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ㄱ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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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트레이더밥
작품등록일 :
2024.08.07 01:16
최근연재일 :
2024.09.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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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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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군 면제의 꿈

DUMMY

오늘은 수업을 들으러 왔다. 

전공 수업인데 역학? 이거 뭔가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슬슬 날 것 같은 과목이다. 


/103호

“하아암, 아 술이 안 깨네? 머리야, 책도···없어. 아-놔. 지갑만 들고 왔어. 정신 놓고 사나 봐. 에효···


자취하는 원룸에서 겨우 일어나서 가글만 하고 오는 길이다. 가글하니 술이 더 취하는 느낌인데 어쩔 수 없다. 입에서 아가리 똥내라는 썩은 내가 나서 구토가 일더라···


안으로 들어서니 다들 뭔가 비장한 표정이다. 우리 우주인은 별생각 없는지 책상에 엎드려 있다. 가서 옆구리를 푹 찌른다.


“으, 으읍 우읍! 야! 토할 뻔! 왔냐?

“어- 근데 다들 표정이 왜 이리 진지해? 뭐 시험이라도 치는가? 

“하?! 븅신 오늘 기말고사 치잖아. 대한민국 우승하면 다 A+ 준다 했는데 아- 큰일이다. 기도해야지.

“뭐-어?! 씨부럴! 진작 말을 해야지! 

“···언제 공부했다고 그냥 마음을 비워, 그러면 평화가 찾아온다고. 헤헤


정신 나간 놈이다. 나는 급하게 책을 찾아보려 했으나 지갑만 들고나왔다. 


“쩝···없네? 하하. 그래 마음 비우자. 언제 공부했다고 아 역학이면 이거 대충 문제 기억나는데?

“어, 뭐? 아주 그냥 헛소리 대마왕 납셨네. 그래. 풀어봐라. 수업 시간에 맨날 졸더구먼 뭔- 어 조교 왔다.


/드르륵

“다들 오픈북이니까, 책 넣을 필요는 없고 지금부터 여기 이 용지 뒤로 넘겨.

“예에-


엄청 익숙한 얼굴이다. 석사과정이었나? 박사과정이었나. 한참 선배인데 시험 감독으로 자주 오는 형이다. 문제 못 풀고 낑낑거리면 옆에서 답도 알려준다.


“오, 이박사님 방에서 지원인가 봐. 대박!

“그러게 흐흐, 한 문제는 풀겠다. 


“자- 자. 여기 문제는 기존 족보에 다 있던 거니까. 시간은 무제한 다 쓴 사람은 교수님 방으로 가져와라. 알겠냐?

“예에-


이게 무슨 시험이 이따위냐고 하겠지만, 오픈북을 해도 평소에 공부를 미리 한 상태가 아니면... 알아먹을 수가 없다. 


일단 원서고 예제는 따로 있는데 푸는 과정이 참으로 난해하다.

하지만 정답이 틀려도 풀이하는 과정이 맞으면 모두 점수로 인정되는 것이 대학의 채점 방식이니 풀어는 본다.


“야, 썩은 물. 이거 알겠냐? 저번에 족보 풀이했던 것 같은데 맞지?

“그게 20년도 넘은 것 같은 게 아니고···오? 맞네? 이거 쉬운 문제야. 2차원, 비압축성의 평면 유동장에서 x축과 일치된 수평의 유선을 따라 움직이는 유체입자의 속도는 실험을 통해 u = x^2로 표현된다. 이 유선을 따라 다음의 표현식을 구하라. (단, 유체는 Newton 유체이다)

(a) y에 관한 v의 속도 성분의 변화율 (b) 유체입자의 가속도 (c) x 방향의 압력구배 ···


누가 보면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이게 우리 과 스타일이다. 다 같이 풀어도 풀이 과정을 보면 교수님들은 안다. A+과 A, B가 다들 뭐 거의 토론하듯 풀어내지만 갈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은 풀고 하나둘 포기를 때리고 답안지를 들고 나선다. 우리도 안 돌아가는 머리를 부여잡고 쥐어뜯다가 이제 포기하고 나가려고 한다.


“···으. 머리 너무 썼다. 터질 것 같아.

“인정. 아- 그냥 B 받고 치워야겠어. 모르겠다-

“그래, 가자. 언제 공부했다고!

“그러엄-


과에 다른 아는 녀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주인과 함께 주린 배를 채우러 나간다. 항상 먹는 남자의 음식, 오늘도 제육볶음이다.


/학사분식

“제육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아!

“고럼, 마법의 레시피지. 이모 여기 제육 둘이요.

“어- 그래, 제육 둘-


그냥 매일 먹는데도 또 먹게 되는 마법의 제육을 시키고 우주인 녀석이 떠온 반찬들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으흐으음- 분홍 소시지 이건 뭐로 만들지?

“음, 우물우물. 밀가루?

“아? 그럴 리가 이렇게 맛있을 리가 없어!

“맞는데- 냠. 그거 향이야, 고기 향. 

“몰라- 맛만 있음. 됨!


제육이 나오는 순간, 우리 입으로 사라지고 트림 한 방을 날리고 계산한다. 우주인 녀석은 또 나가고 없다.


“쩝, 호구인가 나는···이모 여기 만원이요.

“그래, 거기 돈통에 넣고 가- 어서 와요- 뭐 주까?


꾸준히 들어오는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거시는 이모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주인은 어디서 뽑았는지 믹스 커피 한잔을 내민다.


“달달하구마안- 마셔.

“땡큐! 아- 달다. 역시 커피는 맥쉼이야. 아아 한잔 해야 하는데?

“아아? 어디 아프냐? 너 이번 엠티 가야지 참!

“엠티?


MT라 멤버쉽트레이닝, 거참 촌스럽지만 많은 일이 생기는 참으로 좋은 경험이다. 어제 마신 술로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보니, 영어 회화 동아리에서 MT를 간다고 했던 것 같다.


“어디 간다고 했지? 고슴도치섬 간다고 했던 것 맞냐?

“어, 7만원씩 내라고 하는 것 같던데···나 돈 좀 빌려줘.

“너 알바비 안 들어왔어? 아, 잘렸지.

“어, 계란말이 한 10개째 태워버리니까 잘라버리더라. 아주 사람이 팍팍해-

“허허, 참. 나라도 자르겠다. 무슨 주방 알바가 계란말이를 못 하냐. 서빙은 안 된데?

“어, 못생겼데- 울 엄마는 나 미남이라 했는데?

“음···안목이 특별하셔서 그래. 뭐 담에 갚아라.

“어, 생각해보고


우리 우주인이 빌려 간 돈이 몇십은 되는 것 같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이라 정 안 되면 집으로 찾아가서 받으면 될 일이다. 주인이가 몇 대 얻어터지겠지만 금전의 세계는 냉정한 법.


맥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 들고 자취 중인 원룸으로 들어온다. 


“휘- 썩은 내! 뭐야 이거 사람 사는 곳 맞아?

“바퀴벌레와 경쟁 중이야, 사람이 먼저 죽는지 아니면 바퀴벌레가 먼저 죽는지 시험 중이지.

“아 개소리도 작작. 환기 좀 하자-


창문을 열고 방향제를 뿌리니, 내 방 같지 않은 상큼함이 가득 찬다. 


“킁킁- 휴, 좀 살겠네. 배고프다 먹자.

“방금 밥 먹었는데 천천히 먹지?

“아냐, 술배는 따로 있는 거야. 아까워?

“아니- 마시자.


한참 또 먹고 마시고 쓰잘때기 없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배도 부르고 졸리기도 한다. 주인 녀석은 잘도 먹는다. 녀석을 보며 물어본다.


“야, 근데 우리 군대 가야 되는데 어쩌지?

“저번에 동반 입대하기로 했잖아. 다음 주쯤에 나올걸?

“아 맞네. 너 이번에도 학사경고 받으면 퇴학 처리되는 거 아닌가?

“어, 맞아. 그래서 군대 가야 해. 캬캬!

“븅신···좋단다. 


우주인은 똑똑한데 진짜 진심으로 놀고 있다. 그래서 대학 입학이 취소되지 않으려면 군대를 가야 하는 처지다. 나는 좀 고민 중이다.


“주인아, 혹시 군대 안 갈 방법 없나? 

“어, 다리를 부러트리거나 그 십자인대 박살 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한쪽 눈이 안 보여도 안 갈 것 같은데? 도와줘?

“아무래도 아프겠지?

“어, 나 보드 타다가 십자인대 박살 났는데, 와- 세상이 사라지는 줄?

“오···그냥 군대 가야겠다. 뭐 다른 방법은 없나?

“그 들으니까, 결혼해서 애가 3명인가? 있으면 된다던데? 지금부터 노력해서 3 쌍둥이 놔봐.

“오?!


뭔가 나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생계유지를 위해서 무슨 출퇴근 하는 형태로 대체복무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좋은 방법이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오- 빨리 그럼 3명 놔야겠다. 똑똑한데?

“그러엄, 이 형님이 우리 무식한 썩은 물 보다는 똑똑하시지. 근데 결혼을 해야, 애를 가지지?

“··· 어?! ···어? 생각해보니까 결혼 안 했네? 한 것 같은데 왠수 같은 마누라 분명히 있었는데?

“이 븅신은···잘 나가다가 항상 삐딱선이냐? 일단 여자부터 찾아봐! 누가 마음에 들어? 이 형이 다 소개해줄게!


내가 녀석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키는 참 크다. 한 190cm 되려나, 근데 비율이 망했다.

머리가 어떻게 하면 저렇게 크지? 이건 뭐라 해야 할까? 초대형 마이크 같이 생겼다. 아주 폐급이다. 저런 녀석이 소개를 한다라···믿음이 안 간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해볼게. 우리 우주인이 데려오는 여자는 다 외계인일 것 같네. 난 지구인 좋아.

“하? 이 형의 인기를 모르는구나? 하-! 나 참! 후회하지 마라!

“어! 절대 안 할 듯. 근데 여자가 없잖아. 우리 공대라 다 남자고 동아리에도 다들 이미 연애하지 않나?


우주인이 한참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어, 다들 좀 이쁜 애들···아니 이쁘고 말고 여자면 다들 남자친구가 있지. 남자밖에 없네. 어?! 아 한 명 있다. 미. 이. 슬!

“오-! 맞네! 이슬이 여자였지?

“어! 나도 오늘 알았어! 맞네, 여자네! 오 쉣!

“여자 맞겠지? 

“어, 맞을걸? 신체 구조가 여자···맞나?

“음···맞는 것 같에 생물학적으로 여자 일 거야.

“근데 결혼해서 3명이나 애를 가져야 하는데 이슬이는 좀 아니지 않나?

“어? 그건 그러네? 근데 살아보니까, 여자 뭐 다 거기서 거긴 거 같은데···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우주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얼마나 미이슬이 싫었으면 그런 말을 하겠니. 그냥 이 형이 찾아볼게. 다른 과에는 여자 많으니까. 저기 문과 쪽에는 널린 게 여자야.

“음 뭐 만날 일이 있어야지. 일단 생각 좀 해보자.

“그래, 미스리는 좀 아니야. 이 형이 찾아볼 테니 인생을 포기해서는 안 돼.

“어, 그러자


미이슬이 들었으면 아주 두들겨 맞았겠으나 우리끼리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이 흐른다. 할 것도 없고 피시방에 가서 와우를 열심히 해준다. 


“붕대 발라!

“와드 박아!


뭐가 그리 신나는지 풀쩍풀쩍 거리며 게임 속 세상을 뛰어다니다가 보니 밤이다. 피방비는 주인이가 내면서 생색이라는 생색은 다 낸다. 아 더럽다. 그냥 내가 내고 말아야지.


***


시간이 흐르고 동아리 MT 날이 다가왔다. 나는 지갑과 팬티 두 장이 든 에코백을 달랑거리며 기차역으로 향했다. 동아리 인원 30여명 정도가 다들 기대하는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1학년 후배들이 인사를 하기에 손을 들어주고 우주인과 미이슬을 향해 다가간다. 둘이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썩은 물. 아니 고인물 그 녀석이 나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어! 너랑 결혼 생각하더라니까? 미이슬 너 내 절친에게 바람 넣었어?

“바람은 무슨, 쉐키 눈은 높아가지고 흥이야!

“···흠흠! 야 이 떠그랄 놈들아. 뭔 헛소리냐?

“어?

“오~ 도둑도 제 말 하면 나타나는 법! 우리 썩은 물, 얼마나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어?! 아! 때리지 마!


우주인의 배를 한 방 차주고 미이슬을 보니, 이 녀석 진짜 여자가 맞았다. 내가 살짝 놀라며 녀석에게 말한다.


“어? 진짜 여자였네? 치마는 여자들이 보통 입는 것 맞지? 와···이렇게 보니까 이쁘다. 

“···내 미모가 한가락 하지. 칭송하여라~ 어서 더-더!

“···에라이. 근데 혹시나 해서 물어는 보자.


내가 미이슬을 빤히 바라보며 말하자, 녀석이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흠, 흠. 그래 뭐, 뭔데?

“혹시 결혼하면 애기 3명 낳을 수 있어? 한 번에 세쌍둥이로 태어나야 하는데 가능하겠어?

“···이 개노무 시키가 뭐라 떠드는 거야! 내가 무슨 강아지냐, 한 번에 세쌍둥이가 뭐야! 에라이 죽어라!

“아! 패지마! 그냥 확인이 필요하다는 거지! 엄청 중요한 건데?! 아! 때리지! 마! 이 쉐키야!


나는 나름 군대를 가느냐 마느냐로 중요한데 참 많이 맞았다. 그렇게 고달픈 MT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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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4.08.21 16:00
    No. 1

    제육볶음이 남자의 음식이었군요^^ 몰랐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트레이더밥
    작성일
    24.08.21 17:11
    No. 2

    어? 작가님!
    학교 근처에는 항상 학사분식 있었지 않나요? 공돌이들 바글바글 했었는데 헤헤
    윌라님도 혹시... 형님이심까? 몰라뵈었슴다. 꾸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4.08.21 22:10
    No. 3

    ㅋㅋ 아뇨~ 여성으로서는 모르는 정보라는 얘기지요^^
    글이 자연스러워서 쉽게 읽힙니다.
    조금씩 읽기 시작하는데 부담없이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트레이더밥
    작성일
    24.08.22 00:56
    No. 4

    여윽시, 댓글 천사로다!
    감사합니다!

    헤헤- 더 칭찬 더 해주세요! (꼬리 흔들흔들)
    죄송합니다. 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ch******..
    작성일
    24.08.24 15:14
    No. 5

    남자들 여럿 뭉쳐 다니다 분식집 들어가면 만날 제육 아님 돈까스 시키는 건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트레이더밥
    작성일
    24.08.24 21:58
    No. 6

    그쵸?
    신기하게 정식을 파는데 가게이름은 학사분식, 메론분식
    분식집이더라구요. 하하.

    역시 제육과 돈까스... 댓글 감사합니다.
    아재 크로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dj메탈
    작성일
    24.09.02 09:25
    No. 7

    월드컵 바로 직후인데....... 와우?
    작가님 와우는 2004년 11월에 한국에 오픈베타를 시작했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건 2005년 1월에서야 이루어졌는데요.
    2002년 월드컵 이후 당시 대세게임은 스타와 리니지 디아블로 로
    기억하는데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트레이더밥
    작성일
    24.09.02 11:48
    No. 8

    걸렸다.. 쩝.
    저도 완결치고 보니까, 붕대에 와드 박던 시절이 한참 뒤더라구요.

    아재의 전문성은 이길수가 없다!
    엄지척을 보냅니다!
    헤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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