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입단(入團) (5)
37. 입단(入團) (5)
“연장 준비 됐지비.”
리춘삼.
북한군 소속 군인이었지만 대통합의 계절 전, 이계인들의 이주와 함께 탈영. 현재 한국에선 소속 없이 이것저것 돈이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하는 중.
사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삼인조 중 나이는 가장 많은 41세.
어쩐지 나이를 속이는 편이 일을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35세인 척하고 있음.
이 일 역시 그렇게 구했고 그러다 보니 막내로 굳어진 상태.
“종간나 새끼.”
스킬.
‘칼자루 바꾸기’
손잡이를 쥔 검의 크기를 키웠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음.
“아이고, 알겠소 성님.”
박나성.
한때는 요식업에 몸담았으나 이계인과의 잦은 마찰 끝에 폐업, 복수를 위해 이계인 조인족 한 명 살해.
칼을 쓰는 것에 능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뒷세계에서 구르게 됐음.
삼인조 중에선 이 바닥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고 그려?”
사용하는 스킬은 ‘단검 투척’
총 다섯 개의 단검을 생성해 던지는 게 가능.
“좋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희’라고 불리는 삼인조의 대장.
딱히 성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곤 청두파 내에서도 알려진 게 없으나, 다른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고서도 이기는 바람에 대장 역할을 하고 있음.
찹-!
스킬은 ‘탄력성 몸’
팔다리 등 신체를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이는 게 가능함.
“가자.”
이렇게 셋.
삼형제, 혹은 삼인조가 바로 청두파의 새로운 말단 간부 후보이자 이 새림 아파트 단지를 맡아 지키고 있는 주요 인원이었다.
“하, 시발.”
하지만 그들에 관한 정보를 하나도 모르는 정우는 그저 이 세 덩어리를 서둘러 쓰러뜨리고 싶을 따름이었다.
“18층부터 쉽지가 않냐!!!”
다다다다다-
어차피 상대가 가진 스킬을 전부 파악하고 반응하는 것은 느리다.
“흡!”
그러니 이쪽에서 먼저 가야지.
“죽어!!!”
나는 곧장 앞으로 나선 리춘삼의 하반신을 노리고 자세를 낮춘 뒤 뛰어들었다.
‘칼을 휘두를 게 뻔하다면 이 편이 좋아!’
트롤과의 전투와 비슷하게, 덩치가 큰 상대라면 당연히 하반신을 노리는 게 좋을 거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욕본다.”
하지만 내 계산은 틀렸다.
“후아!”
그는 들고 있던 칼을 쭉 ‘늘여’ 그대로 떨어뜨렸다.
쾅!!!
‘칼을 크게 만드는 게 스킬이었나?’
“제길!”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트롤일 뿐이라는 거지!”
어차피 무게를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공격이 주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오히려 팔을 휘두르는 트롤보다 상대하기 쉽다.
“이거나 먹어!”
리춘삼의 몸만큼 커진 칼을 가까스로 피한 뒤 이번엔 확실히 파고들기 위해 바닥을 두 손으로 잡고 발을 뻗었다.
복부 쪽에 크게 한방 들어가면 눕힐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리 덩치가 크더라도 트롤보단 아니니까!’
휙-!
“큭!”
하지만 이번에도 계산이 틀렸다.
아무리 내 발차기가 빠르다고 해도 단검이 더 빨랐으니까.
쨍그랑-!
“하아······.”
다시 거리를 벌린 뒤 단검이 종아리를 스쳐 생긴 상처를 쓸었다.
‘깊지는 않아.’
더 들어갔으면 분명 단검이 박혔을 것이다.
“아따, 거리 좀 벌려서 혀라. 맞추기 어렵잖어.”
촤르륵-!
박나성이 두 손을 아래로 내릴 때마다 그의 소매에서 단검이 튀어나왔다.
마치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는 인섹터의 발톱처럼.
“뭐 있는 것 같더만 별거 아닌디!”
휙-! 휙-! 휙-!
“쳇!”
그는 요리조리 잘도 다른 두 놈 사이로 단검을 날려 댔다. 덕분에 몇 바퀴나 추하게 구르며 피하긴 했지만.
팅-!
무기를 이렇게 깔아둬서야.
“나도 던지는 건 자신 있거든!”
그렇게 나는 단검을 잡고 그대로 던졌다.
인섹터의 발톱이라면 무거워서 하지도 못할 짓이긴 했지만, 단검을 던지는 것이라면 일대 다수인 내가 훨씬 더 유리하다는 건 자명할 테니까.
푸흐-!
“뭐야?”
하지만 내가 던진 단검은 공중에서 말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무기를 그렇게 쉽게 내어 주겠니?”
제길, 스킬 사용자만 쓸 수 있는 타입인가?
아니면 최대 단검 생성 개수를 계산해서 내가 닿는 거리까지 조절?
그것도 아니라면 자유롭게 만들고 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건가?
휙-!
하지만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 중에 그 끝을 낸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퍽!!!
“커헉!!!!!”
그도 그럴 것이 원희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졌으니까.
찹-!
그는 마치 채찍처럼 늘려 휘둘렀다가 다시 줄어든 팔을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죽이진 마. 어디 쪽 식구인지 확인해야 할 것 같으니까.”
“예, 형님!”
“······!”
리춘삼은 거대한 칼을 휘둘러 기둥 하나를 말 그대로 부쉈다.
콰과광!!!
파편으로 시야가 가려진 사이, 박나성의 단검이 날아든다.
휙-!
“이런 시발!”
겨우 다 피하긴 했지만.
“시발······.”
“이제 항복할 생각이 드나?”
확실히 이 셋.
상대하기가 너무 까다롭다.
‘이런 젠장. 혼자서 다 쓰러뜨리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삼인방의 실력은 확실히 내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실제로 다른 두 놈은 몰라도 저 원희라는 놈의 스킬은 어떤 이계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예측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만약 알았다고 해도 대응하긴 버거워. 셋은 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잠깐의 합을 나누고 곧장 부상을 당했다.
기동력을 살려 빨리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스킬은 제대로 파악해서 싸우는데 시간이 더 걸릴 거고.
‘사간이 계속 흐른다.’
그렇게 되면 장비를 설치하는 건 실패가 확실했다.
“그냥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겠어.”
“뭐여? 포기하는겨? 근데 우짜쓰까. 여기까지 올라왔다가 네가 원하면 그냥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보네?”
“아니, 그냥 가는 건 애초에 선택지가 없긴 했지.”
투툭-
나는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확실히 내가 가는 건 무리겠다.”
기동력은 포기한다.
적에게 거리를 내어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변한 건 없다.
“확실하게 한 놈씩······!”
이계인을 상대하는 것도 익숙하다.
인간은 그것보다 더 쉽다.
하지만 스킬을 가진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워낙에 변칙적이니.
“그래도 가야지.”
확실하게.
휙-!
그렇게 나는 다시 리춘삼 쪽으로 몸을 낮춘 채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아까처럼 무턱대고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내가 신중해졌다고 생각한 놈은 이번엔 자신이 든 칼을 긴 ‘도’의 형태로 바꿔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이 편이 거리를 잡기도 쉽고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거지?’
예상 밖의 공격.
하지만 보다 확실하게.
샥-!
도신을 다 피하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가장 깊숙한 손목 쪽까지 더 다가가 회전력을 최소화, 내 피해도 최소화 하며 맞는다.
“큽!”
옷을 베고 왼족 옆구리까지 날카로운 것이 박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나 베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퍽-!
나는 그대로 그의 팔을 한 손으로 감아 붙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목덜미를 잡고 박치기를 작렬시켰다.
“검이 없으면 별 거 아닌 거잖아!”
“크흑!”
하지만 여기서 놔주면 안 되지.
박나성이 던지는 단검을 막아야 하니까.
“거리를 좀 벌리라고 하지 않았냐!”
휙-! 휙-! 휙-!
“따끔해도 좀 참아!”
같은 편을 잡고 있어도 던질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또 확실하게.
푹-! 푹-! 푹-!
“아아악!!!”
단검 세 개 중 두 개는 리춘삼의 몸으로 막고.
“먼저 없어지는 쪽은 가장 마지막에 던진 것.”
남은 마지막 한 개는 내 어깨로 받아내는 동시에, 그대로 리춘삼의 몸에 박힌 단검을 뽑아, 그를 놓아주며, 다시 던졌다.
푹-!
“커헉!”
그가 운용하는 단검의 수는 총 다섯.
그중 셋을 던지고, 둘은 손에 쥔 채, 마지막 것부터 차례로 없앤다.
그렇다면 내 몸에 마지막 것을 박아 넣은 채로 다른 것들을 사라지게 둘 순 없다는 거지.
“두 놈은 끝났고.”
그리고 이제 마지막, 채찍처럼 늘어진 발차기가 온다.
휙-!
“흡!”
진짜 채찍이라도 휘두르는 것처럼 파열음이 이 층에 울려 퍼졌다.
또, 역시나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역시······!’
상대의 위치는 두 눈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두 놈과 구르다 보면 어김없이 얼토당토않은 곳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그걸로 추측하기로.
“기둥에 감아서 찬 거지!”
원희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길게 늘였다가 내게 고무줄처럼 쏘는 것이 아니라.
길게 늘인 상태로 기둥에 감아 방향을 틀어 공격하는 것이다.
콱-!
“채찍을 거둘 때는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까, 충분해.”
그래서 이번엔 기둥 쪽에서 싸웠고 발이 오는 방향을 예측해 피한 뒤 다시 돌아가려는 발을 붙잡아 기둥에 그대로 걸 수 있었다.
“큭!”
원희도 적잖이 당황한 듯 깽깽이 발을 하며 질질 기둥 쪽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툭- 툭- 툭-
“와.”
기동력은 진즉에 포기했다.
그러니 상대가 내게 다가오게 만들어.
“이런······!”
확실하게.
“시발!!!”
상대가 팔을 뒤로 늘리는 것을 봤지만, 한 대 정도는 맞을 필사의 각오로 나 역시 주먹을 뻗었다.
쾅!!!!!
“컥······!”
그렇게 공격은 제대로 적중했다.
“하아, 하아······.”
예상치도 못하게 너무 힘겨운 싸움을 했다.
하지만, 결국 또 혼자서도 이겨냈다.
“후우.”
이제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이 세 놈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놈들을 살려뒀다간 뒤따라올 수도 있고 후에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예상치도 못한 변수로 작용할 게 뻔했다.
나를 봤고, 또 나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후환은······.”
나는 가장 가까이에 쓰러진 먼저 원희에게 다가가 무릎으로 목을 누르며 앉았다.
“크윽!”
그는 품에 숨긴 칼을 꺼내려다 놓쳤다.
숨을 쉬기 버거운 것인지 축 늘어진 팔다리가 낙지의 발처럼 꿈틀거렸다.
“후환은······.”
처리해야 한다.
확실하게.
하지만.
“후아!!!”
나는 결국 칼만 챙겨 다시 일어섰다.
이번 일에서 내가 죽일 상대는 ‘정산’뿐이니까.
“쫓아올 생각은 마. 그러면 살려 줄 테니까.”
혼자가 되었어도, 깡패도 경찰도 아니더라도, 나는 확실하게 인간이다.
힘이 있어 다른 인간을 멋대로 죽이는 악인 같은 게 아니라.
삑-
그때였다.
차혜정으로부터 긴급 신호가 들어왔다.
“어, 말해.”
“지하실 확인했습니다.”
“우리 예상이 맞았어?”
“여기, 오크가 한 명 있습니다. 근데 정산 사장이 아니라······.”
하지만 예상대로 돌아가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반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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