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아저씨, 구슬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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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글
작품등록일 :
2024.02.16 01:17
최근연재일 :
2024.06.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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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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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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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 사부

DUMMY

칼튼 마을.


이곳은 대략 100명 정도가 모여서 살아가는 자그만한 마을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는데...일단 지금 내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이 여자부터 이상했다.


“오늘도 저희에게 먹을 것을 내려주신 신님께 감사하고...”


화아악!


식전기도를 시작한 아리사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벌써 이 마을에 들어온지 두달째지만, 아직도 아리사에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녀가 기도하면 나오는 저 미친 듯한 빛을 볼때마다 진짜 신이 있는지 아니면, 어떤 게임적 요소인지 의심이 되었다.


그래서 한번은 아리사에게 신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다. 


[음...장아는 신님에 대해 의심하고 있군요. 괜찮습니다. 신님은 우리에게 먹을 것이나 빛, 물, 흙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지만, 정작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자칫 신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아. 신님에 대한 의심은 계속해서 하되, 부정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신님은 언젠가 당신에게 나타나서 도움을 주실거예요.]


탁. 탁.


나는 그 말들을 회상하며 숟가락을 손가락으로 쳤다. 신? 있으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대체 왜 나를 이 세계로 끌고 왔는지, 아니 왜 내 인생을 그따구로 설계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탁. 탁.


아니, 애초에 내가 이 세계에 끌려온 거 자체가 신이 계획한 거 아닐까?


탁. 탁.


그럼 대체 왜 방구석 30대 아저씨한테 스팸 문자를 보내고 이쪽 세계로 보낸 걸까? 나에게 대체 뭐를 바래서···대체 왜.


그렇게 신에 대한 원망을 하던 나의 옆구리를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톡톡 찔렸다.


“쉬이잇...기도 시간이잖아.”


그 정체는 푸른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앤. 지금 내가 있는 고아원...아니 교회에 속한 아이였다.


칼튼 마을에는 딱 한 개의 교회가 있었는데 그곳은 신에 대한 기도와 부모가 없는 아이를 돌봐주는 고아원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었다. 


“아, 미안.”


나는 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기도하는 척, 두 손을 모으고서는 실눈을 뜨고 아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파란머리 앤, 붉은 머리 카린, 금발 머리 금운, 하얀 머리 백남, 검은 머리 나까지 총 5명이 칼튼 교회에 얹혀사는 고아들이다. 


“자, 오늘도 다들 기도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드시...”


“잘 먹겠습니다!”


아리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남은 기다렸다는 듯이 빵을 뜯었다.


그런 그를 약간 질리는 표정으로 바라본, 금운은 천천히 수저를 들고 먹었고. 옆에서 나에게 면박을 줬던 앤, 또한 천천히 수저를 들었다.


“백남, 천천히 먹어. 그러다가 또 혀 씹는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카린은 백남을 보며 천천히 먹으라고 타일렀다. 나는 대충 그들을 흘겨보며 밥을 먹었다.


이곳의 밥은 생각보다 맛있는 편이였다. 작은 슈트와 밀로 된 빵 그리고 산타리가 나왔는데 3개 전부 맛이 훌륭했다. 


“아악. 혀!! 혀어!! 카린 누나!”


“아잇, 그러니 좀 천천히 먹으라니깐.”


카린은 옆에 있던 백남에게 다가가 다친 혀 부위를 만졌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피가 나던 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한 혀로 변해있었다. 치료 마법은 볼때마다 신기했다.


‘저게 지구에 있었다면 의사들은 다 실업자 신세겠구만.’


언제나처럼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중요한 생각이다. 내가 이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왔다는 것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헤헤. 고마워. 카린 누나.”


“한번 더 그러면 치료 안해준다? 참...”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항상 치료해주는 카린이다.  


칼튼 교회의 나이는 카린이 13살, 앤이 12살, 백남, 금운이 각각 11살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리사가 9살 정도 인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졸지에 30대이던 나는 고아원 제일 막내가 되어버렸다.


“잘 먹었습니다!” 


다 먹은 식기들을 설거지 하고 나면 이제부터 자유 시간이지만... 오늘이 랜덤으로 돌아오는 ‘수련의 날’ 이기 때문에 나와, 카린, 앤은 그 ‘초원’을 가야했다.


“오늘은 어떤 사부님일까? 루트란 사부면 좋을텐데. 아, 장아 너는 아직 금란 사부랑, 권광 사부밖에 못 만나봤자? 루트란 사부는 요상한 마법들을 많이 알고 계시거든, 내가 쓰는 치료 보조 마법도 루트란 사부한테서 배운 거야.”


“그건 카린 언니가 천재인거고...장아, 얘는 배워봤자 써먹지도 못할걸?”


이새끼가?


갑자기 나를 디스하는 앤의 모습에 나는 살짝 쨰려보며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초원으로 가는 중에, 갑자기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갑자기 옆에서 걷던 카린이 축 쳐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오늘은 권광 사부인거 같아. 망했다...”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나와, 앤 또한 몸을 떨었다.


천화 스승님 밑으로는 총 3명의 사부가 있다. 첫번째로 금발에 나를 죽일려고 했던 미친놈, 금란. 그는 주로 검과 보법에 대해 알려준다.


두번째로는 아직 만나지 못한 잡다한 마법들을 알려주는 루트란 사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법과 각법을 알려주는 권광 사부. 참고로 우리 셋, 모두 권광 사부를 제일 싫어한다.


“자! 밥은 든든하게 먹고 왔나!! 핏덩이들아!!!”


귀청이 떨어질 것같은 큰 목소리, 모발 하나 없는 대머리, 얼굴을 덮수룩하게 기른 수염. 부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근육들. 찢어질대로 찢어진 왜 입는지 의문인 도복. 권광 사부다.


“자, 덤벼라!!! 만약, 내게 생채기 하나라도 내면, 오늘 수련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권광 사부를 싫어하는 이유, 다른 사부들은 그래도 ‘교육’이라는 틀안에서 수련 시키는데 이 미친 사부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우면 거기서 깨닫는 게 있다는 미친 생각을 가졌다.


머리가 반대로 난 사부의 외침에 카린은 한숨을 푹 쉬더니, 나와 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정면. 장아는 오른쪽. 그리고 앤은 왼쪽, 장아 너가 먼저 출발해, 알았지?.”


늦게 무공에 입문하여 발이 느린 나를 배려한 작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 든 목도를 꺼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있는 권광 사부를 보며 준비를 했다.


눈을 감고서, 내 단전에 쌓인 미약한 ‘마나’라고도 불리고 ‘내공’이라고도 불리는 힘을 느꼈다. 그 힘을 느낀지는 1주일채 안 되었지만, 마치 예전부터 쓰던 몸의 일부와 같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졌다. 단전에서부터 허벅지 발바닥까지 내공을 집중시킨 나는 감았던 눈을 뜨며 외쳤다.


“간다!”


팡-!


동시에 내가 서있던 풀바닥이 터지며, 내가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모습은 권광 사부의 오른쪽에 나타나, 목검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튀어나온 동시에 카린과 앤의 모습도 각각 사라지더니, 권광 사부의 정면에 카린의 목검, 오른쪽에는 앤의 주먹이 나타났다.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검권진(劍拳陣). 하지만, 권광 사부는 여전히 여유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갈-!!!!


콰아아아앙!!


마치 폭탄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나는 찌르려던 목검을 빠르게 놓으며, 귀를 막았다. 


찌이이잉---


“으으윽!!”


눈 앞이 빙빙 돈다. 귀에는 이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공이 느껴지지 않은, 그냥 큰소리인 거 같은데, 이 정도 위력이다.


옆을 돌아보니, 앤 또한 귀를 막으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 카린만이 제정신을 유지하며 권광 사부와 합을 맞추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이번에 만든 따끈따끈한 음공 맛이 어떠냐! 아주 정신을 못차리겠지?”


“사부. 또 이상한 걸...”


“으하하하하하!!! 카린. 역시 내가 인정하는 제자답구만, 어때? 그런 따분한 검의 길 대신, 화끈한 권의 길을 걸어보는 것은?”


“윽! 됐거든요! 권광 사부처럼은 되고싶지 않아요.”


“크하하하하! 역시 여자애라서 그런가? 근육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구만!”


쾅!! 쾅!!! 씨익!! 쾅!!


나는 권광 사부와, 카린은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손 발이 저리고 귀에서는 이명이, 눈앞은 빙빙 돌았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


“오. 앤, 생각보다 일찍 정신을 차리는군. 역시 권을 배우는 여자 대장부답구만! 허허!”


“아아악!! 제발, 한대만 맞아라!!”


“허허! 그렇게 느려서야, 지나가던 고블린 한마리도 못 잡겠는데? 조금 더 빠르게!”


어느샌가, 앤 또한 정신을 차리고 카린과 같이 연계하며 권광사부와 맞추고 있었다. 잠시 상태가 호전이 된 나 또한, 잠시 그들을 도울까 생각했지만, 1초도 안되서 포기했다.


쿵! 쾅! 씨이이익! 팡! 콰아아앙!!


...저렇게 요란한 소리로 싸우는 저들 사이로 끼어들어갈 실력도 자신도 나에게는 없었다. 


‘뭐, 1달밖에 안 배웠으니 당연한 거지.’


그렇게 자기위로를 한 나는 저들을 보다말고는 고개를 올려,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21세기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미세먼지 하나없는 푸르른 하늘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으아! 제발, 한대만 맞아라-!”


“앤! 침착! 침착하고 좀 더 왼쪽으로 파고들어!!”


“으하하하하하하하!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구나, 핏덩이들!”


그렇게 나는 누워서 간간히 들려오는 격렬한 싸움 소리를 배경음 삼아서 푸르른 하늘을 바라봤다.


푸르른 하늘에 살짝 뜬 하얀 구름은 여기서 일어나는 치열한 싸움은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고고하게 자기 갈길을 갔다.


이상하게 그 구름이 부러웠다. 어쩌면 나 또한, 저런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대로...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진정 내가 하고싶어서 한 일이 없는 거 같다.


어린 시절은 그저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밑바닥이 싫어서, 미친듯이 공부를 했고, 교도소를 나오고서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미친듯이 일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위험한 게임세계에 빙의되어 죽지않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내 팔자 한번 기구하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는 머리 속에서 한 문구가 스쳐 지나갔다.


[“이 빛나는 구슬을 4조각으로 분리해 너희들에게 주겠다. 이 조각을 모두 모은 자는 나와 동등한 신이 될 것이다”]


내가 지금 떨어져있는 ‘크로니카 월드’의 게임 목표. 구슬 조각 모으기.


루키아, 루니아, 발하임, 천마.


이 네 명은 신의 구슬 조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슬 조각을 모두 모으면, 신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크로니카 월드의 목표였다. 가장 강한 생물 네 명을 잡아, 신이 되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 구슬 조각이라는 걸 모아야한다.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언제 한번 카린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천마는 얼마만큼 세냐고. 그랬더니 카린은 이리 답했다. 


[어? 천마가 얼마나 세냐고? 음...아! 스승님께서 어렸을 적에 천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말해준 적이 있어. 흠! 크흠! 음음...천마, 그가 발을 내딛자, 대지가 쿵!!하고 흔들렸고, 그가 말을 하자,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경외심을 가지며 머리를 떨궜다. 그리고 그가 검을 휘두르자, 천지와 바다 모든 것이 갈라졌다. 라고 말해줬어, 뭐~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발, 이건 뭐 북쪽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도 아니고...’


그런데 문제는 여기는 게임 속 세상. 저 허무맹랑한 소리가 사실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면 저 북쪽 장군님 같은 4명을 때려잡고 구슬 조각이라는 것을 내가 모을 수 있는가? 

.

.

.

음, 포기!


좋아, 안되는 것에 너무 미련같지 말자. 마물만 아니면 이 세계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 같으니 여기서, 열심히 살아서 이쁜 와이프랑 아이 몇명 나으며 살면 되지! 어차피 저쪽 세계에 그다지 인연이라고 할 사람도 없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마음이 편안해줬다. 그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하지만! 나를 이 세계에 빠트린 새끼를 알게된다면, 꼭 얼굴을 갈아버릴거다. 이 맹세에 변함은 없다.


그렇게 마음 정리한 나는 구름을 보던 눈을 내려, 대련하고 있는 카린 쪽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카린과 앤은 풀썩 쓰려져 있었고 권광 사부가 보이지 않았다. 쓰러진 카린은 파들파들 떨며 입 모양으로 뭐라고 말했다.


“도...망...쳐!”


그 입 모양을 본 순간, 내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허허! 우리 막내! 여기서! 뭐하니?”


웃고 있는 권광 사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사부! 잠시만, 할 말이.”


“크크...하하하하하하! 여자들이 싸울 때, 남자가 뒤에서 노닥거려!? 너는 특별히 1대1로 집중! 대련해주마!!”


그 말과 동시에 내 얼굴 만한 주먹이 내 시야를 채웠다. 


퍼억!


그리고 나는 날라갔다. 멀리~ 저 멀리~ 그러다가 굴렀다. 


쾅!!


그리고 또 날라갔다. 또 굴렀다.


콰아앙-!!


또 날라갔다. 그리고 내 정신이 끊겼다. 그리고 


그 어지러운 챗바퀴 속 한 가지 생각만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시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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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광 사부 24.06.17 2 0 14쪽
7 날아올라 저 하늘 24.06.15 4 0 12쪽
6 영약 24.06.13 6 0 12쪽
5 검푸른 팔 24.04.19 6 0 12쪽
4 노을 24.02.24 9 0 13쪽
3 카린 24.02.21 5 0 13쪽
2 작은 의자 24.02.18 8 0 15쪽
1 스팸문자 24.02.16 1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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