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망생이 감평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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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ite
작품등록일 :
2024.08.09 15:43
최근연재일 :
2024.08.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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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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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백업헌터가 남의 스킬을 뺏음

DUMMY

아무리 강한 개인이라도 다수를 이길 수는 없다.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세계 곳곳에 각성자가 불규칙하게 생겨나고,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한 뒤.

게이트에 뛰어들어 괴물들을 토벌하는 이들을 헌터라 불렀다.


시간이 흐르며 게이트가 더 빈번히 발생하게 되고, 그에 비례하듯 각성자의 수도 늘어났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강해진다.

부산물로 희귀한 소재나 장비를 얻으면 큰 금액에 팔 수 있다.


강해지려는 자와 풍요의 꿈을 가진 자들이 너도나도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열린 대헌터시대에.


한 헌터가 짐을 들고 있었다.


"야 짐꾼 새꺄, 빨리 안 따라와? 자꾸 그렇게 굼벵이처럼 굴면 그냥 놓고 가는 수가 있어?"

"예에 죄송합니다!"


그게 바로 나다.


살갑게 웃으려 노력하며 얼른 따라붙었다.

염병, 뒈지게 무겁네.


원래 자기 짐은 자기가 드는 거다.

한 사람한테 몰아주는 게 아니라고.

말한들 귓등으로나마 듣겠냐만.


"힘드냐? 좀 들어줘?"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잘하자, 응?"


파티의 대장 놈은 맘에도 없을 소릴 지껄이곤 앞장서 던전 내부로 향한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세 졸개 놈들이 낄낄대며 따라붙는다.

저 새끼들, 뻔히 내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빨리 진행하고 있는 거다.

흔해 빠진 기강 잡기랄까.


'세상 불공평하네. 나도 나름 각성자인데.'


다만 각성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각성자는 아니다.


[박상혁]

[E급 헌터][Lv.2]

[백업I Lv.1]


각성을 하면 레벨과 스킬을 부여받는다.

어차피 레벨은 다 똑같이 1부터 시작이니 논외로 하고.

각성자의 귀천은 스킬에서 결정된다.


몬스터와의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일수록 좋은 대접을 받는다.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은 스킬일수록 천대받는다.


오늘까지 잘 다니던 일자리가 내일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하는 흉흉한 세상.

그나마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은 공무원 또는 헌터 뿐이다.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터라, 헌터가 될 수 있는 최소 요건인 각성자가 되었을 땐 정말 뛸 듯이 기뻤는데···.


'백업이 도대체 뭐야.'


아무리 봐도 전투용 스킬은 아니다.

심지어는 어떤 용도이며,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다.

헌터 길드에서도 처음 보는 스킬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내 스킬에 대해 어떤 도움이나 조언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각성자는 일반인보다 신체 능력이라도 뛰어나니 망정이지.'


스킬을 없는 셈 치더라도 어쨌거나 신체 능력만큼은 일반인을 상회한다.

그러니 이렇게 게이트에 들어와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거다.


내 경우는 그 힘을 남들 짐이나 들어주는 데나 쓰고 있다는 점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제기랄.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파티에 끼워주질 않는데 별 수 있나.


'기여도가 낮아 경험치는 거의 안 들어오지만, 레벨이 오르긴 오르니까.'


레벨이 올라 신체 능력이 더 강해지면, 중급 이상의 게이트까지는 무리라도 이런 하급 게이트 정도는 눈치 보지 않고 낄 수 있겠지.

벌이는 기껏해야 아르바이트 수준이겠지만, 무려 일이 끊기지 않는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그때까지만 참자.


"뭐 해, 인마! 빨리 안 튀어와? 하여튼 느려터져서는!"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걸음이 또 느려졌었나 보다.

어느새 일행과 거리가 꽤 벌어져 있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조건반사적으로 연신 고개를 굽신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였습니다.]

[30분 뒤 차원문이 생성됩니다.]


"휴우. 조금 빡셌네."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긴 던전을 돌파해 보스룸에 진입한 지 20분.


널찍한 공동 바닥에는 엘리트 고블린들의 사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대장 놈의 발밑에는 고블린 킹의 사체.

몸에는 화상과 자상이 가득하고, 베여나간 머리는 조금 떨어진 바닥을 구르고 있다.


이제 루팅의 시간이다.


"오!"


대장 놈이 고블린 킹의 사체를 뒤적거리더니 반지 하나를 집어 든다.

졸개 하나가 잽싸게 들러붙어 호들갑을 떨었다.


"그거 <고블린 킹의 반지> 아닙니까? 이야아, 역시 형님! 운이 따르시네요!"


고블린 킹의 반지.

스킬 레벨을 1 올려주는 매직 아이템이다.

겨우 1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수치는 스킬 레벨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반복 숙달을 통해 자연적으로 올릴 수 있는 스킬이 5레벨이라면 이 반지를 착용하여 6레벨로 만들 수 있다.

하급 게이트의 헌터들 뿐만 아니라 중급 게이트의 헌터들에게 까지도 꽤 인기 있는 장비.

팔았을 때 가격이 상당하다.

대략 5천만원 정도 하던가?


'나한텐 필요 없지만.'


백업이 무슨 능력인지도 모르는데 레벨만 올라 봐야 무슨 소용이겠냐.

하여간 횡재한 건 내가 아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이런 좋은 장비가 나오면 파티원에게 개평을 주는 것이 국룰이거든.


'저 정도 아이템이면 나한테도 100···, 아니, 50 정도는 떨어지려나?'


내가 한 번 하급 게이트 파티에 참여해서 챙길 수 있는 돈은 기껏해야 20만 원 정도다.

매번 남들 짐이나 들어주는 신세니, 정말 인심 좋은 파티장을 운 좋게 만나지 않는 이상은 그 이상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50 정도만 받더라도 평소 벌이의 세 배가 넘게 되니 기껍지 않을 수가 있나.


내심 싱글벙글하면서 엘리트 고블린들의 사체를 뒤졌다.

아쉽게도 나오는 건 잡템, 잡템, 그리고 잡템 뿐이다.


뭐가 안 나와서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이 자식아, 우리 쪽에 등 돌리고 루팅 하지 말랬지?"


내 수작질을 경계한 졸개 놈들이 날 감시하고 자빠졌다.

내가 미쳤다고 이 타이밍에 수작질을 부리겠냐.

아이템을 슬쩍 빼돌렸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앞으로 누가 날 끼워주겠냐고.

머저리들. 그런 기본적인 계산도 못 하나.


"어휴 당연히 그래야죠. 제가 깜박했습니다, 하하."


물론 내 입장에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다.

아쉬운 놈이 참아야지 어떡하겠어.


불만을 삼키며 몸을 돌렸는데.

시야에 이상한 광경이 잡힌다.


대장 놈이 칼을 빼 들고 졸개의 뒤로 다가가고 있었다.

능력으로 강화된 칼이 서늘하게 빛난다.

그리고 그 칼끝은 졸개의 가슴을 관통하며 튀어나왔다.


"컥!"

"형님?! 이게 뭔."


의외의 상황에 어버버하는 동안 대장 놈은 재빠르게 움직여 졸개 하나를 더 베어냈다.

순식간에 둘이 당했다.


"일단 껄끄러운 놈 둘은 해치웠고."


찔리고 베인 졸개 둘이 부르르 떨다 축 늘어졌다.

머릿속에 알람 같은 것이 울렸지만, 충격받은 나머지 상태 창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대장 놈은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태연하기 그지없다.

마치 마른빨래를 걷을 때처럼 귀찮음마저 묻어있다.


"내가 실은 <암령> 길드에 들어갈 생각인데 말이야. 가입비가 꽤 커서 돈이 좀 모자라더라고? 그러니까 너네들이 좀 도와주라."


대장 놈이 다른 졸개에게 달려든다.

이번 졸개는 곧바로 당하지는 않았다. 재빨리 칼을 빼 들고 부딪힌다.

하지만 수준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금방 당할 것 같다.


"왜 이러십니까, 형님! 돈이 얼마나 모자라길래!"

"천만 원 정도?"


딱 이 게이트를 토벌하고 벌 수 있는 전체 수익 정도다.

우리 몫을 모두 가져가겠단 소리다.


"겨우 그 정도는 반지 팔면 내고도 남지 않습니까!"

"이거 겨우 반년 전 가격이 3천이야. 지금 5천이지? 더 지나면 이거 1억은 찍을걸? 미쳤다고 내가 이걸 지금 팔겠냐?"

"이 미친 새끼가! 그렇다고 겨우 천만 원 때문에 따르던 동생들을 죽여!"

"어허, 누굴 살인마로 만들려고 그래? 너희는 고블린 킹과 싸우는 도중에 장렬하게 뒤진 거야. 염라대왕한테 가서 꼭 그렇게 말해라. 알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릴···아악!"


졸개는 나름 분전했지만, 예상대로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가슴을 길게 베이며 쓰러졌다.


이다음에 일어날 일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내 차례다.

가장 간단하게 죽일 수 있으니, 마지막으로 미뤄둔 것이겠지.


머릿속에 다시 알람이 울린다.

아까는 살인을 처음 보고 너무 놀란 터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지만, 이번엔 바로 확인했다.


[근처의 각성자가 사망했습니다.]

[스킬을 백업하시겠습니까?]

[사용 가능한 슬롯: 1개]

[슬롯1: 미사용]


[결정 유예 중인 스킬]

[폭발I lv.2]

[질주I lv.3]

[민첩I lv.2]


'······이건?'


각성 후 꿈쩍도 하지 않던 백업 스킬이 활성화됐다.


'발동 조건이 따로 있었던 건가.'


마땅히 쓸 수 있는 스킬이 없는 상태에서 위험한 게이트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사망자 없이 무난하게 토벌을 완료해 왔다.

설마 사망자가 나왔을 때 발동하는 스킬이었을 줄이야.


'폭발, 질주, 민첩. 놈에게 죽은 졸개들 스킬이야.'


백업을 한다는 건 내게로 능력을 온전히 가져올 수 있다는 것.

확신할 수는 없지만, 사용도 가능할 것이다.


사용 사능한 슬롯은 1개.

유예 중인 스킬은 3개.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민첩은 이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제외하고.


'도망치려면 질주를 선택해야겠지만.'


[질주I lv.3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선택 시 12시간 동안 변경이 불가능하며, 유예 중인 나머지 스킬은 버려집니다.]


"도망 안 치고 뭐 하냐? 무서워서 발이 굳기라도 했냐? 아니면 지렸다던가?"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대장 놈···아니, 살인자 놈이 이죽거린다.

내 쪽으로 오는 걸음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겨우 짐꾼이나 하는 약골 따위는 언제라도 죽일 수 있다 이거지.


놈의 지나치게 여유로운 태도가 도리어 나를 냉정하게 만든다.


'질주로는 안 돼.'


당장 이놈의 눈앞에서 도망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어차피 이 던전을 나가려면 곧 생성될 차원문을 통해야만 한다.

놈은 나를 쫓을 필요도 없다.

그냥 차원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기만 해도 될 터.


'그렇다면.'


[폭발I lv.2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놈이 '껄끄럽다'며 가장 먼저 기습해 죽인 졸개의 스킬.

폭발.

피아를 가리지 않고 범위 내의 모든 것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스킬이다.


스킬을 쓸 기회를 줬다가 자칫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했겠지.

즉, 이 스킬이라면 놈에게도 충분히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사, 살려주세요! 가진 것 다 드릴 테니까! 토벌 보상도 안 받을게요! 다른 분들도 사고로 죽었다고 증언하겠습니다!"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애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마음을 바꿔 먹을 일은 없겠지.

어차피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나는 겁에 질린 척했다.

조금이라도 더 방심시켜 제대로 한 방을 먹여주기 위해서다.


"야 이 의리 없는 새끼야. 네가 안 따라가면 먼저 간 얘네들 짐은 누가 들어주냐?"


놈이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자기가 한 농담이 마음에 들었는지 킬킬대면서.


역시나 살려줄 생각은 전혀 없다.

예상한 대로다.

그나저나 나는 죽어서도 짐꾼 노릇이냐.


[폭발I lv.2 스킬을 백업하였습니다.]

[사용 가능한 슬롯: 0]

[슬롯1: 폭발I lv.2]


그딴 노릇은 지금 이 순간 때려치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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