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0층을 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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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24 15:12
최근연재일 :
2024.05.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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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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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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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탑의 0층을 파보았다 1화

DUMMY

“박병식, 걔는 진짜 생각이 없다니까.”


늘 나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던 친구.

응원한다고, 힘내라고 해주던 친구.


그 친구가 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


“각성해놓고 몇 개월 째 1층인 사람이 어디있냐? 어지간히 생각이 없지 않고서야.”

“큭큭. 참아요, 참아. 각성하셨잖아. 그 수련인지 뭔지도 끝나간다잖아. 곧 올라가겠지. 그러면 돈 엄청 벌 텐데 뽀찌 떨어지는 거 기다려야지.”

“어휴, 각성자가 벼슬이야 벼슬. 진짜 그것만 참고 기다리고 있다 내가.”


가장 친한 친구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그 많던 위로들은 다 거짓이었구나.

그냥 나를 돈통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배신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음이 아팠다.


아픔을 넘은 괴로움.

결국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마치 내가 죄를 짓기 라도 한 것 마냥.



*



각성자.


선택받은 사람.


각성자가 되면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

탑에서 얻는 마정석은 인류의 소중한 차세대 자원이 되고, 공략하지 않으면 멸망을 야기하는 탑을 오르기에 각성자는 영웅 취급을 받는다.

아니, 실제로 그들은 ‘영웅’이라 불린다.


한 마디로, 각성자가 되는 것은 로또 당첨된 것과 같다.

인생 폈다고 할 수 있다.


박병식. 26세.


남자다.


직업은 자택경비원.


그리고 박병식은 각성자였다!


6개월 전. 처음으로 각성한 날.


[박병식님은 각성하셨습니다.]


“깜짝아.”


선택받은 이들만 들을 수 있다는 탑의 메시지.


처음에는 보고 꿈인가했다.


“각성이라니... 내가 각성이라니...”


대학을 졸업한 후 2년.

알바를 전전하며 살고 있었는데 불쑥 각성을 하게 되다니.


-스팟!


각성자는 각성의 순간, 탑의 1층으로 이동되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각성자 박병식님, 직업을 선택해주세요.]


직업.

탑에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한다.


“오오...!”


그리고 각성자에게는 적성에 맞게 1개부터 4개까지, 직업 카드가 주어진다.


그 중에서 끌리는, 원하는 직업을 고르면 되는 것.


박병식이 받은 카드는 다음과 같았다.


[야만전사]

[낚시꾼]

[소환사]

[시체술사]


“4개나 있잖아?”


일반적으로는 1개나 2개 정도를 받는데, 왜인지 무려 4개를 받은 박병식.

직업을 고르기만 하면 2층으로 바로 이동되고, 각성자로서의 빛나는 삶이 약속되어 있었다.


“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직업을 골라 빨리 2층으로 갔을 것이다.


“로그아웃!”


하지만 박병식은 남들과 달랐다.


완벽주의.

바로 게임에 있어서의 완벽주의가 있었던 것.


박병식은 과거 모 단풍잎 게임이 유행했을 때 힘10, 운10을 맞추기 위해 주사위를 100번이고 1000번이고 돌렸던 사람이었다.


RPG게임을 하면 그 지역의 퀘스트며 히든 피스를 다 찾아내야 성미가 풀리는 성격이고.


던전 탐험률은 100%를 만들어야 후련해지는 성격.


필드.


탑의 각 층에는 층별로 ‘필드’라고 불리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선대 각성자들이 밝혀놓은, 1층의 특징.


쓸모없고 힘든 하나의 행동을 1층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인내] 능력치가 오른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특징이 더 있지.’


1층은 다른 층과 달리,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 바로 2층으로 넘어가버리고 1층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박병식은 그것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박병식은 삽을 가져갔다.


“이왕이면 결과물이 보이는 것이 좋으니까 삽으로 하자.”


그리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팠을까.


-띠링!


[인내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개꿀!”


박병식은 농사꾼처럼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상태창!”


[플레이어 : 박병식

레벨 : 1

직업 : 없음

위계 : 없음

최고기록 : 1층

체력 10 / 지력 10 / 순발력 10 / 완력 10 / 행운 10 / 인내 11

특성 : 없음

스킬 : 없음

신비 : 없음]


인내는 실제로 탑을 오르며 많이 쓰인다. 특히 인내가 없으면 각종 상태이상 저항에 약해져 후반부 탑 공략에 큰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인내 능력치는 현재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희귀한 몇 종의 아이템을 제외하면 1층에서의 이 노가다뿐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짓을 안 했다.


왜?


‘귀찮고 힘드니까!’


1층에서 그러고 있느니 하루빨리 올라가서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각성자는 엄청난 돈과 명예와 지위를 누릴 수 있으니.


하지만 박병식은 다르게 생각했다.


멀리 봤다.


‘어차피 각성을 했으니 먹고 살 걱정은 없어. 지금 올라가나 조금 늦게 올라가나 돈을 버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각성자는 각종 위험에 노출 된다. 인내 스텟은 상태이상, 즉 안전과 연관있어.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반드시 도움이 될 거야.’


완벽주의.


그것이 박병식의 성격이었다.


그리고 노가다라면 또 자신 있었다.


‘나중에는 분명히 쓰일 스텟이야.’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위대하신 각성자, 살아있는 빛이자 영광 그 자체인 ‘골드리버’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각성자 커뮤니티 ‘각성피아’. 참고로 ‘각성조아’라는 커뮤니티도 있었는데 거긴 망했다.


아무튼 그곳에 박병식이 1층에서 삽질 중이라고 남긴 글에는 그를 향한 따뜻한 댓글이 여럿 달렸다.


-병신임?

-와 저 짓을 하는 애가 아직도 있네. 인내 스텟 후반가서야 쓰이는 거 모름?

-제발 하지 말라면 하지 마! 하긴 엄마말도 안 듣는데 우리말을 듣겠냐만은...

-독하다 독해. 빨리 층 올라서 마정석이나 벌으셈.

-진짜 삽질중이네...


“흠 그정둔가.”


다른 층과 다르게 1층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직업선택밖에 없는 층이어서 그런 걸까?

왜인지는 모른다.

하여튼 그랬다.

인내를 직접 쌓을 수 있는 기회는 1층뿐.


“너희는 짖어라... 나는 판다...”


박병식은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인내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인내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인내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딱 인내 6개월만 하고 접는다!”


자린고비를 보며 밥을 먹듯, 힘들 때마다 방송에서의 각성자들의 아름다운 삶을 보았다.


-각성자들 진짜 좋겠다고요? 아무 이유 없이 각성당해서 평생 대우 받으며 걱정 없이 살고? 음..... 네, 사실 맞아요. 진짜 좋아요. 너무 좋아.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하느님부처님알라신님! 각성자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대충 탑에 들어가서 이미 공략한 층 다시 깨주고! 그럼 보상이 나오고! 그러면 돈을 벌고!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각성 최고야! 각성 최고!


“저게 몇 달 뒤의 내 모습이다! 힘내자 박병식!”


그래도 힘이 나지 않을 때면, 뒷담화를 한 친구를 생각했다.


“내가 반드시 보란 듯이 보여준다!”


그러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좀 더 삽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장장 6개월.


“상태창!”


[플레이어 : 박병식

레벨 : 1

직업 : 없음

위계 : 없음

최고기록 : 1층

체력 20 / 지력 10 / 순발력 10 / 완력 20 / 인내 299

특성 : 없음

스킬 : 없음

신비 : 없음]


6개월의 일은 헛고생이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흐뭇한 상태창.


“인내 299!”


곧 300.숫자조차 딱 떨어지게 아름다웠다.

영광의 순간이 눈앞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띠링!


[인내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흐엉엉엉!”


박병식은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300! 300! 300!”


끝이다 끝!

이 지독했던 삽질도 끝!

고생 끝 행복 시작!


박병식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렸다.

장장 6개월. 그간의 고생이 너무나도 길었던 것.


“이제 각성자로서 안전하게 돈을 벌 일만 남았다! 대우받고 떵떵거리며 살 일만 남았다고!”


그때.


“오잉...?”


파낸 바닥이 뭔가 이상했다.


“어라라...?”


그 바닥의 아래가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던 것.


-콰직.


“어, 어어?”


-쿠광쾅.


바닥이 가라앉았다.


한순간에 박병식은 하강했다.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허우적대며.

박병식은 아래로 떨어졌다.


“어어어어억!!!”


아래로. 더 아래로.


아래에는 우주와 같은 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우주는 아니었다.

다만 별들이 박힌 바다라는 점은 비슷했다.


어둡고, 느렸다.


‘이게, 무슨.....’


어느 순간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내려갔다.


느리게, 더 느리게.


‘아아...’


2차원의 개미에게는 위가 없다.

앞과 뒤만이 있을 뿐.


그와 같이 박병식에게도 역시, 인지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3차원의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


마치 튜브처럼 연결되는 공간.


‘이런 일이... 있다니...’


아래에는 위가 있었다.


박병식은 계속 내려갔다.

아니, 점점 올라갔다.


어둠의 농도가 짙어졌다.

그 어둠은 고통이 되어 박병식을 공격했다.


‘크아아악!’


[어둠의 마력에 의한 정신침식이 일어납니다.]

[인내가 높습니다. 버팁니다.]


‘시발놈아 왜버티는데!’


박병식의 정신을 가격하는 고통.

뇌를 찢고 주사를 놓는 것 같은 아픔.

그러나 인내에 의해 기절조차 할 수 없었다.


[버팁니다.]


‘크아아아악!’


오래. 더 오래.



아랫바닥이 윗 천장이 되고

검은 우주 속에서의 끝없는 하강도 멈춘

그리고, 그런 것들을 누구도 상상조차 못한

각성자들이 이제 막 탑의 중반을 오르고 있는 시대에


쿵-!


한 남자가 99층에 도달했다.


새하얀 눈밭.


“여긴...... 대체......?”


혼란스런 박병식에게 시스템의 소리가 쏟아졌다.


[축하합니다!]

[최초로 탑의 99층에 도달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각성자의 능력치와 아이템을 종합해 보상을 산정합니다.]


[레벨1, 직업 없음, 위계 없음, 특성 없음, 스킬 없음, 신비 없음, 아이템 없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희귀도 SSS급 달성, 에픽급 보상을 지급합니다.]


“SSS급...이라고?”


들어본 적도 없는 등급.


다른 각성자의 사례를 봐도, 최고가 A급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축하합니다!]

[최초로 탑의 SSS급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마왕(SSS)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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