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군인이 깽판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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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입(異入)
작품등록일 :
2024.07.24 15:32
최근연재일 :
2024.07.25 15: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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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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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7.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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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프롤로그

DUMMY

오늘은 이상했다.


***


“호오, 제법 상등품이군. 가죽에 흠도 없고···”


이번에 사냥한 것은 기괴한 거대 오소리같이 생긴 뤼뷔르크라는 마물로 심장과 손톱, 가죽이 제법 비싼 값에 팔리는 녀석이다.


시체를 매입하는 상인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이리저리 마물의 시체를 들어봤다. 하지만 이상한 표정이다. 마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는 듯 찝찝한.


“2튀르, 다 합해서 50튀르 그 이상은 안 돼.”


5튀르가 석 달치 평민의 생활비니 많은 돈인 것 같지만, 마물을 잡기 위해 갖추어야 할 무장, 함정, 위험 부담까지 합치면 수지타산이 영 맞질 않는다.


스카는는 에엥?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4튀르는 쳐줘야 하는 거 아냐?


반값이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영감, 미쳤어? 줘, 그럴 거면 다른 데서 팔게.”



옆에 그림자를 드리고 있던 할이 발끈 화를 냈다. 붉은머리에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 우락부락 험상궂은 얼굴에 무서울 법도 하지만, 마물을 매입하는 상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근방에선 비슷할 거다. 성에서 유통 대금에 세금을 더 거두겠다고 공문이 날아오는 바람에. 우리도 중간에 세금이 떼여서 마진이 확 줄었어... 줄 돈이 없다니까? 어쩌겠어 윗사람이 까라면 까는 것이지.”


어쩐지 상인들이 힐끔힐끔 우리를 보는 눈이 묘하긴 했지만.


“데이지, 확인해봐.”


“응.”


데이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쏜살같이 움직였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곧 사실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할은 이미 빈정이 잔뜩 상한 모양이다.


“대장, 다른 관할령에 가서 팔아버리자.”


“안 될 걸.”


이 많은 물건들을 끌고 다른 관할령으로 가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분명 성 밖을 나가는 길목에서 자신의 영지령 사냥터에서 잡은 것은 외부로 보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내가 한숨을 쉬자 눈치가 빠른 데이지가 할의 어깨를 끌어내려 슬쩍 귀속말을 전했다. 분개하려고 하는 할의 어깨를 툭툭 건드려주고는 그냥 헐값에 사냥감을 팔아버렸다. 그래도 은근슬쩍 몇 골드는 더 얹어주기에 슬쩍 눈인사는 해줬다.


“아마도 자기네 토벌대가 주목을 못 받는 게 기분이 나빴나 봐. 영입 제의도 무시하고. ”


귀족으로서의 권위, 영지민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군사력이 아닌가. 웬 뚱딴지같은 애들이 토벌대 역할을 하고 마물 둥지를 싹 쓸어가니 이리저리 일이 꼬일 수밖에.


“뭐 그래도 신전이 싫으면 신관이 떠나는 거긴 하지.”


“그래도 이만한 데가 별로 없었는데.” 데이지가 혀를 찼다.


“그렇다고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싫어.”


그래도 반년 정도는 머물고 있던 제법 정든 마을이긴 하다. 뒷산에 마물의 둥지도 제법 보이고, 적당한 유통망도 있어서 바로 수익화하기도 좋고. 사냥으로 먹고 살 곳을 고르기 까다로운 것이, 마물이 지나치게 많으면 위험하고, 마물이 적으면 돈이 안 벌리고, 또 팔아먹을 곳이 너무 멀면 유통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의약품도 구하기 어렵고.


"이래서 계급이 깡패야." 할이 내가 자주 하던 말을 따라하며 투덜거렸다.


제가 살던 곳에 계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은 못하겠다. 자본으로 내려오는 계급? 하지만 전쟁과 바이러스가 터지고 나서 정부가 무너지고 자본이 무의미해지니 힘이 곧 계급이 되었지만.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 아닐까.


“적당히 벌어서 은퇴하고 싶다. 어디 한적한 데 농사지으면서 귀여운 새끼 무럭무럭 낳고 싶다.”


스카는 작은 소망을 중얼거리며 수레를 끄는 짐승의 엉덩이에 채찍질을 했다.


"대장은 항상 이상한 말을 해. 인간 치고 어린거 아니였남. 할까 나랑? 무럭무럭 새끼 낳기."

"싫어, 이 고양야."


데이지가 마차에 팔을 걸치고 키득거렸다.


"그러니까아- 고양이가 뭐냐니까."

"그런게 있어. 너랑 비슷하게 생긴거."


이 세상엔 고양이가 없다. 하지만 그녀의 귀와 눈동자는 고양이랑 닮았다. 전투 종족인 아루루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인간보다 빠르고, 인간보다 귀가 밝고.. 하여간 인간보다 모든 스팩에서 뛰어났다. 하지만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유감이지만 고양이보단 개...


그보다 그녀도 진심은 아니다. 그냥 하는 농담이지.


“어이, 늑대들 이제 떠나는 거냐? 거기 실린 짐은 뭘까?”


성문을 검문하는 경비가 마차를 가리켰다. 할이 마차에 기대어 대답했다.


“아니, 그냥 여기서 산 것들. 이런 것도 못 가지고 나가게 하는 건 아니겠지?”


할은 마차에 있는 천막을 걷고 드러나는 물건을 보여주고, 나는 경비들에게 슬쩍 돈주머니를 쥐여주었다. 병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적당히 마차 한대 정도의 통행세만 받지.”


내가 손을 들며 대답했다. “감사.”


그러자 병사는 머쓱하게 말한다.


“뭐, 아무튼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리 영주님한테 너무 불만 가지진 말고.”


“딱히 없으니까 걱정 마시고요.”


말, 아니 도마뱀 같은 마수가 끄는 마차가 덜그럭거리며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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