오른쪽에서 따끔했다. 나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카린을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씨발! 그만!! 폭력! 멈춰!!”


하지만 내 외침에 무심하게 카린의 딱밤세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분명히 내가 본 카린은 막무가내로 애를 괴롭힐 아이는 아니었다. 비록 몇 시간밖에 같이 안 있었다고 해도 첫 인상은 분명히 그랬다. 아무리 여기가 낭만의 게임 세계라고 한들, 폭력이 당연시되는 것을 말이 안된다.


‘이건 마치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할려는 듯한···’


딱!


“악!! 시발! 그만해!”


나는 33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물론 지금 몸은 어린아이다] 머리를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으며, 몸을 최대로 웅크렸다.


그러자 카린은 딱밤세례를 하다 말고, 위에서 밑으로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많이 아파?”


자기가 미치도록 딱밤을 퍼부었으면서 마치 걱정하는 듯한 말투. 나는 그런 카린의 말투에 중학생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학교 쉬는 시간이었다.


어김없이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와, 대가리를 빡! 때리고는 내가 어이없게 쳐다보자, 두 손을 모으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미안~ 손이 미끌어져 가지고~’ 이 지랄하던 김태양이 생각났다.


나는 순간, 온 ptsd에 주저앉은 몸을 빠르게 일으켜 세우며 소리 빽! 질렸다.


“야! 그만 하라면 그만하지. 갑자기 그렇게 때리면 어떡해!”


애새끼한테 쳐 맞고 진심으로 화내는 나는 순간 부끄러웠지만 그 부끄러움보다 ptsd로 인한 분노가 더욱 컸다.


“아, 그 미안...하지는 않네! 너가 약한 거니깐!!”


'···이년이?'


나는 순간, 머리 끝까지 열이 받아서 뭐라고 더 따질려고 했지만, 자세히 보니 카린의 상태가 약간 이상하다.


그녀의 녹색 눈은 미안하지 않다는 말과는 다르게 힘없이 떨어졌고, 자기 왼쪽 팔을 만지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마치 초중생들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강요 받을때 하는 행동과 같았다.


그때였다.


“...쯧”


매우 작은 혀 차는 소리, 주위에 바람 소리와 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들을 수도 있는 소리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쯧...하고 혀 차는 소리를 바로 내 뒤쪽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몸을 날렸다.


나도 놀랄만큼의 반응 속도.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투명한 벽 같은게 부딫혔다.


“...어떻게 안 거지?”


그러자 갑자기 그 벽이 일렁 거리더니 남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금발 머리에 재수 없게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


나를 죽일 려고 했던 남자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허공에서 갑자기 팍!하고 튀어나오니 나는 조금 놀랐지만, 이내 나는 다 예상했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허세를 부렸다.


“혀 차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혀 차는 소리? 허...참나 어이가 없어서는...”


그 남자는 잠시 나의 대답에 헛웃음을 짓고서는 다시 싸늘하게 표정을 바꾸고는 카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린. 내가 분명히 죽을 정도로 세게 하라고 했을 텐데? 왜 그런 어쭙잖은 장난을 치는 거지?”


그의 말에 카린은 움츠러들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래요...폭력은 정당한 일에만 사용하라고...천화 스승님께서...”


“하...카린! 내가 몇 번을 말했지? 저건 어린애가 아닌 사악한 마물이라고!, 저게 갑자기 본성을 드러내, 너나 마을 사람들을 산 채로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그의 말에 카린의 녹색 눈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멀쩡한 사람을 앞에 두고 서는 괴물 취급하고 있으니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당찬 큰소리로 금발 머리에게 따졌다.


“아니! 왜 멀쩡한 사람을 앞에 두고 왜 마물이라는 겁니까!?”


내 당당한 외침에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금발 남자는 말했다.


“...그건 니가 루드밀의 칼에 베였기 때문이다. 루드밀의 칼에 베이면 무조건 마물이 된다.”


나는 그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뭔... 루드밀 그게 뭔데요? 그리고 애초에 저는 그 마물이라는 게 아닌데요?”


“아니. 너는 분명히 마물이 될 징조를 가지고 있었다. 천화 스승님이 너를 먹을려던 마물을 베고서는 너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는 분명히 마물이 되기 직전 불안한 상태로 보였었다.”


‘...뭐라는 거야···뭔 징조···?"


대체, 뭔 소리인지... 나는 더 따져 물을려고 입을 연 순간, 내 머리 속에서 검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기괴하게 생긴 팔이 떠올랐다.


...설마 그거?


나는 그 기괴한 팔이 꿈결에 잘못 본 환각인 줄 알았다. 실제로도 그냥 움직일려고 하니,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었고.


나는 순간, 당황해 기억을 더듬으며 천화가 했던 말을 생각해냈다.


“그, 뭐냐 맞다! 그 천화 스승님이라고 하는 그 사람이 저 보고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건 뭐라고 하실 건데요?”


내 말에 금발 머리가 눈을 찌뿌리며 말했다.


“그래서 시험하고 있는 거 아니냐, 너가 사람인지, 마물인지.”


“...대체 뭐가 시험인데요?”


내 말에 금발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카린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쯧...카린, 너에게 맡긴 내 잘못이지. 이제부터 내 방식대로 하겠다.”


“그게 무슨...으윽!”


금발 남자의 말이 끝난 직후, 갑자기 내 몸이 우수수 거리며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조여 오고 작은 몸에서는 땀이 삐질 삐질 새어나온다.


마치 눈앞에서 호랑이가 아가리를 열며,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느낌.


생명의 매우 큰 위협을 받는 느낌.


“허억...허억...”


이게 그 무협지에서 나오는 ‘살기’라는 건가?


나는 떨리는 몸을 진정 시킬려고 노력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 라곤 조여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점점 다가오는 금발 남자를 무력히 쳐다보는 것이다.


“너가 마물이 아니라면,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마물로 변하지 않겠지. 그게 시험이다.”


“하아...하아...그게 뭔 개소리...아”


금발은 그대로 가슴을 붙잡고 쓰러진 나를 향해 마치 싸커킥을 차려는 듯이, 발을 들어 올렸다.


‘아, 시발...진짜 이렇게 죽는 건가?’


눈 떠보니, 갑자기 게임 속 세상에 떨어져, 갑자기 마물취급을 받아, 갑자기 재수 없는 금발 머리한테 싸커킥 쳐 맞고 죽는 게, 내 인생의 끝인 건가?


나는 눈을 질끔 깜으며 하늘에게 빌었다.


이게 제발 질 나쁜 꿈이기를···눈뜨면 내가 영끌해서 산 나의 따뜻한 집이기를···마음 깊이 하늘에게 빌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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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권광 사부 24.06.17 2 0 14쪽
7 날아올라 저 하늘 24.06.15 4 0 12쪽
6 영약 24.06.13 6 0 12쪽
5 검푸른 팔 24.04.19 6 0 12쪽
» 노을 24.02.24 11 0 13쪽
3 카린 24.02.21 5 0 13쪽
2 작은 의자 24.02.18 8 0 15쪽
1 스팸문자 24.02.16 1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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